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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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1923년 어린이날 이후 102주년이 된다네요.
5월이면 늘 생각나는 사람 수필가 피천득, 1910년 음력 4월 21일에 나셨는데 양력으로 환산하면 5월 29일이라지요.
2007년 5월 25일에 돌아가셨는데, 가족들 이 4일장으로 하여 5월 29일에 땅에 묻어 드렸다고 합니다.
금아(琴兒) 피천득은 어릴 적 더없이 부유 했으나 부모 모두 일찍 돌아가셨지요.
통역관을 거쳐서 오랫동안 서울대 영문과 교수로 근무하였으며, 생활 속에서 소소한 행복을 담은 수필을 여러 편 쓰셨습니다.
반포 주공 1단지에서 오래 사셨는데, 그래 서 늘 산책하던 반포천변을 서초구에서는 '피천득 거리' 라고 명명하고 조형물들도 설치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서초문화센터에 아코디언 배우는게 있어 매주 이길을 오가곤 하지요.
2007년 돌아가신 후 이듬해 방을 그대로 옮겨와 잠실롯데월드 건물 3층에 <금아피 천득기념관>을 만들었답니다.
참고로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은 젊은날 문학청년이었습니다. 롯데,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연인 이름을 따서 회사 이름을 지었던 것이나, 소공동 롯데호텔 앞에는 푸시킨 동상을 세운거나 다 그런 연유가 있다지요.
24.5.5.일.
오월/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 한 살이 나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얻었음이여 사랑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잃었음이여 사랑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 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 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은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