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 설사란 일반적으로
선진국의 국민이 개발도상의 열대 지역으로 여행을 할 때
하루 3 회 이상의 설사와 복통, 구토, 발열, 후중기 등의 증상 중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수반하는 임상양상을 보이는 것을 의미하나,
보다 넓게는 여행을 하는 경우에 발생하는 모든 설사를 통칭한다.
여행자 설사는 해외 여행객들이 경험하는 가장 흔한 건강 상의 문제로
열대 지역을 여행하는 경우 평균 30-40 % 의 여행객들이
여행자 설사를 경험하게 된다.
이 중 30 % 는 아예 침대에 누워 지내게 되고
40 % 는 목적한 소기의 활동을 못하게 된다.
여행자 설사의 발생은 다음의 몇 가지 요소에 의하여 결정된다.
우선 여행 자체가 설사를 유발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행 중에는 집에서 보다 술을 많이 마시게 되고
음식이나 물의 섭취 또한 불규칙적으로 되어 설사가 발생한다.
실제로 세균성 장염의 빈도가 높은 멕시코 등에서
위험도가 낮은 미국으로 여행을 하거나,
공히 위험도가 낮은 스위스에서 미국으로 여행을 하는 경우에도
2-4 %에서 여행자 설사가 발생함은 이를 뒷받침한다.
또한 환자 측 요인도 여행자 설사의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데
위산도가 감소된 경우나 나이가 적을수록 설사의 빈도는 증가된다.
또한 장독성 대장균 (Enterotoxigenic E. coli, ETEC) 에 의한 설사는
혈액형과 무관하나,
콜레라나 이질은 혈액형이 O 형인 경우 많이 발생함이 확인되어 있다.
아울러 지역적 요인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데,
전세계의 지역을 여행자설사의 위험도에따라 세그룹으로 분류할수 있다.
가장 위험한 지역은 중미,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이며,
남부 유럽, 중동, 중국, 소련, 남부 아프리카
(잠비아, 짐바브웨, 보츠와나) 등은 중등도의 위험지역으로,
그리고 미국, 캐나다, 북 유럽, 남아공화국, 일본, 뉴질랜드, 호주 등은
위험도가 가장 낮은 군에 속한다.
우리나라는 중등도의 위험도를 가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지역별로 여행자 설사가 발생하는 빈도를 보면
중남미 지역은 평균 52 %,
아프리카 54 %,
아시아 지역은 39-57 % 정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1) 일반적인 원인
여행자 설사의 85 % 는 일반 박테리아에 의하여 발생한다.
각각의 원인균은 지역적 혹은 계절적인 특성을 가지고 발생하며,
역학이 변화할 수 있으므로
최신 정보를 토대로 하는 것이 진단 및 치료에 있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가장 흔한 원인균들의 순서는
ETEC - Shigella spp. & EIEC - Campylobacter jejuni - Aeromonas
-Plesiomonas - Salmonella 등이나,
여행지에 따른 차이를 고려하여야 한다.
2) 최근 문제가 되는 질환
① 장독소형 대장균 (Enterotoxigenic E.coli, ETEC)
장독소형 대장균(Enterotoxigenic E.coli, 이하 ETEC)는
여행자 설사를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 병원체이다.
주로 수양성 설사의 양상을 보이며
발열이 대부분의 경우에 동반되지 않고 5 일 이내에 증상이 완화된다.
ETEC는 ST(heat stable toxin)과 LT(heat labile toxin)의
두 가지 독소를 가지며 이 독소들에 의하여 증상이 발생한다.
특히 LT의 구조는 Vibrio cholerae의 독소와 유사한 구조를 가지는
특성이 있어 콜레라와 유사한 수양성 설사의 양상으로 발현하는 경우가
많다.
ETEC에 의한 설사는 개발도상국가의 경우
주로 3세 이하의 연령에서 호발하며
성장함에 따라 면역성을 획득하게 되어
설사의 빈도는 감소하는데 비하여
상대적으로 ETEC 감염에 노출되는 빈도가 낮은 선진국의 경우
성인에서 여행 후에 집단으로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② 콜레라
콜레라의 원인인 Vibrio cholera 는 세표 표면의 O 항원에 따라서
150 여종의 혈청형으로 구분되는데,
일반적으로 문제가 되는 콜레라는 Vibrio cholera O1 형이다.
Vibrio cholera O1 형은 classical type 과 El Tor type 의 두 가지
biotype 으로 다시 나뉘며, 현재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형은
Vibrio cholera O1 El Tor type 이다.
1992 년까지는 이 형만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1992 년 인도 남부와 동부, 그리고 1993 년에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콜레라의 경우 새로운 혈청형인 O139 형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Bengal
strain), O1 El Tor 의 변종으로 확인되고 있다.
O139 형은 인도 이외의 지역에서 집단으로 발생하지는 않고 있으나
기존의 O1 El Tor 형에 비하여 전파 속도가 빨라
향후 콜레라의 전 세계적 유행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임상적으로 Bengal strain은 trimethoprim/sulfamethoxazole 이나
furazolidone 에 내성을 가지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1980년대 이후 집단발병이 보고된 사례가 없다가
2001년에 총 162명의 환자가 발생한 적이 있다.
③ Enterohemorrhagic E. coli (EHEC)
2003 년 6 월에 집단 발생을 하여 문제가 되고 있는 질병이다.
E. coli O157:H7 은 1982 년에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은 후 혈변을 보인
환자들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이래 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 집단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1983 년 이 균이 Shiga-like toxin을 분비한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발생 기전 등의 규명에 많은 발전이 있었다.
임상적으로 E. coli O157:H7 감염은 무증상 감염으로부터
비혈변성 설사, 출혈성 장염, 용혈요독 증후군 (hemolytic-uremic
syndrome) 과 급성 신부전, 그리고 사망까지 다양한 임상상을 보인다.
감염의 전파는 여러 가지 경로에 의하며,
가장 많이 보고된 것은 미국에서 덜 익힌 쇠고기가 들어간
햄버거를 먹은 후 집단 발생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야채, 우유, 사이다 등에 의한 전파도 확인되어 있으며,
대인 감염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coli O157:H7 이외에도 용혈성 요독 증후군 증상을 보일 수 있는
혈청형으로는 O26, O111, O17 등의 혈청형이 있다.
이 질병은 미국에서 매년 70,000 이상의 환자가 발생하여
60 여 명 정도가 사망하며, 캐나다, 영국, 아르헨티나, 일본 등에서도
집단 발생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1996 년에 일본에서는 10,000 명 이상의 환자가 집단 발생하여
큰 문제가 된 일이 있다.
국내에서도 EHEC 감염증은 1998년에 첫 환자가 발생한 이래
2002년 까지 총 19예가 보고 되었다.
E. coli O157:H7 감염의 진단은 대변 배양 검사를
반드시 sorbitol-MacConkey medium 에서 하여야 하며
배지에서 자란 균주를 이용하여 serotyping을 시행하여 확인한다.
치료로는 항균제 및 지사제 등이 도움이 안 되며
특히 지사제의 경우 임상양상을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피해야 한다.
현재까지는 E.coli O157:H7에 선택적인 치료는 없으며
용혈 요독 증후군 등의 증상에 대한 대증 요법만이 가능하다.
④ Shigellosis
Shigella는 group A(S.dysenteriae), group B(S.flexneri),
group C(S.boydii), group D(S.sonnei)의 네 가지 혈청형이 존재한다.
발생지역은 전 세계적인 분포를 보이며
주로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국가들을 중심으로 발생하여
세계적으로 60만 명 정도의 사람이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후진국이 아닌 국가에서는 주로 학령기 전의 아동들이나
집단시설에 수용중인 사람들, 집단급식소 등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특성을 보인다.
역학적인 특성상
후진국의 경우 Shigella dysenteriae가 주된 원인 병원체이며
선진국으로 갈수록 Shigella sonnei에 의한 감염증이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8년 이후 Shigella sonnei에 의한 감염증이 급증하는 양상을 보여
1999년에 1,782명, 2000년에 2,462명이 발생하였다.
치료로는 대증 요법과 함께 항균제를 투여하여 균 배출 기간을 줄이고
증상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나
2000년도에 국내에서 분리된 균주에서
3세대 cephalosporin을 분해하는
광범위 Beta-lactamase(CTX-M14)를 생성하는 균주가 발견되어
내성균주가 확산될 수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여행자 설사의 임상상은 60 % 의 경우 수양성 설사를 보이며,
이는 대부분 ETEC 로 인하여 발생한다.
여행자 설사는 90% 이상의 환자에서
여행 시작 2주 이내에 증상이 나타난다.
설사는 대개 하루 수 회의 설사로부터 십 회 이상의 설사를 보이는
형태까지 다양하게 나타나며,
4-6 일 정도의 경과 후에 자연 호전되는 경과를 취한다.
여행자 설사 환자 중 15 % 정도에서는 혈변성 설사를 나타내며
shigella, campylobacter, Entamoeba histolytica, EIEC 등에 의하여
발생한다.
이 경우 혈변성 설사, 발열, 복통, 후중감 등의 이질 증상이 나타나며,
항균제 치료가 도움이 된다.
2 % 미만의 소수에서는 1 개월 이상의 만성 설사가 생기며
이는 giardiasis, amebiasis, cryptosporidiosis, cyclospora 등에 의하
여 발생한다.
대개 전형적인 이질 증상을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상상 만으로 원인적 진단을 내리기는 어려운 경우가 많으며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대변 배양 검사 및 대변 내 백혈구 검사,
대변 잠혈 검사와 기생충 검사가 도움이 된다.
일반적인 설사의 치료와 마찬가지로
여행자 설사의 치료도 수액 공급, 대증 요법, 항균제 치료로 대별된다.
1) 수액 요법
수분과 전해질의 공급은 모든 설사 치료의 기본적인 요법이다.
기저 건강 상태가 좋은 경우 심한 탈수는 드물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 당분이 함유된 음료나 염분이 포함된 수프 등으로
수분 및 전해질을 보충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반면 소아나 노인의 경우 심한 설사로 인한 심각한 탈수가 가능하므로
보다 적극적으로 수분 공급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분 및 전해질의 적절한 공급을 위해서
WHO에서 제시한 oral rehydration solution을 사용할 수 있다.
2) 대증 요법
설사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는 3 가지 약제가 사용 가능하다.
이러한 약제들은 여행자 설사의 정도가 미약하여
하루 2-3 회 이하의 설사만을 보이는 경우에 효과가 있다.
① 분비 억제제 (antisecretory agents)
가장 대표적인 약제로 Bismuth subsalicylate (BSS, Pepto-Bismol)) 가
있으나 국내에서는 사용되지 않는다.
BSS 는 세균의 장독소에 대한 분비 억제 효과가 있다.
성인의 경우 BSS 524 mg (2 tablets or 30 ml)를 30 분 간격으로
8 회 복용한다.
설사의 횟수나 기간을 감소하는 효과가 50 % 정도에서 있다.
② 장관운동 억제제 (antimotility agents)
이에 포함되는 액제로 paregoric, opium tincture, codeine, loperamide
등이 있다.
이 중 loperamide (Loperin) 가 가장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약제이며
설사를 감소시키는 효과가 80 % 로 BSS 보다 우월하다.
성인의 경우 4 mg (2 capsules) 로 시작하여
설사시마다 2 mg을 추가 복용하며
24 시간 동안 8 알을 초과하지 않도록 한다.
이 약제를 사용하는 경우의 문제점으로는
첫째, 소아에서의 과용량이 문제가 될 수 있고
둘째, 모든 형태의 여행자 설사를 치료하는 것이 아니며
치료 후 재발이 될 수 있고,
마지막으로 shigella, salmonella, campylobacter 같이
invasive colitis를 일으키는 경우에는
설사의 억제가 오히려 세균의 배출을 억제하여
질병 기간을 길게 할 수 있으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③ 수분 흡착제 (water-absorbing agents)
수분 흡착제는 설사를 감소시키는 효과는 가장 떨어지나
반면 가장 안전한 약제이다.
Attapulgite 가 대표적인 약제로서,
소아나 임산부와같이 다른약제의 복용이 어려운 경우에 사용할 수 있다.
3) 항생제 (Antimicrobial agents)
여행자 설사의 대부분이 세균성 설사이므로
항생제는 가장 중요한 치료 약제이다.
항생제를 사용하는 적응증은 다음과 같다.
① 하루 3 회 이상의 설사가 계속되는 경우
② 설사와 복통이 동반되는 경우
③ 열이 나는 경우
④ 혈변성 설사가 동반되는 경우
여행자 설사에 사용할 수 있는 항생제는 여러 가지이나
미국 FDA에서 공식적으로 사용을 권유하는 약제는
Trimethoprim-sulfamethoxazole (TMP-SMX, Bactrim) 이다.
그러나 TMP-SMX 에 대한 항생제 내성이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에
있으므로 사용에 제약을 받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항생제 내성에 관한 문제가 되는 지역이나
C. jejuni 에 의한 여행자 설사가 호발하는 지역에서는
quinolone 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quinolone 계열 약제로는 norfloxacin, ciprofloxacin,
ofloxacin, fleroxacin 등이 있으며 치료 효과는 모두 비슷하다.
그러나 quinolone 제제는 성장기 연골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소아와 임산부에서는 사용을 하지 않아야 한다.
항생제 치료의 기간은 아직 정해진 바가 없으나,
일반적으로 3일 치료를 권한다.
그러나 단일 요법만으로도 효과적인 경우가 있으므로,
경증인 경우에는 단일 요법 (single-dose)을 시도하고
보다 중증인 경우에는 3-5일 요법을 시도하는 것이 좋다.
여행자 설사의 예방을 위하여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3 가지가 있다.
우선적으로
여행자 설사의 근본 원인이 되는 음식이나 물을 주의하는 것,
두 번째로 화학적 예방법, 그리고 면역예방법이 있다.
1. 음식이나 물을 주의하는 방법
여행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한 음식과 피해야 하는 음식을 구별할 수 있는 것이다.
주의하는 방법을 간단히 요약하면 끓이고, 익히고, 직접 껍질을 까면
안전하다는 것이다. (“ Boil it, Cook it, Peel it, and Forget it ")
2. 화학적 예방법 (Chemoprophylaxis)
1) Bismuth subsalicylates (BSS, Pepto-Bismol)
이 약제는 분비 억제제로
하루 2.1 g 복용 시 65 % 의 설사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부작용은 비교적 경미하여
혀나 대변색이 검게 변하는 정도의 증상이 발생한다.
2) 예방적 항생제 투여
항생제를 이용한 예방법은 일반적으로 권유되지 않는다.
그러나 다음의 몇 가지 특수한 경우에는
항생제를 예방적으로 복용하는 것을 고려한다.
① 과거에 여행자 설사의 반복적인 경험이 있는 경우
② 위산 장벽이 손상된 경우
③ 중요한 운동 경기에 참가하거나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
④ 기저 질환으로
염증성 대장염, AIDS, 당뇨병, 만성 신부전이 있는 환자
예방적 항생제는 출발 하루 전에 시작하여
가능한 노출이 있은 후 2 일 더 복용하나
3주 이상의 복용은 권유되지 않는다.
예방적으로 사용되는 항생제는 다음과 같다.
① Doxycycline
하루 100 mg 의 용량으로 81-86 % 의 예방효과가 있다.
그러나 멕시코의 경우
shigella 의 91 %, 이집트의 ETEC 의 89 % 가 내성을 보유하므로
예방효과가 감소되 고, 소아나 임산부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② TMP-SMX
50-71 % 의 예방효과가 있으나
방글라데시에서 shigella 의 55 %, 브라질의 salmonella 의 76 %에서
내성이 보고되어 있어 예방효과가 감소되고 있다.
③ Quinolones
88-94 % 의 예방효과가 있어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으며
아직 심각한 내성의 문제가 보고되지 않고 있어
예방 효과의 측면에서 가장 유용하다.
그러나 소아나 임산부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여행자 설사는 여행객에서 경험하는 가장 흔한 건강상의 문제로
국제적인 교류가 활발하고
여행자 설사가 주는 경제적, 시간적인 손실을 고려한다면
중요한 보건학적 의의를 가지므로 치료적 측면뿐만 아니라
예방적인 측면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