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희용 (7) 찬양이 연 회개의 빗장… 차가운 바닥 뒹굴며 눈물의 고백
김아영2026. 5. 19. 03:07
떨리는 목소리 아내의 찬양에
지난 죄에 대한 회개 쏟아져 나와
같은 시각 아내도 순종의 고백
그날 이후 하나님의 동행 알게 돼
박희용 선교사의 아내 유성희 선교사가 2022년 7월 말라위 릴롱궤에서 지역 커뮤니티센터 청소년들과 함께 드린 예배 도중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
1995년 12월 산상 철야집회, 새벽 1시가 넘어서자 아내 유성희 선교사가 잠들어 있던 성도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떨리는 목소리로 홀로 찬양을 불렀다. “주 예수 대문 밖에 기다려 섰으나….” 조용한 독창이었지만 이상하게 그 찬양이 내 심장을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네 죄로 죽은 나를 너 박대 할소냐….” 그 순간 내 안의 견고한 빗장이 단숨에 무너져 내렸다.
갑자기 지나온 인생이 파노라마처럼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어린 시절 철없이 훔쳤던 펜 하나부터, 하나님 없이 내 힘으로만 발버둥 치며 살았던 오만한 시간, 가슴 깊이 품었던 원망과 미움, 교만과 절망이 한꺼번에 밀려왔다. 감추고 살았던 추악한 죄들이 한순간에 쏟아져 나오자 더는 도망칠 곳이 없었다. 나는 그대로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주님 죄송합니다.’ 체면도 자존심도 다 던져버린 채 바닥을 뒹굴며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 됐다.
바로 그 순간, 가슴을 울리는 너무나 선명한 주님의 음성이 들렸다. ‘희용아, 내가 너를 사랑한다. 네가 캄캄한 밤길을 홀로 헤맬 때도 내가 함께 있었고 절망에 겨워 지하철 선로로 뛰어내리려 했던 그 위험한 순간에도 내가 너를 붙잡았다. 네가 굶주리고 신음할 때도 나는 단 한 번도 너를 떠난 적이 없다.’
평생을 철저히 혼자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님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 삶의 가장 어두운 자리에 함께 계셨다. 그의 압도적인 사랑 앞에 가슴이 뜨거워지며 성령의 강권적인 역사가 임했다. 새벽이 밝아올 때까지 내 입에서는 회개와 감사의 기도가 멈추지 않았다. 죽어 있던 내 영혼이 마침내 다시 살아난 밤이었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내가 바닥을 뒹굴며 회개하던 그 시각에 하나님은 아내에게도 찾아가 질문을 던지셨다. ‘네가 희용이를 사랑하느냐.’ 오랜 기다림과 이민 생활의 고단함 속에서 사랑은 감정이 아닌 결단이었기에 아내는 겨우 대답했다. “사랑하겠습니다.” 그러자 주님은 다시 물으셨다. ‘현재형으로 말해라.’ 결국 아내는 울며 고백했다. “사랑합니다.” 하지만 주님의 마지막 질문은 더 무거웠다. ‘죽기까지 사랑하느냐.’
30분이 넘는 치열한 눈물의 씨름 끝에 아내는 마침내 무릎을 꿇었다. “네. 주님. 죽기까지 사랑합니다.” 아내의 순종 고백이 끝나는 순간 하나님은 완악했던 한 영혼을 완전히 무너뜨리고 새롭게 세우시는 기적을 베푸신 것이었다.
그날 밤 나를 향했던 아내의 목숨 건 기도는 이제는 같은 무게와 고백으로 말라위 땅을 향하고 있다. ‘네가 죽기까지 말라위 아이들을 사랑하느냐’고 물어보시는 하나님의 질문에 우리 부부는 늘 눈물로 응답한다. “저희에게 맡겨주신 아이들을 죽기까지 사랑합니다.” 지금 아내는 극심한 어깨 통증과 갑상샘 질환을 앓으면서도 매년 9개월이 넘도록 말라위 선교지를 사수하며 말씀과 기도로 헌신하고 있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계 3:20)
신앙은 막연한 종교 생활이 아니라 살아 계신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는 사건이다. 그날 이후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예수님은 더는 머릿속 관념의 하나님이 아니라 내 삶을 끝까지 붙들고 계셨던 나의 진짜 아버지가 되셨다.
정리=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