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륙인 피렌체는 동양적인 풍수의 입지조건에 부합되는 곳이었다. 베네치아는 단결을 위해서 잘 난 인물들을 경계하는 문화였지만, 피렌체는 인물과 천재들을 후원하고 키워냈다. 각기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피렌체의 메디치가에서 후원했던 인물들이 다빈치이고, 미켈란젤로 아닌가. 그리고 이 피렌체를 대표하던 집안이 메디치 가문이고, 이 메디치 가문은 경주의 최부자집과 같은 집안이다. 최부자집은 원래 양반이었지만 메디치 가문은 장사를 하던 상인집안이다. 귀족이 지배하던 사회에서 상인이 지배하는 사회로 넘어가는 단초를 제공한 집안인 것이다. 유럽에서 상인이 문화의 주도권을 쥐고 리드해 나간 경우가 메디치 가문이고, 이 상인계급이 성취해 낸 결과가 르네상스 아닌가. 상인이 문화의 주도권을 쥐게 된 도덕적인 배경에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깔려 있었다. 주역(周易)의 문구대로 표현하자면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이다. 적선을 한 집안에 반드시 경사가 있다. 메디치 가문이 적선을 해서 발생한 경사가 르네상스이다.
르네상스가 같은 상인계급이 주도권을 쥐었던 베네치아가 아니고, 피렌체에서 일어났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필자는 풍수적 관점에서 내륙의 섬세한 기운이 바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바다에서 섬세함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바다는 진취성이고, 내륙은 섬세한 예술혼의 토양이다. 피렌체를 보고 동양의 도읍지와 그 풍수조건이 완전히 같다는 데에 놀랐다.
나폴리! 이탈리아 반도는 남쪽으로 내려가니까 지세가 달라졌다. 중부지역보다 산세가 가팔라지는 것이다. 높은 산들이 많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것도 바위가 돌출되어 있는 악산(嶽山)들이다. 이런 바위산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이탈리아 중부보다는 남쪽에서 훨씬 강골들이 많이 배출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측한다. 현지 가이드도 “그렇다”고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탈리아는 남부지역에서 장군들이나 강성인물들이 많이 배출되었다고 한다. 이탈리아를 통일한 가리발디 장군도 남쪽 출신이다. 그런가 하면 이탈리아 역사에서 마피아가 등장한 이후 역대 마피아의 보스들이 태어난 지역도 역시 나폴리를 비롯한 남부지역이다. 독재자 무솔리니도 남쪽 출신 아닌가? 정확히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
나폴리 쪽 조금 못미처 바위산이 하나 보인다. 산세가 힘이 있고, 앞에도 안산(案山)이 받쳐 주고 있어서 기도발이 있어 보이는 산이다. 안산이 없으면 기운이 샌다. 기운을 못 빠져 나가게 모아 주는 역할은 안산이 한다. 한국 같으면 저런 산 7부 능선쯤에 절이 들어설 지세였고, 그 절에서 고승이 많이 배출되는 풍수다.
“저게 무슨 산이요? 영발(靈發) 있어 보이는데요?”
“저 산 정상 부근에 건물이 하나 보이죠? 그게 유명한 베네딕트수도원입니다. 얼마 전에 ‘침묵’이라는 다큐멘터리로 소개된 유명한 수도원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멀리서 눈짐작으로 볼 때 대략 1,000m급의 산으로 보인다. 그 주변 일대에서 가장 지세가 좋고, 기운이 뭉쳐 있는 곳이다. 베네딕트수도원은 세계적인 명성이 있는 수도원이다. 침묵 수도원으로 유명하다. 이런 위치에 어떻게 수도원을 세울 생각을 했을까? 이탈리아 사람들도 풍수를 알았던 것일까? 아니면 기도를 하다 보면 자연적으로 알게 되는 것일까?
폼페이는 베수비오산의 정기 받는 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