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살 먹으러 우리 동네에 한 번 오라니깐."
"맛난 건 알겠는데 너무 멀다. 돼지고기 먹자고 왕십리까지 행차하기가..."
금호동에 사는 친구가 지네 (옆)동네의 돼지고깃집이 서울에서 으뜸이라며 연신 손나팔을 불어대는 통에 갑판장의 귀청이 떨어질 지경입니다. 하여간 참으로 말도 많고 시끄러운 자입니다. 귀차니즘으로 똘똘 뭉친 갑판장이 가산동에서 가부좌를 튼 채 요지부동이니 이번에는 그 친구의 아내가 나서서 기어코 선장님과 땅코에서 만날 약속을 정했습니다. 바늘이 행차를 하겠다니 실도 어쩔 수 없이 딸려 갈 수밖에요. 하기사 그 친구부부는 한 달에 한 번 이상으로 강구막회로 행차를 하는데 갑판장도 1년에 한 두어 번은 그 친구네 동네로 움직이는 것이 도리겠지요. ㅎ~
가산동에서 왕십리역 근처(행당동)에 있는 돼지고깃집인 땅코로 가자면 대중교통편으로 1시간도 넘게 걸립니다. 직접 운전을 해도 그 정도의 시간은 감수해야 할테니 대중교통편을 이용하는 편이 애주가인 갑판장네 부부에게는 더 편리합니다. 불콰해진 상태로 귀가를 해야 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땅코의 돼지고기구이가 으뜸(까지는 좀...과하지 않나...하여간...)임을 인정하면서도 가산동민인 갑판장네가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고깃집입니다. 이번의 땅코행도 근 1년 만이지 싶습니다.
화력이 좋은 숯불과 특이한 형태의 불판 / 땅코참숯구이, 행당동, 서울
땅코의 좋은 점은 우선 양질의 숯을 아낌없이 사용하여 아주 화끈하게 불을 지펴 제공을 한다는 점입니다. 일전에 다녀 온 구로디지탈단지역 쪽에 있는 고깃집에선 숯도 아닌 성형탄을 어찌나 아끼는지 불이 시름시름 앓는 수준이었습니다. 덕분(?)에 석쇠에 올려진 고기가 맛나게 익는 것이 아니라 뻣뻣하게 마르더군요. 불구멍이라도 활짝 열어 화력을 키울까 했는데 이런 된장, 불구멍을 아예 막아놓아 전혀 조절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런 경험은 손님으로선 딱 한 번이라도 무지 억울합니다. 제 발로 찾아 간 손님이었던 갑판장은 그 후론 발길을 딱 끊었습니다. 두툼한 토막의 고기를 굽기에는 역시 화력이 센 숯불이 제격입니다. 숯불은 복사열과 더불어 강력한 원적외선을 방출하기에 짧은 시간에 겉과 속을 동시에 익혀 육즙을 고스란히 머금은 쫄깃하게 촉촉한 고기를 기대할 수 있게 합니다.
땅코는 화력이 좋은 숯과 더불어 기름배출이 용이한 불판을 제공하여 고기의 맛을 해치는 그을음을 최소화 하였습니다. 돼지기름이 숯불로 떨어지면 불기둥과 함께 매케한 그을음을 뿜어내기에 고기의 맛을 해칩니다. 두툼한 철판에 일정한 패턴으로 요철과 구멍을 뚫어 복사열과 전도열은 물론이고 (불판의 곡면으로 인한)대류열까지 두루 활용케 한 점도 칭찬하고 싶습니다.
갈매기살과 목살 / 땅코참숯구이, 행당동, 서울
땅코 쥔장의 주장으로는 새끼를 안 밴 암퇘지만 사용하기에 맛이 더 좋다는데 이 건 어디까지나 쥔장의 일방적인 주장일 뿐 갑판장이 확인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암튼 땅코에서 제공하는 고기의 질이 좋다는 것은 현장에서의 관능검사만으로도 어느 정도 짐작을 할 순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목살을 주문하면 진짜 목살(사진에서 오른쪽에 있는 덩어리)과 대충 목살로 통용되기도 하지만 단면으로 보건데 전지(앞다리살)(사진에서 가운데 있는 덩어리)로 의심되는 부위도 함께 등장합니다. 갑판장이 고깃집에서 원하는 목살은 오직 사진의 맨 우측에 있는 것 처럼 그물무늬가 있는 고기입니다.
친구가 갈매기(간막이, 가로막, 횡격막)살도 맛나다길래 갈매기살(사진의 맨 좌측에 있는 덩어리)도 주문했습니다. 지방이 없고 쫄깃해서 씹는 맛이 좋은 부위이기도 하지만 내장과 가까이 접해 있던 부위라 특유의 육향이 있어 육식인들이 선호하는 부위이기도 합니다.
쥔장 혹은 종업원이 직접 구워줍니다. / 땅코참숯구이, 행당동, 서울
대개의 고깃집에선 기껏 두툼한 고깃덩어리를 제공해 놓고서도 불판(혹은 석쇠)에 올리기가 무섭게 잘게 조져 놓는 통에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두툼한 고깃덩어리를 통째로 제공했던 것인지 헷갈리게 만듭니다. 두툼한 고깃덩어리를 통째로 불판에 올리면 조리과정에서의 육즙의 손실이 적어져서 촉촉하면서도 뽀독뽀독한 조직감과 고기의 고소하면서도 풍부한 맛을 극대화 시킬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숯불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원적외선과 복사열이 이를 가능케 합니다. 두툼한 고기를 강력한 화력을 사용하여 잘 구울려면 그에 걸맞는 솜씨가 필요한데 땅코에서는 쥔장이나 직원이 알아서 구워주니 손님의 입장에선 무진장 편합니다. 그냥 먹고, 마시는 데 만 집중을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삼겹살 / 땅코참숯구이, 행당동, 서울
"삼겹살도 좀 먹어야지."
"읔...^ㅡ^"
악마로 빙의한 친구의 속삭임에 또 지고 말았습니다. 어느새 삼겹살 1인분이 불판 위에서 지글거리고 있습니다. 그 대신 밥안주를 포기했습니다. 된장찌개가 담긴 뚝배기에 밥 한 그릇을 통째로 말아 빠글빠글 끓여 먹는 맛도 쥑이는데 말입니다.
위하여~(뭘?) / 땅코참숯구이, 행당동, 서울
술이 물인 듯 물이 술인 듯 술술 물물 참 잘도 넘어 갑니다.
<갑판장>
& 덧붙이는 말씀 : 땅코가 맛있긴 합니다.
첫댓글 맛이 있기는 하지..ㅎㅎ
대기손님이 넘 많아...후딱 먹고 자리를 양보혔다는 소문이...
참.. 맛있기는 하지요.
먹을때마다 만족하는데
왠지 발걸음을 떼기가 어렵더군요.
아마 흔하디 흔한 삼겹살 목살이라는 종목이라 그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집의 것은 흔한 맛이 아닌데도 말입니다.
땅코에서 택시 기본요금 거리에 있는 갯마을낙지를 2차집으로 추천함. 세발낙지도 좋고, 연포탕도 좋고..
@강구호 갑판장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푸른 6호선 불광역 사거리 목포세발낙지도 강추...
요즘 산낙지를 자주 먹으러 다니는 중, 가을이잖아...
토요일은 정말 고마웠네
고맙고 말고...캬캬캬핡~
늘 이용하시라.
늘 환영!
땅코의 돼지코기는 덜 익은 미디움이나 미디움웰던도 맛있는데요^^ㅎㅎㅎ땅코~~~먹고싶네요..ㅠ..ㅠ
핑크빛 속살, 촉촉한 야들함은 역시 땅코목살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