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교회 집사님들이 가만히 와서 점심을 나눈 후
교회 앞 현관에 인조 잔디를 깔아놓고는 휭하니 가셨다.
깔끔한 입구에 비해 꽃밭으로 눈을 돌려보니 할 일이 빼곡히 보인다.
꽃밭 한가운데로 길을 내고 화단 경계를 만들 생각이다.
종탑 옆과 화단 중앙을 가로지르는 길을 조성하려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리저리 나무와 꽃도 옮겨심고 경계석도 하려니 생각만큼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교회 앞 주목의 수형을 잡으려고 말갛게 가지치기했다.
주목 나무 그늘에서 함께 살았던 작약 붓꽃 부지깽이나물을 옮기고
밑단을 기와로 돌렸더니 그럴듯한 모양이 나왔다.
종탑 옆에 있던 사철나무를 종탑 뒤쪽으로 옮기고 화단 길을 만들었다.
그런데 경계석이 없어 텃밭 경계석을 빼어 대신 사용했다.
길을 만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나무와 꽃을 옮겨심는 일이 더 힘들었다.
작약이 한군데서 약하게 자라서 하나씩 흩어 심었다.
길옆으로 꽃과 나무를 배치하면서 길을 조성하려니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간다.
대충 길을 내면서 꽃을 옮기고
화초의 특성도 살피며 무리를 지어 심으려니 이곳저곳 옮겨심기만 여러 번째다.
먼저 길을 내어 화단의 모양을 잡고 나중에 경계석이든 디딤돌이든 놓을 생각이다.
화단의 균형에 맞는 장미 수국 야생화도 심어보려고 한다.
나무와 꽃과 흙 만지는 일을 해보니 나름 재미있다.
말씀을 먹고 사는 일이 전부겠지만
어쩌면 그 외 대부분의 삶이 이런 소일거리로 보낼 것 같다.
심심할 때 뒷짐 지고 꽃 밭길을 걸으며
꽃과 눈인사를 나눌 그날을 기다리며 화단 앞에 서 있다.
하나님이여 내가 늙어 백발이 될 때에도 나를 버리지 마시며 [시편7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