生과 死의 여정
▼ 마냥 평화로울 것만 같은 정경입니다.
그러나 그 안에는 生과 死에 얽힌 무수한 사연들이
끊임없이 일어나며 변화하고 있습니다.
모든 기쁨과 모든 슬픔이 그 안에 있습니다.
지금
언제나 '있는 그대로'입니다.
그게 현실이고
그게 자연이고
그건 진리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없습니다.
그것밖에는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이니까.
글, 사진 / 최운향 2024. 8
■ 평화와 사랑
털이슬 꽃을 만난 작은 개미 한 마리
꿀맛에 취해 넋을 잃습니다.
흘레붙은 나나니등에가 유유히
젤 좋아하는 꽃 사이를 날아다닙니다.
▼ 털이슬꽃과 개미
▼ 나나니등에와 파리풀꽃
▼ 긴산꼬리풀
▼ 부전나비
▼ 파리매
▼ 썩덩나무노린재
평화로운 순간입니다.
▼ 이삭여뀌
▼ 풍뎅이
▼ 암끝검은표범나비 유충
식성이 왕성합니다.
■ 弱肉强食과 욕심
자기를 사랑해 줄 수놈마저 잡아먹는 무당거미
그 시신을 매달아 놓고는 다른 먹잇감을 또 찾습니다.
▼ 무당거미
작고 못생긴 수놈을 잡아먹고 그 시신을 다른 것들과 함께
주렁주렁 매달아 놓고 삽니다.
▼ 파리매
■ 어리석음
머리 부분만 낙엽에 묻은 왕사슴벌레
제 딴엔 안전하게 숨은 줄 아나 봅니다.
▼ 왕사슴벌레
데크길을 걷는 사람의 발에 밟혀 죽지 않은 게
참 다행이었습니다.
■ 휴식
▼ 흰제비불나방
▼ 나방 종류
▼ 먹그늘나비
■ 내어주는 삶
결국 죽음을 맞이한 거목
그 썩은 육신에 일엽초가 번성합니다.
단풍마가 휘감고 오르도록 내버려 두고
발톱을 박고 기어오르는 녀석을 그냥 견디는 삶도 있습니다.
▼ 거목의 시신에 뿌리내린 일엽초
▼ 단풍마
▼ 넝쿨식물
■ 고된 삶
벽돌담 위에서 살며 용케 꽃을 피운 들깨풀
한낯 뜨거운 열기를 모질게 견딥니다.
거미줄에 매여 용을 쓰는 꽃송이
바람이 불 때마다 괴로워 신음합니다.
▼ 들깨풀
붉은 벽돌담장 위에서 어이 살 수 있었을까?
그래도 아주 작은 모습으로 꽃을 피웠습니다.
▼ 남방오색나비
처참한 몰골, 삶의 고뇌를 증명합니다.
생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 노란괴불주머니
▼ 큰도둑놈의갈고리
■ 죽음의 함정
총총히 터널형 그물을 쳐놓은 들풀거미
툭 건드리자 쏜살같이 은신처로 숨습니다.
죽음의 함정은 도처에 산재하고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 들풀거미
터널형으로 완벽한 집을 짓고 삽니다.
먹잇감이 들어오면 빠져나갈 수가 없습니다.
▼ 집을 짓는 거미
자신은 줄에 걸리지 않습니다.
생존의 방법은 참 다양합니다.
■ 死
생명은 다양한 사연으로 이별을 맞습니다.
그 몸은 다른 생명의 먹잇감이 되기도 하고 그 본원으로 돌아가지만
생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그 영(생명)은 우주공간(의식공간)에서
영원할 겁니다.
그곳에서 왔기에 그곳으로 돌아감은 마땅합니다.
믿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아슬아슬한 羽化의 고비를 넘지 못하고 죽은 경우.
우화의 과정은 빈틈이 없이 정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니면 기형의 성충이 되거나 죽고 맙니다.
▼ 암끝검은표범나비(수놈)의 주검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 방아깨비의 주검
▼ 매미의 주검
■ 해탈의 실상
해탈이 분명 있으니 열반이 분명 있습니다.
'현재'는 생과 사의 영원성을 증명합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무수한 등신불로 나투어........
글, 사진 / 최운향 2024.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