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당게르 피요르드
김 여 정
입센의 '인형의 집'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 왔다.
이곳은 사회복지가 잘 되어있어 모든 어려운 문제는 국가에서 다 해결해 주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부탁할 일이 없단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에 오가는 시민들의 얼굴이 밝은 표정이며 느긋해 보였지만, 어디서고 정답게 대화하는 다정다감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어 끈끈한 정이 메마른 것같이 보였다.
비교적 8, 9월에는 비가 자주 온다는 스칸디나비아반도에 온지 8일째 되는 날이다. 처음으로 아침부터 이슬비가 내리더니 이내 그치고 자유로운 여행이 될 수 있었다
북극의 극치 피요르드 절경을 보기 위해 예일로에서 출발하여 세계에서 가장 길고 (204km) 항만이 제일 좁다는 송네피요르드 유람선을 타고 2시간 동안의 북유럽의 수많은 섬과 숲을 감상하며 환상적인 풍경에 매료되었다. 대자연의 웅장하고 신비함은 말로 형언하기 힘들만큼 수려한 경치가 펼쳐지며 끊임없이 이어지는 피요르드......날카롭게 깍 인 계곡과 바위위로 솟아오른 절벽 위에 그림 같은 예쁜 집들은 내 머리에 각인되어 잊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우리일행은 하당게르 피요르드를 가기 위해 다시 버스로 이동하였다.
피요르드는 '협만, 협곡'이라는 뜻인데 빙하기와 간빙기를 거치며 녹아 내린 빙하에 의해 산이 깎여 형성된 지형을 말한다. 난류 환류로 인해 물이 소용돌이치는 이곳의 수심이 1308m나되고 호수에서 오는 서쪽기온이 물 속 깊은 곳에서 물이 섞이며 소용돌이치면서 이로 인하여 전체적인 기온이 춥지도 덥지도 않단다.
피요르드에 가장 완만한 경사를 이룬 이산에는 과일나무가 몇 그루 보이고 과일이 드문드문 달려 있는데 거리가 멀어서 무슨 과일인지 궁금 한채로 일행을 따라 가야만 했다.
그러나 달리고있는 차길 옆 육중한 검은 바위산들은 나무와 풀이 별로 없고 다만 산에 보이는 것은 은빛으로 반짝이는 만년설이 발트해에 떠있는 섬의 숫자만큼이나 산재해있다. 차에서 내려 장대한 바위산 폭포수에 발을 담그다 소스라치게 놀래었다. 순전한 얼음물이라서 발이 시려서 얼른 빼야만했다.
차길 따라 폭포수가 합쳐 흐르는 계곡물 위에는 하얀 거품이 일고 그 속으로 어머니의 옥색 모시치마를 펼쳐 놓은 듯 은은함, 그 밑으로 옥을 깔아놓은 듯 산뜻하고 화려하게 아름다움은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 못할 물빛......이런 물을 옥수라 했던가. 내 이제까지 어느 곳에서도 볼수 없었던 물빛이었다. 아슬아슬했던 송내피요르드 협곡에 불안하고 공포에 떨었던 순간들은 다 잊고 노르웨이의 웅대하고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잘 왔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절벽 양쪽에서 시야 가득하게 하얀 벚꽃이 만발 한 듯 협만의 수면에 투영되어 말할 수없이 아름다운 전망을 배경으로 사진 촬영도 하고 쌍 폭포의장대하고 화려함에 빠져 차도까지 날아오는 꽃비에 머리가 촉촉이 젖고 옷도 눅눅해 졌다. 운무에 가려 평지가 오리무중인 이곳은 해발1000m라한다.
우리가 또 다시 하차한 곳은 최고봉으로 1750m라는데 돌산에 이끼만 끼어있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보이지 않는 삭막한 풍경으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지역이란다. 이끼로 덮여있어 특이한 것을 보면 한대지방 식물로 세계적으로 유일하게도 이곳에만 있는 것일까?. 또는 눈이 여기저기에 두껍게 쌓여있는 이곳은 우리나라 가을날씨 같은데 이런 기후에도 눈이 녹지 않는 것은 여름이 짧기 때문에 단기간에 녹을 겨를이 없이 기온이 떨어지고 지면이 얼어있어서 이런 유일무이한 풍경이리라.
고산고지에 올라와 보니 폭포의 발원지를 볼 수 있었다. 능선에서 빙하가 용해되어 웅덩이가 곳곳에 산재해있고 호수를 이루고 그물이 폭포로 떨어져 계곡으로 흘러내리는 원리를 현저하게 볼 수 있었다.
우리가 쉬고있는 이 호수에 뜻밖에도 자그마한 비행정이 날아와 물위에 사뿐히 내려앉더니 한 명의 젊은이를 내려놓고 또 다시 두 명을 태우고 모터보드처럼 물위로 한참 가다가 가볍게 뜨는 모양이 신기하기도 했다. 바쁜 세월에 시간이 돈이라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고, 공중을날며 내려다보는 경치는 또 어떠했을까. 땅 냄새도 맞고 아름다운 경관을 접해보며 감상하는 것과 감회가 또 다르겠지.
다시 오슬로로 이동하여 덴마크로 가기 위해 북유럽 최고의 호화유람선 콜로라인에 승선하여 1박을 하게 되었는데, 선상 뷔페 음식은 어느 곳이든 다 좋았지만 어느때 보다도 색다른 고급 식사였다. 발트해에서 잡은 싱싱한 생선회와, 찜, 그리고 한국에서는 비싸기만 한 바다가제 (30-40cm)를 양껏 먹을 수 있었고 여기다 고급와인을 곁들인 저녁식사는 우리 일행 60여명이 한자리에서 최고의 만찬이었다. 웅대한 경치에 감탄하며 알찬 관광만큼이나 푸짐한 저녁식사를 하며 작은 행복에 젖어보았다.
나에겐 벌써 세 번째의 유럽여행이지만 그때마다 새롭고 신비하고 경이로운 구경거리에 감동하곤 한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이국적 경관은 나의 기억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다. 다만 빠듯한 일정에 강행군을 하다보니 여유롭게 감상하고 샅샅이 섭렵하지 못한 아쉬움에 마음 한켠이 서운하다.
오늘 내 머리에 떠오르는 고산지대에 만년설이 앞으로 영원한 것일까? 지구의 온난화로 어떤 변화가 있지 아니할까. 염려하며 후대 손손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보는 저녁이었다.
첫댓글 다시 읽고갑니다.
저도 가 보고 싶네요.
다시 가보고 싶네요. 아름다운 경관에 멋있는 여행이었다는 기억만 남아 있었는데... 아름다운 호수에 비친 빨강색 지붕의 그림 같은 그림자... 만년설을 이고있는 산과 수 많은 폭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