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슬비가 내리는 9월 초하룻날이다.
남양주 수석동 풍속마을에 들어섰다.
한강변 경치가 좋은 '초대' 한정식 집.
지인 가족의 생일 점심에 초대되었다.
은근히 사진 부탁하는 마음을 안다.
강물과 운치 있는 풍경을 배경으로
가족과 부부, 독사진 등을 찍어주었다.
근사한 식사와 향긋한 커피를 마신 후
카메라 친구 함께 한 김에, 그냥 갈수없어
풍경 장관 몇 컷 담으려 먼저 나왔다.
세상에나!
어디서 많이 본 빨강연두 꼬리리본!
이곳이 경기옛길 평해길 2코스 13km로
덕소를 거쳐 팔당역까지 이어지는
미음나룻길의 시작지점이 아닌가.
평화누리길 카페님들이 그리도 많이
다녀가신 평해길을 여기서 밟게 되다니.
합수머리 세월교에서부터 걸었다.
스탬프도 전자인증도 아무 것도 모른채
오다 그치다 하는 작은 빗방울 내리는 길
오른편에 한강물을 쉬임없이 바라보았다.
방콕 내내 답답 갑갑한 가슴이 트인다.
우연과 횡재를 넘어 천운의 행복이다.
삼패지구 한강공원을 지날 때였다.
닥터 지바고, 해바라기, 소피아로렌
끝도 없이 펼쳐진 노랑 밭의 슬픈 눈이
연상되는 해바라기 광장을 우연히 만났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으로 출입통제를 한다.
붉은 끈들로 출입구를 꽁꽁 묶어놓았다.
꼼짝 못하고 방콕신세인 우리들처럼
사람들 못보는 나무, 꽃, 풀들이
얼마나 답답할까, 아플까, 힘들까.
끈을 젖히고 용감히 들어갔을 때
언제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었을까.
빗소리 갈바람과 함께 온몸으로 춤추는
해바라기 사랑바라기 노란 얼굴 얼굴들.
미칠 듯 렌즈를 열고 해바라기 앞에 섰다.
온 마음을 다해 망원과 매크로로 담아왔다.
꿀벌 곤충들의 사랑 속까지 파고 들면서
미안했다, 사랑한다, 고맙다고 전했다.
가만히 바라보던 하얀 자작나무들이
빗물에 흥건히 젖은 채로
해바라기는 자신들이
먼저 사랑했노라 말하며
해바라기와 함께 데려가달라 한다.
그래그래, 실로 신비스러운 풍경이다.
하얀 몸, 움푹 패인 검은 눈망울마다
해바라기 뒤에 가려진 커단 외로움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그리움으로 다가왔다.
구월이 오는 첫날은
해바라기 사랑에 빠져 한참이나 늦도록
그래도 사랑스러운 노랑물에 흠씬 젖었다.
덕소를 지나고 팔당에 도착했을 땐
어둠이 귀가를 서두르라며 안겨왔다.
* 평해길 한강풍경은 다음에 올리고,
해바라기와 자작나무 장면만 싣습니다.
첫댓글 우와~ 온화한여자 朴溫花님 나들이 하신 글 첫 문단에 남양주시 '수석동' 풍속마을이 나와서 눈에 뻔쩍 띕니다.
바로 바로 京畿옛길 平海길 제1길이 끝나고 제2길(미음나루길)이 시작되는 '미음교'(경기옛길센터에서는 합수머리세월교라고 표기)를 처음 건넜던 때가 작년 10월 30일이었기 때문에 더욱 반갑게 다가오는군요.
늦은 밤인데
3번이나 댓글 주셨네요.
너무 과하셨습니다.
그저 봐 주시고
소박한 소감 한 마디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실은 작년도 12월 22일 평해길 최초도보자 인증서 받으면서도 뛸듯이 기뻤었는데, 평해길 제2길(미음나루길)을 혼자 걸으며 온화한여자님 知人 생파 점심에 초대되신 그 '초대' 한정식집 간판을 보고 지나쳤답니다. 첫 도보라서 흘낏 보고 지나면서도 무척 단아한 한정식집이겠거니 했었지요.
남양주시 삼패지구 한강공원 지날 때에는 茶山 丁若鏞 선생의 작은 동상만 생각나는데, 해바라기 광장이 무척이나 아름답군요. 온화한여자님의 관록있는 카메라로 망원(렌즈)와 매크로로 담아오신 해바라기 꽃들 그리고 강원도 인제(麟蹄)에서나 조밀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자작나무 군락도 감탄은 자아내게 합니다. 평해길 제2길(미음나루길) 수석동 미음교 건너서부터 팔당역까지의 前半部 사진만 봐도 배 부릅니다. 프로다운 작품 사진들 즐감하고 가며 감사합니다. 편안히 쉬십시오.
수석동
초대 한정식이
예전만 못 하네요.
십 여년 전엔
황홀경 속에서
대접도 융숭하리만치
환대에 겸손을 더하더니
배가 많이 부른 모양입니다.
댓글 하나만 더 달고 물러 가겠습니다.
평해길 제2길(미음나루길)은 미음교 건너에서부터 미음나루(흔적조차 없는) - 조말생묘 - 한강공원 삼패지구 - 덕소역 입구 .... 7㎞ .... - 팔당역까지 12㎞(혹은 13㎞) 코스인데, 저는 작년 11월 초 京義·中央線 덕소(德沼)역에서 버스 타고 수석동(23-167) 정류장에 내려 거슬러 올라가서 걷기 시작했었답니다.
그런데, 덕소역 입구(茶山길 1코스 한강나루길과 같이 감) 쪽 고가도로 밑을 지나갈 때 첨부의 사진을 보고 웃음지었었네요. 덕소행 : 德분에 少소한 幸복! 이라는. ㅋㅋ
덕분에
소소한
행복!
덕소행을 지날 때면
생각이 나겠네요.
온화한여자님의
따뜻한 글과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썬플라워님.
반갑습니다.
해바라기님이
해바라기 사진과 글에
따스함을 느끼고 가셨군요.
고맙습니다.
어쩜 이리도 예쁠까요~
'온화한여자'님의 마음일 듯 싶네요.....
고마우셔라.
제 마음을 어찌 아시고
예쁘게 봐주셨네요.
늘 힘을 실어주셔서
또 다시 용기를 내어봅니다.
역시 전문가 사진은 다르지요
아주 멋지네요
자작나무의 눈..어찌보면 무섭기도 ㅎ
웃는 얼굴이 너무나 예쁘십니다
아니에요.
사진은 늘 어렵습니다.
멋지게 보시는 분의
눈길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예쁘게 봐 주신 마음
또한 고맙구요.
와우 삼패지구공원은 저도 가끔 가던 곳인데 자작나무숲말고 또한가지 명물이 생겼군요
사진이 너무 멋져서 황홀한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수고많이하셨습니다
네. 안나님.
한강 공원 삼패지구
덕소가는 길이었어요.
노랑물 해바라기에 흠뻑 젖었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카메라 앵글을 끌어당겼지요.
황홀한 느낌으로 봐주시니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