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꽃피어야만 하는 것은, 꽃핀다
자갈 비탈에서도 톨 틈에서도
어떤 눈길 닿지 않아도
<녹슨 빛깔 이파리의 알펜로제 – 라이어 쿤체>
(15)
그렇다. 하지만
당신과 함께 다시 외친다.
‘좋아, 기쁨에 모헙을 걸자.’
<눈풀꽃 – 루이스 글릭> 중에서…
(17)
고마워, 내 심장
나를 다시 잠에서 깨어나게 해 주어서.
비록 오늘을 일요일.
안식을 위해 만들어진 날이지만
내 갈비뼈 바로 아래에서는
영원한 휴식 전의 분주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지.
<일요일에 심장에게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중에서…
(20)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그리고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휴식을 취했으며,
운동을 하고, 그림을 그리고, 놀이를 하고,
새로운 존재 방식을 배우며 조용히 지냈다.
그리고 더 깊이 귀 기울여 들었다.
어떤 이는 명상을 하고, 어떤 이는 기도를 하고
어떤 이는 춤을 추었다.
어떤 이는 자신의 그림자와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전과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치유되었다.
무지하고 위험하고 생각 없고 가슴 없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줄어들자
지구가 치유되기 시작했다.
그리하고 위험이 지나갔을 때
사람들은 다시 함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잃은 것을 애도하고,
새로운 선택을 했으며
새로운 모습을 꿈꾸었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치유받은 것처럼
지구를 완전히 치유해 나갔다.
<그리고 사람들은 집에 머물렀다 – 키티 오메라> 중에서…
(23)
기다려라
너무 일찍 떠나려 하지 말라.
너는 지쳤다. 하지만 우리 모두 지쳤다.
하지만 누구도 완전히 지치진 않았다.
다만 잠시 기다리며 들어 보라.
머리카락에 깃든 음악을
고통 안에 숨 쉬는 음악을
우리의 모든 사랑을 실처럼 다시 잇는 음악을
거기 있으면서 들어 보라.
지금이 무엇보다도 너의 온 존재에서 울려 나오는
피리 소리를 들을 유일한 순간이니.
슬픔으로 연습하고, 완전히 탈진할 때까지
자신을 연주하는 음악을.
<기다려라 – 골웨이 카넬> 중에서…
(30)
아이들에게 날개를 주리라.
하지만 스스로 나는 법을 배우도록 내버려 두면서.
노인들에게는 일깨워 주리라.
죽음은 노년과 함께 오는 것이 아니라
망각과 더불어 온다는 것을.
<꼭두각시 인형의 고백 – 조니 웰치> 중에서..
(32)
웃는 것은 바보처럼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우는 것은 감상적으로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타인에게 다가가는 것은 일에 휘말리는 위험을,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자신의 생각과 꿈을 사람들 앞에서 밝히는 것은
순진해 보이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사랑하는 것은
그 사랑을 보상받지 못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사는 것은 죽는 위험을,
희망을 갖는 것은 절망하는 위험을,
시도하는 것은 실패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다.
<위험들 – 자넷 랜드> 중에서…
(43)
나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당신의 나무가
얼마나 높이
올라갈 수 있는지.
다른 누군가가
당신을 잘라 버리는 게 두려워
당신 스스로
꼭대기를 자르는 일을
멈추기만 한다면.
<무제 – 타일러 노트 그렉스>
(53)
나는 언제나 궁금했다.
세상 어느 곳으로도
날아갈 수 있으면서
새는 왜 항상
한곳에 머물러 있는 것일까.
그러다가 문득 나 자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새와 나 – 하룬 야히아>
(72)
당신이 하는 일이 문제가 아니다.
당신이 하지 않고 남겨 두는 일이 문제다.
해 질 무렵
당신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일이 그것이다.
잊어버린 부드러운 말
쓰지 않은 편지
보내지 않은 꽃
밤에 당신을 따라다니는 환영들이 그것이다.
<하지 않은 죄 – 마거릿 생스터> 중에서…
(108)
그녀는 두려움을 내려놓았다.
판단을 내려놓았다.
머리 주위에 무리 지어 모여드는 선택들의 합류 지점을 내려놓았다.
자신 안의 망설임 위원희를 내려놓았다.
모든 옳아 보이는 이유들을 내려놓았다.
전적으로 그리고 완전히,
머뭇거림 없이, 걱정 없이 내려놓았다.
<그녀는 내려놓았다 – 새파이어 로즈> 중에서…
(115)
날마다 고양이는 무엇을 기억하는가?
추위를 피해 안으로 들어가는 길,
가장 따뜻한 지점과
먹을 것이 있는 위치를 기억한다.
고통을 안겨 주는 장소와 적들,
애를 태우는 새들,
흙이 뿜어내는 온기와
모래의 쓸모 있음을.
마룻바닥의 삐걱거림과 사람의 발자국 소리,
생선의 맛과 우유 핥아먹는 기쁨을 기억한다.
고양이는 하루의 본질적인 것을 기억한다.
그밖의 기억들은 모두 무가치한 것으로 여겨 마음속으로 내보낸다.
그래서 고양이는 우리보다 더 깊이 잔다.
너무 많은 비본질적인 것들을 기억하면서
심장에 금이 가는 우리들보다.
<고양이는 옳다 – 브라이언 패튼>
(138)
인생은 짧다, 비록 내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하겠지만.
인생은 짧다, 그리고 나는 내 삶을 더 짧게 만들었다.
천 가지나 되는 달콤하고 경솔한 방식으로.
천 가지나 되는 달콤하고 경솔한 방식을
내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할 것이다.
세상은 적어도 절반은 끔찍한, 이조차도
실제보다 적게 어림잡은 것.
비록 내 아이들에게는 이것을 비밀로 하겠지만,
새들이 많은 만큼 새에게 던져지는 돌도 많고
사랑받는 아이들이 많은 만큼 부러지고,
갇히고, 슬픔의 호수 밑으로 가라앉는 아이도 있다.
인생은 짧고, 세상은 적어도 절반을 끔찍하며,
친절한 낯선 이들이 많은 만큼
너를 파괴하려는 자도 많을 것이다.
<좋은 뼈대 – 매기 스미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