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구파발역에서 송추가는 704번 버스를 타고 낯선 “석굴암입구”란 데서 내리니 9시45분.
차탄시간 만 2시간이 넘는군요. 이정도 시간이면 내 고향 조치원도 가고 대전도 갈수 잇ㅅ건만.........
수놈 들이 처음 가는 곳을 지날 때 의례적인 절차. 오줌을 찍 깔기고는 북한산 둘레길中
牛耳嶺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걷다보니 곧 공원관리소가 나오는군요.
예약을 확인하는 검문이 잇ㅅ고 난 여기서 바지와 쟈켙을 벋고 쫄빤쓰와 반팔차림으로 무장을 합니다.
예약을 안 한 사람도 통과시키기에 5일전에 예약을 하고 온 나로선 좀 억울한 생각이 들어 “왜 통과를 시키느냐” 고 시비를 걸어봅니다.
참하게 생긴 여자직원이
“65세 이상 노인 분 들은 전화로도 예약이 가능하므로 여기서 주민등록증 확인만으로도 통과를 시킵니다.” 라고 공손히 대답합니다.
옛날 공무원들 처럼 안 돼는 방식이 아니고 긍정적으로 돼는 쪽으로 생각하는 게 옳은 것 같아서 “오늘 날ㅅ시 참 좋은데요.” 엉뚱한 대답을 하곤 자릴 뜹니다.
길은 참 좋네요.
완만한 경사에 우거진 나무숲.
3일 후면 산악마라톤 경기에 나갈 나에겐 가볍게 뛰기에도 좋고 年歲 드신, 아니 배뿔뚝이 우리마누라도 무리 없이 걸을 수 잇ㅅ을것 같아 좋고, 거기에다 흙이 많이 다져지지 않아서인지 살짝 살짝 쿳션도 느껴집니다.
牛耳嶺을 걷다보면 왼쪽 도봉산 쪽에 오봉五峰의 위용이 거대하게 다가오지만 사실 이 우이령의 주인은 여기서 잘 보이지 않는 牛耳岩입니다.
우이령 등성이를 넘으면 보일까? 잘 안보이네요.
20여년 전 젊은이들과 바위 한다고 쫓아다닐 때 이 우이암에 오른 적이 있지요.
북한산에선 유일하게 펜더링을 할 수 있는 곳 이지요. 아마?
옆에는 보문산장이 있엇고 기골이 장대한 산장지기 영감이 항상 술이 취해 있었는데 쬐끄만 할머니 에게 쥐어 사셨던 게 생각납니다.
아무튼 이 소귀고개는 牛耳岩에서 비롯되었으니 이고개의 주인은 소귀바위.牛耳岩 일 수 밖에 없잖아요?
우이령의 이름이 우이암에서 나왔다하지만
소귀고개 주인이 우이암이라는 말은 약간 어폐語弊 가 있네요.
그 옛날 이 고개를 넘나들던 양주 쪽의 농민들, 장사치들이 주인이지요.
그 시절 양주 쪽과 서울의 물산이 오고가는 길이잖아요?
이만한 경사면 소달구지 정도는 충분이 넘었음 직 하네요.
1시간 조금 더 걸렸나? 우이령 ㄱ곡대기. 마루터에 넓은 공터가 나오는군요.
여기서 우마차 영감은 소를 쉬게 하고 달구지에서 내려 허리를 펴면서 담배 곰방대를 피워 물었을 겁니다.
머리에 보따리를 인 아낙도, 등짐장수도 잠시 짐을 내려놓고 땀을 식혔을 것이고요.
또 그냥 바삐 넘는 사람도 있었고. 그러려면 이런 공터도 있어야 할 것이었고....
또 여기서 직접 사고파는 물건도 있었을 것이네요.
이런 소귀고개를 해방 후 美軍政때 군사도로로 확장을 했고 1968년 무장공비(김신조)가 내려 왔을 때부터 민간인 출입금지.
41년만인 2009년 7월. 다시 개방.
시민의 숲길로 돌아온 것이지요.
하지만 하루에 1000명으로 제한되어 있다네요.
예약은 필수구요.
10월인데도 아직 숲은 가을소식이 없습니다.
벌개미취, 쑥부쟁이가 가끔 피어있고 벚나무 몇 그루가 색깔이 조금 변해 있을 뿐.
아직은 여름 분위기이군요.
안내 지도에는 3시간 30분으로 나와 있지만 1시간 30분 만에 우이동 큰길가 로 나옵니다.
이곳은 한때 내 “나와바리” 였던적이 있었지요.
아-! 내 친구들 사이에서 만요.
내 사업장이 이곳에 있었거든요.
이 우이동에서 우이령 넘어가는 길가의 식당들은요. 묘한 식당들이 많답니다.
식당에 은밀한 방들이 있어요.
식사하는 房이지만요. 식당의 식사하는 방에 이불이 준비되어있답니다.
백반 한상에 요즘 조금 한다하면 이만원은 하지요?
23-4년 전에도 이만원은 했던 것 같아요.
.........허-! 내가 별 씰다리 없는 소릴 다 하구 있네.
허험! 그냥 갑시다. 그것도 추억이라고.......
둘레길을 걷습니다.
옛날 파크 호텔 입구 개울 따라 길을 접어듭니다.
의외로 이곳 경치가 좋군요.
계곡, 폭포, 숲 터널, 주택들과 그 주택의 담과 계곡과 숲이 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건 일부러 누가 인위적으로 만든 건 아니고요. 오래된 숲의 자연적인 조화인 것 같아요.
숲에는 그런 능력이 있지요.
길가의 쓰레기 더미도 몇 해 지나면 환삼덩굴이 덮어버려서 숲의 일부로 만들어버리잖아요?
아무리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콘크리트 구조물들도 숲에 오래 있으면 결국 숲의 나무와 풀들은 이 구조물들을 숲의 일부로 받아들여서 자기들의 일부로 만들어주지요. 포용력이 있어요.
북한산 둘레길.
잘 만들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더군요. 처음 걷는 사람은 길 잃어버릴 염려가 조금 잇긴 하지만요.
하지만 내가 느낀 건 북한산의 植生이 너무 단순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건 북한산에 국한된 건 아니예요.
사람 손길이 많이 타는 산의 모든 생물이 몸살을 앓다가 하나 둘 사라져버리게 마련이라, 북한산 같이 큰 산보다는 사람 손 안타는 조그만 산이 오히려 생물의 種이 다양한경우가 많답니다.
하지만 북한산은 명색이 국립공원이잖아요?
다양하게 유지할 의무가 있을 테고 그러려면 새로운 종을 키워야하는데,
몇가지 습지식물이나 수생식물을 자라게 하는 걸 보았습니다만
원래 옛날부터 북한산에 자라던 것 중 없어진 것을 찿아 다시 살아나게 하는 게 더 보람있는 일 아닐까요?
그런 식물중의 하나가 라일락입니다.
“미스킴 라일락” 말입니다.
미국사람들이 원래 북한산 일대에서 채취해 갔다 잖아요?
다시 우리나라에 역수출되어서 많이 자라고 있다는데 어떤 게 “미스킴 라일락”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이걸 북한산에 다시 자라게 하는 게 어떨까요?
라일락 몇 그루가 둘레길 가에 심어져 있는 건 보았습니다만 몇 그루. 조경의 개념으로 말고 다시 북한산의 나무들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정도로 말입니다.
처음부터 둘레길을 둘러보았을 때 생각났던 걸 말씀 드린 겁니다.
이날 전 우이령길을 지나 소나무 숲길, 순례길, 흰 구름길 을 걸어 정능에서 내려왔지만
순례길에서는 그냥 내려올 수 없어 이시영선생 묘소를 참배 했습니다.
이 길에는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모셔져 있지만 그중 내가 존경하는 분이 이시영 선생이라서
피곤하지만 잠간 시간을 내서 묘소로 올라갔습니다.
이시영 선생은
이항복의 11대 손 이십니다.
6형제중 5째 인데 맞형 이희영선생 둘째 이석영 선생등 모두들 당시 조선 최고 부자에다 대대로 재상을 지낸 명문가로서, 나라를 잃었다하나 부귀영화는 보장되어 있는 사람들 인데 형제들의 수천억(현재 화폐가치)에 달하는 전 재산을 처분(이희영 선생만 지금 돈으로 육백억, 이석영 선생은 더 부자 였다함) 하고 전 식솔50여명을 데리고 만주로 독립운동을 떠나서 본인들과 그 자제들이 독립운동에 모두목숨을 바치고 살아온 사람이 다섯째 이시영 선생이십니다.
여러분도 “신흥 무관학교” 이름은 들어보았지요? 이것 말고도 교육사업을 해서 수 많은 독립운동가를 배출하고 직접 아나키스트가 되어 총을 들고 싸운 분들이지요.
독립운동에 전재산을 써버려 자신들은 굶기를 밥먹듯 하였다는군요.
아시다시피 이시영 선생은 초대 부통령을 지내셨지만 대통령 이승만의 전횡에 반대 중도에 사임을 하시어 시대와 타협하지 않는 가문의 전통을 보여주셨지요.
그러나 오호통재라
여러분도 아는 그 손자. 국회의원 해먹고 대통령 출마도 꿈구었던 사람.
할아버지의 묘소를 돌보지 않아 봉분은 움푹 패여 있고 참배하는 사람이 없는지 올라가는 길에 이끼가 끼어 두 번이나 미끌어져 엉덩방아를 찟습니다 그려.
우리나라 최고의 노불레스 오브리주를 실천하신 분.
이렇게 묘소가 피폐해도 되는 것 인가요?
이런 분이 이렇게 존경받지 못하는 시대인가요?
흰구름길을 끝으로 정릉 탐방안내소에 도착한 시간이 ? 모르겟네.
오후 3시가 좀 넘었겟네요.
17k정도 걸었을걸요.
이사람 저사람 붙들고 물어물어 길음시장 안의 사우나 로.
대충 시간을 보내고 약속장소인 교대역으로.
그 뒤로는 마셔라 부어라 인사불성.
이제는요. 오르는 것 보다 걷는다는 개념으로. 이제 60이 넘었는데요.
나이만 육십이 아니구요. 무릅도 60이 넘었다니까요.
백두원인 성시기가 올립니다.
첫댓글 우이령 후기 --참으로 제일 좋네요 굿 ..굿..
이렇게 사람 사는 냄새와 유우머가 살짝 비치고, 사회풍자와 근대 역사가 있는,
한편 식생까지 말하는 잘된 답사기는 앞으로는 교과서에 실려야 합니다.
--사족; 산속에 이불있는 은밀한 방들에 대한 소설.경헙적 논픽션? 콩트도 나올법 한디..
--가명을 써가면~ 曺 머시기와 김승석이가 어느날..비오는 휴일 어쩌구 ~ 밝히는 내용등등 .기대만땅..
와우~~~
성식형님~~문의드립니다... 관음봉서 치개봉까지 거리와 산행시간이 얼마나 걸릴지요?? 혹시 개념도 있으신지요??
관음봉에서 치개봉 까지 시간이 나와잇ㅅ는 지도는 없구나. 개념도는 없고 그외 지도는 자네나 나나 가지고 잇ㅅ는것은 마찬가지.
그렇게 교대에 서경만남에 오셨네요.
즐거운 둘레길체험이셨겠어요.
후기에 근현대사 역사까지.. 즐감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