쓸쓸한 날에는 택시를 타고 회기역 저쪽을 향해 간다. 마을 버스를 타고 내려 계단을 올라가 회기역 역사를 가로지르기만 하면 될 것을 택시로 빼앵 돌아 경희대 쪽 역 근처로 향하는 것이다. 교통비를 3배가 넘게 들여가면서.
그곳에 가면 자주 가는 술집이 있고, 카페가 있고, 우체국이 있고, 약국이 있고, 언젠가는 길 떠난 여행자처럼 아무런 준비가 없이 가보아야겠다 생각하는 사우나가 있다. 내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 헌혈의 집이 있고, 들여다만 보고 들어가지는 않는 빵굼터가 있다.
회기역 저쪽으로 향할 때는 대개 마음이 서글프고 쓸쓸하고 울고 싶은 때다. 그러나 그곳을 한바퀴 돌고 오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단골인 코지 찻집의 주인은 말이 없고, 술집 주인 또한 말이 없고, 우체국 직원 또한 말이 없다. 나만 입을 벙긋 열어 간단하게 몇 마디 하면 된다. 가끔 로또가게에 들러 로또도 산다.
'회기역 저쪽' 그곳은 내게 눈물겨운 곳이기도, 희망적인 곳이기도 하다.
어제 그곳에서 몇 가지 좋은 생각을 정리해냈다.
첫째, 술을 덜 마시자.
둘째, 남자 관계를 줄이자.
셋째, 작품을 더 힘들여 열심히 쓰자.
넷째, 딸들하고 싸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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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양 살던 대로 살자!
첫댓글 회기역 저쪽은 저도 가끔 갑니다. 우체국이나 아름다운 가게 갈때. 쭈욱 걸어 올라가다 보면 한무리의 젊은이들 속에서 문득 쓸쓸해지곤 하지요.흠.
하하하 ~ 저도 가 본 것 같은데요~~회기역 저쪽~~~
왕년에 내 데이트코스였는데... 회기역 저쪽 이야기 때문에 가슴에 묻어두었던 그녀가 다시 살아난다. 아! 옛날이여...
제목부터 심상치 않네요. 샘! 기양 살던 대로 그렇게 계셔도 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