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비록 우리가 가진 것이 없더라도
바람 한 점 없이
지는 나무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또한 바람이 일어나서
흐득 흐득 지는 잎새를 바라볼 일이다.
우리가 아는 것이 없더라도
물이 왔다 가는
저 오랜 썰물 때에 남아 있을 일이다.
젊은 아내여.
여기서 사는 동안
우리가 무엇을 가지며
무엇을 안다고 하겠는가.
다만 잎새가 지고
물이 왔다가 갈 따름이다. ㅡ 고은 ㅡ
잠을 청해도 잠이 오지 않는 밤. 벌떡 일어나 앉았다.
젊었을 땐 사람들이 외로운 순간을 어떻게 극복해 내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곧잘 물었다. 어떻게 외로움을 견디느냐고.
이젠 묻지도 않는다. 그저 견딜 뿐이다.
할 줄 아는 거 없으므로 예전의 방법대로 책을 읽고, 걷고, 고요 속에 침잠할 뿐이다.
나는 술 한방울도 허락하지 않는 가정에서 성장했다.
흐트러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가정에서 성장했다.
그 긴장감이란...
법정 스님같은 분은 어떻게 이 인생의 덧없음을 흐트러지지 않고 견뎌냈을까.
절제된 삶속에서 남편과 자식들을 위한 무던한 헌신.
나는 과연 잘 살았는가.
나에게 과연 무엇이 남았는가.
내 본연의 삶을 살고 싶다.
그러나, 아침에 눈을 뜨면 우리 엄마처럼 밥탱이처럼 또...
이런 내가 싫어지는 밤.
아! 수정해야 되겠다.
남편과 자식들이 웃을지 모른다.
당신이 언제 우릴 위해 헌신했다는 거지?
사람은 다 자기 입장에서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한다.
김성혜, 너 무식한 소리 그만 하고 퍼뜩 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