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어제도 잠 한숨 못잤네.
왜 이러는걸까 정말.
모든 것은 '통제'하려는 습성으로부터 나오는 것 같다.
근데 그 범위가 너무 커...
지난번에 자탐을 했던 내용들을 바탕으로 오늘 상담을 하고 왔다.
휴...
나는 엄마가 어쩌고저쩌고, 아빠가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많은 생각들을 했지만,
선생님이 나에게 하는 말은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그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가.
그 불안은 어디서 오는가...
나는 내가 주도적으로 뭔가를 해보지 않았기때문에 무서운거라고 생각했지만
선생님 생각은 좀 다른 거 같았다.
우리가 계속 상담을 해 오면서 생각해야했던 문제..
나의 근자감.
요즘에는 기가 많이 죽고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지만,
나한테는 근자감이라는게 강했다.
전 직장을 나오면서 그림을 하려고 할 때의 이야기가 잠깐 나왔는데,
선생님은 그때 잘 안될수도 있음을 짐작하고 나온거 아니냐고, 그런식으로 말이다.
근데 나는 솔직히 잘 안될거라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
난 뭘 해도 잘할거라는 생각.
나 스스로가 내가 만든것들을 보면서 자아도취에 빠지고, 너무 잘했다고 혼자 그러고 있었다.
근데 또 나보다 잘하고 퀄리티 좋은 사람의 것을 보면 급격히 위축되고.
그러기를 반복.
선생님은 내가 지금 이렇게 두렵고 불안한것이 엄마나 아빠의 문제 그런것보다는 그 '근자감'에서부터 오는거라고 그랬다.
우울감이 심한 사람들은 스스로 위축감을 많이 느껴서 그렇지
솔직히 까놓고 보면 자기를 너무 크게 산정하는 사람들이라고.
자기를 너무 크게 생각하니까 그 갭만큼 우울감이 오는거다...그렇게.
근데 이 이야기는 계속 해왔던 이야기이다.
그리고 맞는 말 같고.
모든 것을 잘 해야 하는 사람, 모든 것을 통제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그 지점...
그것이 나를 되려 얼어붙게 만든다는것이다.
그것은 나의 1인분으로써의 삶이 아니고 너무 크다는 것.
자기를 그렇게 크게 놓고 있으니 하나하나 쌓아가는 법을 익히지 못하고, 그렇지만 잘은 해야하고, 그러다보니 모래성같고 뿌리가 없는 느낌이 든다는...
그런 모래성같은 경험들은 나의 것이 아니다.
나 스스로가 겪으면서 쌓아올린것들이 아니라고.
나는 개인의 내가 할 수 있는만큼씩 하면 되는데 뭔가 엄청난것을 해내야 할 것 같고 그런 것이 되려 불안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만약 내 생각처럼 되지 않으면 어쩌지?
내가 저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하면 어쩌지?
내가 이 일을 잘 해내지 못하면 어쩌지?
내가 사람들과 잘 못어울리면 어쩌지?
내가 사람들 앞에서 잘 이야기하지 못하면 어쩌지?
등등...
어쩌지?에 대한 불안이 너무 심하다.
그런데 저 어쩌지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내 생각대로 되어야 하는데!
내가 저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되는데!
내가 이 일을 잘 해내야 하는데!
내가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하는데!
내가 사람들 앞에서 잘 이야기해야 하는데!
등, '잘 해내야 하는데'의 전제가 깔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선생님이 말하는 자기가 너무 크다는 것은 저 전제를 말하는 것 같다.
나의 것과 저런 부분을 구분해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말했다.
'제가 이런 문제들에서 벗어날 수는 있을까요?'
했더니,
선생님은 그런 생각마저도 자기를 너무 크게 보는거란다.
뭘까..난 아직 이 실체에 대해서 정확히 알아내지는 못한 것 같기도 하다.
친구가 나한테 뭔가를 도와달라고 했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뭘 도와달라고 할 때면 나는 왜 짜증부터 날까?
내 머릿속에 '이런 멍청이들이'라는 생각이 드는것도 같다.
딱 보면 모르냐?하는 생각이 드는것도 같고.
누군가가 '시혜적인 관점'이라는 말을 썼는데,
이런 상황이 그런 때인 것 같다.
누군가가 나에게 도움을 요청했을 때, 나의 대단한 능력으로 그들에게 '시혜적'인 도움을 준다고 생각하는...
그들에게 은혜를 내리는 것이다.
낄낄낄...
미친.
신노름을 하고있구나, 내가.
나는 너무 힘들고 짜증났다.
그래서 선생님한테, 이거는 내가 이걸 가져야지!해서 가지게 된게 아니잖아요...하면서 하소연을 했다.
그랬더니 선생님은 그건 그렇죠..하면서
내가 어릴적에 많은 칭찬을 들으면서 자랐고 그런 상황을 어찌할 수는 없었고 등등..이런 말을 했다.
어릴때 받은 과한 사랑과 칭찬들이 독이 된 걸까?
난 그 반대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
모든 이성들은 나를 보면 관심을 두거나 반할거라는 마음,
어쩔때는 동성들까지도,
그리고 사람들이 멍청해서 능력있는 나에게 도와달라고 한다고 느끼는 우쭐하면서도 피곤한 마음,
나는 뭐든 멋있고 유려하고 잘해내야 한다는 뿌리깊은 믿음,
나는 항상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람이라는 믿음,
나는 늘 현명해야 한다는 믿음...
이 모든것이 다 나를 너무 크게 두기 때문이라고...
내가 1인분의 나로 살려면 이런것들을 구분해야 한다고 하는데,
뭐 언제까지 구분을 두고 내 마음을 지켜봐야 하는가 말이다.
힘들어 죽겠다.
나는 내가 뭔가를 주도적으로 해내야 하는 상황에서 굉장한 두려움을 느낀다고 진술했을 뿐인데,
그 두려움이 어디서 오는가라고 물으니 그게 '너무 큰 자기'에서 온다고, '근자감'에서 오는거라는 그런 말..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불안한건 사실이고..
그럼 여지껏은 내가 모든걸 컨트롤 할 수 있다고 믿으면서 살았던 걸까?
그 믿음이 조금씩 지켜지지 못하게 되자 이토록 불안해 하는 것일까?
나는 어쩌면 내가 모든걸 컨트롤 할 수 없음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러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서 엄청나게 비난하고 있는 것일까..?
잠이 들지 못하는 것도, 불면증이 있는 것도 내가 잠든 사이에는 모든것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되니까 그게 불안해서 잠들지 못하는 것일까?
정신을 바짝 차리고 모든걸 컨트롤해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나는 나의 '위치'를 지켜내야 하기 때문에 이토록 무의미한 정신력을 낭비하는 것일까...
나는 나의 성격마저도 걸러내고 교열하고 컨트롤하려 하잖아..
모든건 통제와 관련이 있다고, 마지막에 선생님이 그랬던 것도 같다.
진짜 어렵고, 어렵고, 어렵다.
뭘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그냥 답답하고 고통스럽다.
내 안에 그런것들이 있다는 건데, 내 스스로의 일인데 나밖에 그걸 해결할 사람이 없는데,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건지 모르겠다.
정말 짜증나고, 이 상황이 너무 싫고, 나의 과거를 저주한다.
빠져나가고싶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