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한라산을 가고 싶었다. 제주도에는 비교적 자주 간 편이고 한라산에도 여러 번 가보았지만 겨울 한라산의 풍광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백록담을 보고 싶었다. 학창시절에 딱 한 번 백록담을 오른 적이 있었으니 벌써 30년 전의 일이다. 몇 년 전부터 벼르고 벼른 끝에 드디어 이번에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이번 제주행은 겨울 한라산과 백록담이 목적이었기에 비싼 항공료에도 1박 2일의 일정으로 잡았다.
1월 11일 12시 25분 김해발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하여 서귀포로 이동 후 천지연폭포 근처에 있는 새섬을 구경하고 서귀포올레시장을 둘러보았다. 한라산행 버스를 타기에 편하게끔 중앙로타리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 다음날 새벽에 기상하여 간단히 아침을 먹고 김밥과 음료수 등 산행에 필요한 물건을 챙기고 6시 30분 출발 버스를 타고 성판악휴게소로 향했다.(서귀포 중앙로타리에서 출발하여 5.16도로로 성판악을 거쳐 제주로 가는 버스는 아침 6시부터 15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6시 30분에 출발한 버스는 7시 5분에 성판악에 내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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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성판악휴게소의 모습입니다. 백록담을 향해 여기서부터 출발입니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산행 장비를 점검하니 설레는 마음이 더욱 부풀어 오릅니다.
성판악---3.5km---속밭---2.1km---사라악---1.7km---진달래밭---2.3km---동릉 정상 총 9.6 km 의 오름길
성판악휴게소에서 출발하여 진달래밭대피소까지 약 세 시간 동안은 이런 숲길이며 경사가 완만하여 걷는 것이 전혀 힘들지 않습니다.
속밭무인대피소를 앞두고는 푸른 잎을 뽐내며 곧은 자태로 하늘로 쭉쭉 뻗은 삼나무 밭을 지나게 됩니다. 여기서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사라오름 갈림길이 나옵니다. 작은 백록담이라고 불린다는 산정 호수인 사라오름을 보려면 등산로 옆길로 빠져나와 한 20분 가량 오르막 걸음을 해야합니다. 바쁜 사람은 그냥 지나치기도 하지만 와보지 않으면 반드시 후회할 겁니다^^... 사라오름 전망대에서는 서귀포 시내를 조망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저 멀리 한라산 정상이 조그마하게 보입니다. 1시간 정도 사라오름을 구경하고 다시 출발하여 1시간 가량 더 걸으니...
진달래밭대피소입니다. 시간 통제를 하기에 동절기에는 12시 이전에 도착해야 백록담 정상에 갈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백록담까지는 가파른 오르막 길이며 1시간 남짓 걸립니다.
진달래밭을 출발하여 오르막 길을 오르며 본 한라산 정상의 모습입니다. 자세히 보면 저 멀리 정상을 향해 올라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한라산 정상으로 올라가면서 뒤를 내려다보니 사라오름의 모습이 참 예쁩니다. 사라오름 뒤로 보이는 경치도 참 좋습니다.
날씨가 쾌청하여 한라산 주변의 모습이 아주 선명합니다. 변화무쌍한 한라산의 날씨는 쉽게 한라산의 조망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오늘같이 쾌청한 날은 1년에 30일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니 오늘 확률 10%의 행운을 잡은 셈입니다. 실물보다 낫게 나온 듯하여 부끄럽지만 자신있게(?) 올려봅니다^^...
드디어... 정상이 얼마남지 않았습니다. 정상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는 발걸음이 그다지 힘들지 않습니다.
정상으로 올라가면 이런 멋진 운해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사진으로는 그 감동을 제대로 느끼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ㅠㅠ.
아래를 내려보니 정상을 향해 올라오는 사람들의 행렬이 운해와 어우려져 멋진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정상이 눈에 잡힐 듯 바로 앞에 있습니다.
정상에서 본 운해의 모습입니다. 정말이지 장관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드디어 4시간 여의 걸음 끝에 한라산 동능 정상, 백록담에 올랐습니다. 한라산 정상은 1950m 인데 이곳 동능 정상은 1933m라고 하는군요. 하루빨리 다른 쪽 정상도 개방되기를 기대해봅니다.
눈에 덮혀 있는 백록담의 모습입니다. 약 30년 만에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볼수록 감개무량하여 찍고 또 찍었습니다.
한라산 정상에 선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오른쪽 끝에 관음사로 내려가는 길이 보입니다.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어 '햐!' 하는 감탄사만 외치며 1시간 가량을 여기서 보냈습니다. 오후 1시까지는 하산 출발을 해야 한다는 독촉에 차마 떠나기 아쉬운 마음을 앉고 하산을 시작합니다.
정상--1.9km --용진각대피소--1.9km --개미목--1.7km -- 탐라계곡 -- 3.2km -- 관음사 총 8.7 km [동릉 정상--> 관음사 지구]
하산은 관음사쪽으로 내려옵니다. 관음사 지구로 하산하면서 본 백록담의 모습입니다.
백록담에서 관음사로 내려오는 길은 매우 가파릅니다. 백록담 북릉을 타고 왕관릉을 지나 가파른 내리막길로 이어지는 ‘장구목’ 이곳은 한라산 북능의 웅장함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눈을 덮어쓰고 있는 산나무들의 모습이 기묘하면서 재미있습니다.
2007년 나리 태풍으로 없어진 ‘용진각대피소’... 이어 탐라계곡을 가로지르는 현수교... 그리고 삼각봉 급경사 절벽 밑으로 이어지는... 한라산 북능의 장엄한 모습은 끝없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파른 내리막길이 끝나고는 삼각봉휴게소가 나타납니다. 다양한 형태의 한라산의 모습을 보여주려 그러는지 여태껏 맑고 쾌청한 날씨가 갑자기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삼각봉대피소를 지나서는 다시 숲길로 이어지고 완만하고 평탄한 길은 하산 목적지인 관음사주차장까지 이어집니다.
완만함이 주는 평화를 만끽하며 여유로운 산행을 마무리하라는 배려처럼 느껴집니다^^...
드디어 관음사주차장에 도착함으로써 약 9시간에 걸친 한라산 겨울산행이 끝닜습니다. 비행기 탑승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관음사 주차장에서 제주 시내까지 택시로 이동하여 온천 사우나에서 몸을 씻고, 근처 유명 식당에서 갈치조림으로 저녁을 해결하니 일상탈출의 행복감이 극에 다다른 느낌입니다. 9시 15분 제주발 마지막 비행기로 부산에 도착하니 1박2일의 짧은 한라산 일정이 마치 꿈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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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한라산 겨울 산행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한라산은 우리나라 육지의 여느 산과는 다른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다. 한라산의 눈풍경이 그렇게까지 아름다울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장시간의 산행에도 피곤함과 지겨움을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평소에는 돌과 나무 계단으로 이어지는 길이, 많은 눈이 내려서 다져진 위에 또다시 내린 눈으로 인해 그 촉감의 부드러움이 마치 비단을 밟는 듯 했다. 더구나 그 길을 걷는 내내 주변의 풍광들은 한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였다. 다녀온 지 열흘이 지났지만 그 감동은 아직도 그대로이다. 내일이라도, 아니 지금 당장 다시 가보고 싶은 그 곳, 한라산이다.
첫댓글 참, 길손...당신, 멋있다. 늘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실행에 옮기는 저 실천력...21세기 리더가 갖춰야 할 덕목...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두 발로 걷는 그날을 위해...만나서 무용담을 듣고 싶구만! 길손!
혼자서, 훌륭하고 알찬 산행을 또 하셨군요. 축하드립니다. 1박2일의 틈새를 저렇게 낚아채는 번개같은 결단력을 존경합니다.^^
결행은 혼자서 하는 것입니다^^ 하나둘 곁가지가 붙으면 재미가 떨어지지요... 멋있게 하셨습니다. 진정한 추억과 낭만, 잘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제주도민을 품어주는 어머니산 한라산이, 멀리 뭍에서 온 어느 길손을 위해 쾌청한 날씨로 백록담을 다 열어보여주었군요. 눈으로만 보는데도 웅장한 음악소리가 들리는 것 같습니다. 햐아!
좋은 시간 가지셨군요... 겨울 제주도를 두번 갔었는데 두번 다 한라산 등정은 실패를.....쩝..
길손선생님의 사진만으로도 2012년 1월 한라산을 다녀온 것 같이 좋았습니다. 이 멋진 1박2일, 그기세를 몰아 KBS에도 한번 출연하시지요.. 강추..
산산산비산 산비산산산 산산비산산 입산무일산 (산에 또 빠져 들고픔을 자극하시네요!^^)
행님 멋집니다. 늘 떠날 수 있는 가슴을 가졌다는 것이 ...
오늘에사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과 글을 봅니다. 2년 전 길손형님의 주선으로 다녀왔던 한라산 윗세오름이 생각났습니다
멋진 눈 구경하고 오셨습니다. 저도 이런 시간이 있으면 좋으려만..... 봄 방학 때 가지산 정상이나 당겨 올랍니다. 그런데 백록담도 개방하나 봅니다. 제가 영 세상 물정 몰라서...
못 가본 백록담 길손형님의 작품을 보니 진주 조개껍질 닮았네요.
몇 시간 정도 소요되었는지요? 저도 1월달에 윗세오름까지 다여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