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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속담에 이런 얘기가 있다. 이 이야기는 극도로 살벌한 경쟁사회를 사자와 가젤을 통해 비유하고 있다. 누구나 생존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질주해야 한다. 경인년(庚寅年)을 맞이하여 ‘호랑이’ 이미지가 많이 부각되고 있다. 호랑이처럼 예리한 눈으로 현실을 뚫어보고 신속하고도 용맹스러운 태도를 가지라는 덕담이 있다. 지식을 습득함에 있어서도 호랑이에 빗대어「타이거 시 러닝(Tiger See Learning」 이라는 독서법이 있다. 글을 읽지(to read) 말고, 글을 보라(to see)는 뜻이다. 산에 나무를 일일이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의미이다. 호랑이처럼 예리한 눈으로 새해를 맞아 시대적 트렌드를 고찰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농촌의 가치가 떠오르고 있는데, 거기에 핵심키워드는 ‘마을’이라는 공간이라는 것이다. 「트렌드 코리아 2010」에서 새해는 “내가 사는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정체성이 강화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가 사는 곳이 곧 나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주거문화에서 생활가치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당당해지고 싶은 욕망이 곧 삶의 공간으로 연결되는 심리적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을 보내면서 마을개발과 관련하여 인상 깊게 접한 두 곳의 소식을 전해주고 싶다. 지난 해 11월 강원도 철원 김화읍의 초청으로 ‘민들레마을’개발전략에 대한 강의를 다녀온 적이 있었다. 이 마을은 철책선 부근에 180여 농가로 비교적 큰 마을의 형태를 이루고 있다. 최전방에 위치해 비교적 조용한 마을이다. 그런데 요즘 녹색의 바람을 타고 청정한 자연환경에 힘입어 도시민들이 쉬엄쉬엄 찾아오는 곳이다. 콩농사를 많이 짓고 있는데 두부 맛이 일품이라 방문객들의 칭찬이 자자하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토마토, 오이, 파프리카는 주로 일본으로 수출되고 있다. 비무장지대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과 기름진 땅에서 생산한 농산물의 가치를 일본인들이 알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재배된 철원오대쌀은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 좀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 이날 주민들과 많은 대화도 나누었다. 빼어난 청정지역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마을의 정체성을 찾아 활발한 도농교류 마을로 만들어보자는 주민들의 의욕을 읽을 수 있었다. 그동안 마을개발에 대해 김화읍의 공무원들의 많은 지도가 있었다. 어디서든 뜻만 있으면 전후방을 불문하고 마을개발은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또 하나는 작년 흰 눈이 펄펄 내리는 크리스마스 전날, 전남 장성 축령산지구 편백권역(9개마을)의 농촌종합개발사업 추진위원회 위원장으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부원장님!, 좋은 소식 전하겠습니다.”라는 첫 마디였다. 숙원사업이었던 농촌종합개발사업이 선정되어 국비 약 37억원을 지원받게 되었다는 얘기다. 축령산의 울창한 편백나무 숲을 중심으로 피톤치트 특성화마을로 개발 조성된다는 것이다. 이곳의 마을지도자들은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본 연수원에서 마을지도자교육을 이수하였으며, 필자가 지난해 여름에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현장교육까지 한 곳이다. 그동안 뭔가 해 보자는 마을지도자들의 굳은 의지와 주민들의 단합된 힘으로 이루어낸 쾌거이다. 자연적인 촌락마을에서 경쟁력 있는 지역특성화 마을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이제 마을이란 공간의 가치는 생산과 체험을 넘어서 건강을 위한 치유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음을 말해 주고 있다. 앞으로 ‘농촌’이라는 키워드가 사회적 생활문화의 중심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마을’이라는 공간의 가치를 어떻게 채워 나가느냐가 관건이다. 변화의 시대를 맞아 지역주민들의 자각을 바탕으로 마을의 특성을 브랜드화, 디자인화 해 가야 한다. 호랑이 이미지처럼 환경변화를 탐색하여 목적지를 설정, 질주해 가는 마을공동체로 나아가자. 속담에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