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와 차의 오글오글한 이야기 54
잎차 이야기를 조금 더 하고 차 종류 이야기는 마칩니다. 지금 여기서 말하 는 잎차는 모든 수목과 화초의 잎사귀, 즉 이파리로 만든 차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다른 의미의 잎차도 있습니다.
티백의 차가 아닌, 모든 차를 잎차라고 합니다. 티백의 간편함이 차의 보편화 를 이루는 것에 효과가 있긴 했으나, 진 정한 차의 맛을 반감시킨 것도 사실입 니다. 그래서 요즘은 티백도 잎의 형태 가 살아있는 고급차가 생산되고 있습니 다. 우리가 주변에서 보는 모든 수종 거의가 차를 만들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모든 차가 효과가 있으나 그렇다고 모든 차가 모든 사람의 몸에 다 좋겠습니까? 각자 신중하게 자신에 게 맞는 차를 찾아 마시는 것이 옳은 방법입니다. 잎차 만드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했으니, 관심을 가지고 찾아서 만들어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지금까 지 많은 차를 이야기했는데, 주마간산 격이지만 그래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 다고 생각합니다. 차가 있으면 이제 그것을 어떻게 마시는가가 문제가 되겠 지요. 그래서 지금부터 차를 마시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흔히 차를 다린다,우린다,끓인다, 탄다... 여러가지 말로 표현하는데 이런 표현들 이 왜 필요한지 알아 볼까요?
차엽이 있으면 그것을 끓일 물이 있어야 하고 물은 차엽만큼 중요합니다.
우리 조상들은 물을 설흔가지 이상으로 분류했고 찻물은 특히 세심하게 선별했 지요. 삼천리 강산이 물로 휘감긴 나라 가 한강토인데,어느 하천 물이라도 마실 수 있는 물이 있는 땅은 이 지구에 그리 흔치 않습니다. 그런 물 중에서도 차 끓 이는 물을 구하기에 신중을 다했습니다.
깊은 겨울의 새벽,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숲 속에 들어가서, 밤새 내린 눈을 거두어 차를 달이면 천상의 맛이 난다고 했습니다. 연꽃 위의 맿힌 이슬을 모아 찻물로 사용했고, 향기로운 꽃가지를 오래 담그었다가 찻물을 끓였습니다.
우리 선조들의 미의식과 맛의 감각은 놀라운 데가 있습니다. 물의 성질은 우 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섬세합니다. 경수와 연수로 나뉜다는 정도는 알지만 다도에 입문한 다인들이 선택하는 물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물일
지도 모릅니다.
전문적인 다도 지식이 아니더라도, 차 끓이는 방법과 유래등에 대해서 알아 보는 것도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왜 그렇게 왜 그런 방법으로 차를 마시 게 되었나를 살펴 보면 그 나라의 지리 적 특성까지 알게 됩니다. 우연히 발견 된 듯 하지만 그렇게 되어야만 하는 이유가 반드시 있으니까요. 차 끓이는 방법을 이야기 하다보면 차마고도에 까지 이르게 됩니다. 차 한 잔에 담긴 세계가 참 흥미롭답니다. 우리가 마시 는 물은 신성하고 위대한, 자연의 혈액 입니다. 지구라는 몸의 혈관을 흘러 그 위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과 미생물을 살게 하는 것이 바로 물입니다. 물을 마시는 행위는 먹는 행위보다 생명을 더 연장시켜 줍니다. 인간은 일찌기 마시 는 물에 깊은 의미를 부여했고, 차 한 잔 은 그 물에 좋은 것을 더하여 만들어지 는 것이니 사람에게 참으로 이롭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선인들의 차를 끓이는 마음가짐 은 도를 닦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찻물 달이는 소리에 일어나는 유열이, 도를 깨칠 때의 기쁨 못지않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찻주전자 안에 서 들려오는 물 끓이는 소리에 귀 기울 일 때,우주와 합일감을 느낀다는 스님도 있습니다. 한 잔의 차 안에 담긴 우주... 참으로 오묘합니다. 차를 끓일 물을 찾아가는 여정은 그래서 지구 대탐험이 될지도 모릅니다. 물의 성질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더구나 차는 냉수에 우려 내지 못하고,반드시 일정 온도의 물에서 그 성분을 추출해 내어야 하니 물을 먼저 끓여야 하겠지요. 물을 끓인다는 것은 곧, 물을 변하게 하는 것입니다. 냉수 상태의 아무리 맛있는 물도, 끓인 뒤 그 맛이 이상하게 변해 버립니다.
물을 끓이는 과정에서 용존 기체가 빠져 나가고 물 끓이는 용기의 냄새가 우러나 서 그런 겁니다. 그래서 찻물을 끓이는 용기의 재질도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마다 선호하는 재질이 다르니 뭐라 말할 수는 없으나 우선 물의 성질을 먼저 알아 볼까요? 물이 생물체의 수 분과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물의 비열과 기화열이 크기 때문입 니다. 분자량이 비슷한 타 물질에 비해 녹는점, 끓는점,기화열이 큰 물질이 바로 물이지요. 얼음은 물보다 밀도가 낮은데, 수소 결합으로 육각형 구조가 유지되는 까닭입니다. 그래서 겨울에 얼음을 녹인 물로 차를 끓이면 맛이 밍밍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 하나.
찬물이 먼저 얼까요? 뜨거운 물이 먼저 얼까요? 거의 찬물이 먼저 언다고 말 하지 싶습니다. 상식적으로 그게 당연 하니까요. 그러나 겨울의 추운 지방 사람들은,끓인 물을 깨지기 쉬운 그릇에 담아 두지 않습니다. 먼저 얼어서 그릇 이 깨지기 십상이니까요.
-옮긴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