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이라는 시간은 대부분 모두에게 특별한 시간이다. 남들 쉴 때 더 바빠야 해서 그래서 슬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래도 금요일 밤은 생업에 지친 사람들이 주말을 이용해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평일에 하지 못했던 일을 하기도 하며, 편안하게 음주가무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주일 중 유일하게 TV에서도 일일극을 제외하고는 별도의 드라마도 없고, 그렇다고 특별하게 시선을 잡아 끄는 프로도 없어 TV를 보기에도 마땅치 않아 왠지 밖으로 나가무슨 일이든 하고 싶어지는 시간이 금요일 밤이다.
그런데 그런 금요일 밤에 나를 최근들어 TV화면에 앉도록 만드는 프로그램이 있다. 특별히 관심가는 뉴스가 있는 것도 아니고, 1박 2일처럼 골수 팬이 되는 프로도 없던 때 어느 순간 서서히 나도 모르는 사이에할 일을 멈추고브라운관앞에앉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중독성 강한 이 프로는 다름 아닌 MBC에서 모처럼 대박의 기운이 느껴지는 '위대한 탄생'이라는 프로다.
이 프로가 처음 위대한 탄생을 알렸을 때도 난 별 관심이 없었다. 아니 오히려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작년에 케이블 사상 전무후무한 시청률을 기록하며 전국적인 신드롬 현상까지 일으켰던 '슈퍼스타 K2'가 방송될 때도 결승전만 볼 정도로 애써 찾아 보지 않던 나였거늘, 그 프로의 성공에 배아파한 공중파에서 자신이 애초 오디션 프로의 원조임을 강조하며 급하게 날림으로 만든 방송이라는 인식이 강해서였다. 게다가 글로벌 오디션까지 하며 케이블보다 더 스케일이 큰 것을 자랑이라도 하려는 듯한 홍보는 눈쌀까지 찌푸려졌다.
그래도 간간히 지역 예선 장면을 지켜 보았는데 별 다른 매력을 찾지 못했다. 게다가시간 제약이 덜한 케이블에서는 한 회에 두 시간 가량을 방송하면서까지 방송 시간을 오버할 정도로 많은 걸 보여 주었는데, 위대한 탄생은 총 65분 정도 방송하면서 정해진 시간 내에 많은 걸 보여 주려다 보니 오디션의 일부 장면만 나가거나 아예 편집되어 노래조차 들어보지 못하는 참가자들이 많았고 그래서인지 볼만 하면 끝나버리는 허무함이 프로의 재미를 반감시키기까지 했다. 실례로 지난 번 파이널 미션 때 김정인 - 이유나 조의 '댄싱퀸' 공연은 10초 달랑 보여 주고 다음 주로 넘겨 버리는 친절함에 많은 팬들의 분노가 있었을 정도로 방송 시간의 한계는 이 프로가 가진 최대의 약점이었다. 그나마 한 가지 마음에 들었던 건 '60초 후에 뵙겠습니다'라는 꼴 사나운 멘트가 없다는 것 정도였다.
이렇게 별 매력도 없고 시큰둥하게 쳐다 보던 프로가 어느 순간 1박 2일처럼 필자를 기다리게 하고 TV앞에 앉도록 만드는 묘한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순간이 계속되는 걸 보며 그 원인을 찾아 보니 그건 다름 아닌 멘토라는 이름의 심사위원들에게 있던 것 같다. '슈퍼스타 K'는 제대로 챙겨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잘은 모르지만 어쩌다 보면 나름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괜찮다고 생각되곤 했는데 위대한 탄생의 멘토들은 정말 심사위원으로서 이보다 더 좋은 조합은 없는 것 같다.
초반부 독설의 대가이며 호불호가 분명해욕좀 얻어 잡수시던 방시혁이나 엉뚱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로 존재감을 보인 김태원, 의외의 부드러움을 많이 보인 이은미, 그리고 그들에 비해 마냥 사람 좋아 보이는 신승훈이나, 존재감이 미약해 보였던 김윤아까지 일단 참가자 개개인에 대한평가는 심사위원의 좋은 예가 되었다. 비주얼로는 최고지만 늘 2% 부족한 권리세나, 데이비드 오같은 시청률을 책임져야 하는 참가자도 있지만 이태권, 손진영, 양정모 등과 같이 오로지 노래로만 승부를 봐야 하는 참가자들까지 심사위원들의 주관보다는 그들의 장단점을 정확히 지적해 주고 좋은 점은 한껏 칭찬해 주고 지적할 사항은 거침없이 지적하며, 그러면서도 그들의 마음이 다치지 않게 아우르고 떨어뜨리는 게 목적이 아니라 우승 여부를 떠나 그들이 그들의 무대를 만들 수 있도록 최대한 만들어 주는 게 점점 강점으로 비쳐지기 시작했다.
평소에 필자는 스타킹 같은 프로에 우리 말도 제대로 못 뗀 애들이 나와서 성인 빰치는 기교를 부리며 노래하는 걸 징그러워 하던 사람 중의 하나였는데 멘토들의 마음까지 움직일 정도로 천재적인 김정인 양은 역시나 흐뭇하게 바라 보고, 정희주나 안아리처럼 수렁에서 건져 주면 그에 보답이라도 하듯 달라진 모습을 보여 주는 참가자들의 변모하는 모습도 충분히 볼만하다. 물론 권리세나 백새은의 질긴 부활과 역시나 부활하고도 제 몫을 못하고 탈락했다가 또 부활하는 걸 이해 못하는 대다수의 시청자도 있지만 다른 오디션 프로와는 달리 멘토제로 운영되고 그 멘토로 인해 가능성이 보인다던가, 멘토와 멘티 간의 궁합이라는 것도 무시하지 못할 사항이기에 어느 정도는 수긍이 가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쳐 지난 주에 드디어 각 멘토들의 멘토 스쿨에 입성할 최종 진출자 20명이 확정되었고, 이 중 한 멘토 당 4명의 멘티 중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될 최종 무대에 진출할 진출자 2명 씩을 걸러 내야 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 그리고 일명 '공포의 외인구단' 팀으로 불리던 김태원 멘토의 제자들 중에서 첫 탈락자 두 명이 오늘 자 방송에서 나왔다. 김태원 팀은 노래 실력 면에서만큼은 모두 에이스급의 실력자들이라 그만큼 경쟁도 뜨거웠는데 박칼린과 박완규, 부활 멤버 등 지인들의 평가 끝에 최종 탈락자가 결정되었다. 아직까지는 최고의 실력을 보여 주고는 있지만 갈수록 후퇴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이태권과 일명 포텐이 터진 백청강의 소름돋는 '희야' 열창 덕분에 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지 못한 손진영과 양정모가 최종 탈락되었지만 김태원은 이들을 부활 콘서트의 마지막 무대에 올리는 배려를 해 주었다. 마지막 무대라는 서러움에 눈물을 쏟느라 제대로 노래를 잇지도 못하는 탈락자들과 무대 뒤에서 이들을 지켜 보며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는 생존자들의 눈물을 보며 이 프로의 기획 의도를 비로소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다음 달에 있을 생방송 무대 전까지는 다른 멘토들의 탈락자들이 계속 나오게 될 것이다. 그리고 생방송 무대에 진출한 다른 생존자들도 계속 탈락하고 한 명의 최종 우승자가 결정될 것이다. 하지만 우승을 하고 못하고의 차이는 상금과 그로 인해 받는 혜택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이미 다섯 멘토의 멘티 20명은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탈락 여부를 떠나 앞으로 죽을 때까지 보자는 김태원의 말처럼 경쟁에서 탈락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멘토의 제자가 되었다는 이유만으로도 데뷔는 어렵지 않음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최종 우승자는 한 명이 될 테지만 각 멘토들은 자신이 그들을 한 꺼풀 벗겨 내고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능력을 끄집어 낼 수 있다는 신념하에 멘티로 선정을 한 것이다. 따라서 최종 경쟁에서 탈락했다 해서 그대로 내쳐지는 것이 아니라 멘토에 의해서 더욱 강하게 길러져 무대에 오를 가망은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이게 바로 이 프로가 갖는 멘토제라는 시스템이 장점으로 부각될 수 있는 것이다.
위대한 탄생에서 데뷔를 하는 사람들은 '슈퍼스타 K' 출신들보다 훨씬 좋은 조건에서 시작을 할 수 있다.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여전히 높기만 한 공중파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 있는 슈퍼스타 K출신들에 비해 별 다른 제약없이 공중파 출연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때문에 위대한 탄생에서 멘토들의 제자가 된 멘티들은 벌써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다만 누가 최종 우승을 하고 누가 더 대박 나느냐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최근 총체적 난국 속에서 무리수까지 자주 두어 공영 방송으로서의 이미지가 실추된 MBC가 모처럼 볼 만한 프로 하나 선보이고 있어 그나마 한 줄기 빛이 보이는 것 같다. 수많은 비난을 안고 시작했지만 자신만의 독자적인 프로로 자리매김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 '위대한 탄생'이 지켜 보길 잘했다는 흐뭇한 마음으로 끝맺음을 지켜 볼 날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