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팜파탈적 요부가 최고의 권좌에 앉아있으니 이 땅의 지식인들이 작금의 사태에 한탄에 한탄을 더하고 있습니다. 암울하고도 너무 유치해서 당장 꺼버리고 싶은 C급 영화같은 난장판이 벌어지고 있으니 그렇치않아도 제대로 된 정신적 지주가 제대로 설 수 없는 이 땅의 현실이 심히 우려스럽지 않을 수 없습니다. 원래 이 땅에 서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제가 남길 일이 있거니하고 시민의식을 가져보려 하나 점점 깊어지는 난장판과 막가파의 횡포가 이제는 두렵기까지 합니다.
그 팜파탈적 화제의 여인은 학력도 천연덕스럽게 부풀리곤 했는데 그 중에서 제가 웃지않을 수 없었던 것이 서울대 경영대학원! 그녀가 과장했던 서울대 경영대학원 1기를 제가 수료했습니다. 6개월정도 일주일에 한번씩 모여 서울대 교수님들에게 강의를 들었던 일종의 학업 빙자 친목모임. 수료하면 Executive MBA수료증 주긴 했지요. 예전 직장다닐 때 경영을 한번 공부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따놓은 것인데...
경영학의 여러 분야 중에서 저는 CS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CS는 Consumer Services의 약자로 소비자 욕구나 성향, 기대충족을 위한 기업의 활동을 체계화하는 분야로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개념이 강할 때는 소비자의 욕구야말로 최고가치로 보곤 했지요.
'소비자는 왕이다'라는 개념은 자본주의의 원산지이자 천국인 미국에서는 여전합니다. 구매 후 반품기간도 넉넉하고 반품의사 있으면 무조건 반품받아주는 게 보편적이라 이를 악용하는 사례도 너무 빈번합니다. 삼척동자라도 예측가능한 상황 (가령 칼이나 가위같은 물건 설명서에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해라)을 표기하지 않았다고 소비자가 소송을 걸어 왕창 돈뜯어내는 일도 비일비재합니다. 암튼 소비자가 우선인 것은 돈이라는 자본의 가치를 지불한 것에 대한 대우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역사가 짧은 국가일수록 소비자의 권리나 보장내용은 빈약하기 마련입니다. 권리나 보장을 떠나 분쟁이 생기면 소비자에게 탓을 돌리는 일도 허다해서 자본주의의 기본원칙 개념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도 합니다.
제주도 지금 살고있는 집의 출입문 열쇠가 어디론가 달아나서 늘 문도 안잠그고 다녔는데 아무래도 좀 찝찝해서 오늘 번호키를 하나 설치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가까운 열쇠점을 찾아 예약하고 설치했는데 비밀번호를 설정하고 확인까지 한 다음 장치작업을 마무리했습니다. 설치해준 사람들이 간 후에 잘 되었나 확인도 해보고 중간에 한번 나갔다 다시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근데 5시에 태균이랑 준이 데리고 장까지 봐서 돌아왔는데 번호키가 죽어도 안되는 것입니다. 비는 뿌려대는데 집에 들어갈 방법은 없고 아이들 뿐 아니라 저도 얼마나 당황스러운지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CCTV에 역력하게 찍혔습니다. 이 난감함을 어쩌나...
설치해준 업자에게 전화를 하니 적나라하게 말은 안해도 '너가 제대로 비밀번호 기억하고는 있는거야?' '중간에 바꾸고는 기억못하고 있는거지?' 거의 이렇게 몰아붙입니다. 설사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한다해도 CS기본개념조차 없는 이 자들을 어쩌나. 그래도 비록 한시간이나 걸렸지만 다시 오긴 했습니다.
그 사이 태균이는 그래도 다른 방에 가있으라고 하니 말을 듣는데 준이는 요지부동 그 비를 다 맞고 있습니다. 고집이 너무 요지부동이라 어찌할 수도 없습니다. 이런 꼴을 보고도 업자는 여전히 내가 비밀번호를 잘못 알고있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며 비용을 추가로 내야된다며 비용문제가 걱정되는지 작업을 바로 하지 않습니다.
이 상황에서 정상적인 절차는 우선 빨리 도어락을 빼내서 아이들을 집으로 들어가게 하는 게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책임소재 운운에다 기계결함이라면 제가 직접 제조사와 담판해서 보상을 받아야 한답니다. 물론 제조사하고도 통화를 했지만 역시 여기도 당신이 비밀번호를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단정지어 버립니다.
잘잘못과 추가 비용문제는 나중에 따지기로 하고 우선 설치된 도어락부터 뜯어내는데 이 작업도 만만치가 않아서 속이 탑니다. 5시에 도착해서 7시가 넘도록 집도 못 들어가고 저녁도 못먹고 있으니...
다시 설치를 마치고 이건 아니다싶어 한마디했지만 입만 아팠습니다. 사장님(열쇠업주)한테 물건을 산것이고 설치서비스를 받은것인데 잘못되었다고 하면 우선적으로 고치고 보는 게 맞지않느냐... 그랬더니 자기는 아이들때문에 왔다, 저혼자였다면 오지도 않았을꺼다 기어코 제 탓으로 돌립니다. 이런 사람들하고 뭔 대화를 하나싶어 알았다고 끝냈습니다.
그러고는 오기가 생겨 오늘 설치할 때부터 제가 집을 나갈 때까지 CCTV를 다 녹화해서 1시간 분량을 보내주니 그제서야 반성의 문자가 옵니다. 자기가 수 만건을 설치했지만 이런 일은 결코 없었다 결론은 너의 탓이다! 하던 자세가 증거앞에서 꼬리를 내립니다.
설사 나의 잘못이라해도 대처를 그렇게 하는 것은 장사하는 사람의 매너가 아닙니다. 이런 기본마인드도 안된 소상공인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도 결국 업자가 사과의 문자를 보내왔으니 이 정도라도 그나마 나은 사람입니다.
오늘 조금이라도 더 퍼부어주려고 완이를 실내놀이터 데려갔다가 어찌나 실망이 컸는지 속이 부글부글 끓었는데 거기다가 이런 일까지... 일진이 사나왔던 날이었습니다. 그래도 이 정도에서 마무리되었으니 다행이라 생각해야 되겠지요... 속상함을 감추고 혹시 집을 들어갈 방법이 없을까 빗 속에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마음을 졸였더니 이제서야 긴장이 풀어지는 듯 몸이 으슬으슬 떨리는 것이 아무래도 그 분이 엄습한 듯... 아프면 안되는데 말이죠.
첫댓글 아고 세상에 엄청 고생하셨네요. 몸살로 진행 되면 안되는데요.
주말에 충분히 쉬시고 즐거운 일 있기를 바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