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축산(1,081m), 산의 기억과 공허
이원근
◉ 2026.4.22. 맑음
◉ 영축산자연휴양림-단조산성-영축산-옛 취서산장-지내마을
언양 들판을 지나 신불산과 영축산 자락에 들면, 거대한 암봉 하나가 시야를 붙든다. 동해를 향해 날아오르기 직전, 몸을 웅크리고 날개를 펼치는 독수리의 형상. 산은 그저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막 움직이려는 생명처럼 긴장과 균형을 품고 있다.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은 여전히 겨울의 색을 간직한 채, 거대한 암벽과 기암괴석이 웅장하게 솟아 있어 영축산 특유의 험준하면서도 멋진 산세를 보여준다. 하늘은 다소 흐린 상태로, 산 정상의 신비로운 분위기를 더해주고 암벽 사이, 주변 곳곳에 분홍색 진달래가 삭막할 수 있는 바위산에 화사한 색채를 더하고 있다.
그 황금빛 평원 한가운데, 바위틈을 비집고 피어난 진달래는 무리 지어 흐드러진 풍경이 아니라, 한 송이 한 송이가 숨을 고르듯 자리 잡은 모습. 거친 암석과 마른 억새 사이에서, 유난히 선명한 빛을 띠며 피어난 그 꽃들은 오히려 더 요염하고, 더 절제된 아름다움을 보여주고 있었다. 눈에 띄려 애쓰지 않아도, 그 존재만으로 이미 충분한 풍경이었다.
억새의 황금과 진달래의 붉음. 서로 다른 시간에 속한 색들이 한 화면에 겹치며 묘한 대비를 만든다. 아직 오지 않은 계절과 이미 지나간 계절이 맞닿아 있는 자리, 그 경계에 서 있다는 느낌이 분명했다.
아직 새순이 완전히 올라오기 전, 빛을 잃지 않은 마른 억새는 오히려 더 깊은 색을 품는다. 그 위로는 바람이 지나가며 결을 만들고, 그 결 사이로 계절이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이런 풍경을 보지 못했다. 늘 앞서가는 발걸음을 따라가기에 바빴고, 숨을 고르기도 전에 다음 걸음을 내디뎌야 했다. 시선은 언제나 누군가의 등 뒤에 머물러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걸음이 느려지니 비로소 산이 말을 걸어왔다.
문득, 늘 함께 걸었으나 오늘 빠진 산똘뱅이 셋의 빈자리가 느껴졌다. 웃음과 농담이 끊이지 않던 자리, 발걸음 사이사이에 스며들던 기척이 사라지자, 산은 더 넓어졌고, 바람은 더 또렷해졌다. 풍경은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 아름다움은 어딘가 한 겹 비어 있었다.
그래서인지 오늘의 능선은 더 오래 눈에 남는다. 함께였던 시간과 홀로인 순간이 겹치고 산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 기억이 된다.
▲ 다양한 색의 진달래, 오이풀(가운데), 처녀치마
첫댓글 ㅡ 임병환
*영축산~
*멋진 산행^^
*행복한 산행^^
*수고 하셨습니다.
ㅡ 변삼수
잠을 설치며 올라가 점심과 곁들어 한 잔, 하산해서 또 한 잔하면 얼큰한데도 산행하면서 본 것과 느낀 것을 글과 사진으로 기록한 산행기를 읽을 때마다 감탄해요. 늦도록 작업하느라 잠을 설치는 것 같아요. 건강을 잘 챙기도록 해요.
ㅡ 권수문
영취산은 영남알프스의 대표적인 산이지요.
특히 억세는 국내 어느 곳 보다 유명하고 진달래도 많은 산이지요.
소인도 대간을 할 때 걸음이 느려 그져 앞 사람의 발자국을 놓칠새라
그야말로 새(혀)가 만발이 빠지도록 쉬지 안고 따라 다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런 지난 날의 고생과 추억은 지금은 만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마음의 양식이 되었습니다.
지금쯤 진달래가 만발한 영남알프스의 능선을 생각하면 마음은 벌써 그 곳에 가 있습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발걸음,
항상 안전, 안전한 여정이 되기를 기원드립니다.
ㅡ 여상인
공곡옹께서는 어디서 그런 열정이 솟아나는지 궁금하네그려! 온 산의 정기를 다 받아선가?
ㅡ 박낙원
덜머리에 파래소 폭포 사진이 와없는가?.
작년 10월 어느날 그날 정상에 아무도 없어 스틱세우고 내가 사진사로 한판 찍고, 정상 석 앞에 싱글 셀카 찰갂해보니 미련곰탱이 할배 맘에안덜어 다시한번 밖아봐도 "엤다"
"지워뿌고" 구름타고 내려온 기억이 나는구나.
◇완등 축하드립니다 길동무님도.◇
ㅡ 서중권
대단한 친구
산 사나이
안전 조심 조심
ㅡ 김종배
이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
저는 지금 충남공주 헤메고 있습니다 .
ㅡ 황병율
수고하셨습니다
산행기 잘 읽었습니다 .
건강 잘 챙기시고.
ㅡ 하종배
정말 대단하십니다
최고의 건강비결입니다
항상 응원합니다 .
ㅡ 정규린
아름답습니다 건산하세요
ㅡ 최숙희
우리도 영축산 정상에 서 본 적이 있습니다. 늘 안전한 산행되세요.
산이 아니라
기억을 다녀오신
느낌입니다.
함께와 홀로의
시간이 겹치는 그순간,
글로도 이렇게 전해지네요......
잘 읽었습니다.
릴리님 오셨군요.
늘 앞에 서서 길을 열어야 하니 풍경보다 사람이 먼저이지요?
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시간에 집을 나서고 코스와 날씨를 다시 점검하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연락망과 장비를 챙기고 남들은 가벼운 배낭 하나지만, 대장님 어깨에는 책임으로 늘 무거우실 겁니다.
날씨가 좋으면 당연한 일이 되고,
비라도 내리면 원망이 되고
길이 험하면 준비가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길이 쉬우면 재미없다는 불평이 나오고.
칭찬은 바람처럼 스쳐 가고, 작은 실수도 오래 남을 겁니다.
길을 아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사람을 끝까지 데리고 내려오는 사람이기에, 대장님을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