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간다는 각오 없으면 실패 준비기간 1년 이상으로 길어져
새로운 귀농·귀촌 트렌드, 귀농·귀촌 박람회 급증
인터넷 카페·블로그 활발
충남 서천군 귀농지원센터에서 교육 받은 사람들이 밝게 웃으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지난해 농촌진흥청에서 운용하는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찾은 상담자는 약 2만2000명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집계한 지난해 귀농·귀촌 가구수는 2만7000 가구다. 수치만 보면 상담자와 귀농·귀촌인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실제 상담을 받은 사람 가운데 귀농·귀촌을 선택한 이는 10%에 불과하다.
올해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찾아 상담을 받은 사람은 지난해 절반 수준이다. 월 평균 1000명이 센터를 찾는다. 하지만 센터의 김보성 농촌지도관은 “지난해보다 더 일할만 하다”고 말했다. 수는 줄었지만 진짜 귀농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온다는 것이다.
“지난해만 해도 어떻게 귀농을 해야 하느냐며 막연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올 들어 찾아오는 사람들은 다릅니다. 자신의 귀농 계획을 이야기하며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찾는 사람이 늘었습니다. 귀농 문화가 좀 더 성숙해지며 나타난 현상이라고 봅니다.”
김 지도관은 귀농 준비 기간도 더 길어졌다고 말했다. 2년 전만 해도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교육을 받고 농촌으로 향했다. 올해 센터를 찾은 사람들은 1년에서 3년까지 바라보며 준비한다고 한다.
그는 “귀농·귀촌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하면서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확실하게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귀농·귀촌 사례가 늘며 농촌생활이 녹록하지 않다는 사실을 많이들 경험했다”며 “특히 직장 선배나 지인이 농촌생활을 접고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걸 보고 인생 2막을 좀 더 신중하게 준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2년 전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와 함께 귀농·귀촌 바람이 불었다. 2010년 4000가구에서 2011년 1만 가구가 귀농·귀촌했다. 지난해에는 2만7000 가구가 귀농·귀촌을 선택했다. 귀농·귀촌 인구가 해마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5월 귀농귀촌진흥회가 전국 8개 대도시 거주자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1.6%가 ‘귀농이나 귀촌을 희망하고 있다’고 답했다.
귀농·귀촌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방법과 정보량이 늘어난 것도 달라진 모습이다. 현재 포털사이트 네이버에만 1000개가 넘는 귀농 카페가 있다. 여기에 귀농 전문가들이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가 활성화 됐고, 귀농·귀촌 정보를 제공하는 정부 사이트까지 더 해졌다.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귀농 1번지’ 같은 구호를 내걸고 공격적으로 도시민 유치전을 펼친다.
막연한 동경 아닌 진지한 희망자 늘어
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로 올라오는 공지만 한 달에 서너 건이 넘는다. 대형 귀농행사가 열리면 인터넷 카페나 귀농 연구회 홈페이지에 문답이 쏟아진다. 가입자 13만명의 귀농카페 ‘귀농사모’의 관리자는 “회원들은 주요 귀농 행사가 열리면 자발적으로 정보를 공유한다”며 “지역 특산품부터 부동산 가격, 이전 인근 마을에서 벌어진 귀농 사기 사건에 대한 질문까지 다양한 주제를 놓고 게시판에서 의견을 나눈다”고 말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귀농 교육에 적극 나섰다. 농촌진흥청은 귀농귀촌종합센터를 세워 관련 정보를 제공한다. 각 지방 자체단체들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농사를 갓 시작한 귀농 후보자를 위한 각종 농산물 재배 교육부터 농기계 운전·관리, 농약과 비료, 재배 작물의 유통까지 과목도 다양하다. 1박2일에서 일주일 기간을 두고 농촌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귀농·귀촌 관련 박람회 수도 크게 늘었다. 올 하반기에 예정된 귀농·귀촌 관련 박람회는 모두 13개에 이른다. 관련 정보를 얻기가 그만큼 수월해졌다. 농어촌 유학시설도 5년 만에 35곳이 생겼다. 2007년 115명에 불과한 농어촌 유학생이 2009년 183명, 2010년 302명, 2012년 355명으로 증가했다.
정보량이 늘었고 지원 대책도 다양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귀농·귀촌 프로그램 대부분 단편적 교육에 그친다는 것이다.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데 농사를 속성으로 가르치는 게 무리라는 지적도 있다.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지원 금액과 적용 범위를 과장하는 일도 잦다. 채상헌 천안연암대 귀농지원센터장은 귀농을 사회적 이민이라고 정의한다. 이민 갈 때 그 나라의 사회·문화적 특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상대방의 가치를 존중할 때 적응할 수 있다. 귀농도 마찬가지다. 채 센터장은 “성공적 귀농의 척도는 ‘매출 1억원’이 아니라 담장 너머로 물건을 주고 받을 수 있는 이웃을 만드는 것”이라며 “귀농은 정서적 만족감을 얻어야 성공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는 늘었지만 귀농·귀촌만 하면 모든 게 거저 된다는 식의 과장 홍보도 많아졌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알아보는 것과 동시에 새로운 이웃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성공에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습니다. 특히 내가 사는 마을에 어떻게든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 가짐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이웃도 마음을 열고 함께 공동체 생활을 즐길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