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절 훈육의 연장 부엌살림과 희로애락을 같이했던 엄니의 한풀이 도구였다 삭정이도 아닌 가느다란 나뭇가지 하나가 불을 어르고 다루며 불에 데는 아픔을 견뎌야 했다 불을 살리고 죽이는 것은 그의 힘이었다 밥이 끓어 넘치고 뜸 드는 소리에 가슴 달그락거렸던 시절 소죽 끓는 애달픈 노랫가락이 스민 지휘자 피카소가 되기도 하고 때론 길을 묻는 곳을 가리키기도 했다
눈코 뜰 새 없던 추수의 계절 콩단을 털거나 깻단을 털어내는 도리깨질로 바빴다
묵을 쑤고 쩡쩡 얼어붙은 겨울 엿을 고고 음력 섣달그믐, 명절 준비로 처마 끝까지도 바빴을 시절 안 쓰는 방에 군불을 지피고 부엌 뒤란 솥뚜껑에 누름적 부칠 때도 얼마나 분주했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