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침에 읽는 오늘의 詩 〈1769〉
■ 가을 편지 (고은, 1933~)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쌓이는 날
외로운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세요
낙엽이 흩어진 날
헤매인 여자가 아름다워요
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모든 것을 헤매인 다음 보내드려요
낙엽이 사라진 날
모르는 여자가 아름다워요.
- 1970년 시집 <세노야> (신진출판사)
*연이은 비로 인해 기온도 떨어진 데다 10월도 하순에 이르고 보니 늦가을로 접어든 모양입니다. 텅 비어 버린 논밭에서는 스산한 바람이 불며 늦가을의 쓸쓸한 풍광을 나타내고 있고요.
그런데 활엽수로 가득찬 우리집 앞산의 숲은, 위쪽에만 다소 바래진 모습일 뿐 대체적으로 푸른빛을 그대로 유지한 채 별반 변한 게 없는 듯 보입니다. 올가을의 단풍은 이미 시작이 되었습니다만.
우리에게는 가요로 잘 알려져 있는 이 詩에서는, 가을이라는 계절이 주는 느낌을 서정적이고 감성적으로 서술하고 있는데, 막연한 그리움과 고독감으로 아무에게나 편지를 보내고 싶은 시인의 감수성이 쉽고 간결한 문체로 리듬감 있게 표현되고 있는 작품입니다.
한편 이 詩를 읽다 보면, ‘외로운, 헤매인, 모르는’ 등과 같은 어두운 느낌의 시어라든지 낙엽이 쌓이고 흩어지고 사라지는 시간적 흐름을 통해, 가을의 쓸쓸한 정취가 우리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되고 있다 하겠습니다.
1968년 창작된 이 작품은 얼마전 작고한, 당시 미술학도였던 김민기가 곡을 붙이고 1971년 최양숙이 노래함으로서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으며, 고은 시인이 각광을 받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 후 이동원이나 양희은, 김민기 본인이 노래하며 가을을 대표하는 곡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도 많은 가수들에 의해 계속 리메이크되면서, 가을이면 특히 더 사랑받는 노래가 되었더군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