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우리는 역적모의를 했다.
입을 맞추어 힘을 합쳐서 확실히 전달하는 것으로 ~
그리고 잽싸게 튀는 거였다.
호녕장(5일장이 서는 장터) 사장 나무집 막걸리 통아재,
우리가 학교를 파하고 떼 지어 집으로 가는 도중 항상 통아재를 만난다.
오늘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그 시간에 막걸리 통을 자전거에 데롱데롱 달고
생생 달리는 통 아저씨가 보인다 .
100m 전방쯤 되면 우리는 서로
한 사람이라도 흐트러지면 죽음이다!~ 신호를 보내고
막걸리 통 아저씨가 우리와 10m쯤 가까워졌을 때,
숨 막히는 작전이 시작되었다.
45도 각도로 허리를 굽히고 큰 소리로 입을 맞춰
안녕하씨요~
오매~ 오져라
그냥 보기만 해도 귀여운 것들이 예닐곱 이서 나란히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니
막걸리통 아재는 춤이라도 추고 싶었을 것이다
점잖은 어르신 체면이 있지
헛기침 한번 크게 하고
오~냐
막걸리통 아재가 좋아라 휘파람을 불며 10m 정도 지나갔을때
우리는 다시 사이좋게 입을 모아 본격적인 작전이 시작된다
오냐붕알 톡~ 따 묵어 부러
오매 이 녀석들이 뭣이라고? 통아재는 가던 길을 홱~ 돌리더니
이놈의 새끼들이 어른을 놀려? 하면서 시속 120km로 우리를 쫓는다.
우리는 콩밭으로 볏 사이로 올림픽 육상 선수보다 더 빠른 달리기로
잽싸게 몸을 숨겼다.
논둑으로 도망치다 점순이는
신발 한 짝이 벗겨져 잡혀서 눈물이 쏙 빠지게 혼이 났다.
언젠가 고무줄놀이를 하다가 빤쓰 골마리에
뭔가 대롱거리는 게 있어서 뭐냐 했더니
뱀을 물리치는 비상약으로 백반을 헝겊에 싸서
엄니가 골마리에 달아 준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그 골 마리 백반이 무거워서 잡히지 않았을까.
다음날 나는 학교에서 아이들 앞에서 실감 난 재현을 해서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그때 논둑에 심어 놓은 콩나무 뒤에서
심장이 벌렁벌렁우르릉 쿵쾅 거리는 소리를
어찌 잊을꼬.
통아재는 얼마나 허무했을까
통아재~ 그때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넓으신 아량으로 용서해 주세요
첫댓글 하하하하 활달하고 귀여운 소녀여
어찌그리도 말괄량이 였을까요
당시에는 군중심리로 그랬을 뿐
그게 무슨 죄가 될까요
다만 아이들의 장난기 이지요
글 재미있게 잘 보고 갑니다^^
그러게 말이예요
동네 어르신들에게는 인사 잘한다고 소문이 났었는데
개구쟁이 기질이 많아도 너무 많았나 봅니다 ㅎ
음 60년대 시골풍경이 선하게 르려지는 추억의 순간들 ㅎ
지존님도 부잡스러우셨죠?
하기사 남자들은 이런 추억거리가 많이 있을 겁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소문 만복래
깔깔 까르르 ㅎ
글을 어쩌면 이렇게 재밌게 쓰실까
감탄합니다
그산님
반갑습니다
글이 재미는 좀 있는데 엉성 하지요?
책을 좀 많이 읽었으면.....하는 생각 입니다
ㅋㅋㅋㅋㅋ
이너매 악동들을 어쩌면 좋아.
장난기 발동하면
한바탕 놀리고 웃고 도망가야지요.
가리나무님
글이 너무 재미집니다.^^
ㅎㅎ
점빵에서 과자도 훔쳤습니다
저는 훔치고 미옥이는 골마리에 넣어서
논배미에 숨기고 다시 점빵으로~~
금방 들통 날 도둑질을 ㅎㅎ
주범은 항상 저였습니다
흐미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선형님은 시골이 아니라 아재를 모르겠네요
아랫녘 지방에서는 윗 어른, 아저씨, 친척을
아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통은 막걸리통 그러니까 막걸리통 아저씨 ㅎ
저 또래아이들은 장난을 하면서 컸지요
와 재미있고 기억에 남은 멋진 추억
하얀 선인장님
반갑습니다
네~~
그 추억을 항상 마음에 품고 살고 있습니다
소싯적에 동네에 약간 지적 장애를 가진 사람이 지나가면 놀리구선
36계 줄행낭치던 개구장이가 바로 우리 꼬맹이들이었죠.
우리 동네에도 있었어요
아저씨 뻘인데 이름은 힝배(형배)
힝배 바~~보 하고 도망가면 마구 쫓아오는 그 모습이
저돌적인 사자 같아서 몸서리를 치며 도망 갔었죠
그런데 상여집 이라면 몇십리를 마다않고 술이며 떡이며 배불리 먹고
가지고 온 떡을 항상 나에게 건네 준 기억이 납니다
ㅋㅋ~ 김유정의 "봄봄봄"같은 소설을 읽는
느낌이 드네요. 잘 읽었습니다.
김유정의 봄봄봄을 전혀 모르는
이 무지함을 나무라며 검색을 했더니
1908년 1월 11일에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젊은 나이에 요절을 했군요
기회가 된다면 읽고 싶습니다
옛날 유년시절의 이야기들은
누가 써도 읽을만한 줄거리가 됩니다
고맙습니다
가리나무(소나무낙엽)님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저또한 동무들과 들로 산으로
말썽거리 찾아 싸돌아 다니던때가 그립습니다
가리나무를 잘 아시는군요
반갑습니다
갈수록 어렸을 적 친구들이 그리워지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가리나무 어릴때 지게지고 갈퀴하나 들고 땔나무하러 많이 다녔지요
@골드훅
여자들은 새끼 줄로 묶어서 머리에 이고 왔어요
산을 모두 싹쓸이를 해서 반질반질 했지요
뫼뚱까지 후벼파서 벌겋게 만들어 놓고 ...ㅎ
네 내 어렸을 적 입니다 좋은 글 고마워요
자연이다2님
안녕하세요 ~
그 추억이 있었기에
이렇게 건강하게 잘 살고 있으리라 봅니다
고맙습니다
참 개구쟁이들 이셨습니다~~~ ^^
웃고 갑니다
고들빼기님
좋은 아침 입니다~
오늘도 많이 웃는 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