ㅊㅊ- https://www.dmitory.com/kdrama/247846492
텀블러에서 짤 줍다가 꽤 자주 보게 된 감상들이라 가져와봄
1. 본인도 자폐 스펙트럼인이고, 자폐 스펙트럼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여자분의 3 & 4화 리뷰
https://www.tumblr.com/blog/view/kay-tf-volution/689097129590980608?source=share
3화 :: 솔직히 말하자면 저번주에 예고편을 봤을 때부터 이 에피소드에 대해 걱정했다. 자폐인이 자폐인과 대화하는 상황, 덩치가 크고 소통이 어렵고 도움이 필요한 남자라는 설정. 아주 끔찍하게 엉망이 될 수 있는 요소들이니까.
(역주: 다른 리뷰에서 이 글쓴이는 자신이 자막을 켜고 보고 있기 때문에 원어인 한국어에서 어떻게 표현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므로, 장애와 관련된 요소를 지칭하는 표현과 언어적 맥락은 민감하게 보지 않을거라고 명시해놓음)
- 부모의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된다! 피고인의 부모님은 에피소드 대부분에서 끔찍하지만, 어머니는 어느 정도 노력하는 것처럼 보인다. 피고인의 어머니가 아들의 행동을 조절하는 육체적이지 않은 방식이 있다는게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그건... 어려운 일이다.
- 정훈(피고인인 젊은 자폐인 남성)은 대체적으로 잘 다뤄졌다. 배우는 자폐인이 아니었던 것 같지만, 누군가 한번 본 스테레오타입을 흉내내서 연기하는 걸 볼때 나는 역겨움을 느끼곤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게 없었다.
- 아스퍼거가 나치 부역자라는 사실이 명시됐고, 그게 아주 좋았다. 영우가 나레이션으로 그 이름을 언급했을 때 TV를 향해 거의 소리지를 뻔 했지만, 그녀는 진실을 말했고, 아스퍼거가 누군가의 생사를 결정했다고 말했고, 80년 전엔 그녀와 정훈 모두 살 가치가 없었다고 했다. 세상에.
- 법정에서 영우에게 벌어진 일은 다 말도 안되는 개짓거리들이다. 완전히. 이 쇼가 그걸 알고 있고, 시청자들에게 그렇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한다는 의도를 알았기 때문에 쭉 볼 수 있었다.
- 나는 계속해서 준호를 사랑하고 있다. 그는 사랑스럽고, 그의 대학 후배가 끔찍한 행동을 한 뒤에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는 모습도 훌륭하다. "사과드리고 싶은데, 뭐? 어쩌라고?" 준호는 말로 하는 사과가 충분하지 않고, 그래서 영우의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안다. 그는 그것을 괜찮은 일로 만들 수 없고, 스스로도 그걸 안다. 나는 영우가 그녀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누군가와 로맨스를 그린다는 것이 아주 기쁘다. 완전 응원한다.
- 영우와 아버지의 대화는 보기 힘들었다. 왜냐면 내가 두 입장에 다 있기 때문이다. 바닥에 드러누워 내 아이가 내 존재에 대해서 신경을 쓰긴 하는지 고민하는 부모의 입장도,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고 너무 벅차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선택한 아이의 입장에도. 그는 영우를 아주 많이 사랑하고, 그녀의 삶 전체에 있어 분명히 신중하게 헌신적이었다. 그는 그녀의 언어인 '법'을 발견했고 그것으로 소통했다. 존나 좋았다.
- 정훈의 어머니가 그에게 선글라스와 헤드폰을 벗길 요구하고 명석이 괜찮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나는 그 어머니의 심정을 너무 잘 안다. 내 아이가 사회가 해야한다고 말하는 것을 했으면 좋겠는 마음과, 동시에 그것이 내 아이에게 옳은 일이 아니기 때문에 절망하는 마음. 이건 자폐인 아이를 둔 부모로서의 마음을 정말 건드렸다.
https://www.tumblr.com/blog/view/kay-tf-volution/689143661228949504?source=share
4화 :: 나는 완전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빠졌다.
이것은 법정물이고, 주인공은 자폐인이다. 그녀는 차별에 맞서고 있다. 하지만 그 방식은 다른 쇼들과 다르지 않다. 그녀가 너무 어리다거나, 남자들만 가득한 업계에 뛰어든 여자라거나, 동성애자라거나, 하는 이유들로도 충분히 바뀔 수 있다. 이 쇼의 핵심은 법이고, 영우, 그리고 그녀의 경험이다. 부정적인 측면에 지나치게 포커스를 맞추지 않는다. 그게 얼마나 나에게 의미 있는지 모른다. 문화적인 측면에서 "동성애를 숨겨라"는 지나쳐가고 있지만, 우린 아직 "장애인들을 고통스럽게 해라"에 머물러 있으니까. (역주: 이제 매체에서 동성애를 다룰 때 그들의 성정체성에 대해 극한으로 몰아가며 괴롭게 하는 묘사는 훨씬 덜한데, 장애인에 대해서는 그들의 고난을 심하게 다루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우영우가 그렇지 않아서 좋다는 뜻.)
바닷가에서 영우와 준호가 함께 있는 장면이 있다. 영우는 말한다:
"제가 변호사 우영우로서 일하고 있을 때도, 사람들 눈에 저는 그냥 자폐인 우영우인거 같습니다. 자폐인 우영우는 깍두기입니다. 같은 편 하면 져요. 내가 끼지 않는게 더 낫습니다."
이 장면에서 '자폐'를 그 어떤 차별의 요소로 치환해도 똑같은 감정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녀가 다른 사람과 감정적으로 연결을 잘 못한다거나, 너무 논리적이라는 건 아무 문제가 안된다. 영우는 그저 그녀가 통제할 수 없는 요소 때문에 사람들이 그녀를 똑바로 봐주지 않는다는 것이 슬프다.
그리고 준호는 영우와 같은 편을 하고 싶다고 답한다. 나는 황홀해했다. 남자친구가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러 올 정도로 즐거워하는 소리들을 내서 '나중에 말해주겠다'고 쫓아내야할 정도로. 보는 것을 멈추고 설명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명석이 영우의 사직서를 처리하지 않는 것이 특혜라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명석은 그 이야기를 잘라낸다. 그는 영우의 재능을 열거하고, 다른 변호사에게 그만하라고 한다. 아름다운 장면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마지막에 묘사된 영우의 환희다. 자폐인이 느끼는 기쁨과 환희. 손가락의 움직임, 빙빙 돌기, 춤, 놀라움, 그리고 미소로 완성되는. 자폐인 캐릭터들이 미소 짓는 모습을 내가 얼마나 드물게 보는지 아는가? 너무 드물게 본다.
- 영우가 그녀가 괴롭힘 당한다는 것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게 좋았다. "오, 어쩌면 미안할지도 몰라" 같은 건 없다. 그녀는 순진하지 않다.
2. https://www.tumblr.com/blog/view/spideycents/689268946351816704?source=share
20대의 자폐인 여성으로서,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것을 도와줄 미디어에서의 재현(representation)을 늘 찾고 있다. 그래서 이 드라마가 존재한다는 것이 기쁘다. 자폐 스펙트럼으로 이제 막 진단받은, 혹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진단 받은 소녀들과 여성들에게 우영우가 있다는 것이. 그리고 특히 준호와의 로맨스가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 앞에 존재한다는 것도. 이 사랑스럽고 사랑스러운 쇼에 대해서 제작진과 배우 모두에게 감사한다.🧡
#이 쇼가 나에게는 '하트스토퍼'다
(역주: '하트스토퍼'는 넷플릭스에서 무해한 퀴어청춘물로 크게 호평받은 작품임. 흔히 퀴어+청소년이면 성적인 요소와 결부지어 퇴폐성 넘치는 이야기로만 만든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지 않은 작품이어서. 이 글쓴이 역시 무해함과 로맨스의 측면에서 자폐인으로서 우영우를 그런 작품으로 크게 호평한다는 뜻.)
3. https://www.tumblr.com/blog/view/justextraordinarilyordinary/689082717762207744?source=share
자폐증에 대한 한국 드라마가 나올 것임을 들었을 때, 나는 회의적이었다. 텀블러에서 본 많은 gif들과 열광적인 리뷰들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피했다. 얼마나 더 많은 캐릭터들이 자폐증 때문에 사회성이 부족한 대신 슈퍼파워를 가져야 하지? 얼마나 더 많은 캐릭터들이 신경다양성을 '별남'과 '비극적인 배경'으로 가져야 하지? 자폐인을 사람으로 다루는데 실패하는 또 다른 TV 쇼가 필요한가? 단순히 우리가 진단명을 공유하기 때문에 내가 '몰입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 또 다른 캐릭터가 필요한가?
나는 실망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비장애인인 친구/가족/연인을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도구로 납작하게 사용되는 또 다른 캐릭터를 보며 깊은 한숨을 쉴 준비가. 적어도 서양의 미디어는 자폐인으로서의 내 삶을 두 가지 카테고리로 납작하게 만들어 버렸다: 농담의 소재, 혹은 비극. 자폐인, 특히 자폐 여성이 미디어에서 재현되는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잘 다루는 것은 더 드물다.
3화까지 본 후 내 의견으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진정성과 존중을 가지고 자폐 커뮤니티를 대하는 재현이다. 이 쇼는 이미 자폐의 스펙트럼을 보여주었고, 우리의 기능이 '보통' 사람에게는 특이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영우의 능력을 보여주면서도, 회전문과 큰 소리와 라벨의 어려움을 보여준다. 이 어려움들은 그녀를 경쟁력 없게 만들거나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없게 만들지 않는다. 단지 그녀를 현실적으로 보이게 한다.
살면서 처음으로 나는 내 스스로를 캐릭터에 투영할 수 있었다.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내 특징들을 그녀에게서 보았다. 흥미있는 분야에 대한 나의 열정을 보았다. 내 친구들과 가족들이 내게 가지는 인내심과 보살핌을 보았다. 나를 보았다.
이 쇼는 자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자폐인의 행동과 그들에게 붙은 꼬리표 때문에 곧바로 묵살하는 사람들. 자폐인들이 일상 속에서 겪는 차별. 온라인 공간과 대중들 앞에서 우리의 삶에 놓여지는 '가치'와 댓글들. 우리의 친구/연인이 자원봉사자거나 동정으로 인한 보호자일 거라는 추측들.
우리가 자폐로 인해서 살 가치가 없다고 여겨질 수도 있었다는 (아마 어떤 곳에서는 아직도 현재형일) 사실.
이 쇼가 완벽한가?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나는 다른 에피소드들이 풀리는 것을 기다리고 싶다. 정말 나와 같은 캐릭터가 드디어 존재한다는 사실이 그저 몹시 기쁘다. 좋은 대표성, 좋은 재현이 무엇인지 드디어 알게 되었다.
첫댓글 넘 좋다...
내용 하나하나에 기쁘다는 느낌이 흠씬 들잔아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