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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스님 |
금강스님은 16일 불교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사고 발생 후 사후대처 미흡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스님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 인명구조임은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 담당자들은 돈과 책임의 문제를 저울질 하다 정작 구조를 실시해야 할 가장 긴박하고 중요한 시기를 놓쳐버렸다”며 “눈앞에서 살아있는 아이들이 배와 함께 가라앉고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은 너무나 참담했다. 내 심정도 이런데 당시 부모들이 느꼈을 아픔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할 때 현장에 내려간 스님과 봉사자들의 역할이 큰 힘이 됐다. 금강스님은 “아이들을 기다리느라 끼니를 거르는 가족들에게 시시때때로 따뜻한 죽과 음료수를 제공했다. 또 사망이 확실시 되고 시신수습과 입관이 이루어지며 가족들이 오열하고 힘들어할 때 곁에서 스님들이 수습을 돕고 천도의식을 지내는 등 많은 도움이 됐다. 당시 가족들은 종교에 관계없이 스님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했다”고 밝혔다.
금강스님은 시간을 쪼개어 팽목항 현장에 내려온 스님과 봉사자들을 ‘보석 같은 존재’라며 감사를 표했다. 스님은 “부처님오신날, 사중 행사를 미루고 자원봉사와 기도를 위해 팽목항 현장에 내려온 스님이 있었다. 선방 수좌스님, 학인스님 그리고 자원봉사자들이 자신의 시간을 쪼개 이곳에 내려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도와 봉사를 진행했다. 앞으로 불교계에서 보다 주목하고 지원해야 할 것은 바로 이런 스님과 재가자들의 실천행일 것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불교계의 사회적 역할에 대해 금강스님은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시점이다”라며 “이번 사태 이후 거론되는 사회문제들에 대한 해결을 위해 앞으로 불교계가 어떤 역할을 맡아가야 하는지 심도 깊은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벤트성 행사는 지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강스님은 “추모재나 기도는 분명 필요하다. 허나 그런 행사가 이번 사태에 대한 불교계 역할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된다”며 “개인의 고통과 사회적 고통을 어떻게 해결할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이 불교의 참된 가르침이다.
상처받은 이들을 면밀히 위로하고 사회를 천천히 바꿔갈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긴 호흡으로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강스님과의 인터뷰는 16일 오후 4시 팽목항 법당 옆 공간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스님과의 일문일답.
- 이번 세월호 사고가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튼튼한 기초보다 재정적 이익을 우선하는 욕망이 사고발생의 원인이다. 집을 하나 지어도 기초, 기둥이 튼튼하면 무너지지 않는다. 배의 수명이 20년인데 그 수명을 억지로 10년 더 늘린 것은 생명을 다루는 문제에 돈을 우선한 단적인 예 아닌가? 규제나 질서 등 기본이 되는 것들보다 이익적 차원에 집중하던 행태가 결국 대참사로 이어지게 됐다.”
- 사고 발생에 이어 사후 대처 미흡이 너무 안타까웠다.
“사고가 일어난 원인보다 더 큰 문제는 사후 대응의 미숙이었다. 부처님께서 설한 독화살의 비유를 보면 독화살을 맞았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빨리 화살을 뽑고 독이 퍼지지 않도록 치료하는 것이지 화살이 어디서 왔는가, 화살의 재질은 무엇인가 등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은 인명구조인데 담당자들은 돈과 책임의 문제를 저울질 하다가 구조를 실시해야 할 가장 긴박하고 중요한 시기를 놓쳐버렸다. 이것은 우리사회가 생명의 소중함을 놓치고 부수적인 것들을 더 중시하고 있다는 증거일지 모른다.”
- 참사 이후 온 국민이 애도와 슬픔, 분노 속에서 침통한 한달을 보냈다. 현장에서 직접 참사를 목격하고 유가족을 만난 스님의 심정은 오죽했을까 싶다.
“바로 눈앞에서 살아있는 아이들이 배와 함께 가라앉고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심정은 달리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발만 동동 구르며 상황을 보던 내 심정도 이런데 부모들이 느끼는 아픔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안타깝다는 말밖에 달리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 현장에 내려온 스님들과 봉사자들이 많은 역할을 도맡아 온 것으로 알고 있다.
“사고가 벌어진 첫날부터 가족들은 식음을 전폐하며 아이들의 생환을 기다리고 있었다. 스님과 봉사자들은 무엇 하나 제대로 먹지 못하는 가족들을 위해 수시로 따뜻한 죽과 음료, 떡 등을 제공했다. 사망이 확실시 되고 시신수습이 이루어지면서 가족들이 자신들만으로 감당이 안 될 때도 스님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오열하고 힘들어하는 가족들의 손을 꼭 잡고 좋은 곳으로 가길 축원하는 천도의식을 간절히 봉행했다. 이처럼 불교가 현장에서 심정적인 도움을 넘어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 팽목항 법당에서는 매일 아침 7시부터 저녁 8시까지 릴레이기도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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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모든 국민들과 환경, 미래사회 등에 초점을 두고 제도와 법률을 적용할 수 있는 정부가 되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을 이야기 했었는데 규제를 손쉽게 풀려 해서는 안 된다. 규제를 푼다는 것이 바로 개발주의 이익주의를 대변하는 것 아닌가. 도리어 규제를 강화하고 철저히 지킬 수 있도록 감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이 같은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매뉴얼을 만들고 또 그 매뉴얼을 꼭 지킬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 대통령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작은 소임부터 큰 부분까지 책임지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지금 정부는 사건에 대한 책임이 아니라 얼마 남지 않은 6.4 지방선거를 위한 채비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면에서 정부가 정치를 초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 부정부패, 책임의 방기, 생명 경시, 이런 것들이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면 불교계도 그 책임이 있지 않나?
“불교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종교로서 정신적 지주역할을 담당해왔다. 그리고 스님과 우리 불자들에게는 우리 모두가 하나라는 연기론과 불살생의 생명존중 사상 등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전달할 의무가 있다. 그런 면에서 그동안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스님과 불자들 모두에게도 이번 사태에 책임이 있다.”
- 그렇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 불교계가 할 수 있는 사회적 역할에는 무엇이 있을까?
“혼자만의 고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머리를 모아 각자의 고민을 털어놓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논의의 틀과 공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 종단차원의 추모재가 열린다고 들었다. 1000일 기도 등의 행사를 진행하자는 목소리도 들린다. 물론 추모재, 기도 모두 필요한 일이지만 이제 더 이상 보여주기 행사, 이벤트성 행사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개인의 고통과 사회적 고통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게 우리 사회를 성숙케 하기 위해 불교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답을 내릴 수 있는 깊은 논의와 담론이 필요한 시점이다.”
- 이 역할을 하기 위한 불교계, 조계종의 자기변화도 있어야 할 텐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결국 종단의 구조적 변화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은 총무원, 즉 행정중심의 구조 속에서는 모든 대안이 행사 중심으로 진행 될 수밖에 없다. 직접적으로 문제를 체감하는 사회계층, 연령, 사건별 대응을 위해서는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기구에 더 많은 힘이 실려야 한다. 일례로 총무원이 아닌 포교원이 종단기구의 중심이 되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사회를 바라보는 수행자의 원력이 좀 더 존중될 필요가 있다. 부처님오신날, 사중 행사를 미루고 자원봉사와 기도를 위해 팽목항 현장에 내려온 스님이 있었다. 선방 수좌스님, 학인스님과 자원봉사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자신의 시간을 쪼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기도와 봉사를 진행했다. 이들은 누가 알아줘서 온 것이 아니다. 원력과 자비심을 가지고 보살행을 실천하러 온 것이다. 이곳에 있으며 지난 한 달간 불교계의 보석 같은 이들을 만나왔다. 사회적 아픔과 고통이 있을 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과 실천, 이런 것들이 종단적 차원에서 진행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는 행정 중심이 아닌 수행 그리고 포교가 중심인 체계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 (인터뷰 3일 후인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하고 해경 해체, 국가안전처 신설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어떻게 보았나?
“해경을 갑자기 해체하고 국가안전처를 설립하는 것은 결국 하나의 미봉책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뼈아프게 슬픔을 공감하고,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인가를 살펴야 하는데 이번 담화문 발표가 그와 같은 진단의 결과인지 잘 모르겠다. 법과 시스템이 갖고 있는 제도적 한계 극복, 공무원 등 각자 역할을 맡은 이들의 책임성 강화, 생명존중이 경시되는 사회풍조 개선 등을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질적 방안이 필요한데 이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앞으로 백년 넘게 두고두고 기억될 한국사회의 큰 아픔이자 교훈이다. 이 시점에서 문제에 대한 실질적 대안과 극복 방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한국사회는 물질만능의 풍조 속에서 뒤로 후퇴할 것이며 반대로 이를 극복하게 된다면 사회는 한층 더 성숙하게 발전할 것이다.”
▲ 팽목항 난간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노란 리본과 흰 연등이 달려있다. '극락왕생'이라고 적힌 백등 아래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자가 놓여져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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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마음이 아퍼서 아퍼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