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나눔으로 아름다운 휴가를 본격적 휴가철이다. 산으로 바다로 떠날 계획을 잡은 이들이 많을 것이다. '휴가'라고 하면 반드시 놀러가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대부분이겠지만 올 여름에는 생각을 한 번 바꿔보자. 소중한 휴가 기간을 이용해 그동안 해보지 못했던 봉사활동을 해보는 건 어떨까. 전국 곳곳에는 교회가 운영하는 많은 사회복지 단체와 기관이 있다. 할 곳은 많다. 마음만 먹으면 된다. 봉사활동은 재충전이라는 휴가의 목적에 그 어떤 것보다도 잘 어울린다. 장대비가 쏟아졌던 14일 아침, 경기 여주군 오순절 평화의 마을을 찾았다. 장애인 200여 명이 살고 있는 오순절 평화의 마을에는 뇌병변ㆍ지적장애 등을 앓고 있는 영유아 생활시설 여주 천사들의 집과 지적장애 청소년ㆍ성인들이 생활하는 평화재활원이 있다.
"아저씨, 안녕하세요!" 천사들의 집 '사랑'방에 들어서자 대여섯 살 난 꼬마 서너 명이 기자 손을 꼭 잡으며 반갑게 맞아준다. 아직 아저씨가 아니니 형이라고 불러달라고 부탁했지만 꼬마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아저씨"를 외쳤다. '사랑'방은 천사들의 집에 있는 다섯 개 방 가운데 주로 6살 이하 장애아들이 생활하는 방이다. 친해지려고 노력을 하기도 전에 낯선 방문자에게 아이들이 먼저 다가온다. 성재(가명, 6)는 어느 틈에 기자 무릎 위에 올라 앉아 재롱을 부렸고, 준상(가명, 7)이는 장난감을 갖고 노는 법을 열심히 가르쳐줬다. 천사들의 집 아이들은 봉사자들의 방문을 하나같이 반긴다고 한다. 선생님(사회복지사)들이 늘 사랑으로 보살펴주고 놀아주지만 매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사람들과 살다보니 새로운 사람의 등장을 기다리는 것이다. 한 시간 가량 아이들과 정신없이 놀다가 "다음에 또 놀러오겠다"는 약속을 남기고 '희망'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희망'방은 중증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아이들이 살고 있는 곳이다. 여기 있는 아이들은 침대를 떠날 수 없다. 음식을 씹을 수도 없어 위장과 연결된 호스로 영양분을 주입해야 한다. '희망'방에서 할 수 있는 봉사는 아이들이 영양분을 잘 소화시킬 수 있도록 등을 두들겨 주고, 사랑스런 손길로 몸을 주물러 주고 쓰다듬어 주는 일이다. 아이들은 몸에 사람 손길이 닿는 것을 좋아한다. '희망'방에 사는 아이들보다 장애가 조금 덜한 아이들이 생활하는 '미소'방에 들어서자 점심식사가 한창이었다. 사회복지사 4~5명이 밥과 반찬을 갈아서 만든 죽을 숟가락으로 떠서 아이들 입에 넣어주고 있었다. 창우(가명, 15)의 식사를 도와줬다. 낯선 사람이 내미는 수저를 외면하지 않을까 조금은 걱정을 했는데, 창우는 고맙게도 맛있게 먹어줬다. '봉사'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기자를 안내해 준 김주혜(비비안나) 사회복지사는 "식사 도와주기, 말벗 돼주기, 함께 놀아주기와 같은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매우 가치 있는 봉사"라며 "웃는 얼굴로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손을 잡고 산책을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큰 기쁨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천사들의 집 방문을 마치고 성인 지적장애인들이 주로 살고 있는 평화재활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이곳에 사는 장애인들도 낯선 손님을 따뜻하게 환영해줬다. 성인 지적장애인들을 산책을 할 때 봉사자가 꼭 필요하다고 한다. 멀리 도망을 가는 등 이따금씩 돌발행동을 하기에 사회복지사 한 명이 여러 명을 데리고 산책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이곳 장애인들도 천사들의 집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이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평화재활원 4개 층을 모두 들러 장애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가는 곳마다 활짝 웃는 얼굴로 환영해주는 장애인들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봉사를 하겠다고 왔는데 오히려 얻어가는 게 많은 기분이었다. 천사들의 집에 근무하는 변만근(하상 바오로) 사회복지사는 "나보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오는 봉사자들이 많은데, 봉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갈 때는 하나같이 '많은 것을 배우고 얻어간다'고 말한다"면서 "특히 휴가 기간에 가족이 함께 봉사활동을 한다면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주 천사들의 집 김연미(스텔라) 사무국장은 "부모 손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이곳을 찾았던 청소년들이 봉사활동을 마치고 '정말 행복하다'고 말하고,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봉사활동은 청소년들 인성교육에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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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원봉사자 박 클라라씨가 천사들의 집 '희망'방에서 한 아이의 손을 잡고 활짝 웃고 있다. 박씨는 "봉사활동은 삶을 새롭게 해준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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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사회복지사가 천사들의 집 '미소'방 장애아 점심식사를 돕고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