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전문가 양성하는 직업계고... 지역소멸 '구원투수'로
원선영기자 haru@
강원일보 : 2023-04-17 00:00:00 (09면)
강원 직업계고 대대적인 학과 재구조화
타 시·도에서 찾아오는 경쟁력있는 학교
교사 전문성 강화·경험많은 전문가 지원
마이스터고 성공사례 특성화고에도 적용
"미래 사회에 대비해서 전문 인력을 양성해야죠. 타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경쟁력 있는 학교가 소멸 위기에 처한 지역사회를 살려낼 것이라고 믿습니다"
신경호 강원도교육감은 직업계고의 의미를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에서 찾는다.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단순 교육의 목적에서 벗어나 학교를 통해 이어질 인구 유입과 경제 활성화, 지역사회의 번영을 추구한다는 얘기다. 학령인구가 점점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의 가치를 극대화한 모델이다. 신 교육감의 이같은 생각은 벌써 하나 둘 실현되고 있다. 대대적인 변신에 나선 강원 직업계고를 집중 조명해본다.
■ 잘 키운 직업계고…인문계 안부럽다=직업계고는 마이스터고등학교·특성화고·일반고(종합고)를 포괄해 부르는 말이다. '특정 분야의 전문 인재 양성을 목적'으로 운영하는 학교로 졸업 후 취업을 원하는 학생들이 진학하는 경우가 많다. 취업과 전공교과가 직결되는 만큼 산업계 변화에 민감하다. 산업 흐름에 따라 이에 맞춰 적절히 학과 개편을 해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교명 변경, 학과 신설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강원도 최초로 항공고로 전환하는 태백기계공고를 비롯해 반려동물케어과 신설과 함께 강원생명과학고로 거듭난 소양고, 반도체학과를 설치하고 미래고로 교명을 바꾼 원주공고 등이 대표적 성공 사례다.
앞으로도 이같은 재구조화작업은 계속된다. 우선 존폐 위기에 처해 있는 인구소멸지역의 직업계고를 중심으로 개편을 진행하고 지역의 인구정책과 맞물려 타 시·도 학생들이 찾아올 수 있는 학교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올해도 반도체시스템과와 산림자원과 관광분야 학과 등 다양한 마이스터학과가 신설될 예정에 있다.
◇강원애니고의 1인 미디어 실습실
■전문가가 전문인력 기른다=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강원생명과학고 반려동물케어과 이루리 부장교사는 최근 반려견 스타일리스트 자격증을 취득했다. 스스로 전문성을 입증하고 학생들이 각종 대회에 용기 있게 도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자격증 취득에 도전했다.
한국항공고로 새롭게 재탄생하게 된 태백기계공고 교사들도 전원이 항공산업기사와 항공기능사 시험에 응시했다. 최근 6개월 중장기 연수를 진행한 교사 4명은 항공산업기사 필기 전형에 전원 합격했으며 항공기능사 시험에는 2명이 최종 합격했다.
강원도교육청은 교사들이 스스로 전문성을 신장하는 문화를 조성할 수 있도록 다교과역량강화연수 등 교육비를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와함께 직업계고에 학교당 3명의 산학겸임교사를 지원한다. 산학겸임교사는 학생들이 좀 더 심도 있는 전공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실습 수업을 진행할 수 있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다. 산업구조가 급변함에 따라 전공 기술이 있는 신규 교사를 매번 채용할 수 없고, 기존의 정규교사가 단기간에 지식을 습득해 수업을 진행하기에도 한계가 있어 교육현장에는 산학겸임교사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다만 예산이 한정적이고 필요에 따라 학교 예산을 함께 투입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산학겸임교사 지원에 대한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소방마이스고의 실습 수업 장면.
■취업률 90%…전국 최강 마이스터고=직업계고의 중요한 축인 마이스터고는 강원도에 3개교가 있다. 취업률 전국 1위를 기록하는 등 직업계고의 '효자'학교로 통한다. 학생들이 원하는 진로를 설정한 상태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에 진학해 향후 인정받는 전문 기술인의 역량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 마이스터고의 최대 이점이다.
영월군에 위치한 한국소방마이스터고는 올해 첫 졸업생 75명을 배출했다. 졸업생 49명이었던 영월공고가 소방마이스터고등학교로 탈바꿈하면서 졸업생이 약 두 배 가까이 늘었고, 소방전문 기술인을 꿈꾸는 학생들이 전국에서 지원, 전교생 230명 중 무려 196명이 타 지역에서 전입했다. 학생들이 소방 관련한 전문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이 어렵지만 학교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는 것만으로 절대 학습량을 채울 수 있기 때문에 학생 대부분은 졸업 전까지 3개 이상의 기술 자격을 갖고 졸업하게 된다. 현재 첫 회 졸업생은 13개 기업으로부터 171% 취업요청을 받아 70%의 학생이 국가직공무원, 공기업 등 유수 소방업체로 취업했다. 미취업 학생들은 대학을 진학하거나 다가오는 4월 소방공무원 임용시험을 준비 중이다.
취업률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직업계고 졸업자 취업 통계 조사'를 보면 강원지역 마이스터고의 취업률은 90%로 전국 취업률인 77.5%를 크게 웃돌았다. 전국 시·도와 비교해도 가장 높다.
강원도교육청은 향후 마이스터고의 성공 사례를 특성화고에 적용해 취업률 및 신입생 충원율 상숭 전략을 수립할 방침이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지속적인 학과 재구조화로 유망분야의 우수한 지역 인재를 양성할 계획"이라며 "타 시·도에 없는 지역 특화 산업과 연계해 직업계고를 차별화하는 브랜딩 전략을 고심하고 있다"고 했다.
◇베트남 소방청 관계자들이 한국소방마이스터고를 방문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강원애니고의 방송실습실
◇강원애니고의 스튜디오방송실습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