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나는..밤을 샌데다가 신경도 예민해질대로 예민해져서 너무 힘들었었다.
신경이 예민해져서 밤을 샌게 맞을지도..ㅎㅎ
그리고 너무 눈이 아파서 다섯시쯤 집에 들어가 눈을 감고 누워있는데 아빠한테 전화가 오는거다.
아아..
어제는 정말 받기 싫었다.
진짜 그 누구의 참견도 듣고싶지 않았다.
그랬더니 엄마한테 전화해서는 바꿔달라고 했나보다.
왜 안받았냐고 하길래 그냥 좀 잤다고 했다.
거기서 또 한소리 해야 우리 아빤데 어제는 뭐 물어볼게 있어서 그랬는지 그냥 참은건지 잠깐 퍼즈를 두고 그냥 물어볼거 물어보더라.
프린터 왜 안되냐면서..
사람이 스스로의 문제를 스스로 깨닫는건 흔치 않다.
그냥 아빠는 그런 느낌이다.
내가 조금만 쌀쌀맞게 대하거나 투덜대면 자기를 무시한다고 생각하는거 같다.
참...
요즘 들어서 아빠나 엄마의 어떤 성격적인 결함(?)들을 조금씩 발견하게 되면서 내가 어렸을때부터 지금까지 힘들었던 어떤 부분들이 왜 그랬던건지 조금씩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나의 말투가 정말로 좀 쏘거나 쌀쌀맞을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그냥 나라는 사람이 그런것일 뿐 어떤 의도가 있는건 아니다.
우리 엄마랑 아빠는 그런 부분을 받아들이지도, 훈육을 시도해보려고도 하지 않았다.
혼내는건 훈육이 아니다.
겁주는건 훈육이 아니다.
...
방금도 전화가 와가지고 뭐가 그리 의기양양한지 아님 뭐가 그리 답답한지..
프린터 고쳤다는 이야기부터 그거 고치라고 애들 불렀는데 요즘 젊은애들이 참 짠돌이라며, 돈 버는 젊은것들이 밥을 사줘야지 자기가 밥을 샀다면서 그게 엄청 짜증났던 양 말했다.
와...
우리 아빠 정말 꼰대된거같다.
우리 아빠 원래 이랬나?
정말 보수중의 극 보수인거같다. 하기사 박정희 전 대통령을 무척 좋아하고 여당의 전폭적 지지자이니..
그런 정치적인 사안 빼고도 정말이지 엄청난 보수라는걸 요즘 문득문득 깨닫는다.
프린터를 고치려고 누군가를 불렀으면, 그리고 자기가 그들보다 나이도 많고 어른이고 상사였는데...
나같음 오느라 수고했다고 밥한끼 사는거 그냥 기쁘게 사주겠다.
그리고 그들도, 뭐 그들이 먼저 '은퇴하셨는데 저희가 살게요'라고 말하지 않았음 몰라두, 대개 같은 자리에 연장자가 돈을 내는게 자존심같은 일이지 않나? 그들은 자존심을 지켜주려고 그랬을수도 있고...아님 정말 별 생각이 없었을수도 있고...
그걸가지고 요즘 젊은것들은 짠돌이야라면서 나한테 투덜대다니.ㅎㅎㅎ...
난 그들의 행동에서 별 잘못된걸 찾을수가 없는데?
진짜...저러고 있는데 참 우리 아빠가 엄청난 꼰대가 되었구나....싶어서 당황스럽기도 하고 언제부터 이랬지? 원래 이랬는데 몰랐던건가? 싶기도 하고...
나의 어떤 정치적 성향에 대해 말하자면 사실 지금은 잘 모르겠다. 나는 여당 지지자도 야당 지지자도 아니다. 그냥 그들에게 기본적인 신뢰가 없어서...하지만 예전에는 아빠말이 절대 진리처럼 여겨졌던 지난날들엔 나도 보수였던거같다. 아빠 말이 진리였으니까.
근데 참 지금은 아빠가 저런 얘기를 할때마다 참..뭐라 이야기해야할지 모르겠다.
일일히 그런거에 대해 짚고 넘어갈수도 없고...괜히 실갱이하게 되고.
나는 아직 아빠집에서 살고있으니 눈치를 봐야 하고.
독립만이 살길이다.ㅎㅎ..
선생님은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다른 면이 있어서 다행이지'라고 말하실까?
...
어제 너무 초조하고 날이 서있고 심장도 두근두근수준이 아니라 거의 뭉개지는 느낌으로 빠르게 뛰고 울렁대어서 힘들었는데..
그래서 어제는 좀 푹 자고싶었다.
근데 잠이 안오면 어쩌나..하고 걱정했는데 의외의 지점에서 마음이 좀 풀렸다.
엄마가 저녁을 같이 먹자며 보쌈을 시켜줬다.ㅋㅋㅋ
이 얘기만 들으면 참 웃기다.
결국 먹을거에 모든게 풀리는..
근데 엄마가 음식을 내미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유일한 애정표현과도 같은 것이었던거같다.
나에게 유일하게 '다 괜찮아..'하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우리 엄마는 어릴땐 잘 기억이 안나지만 성격상 나를 좀 밀어내는 편이다.
엄마는 본인의 흠이 잡히는걸 극도로 싫어하는데, 나는 그게 흠이든 아니든 별 생각 없는데 그냥 얘기해버리는 성격이니..
사실 그게 흠인가 싶다.
사람이 다들 그정도의 흠(?)들은 품고 살지않나.
내가 넣어놓은거 어디다 뒀는지 잊어버리고, 귀찮을때는 정리도 잘 안하게 되고...머 그런것들 말이다.
그게 흠인가. 인간적인거지.
자기 흠이 잡힐까봐 나를 밀어내는것도 같다.
그리고 자기 말이 맞지 않으면 엄청 낙담하고 노여워하는데, 엄마가 하는 말은 종종 사실이 아닌데 우기는 경우가 많다.
그게 발각되면 만만한 나에게는 노여움으로 표현이 되고, 무서운 아빠에게는 낙담으로 표현이 되는것이다.
하아...
엄마와 아빠는 나를 온 정성으로 키우셨지만, 솔직히 나는 늘 완벽성을 추구하고 통제하고 제어하는 부모님이 너무 힘들었던것같다.
더더군다나 나의 기본적인 성향은 통제와 제어속에서는 발휘되기 힘든것들이었을것 같고..
결국 나도 그 속에서 자라 속은 자유롭고싶지만 겉은 통제와 제어를 강요하는 인간이 되어버렸다.
이 두가지의 갭이 너무 날 힘들게 한다.
...
아침에 잠깐 깼었는데, 왜인지 되게 슬픈 기분이었다.
그리고 참 순간적이었지만 내가 왜 그렇게 요즘에 엄마한테 짜증과 분노가 속에서 끓어났던건지, 그리고 왜 그렇게 엄마한테 안기고 싶고 어리광부리고 싶고 그랬는지..그런것들을 다 알게되버린 기분이었다.
어린 나는, 그리고 커버렸지만 아직도 어린 나는 내가 어린이로써 마음이 상했거나 했을 때 엄마한테 조르륵 달려가서 안겨서는 이런저런 하소연을 하고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엄마로부터 '어이구, 그랬어어~?'하는 달래는 소리를 듣고싶었던거같다.
엄마는..우리 엄마는 참 그런게 없다.
다른 사람들, 남들이 볼때는 가끔 그런걸 해줬다.
세상 없이 친절한 미소와 말투.
근데 집에서 단둘이 남아있거나 할 때는 글쎄..나를 챙겨준다기 보다는 나의 뒤로 숨거나, 되려 귀찮아하거나 성가셔하거나 밀어내기 일쑤였던 것 같다.
갱년기가 온 지금은 더더 심하다.
엄마는, 내가 엄마를 공격하거나 무시한다고 생각하는것 같다.
자기가 틀리게 말해놓고, 사실이 아닌걸 우겨놓고, 본인이 잘못한걸 절대 인정할 수 없어서...그 부분을 집어내는 내가 미웠나보다.
나는 내가 '잘났다'고 생각하게되는 순간들을 즐길수가 없었다.
정말 희한한 것이었다.
묘하게 엄마가 질투한다는 기분을 느꼈던거 같다.
내가 엄마의 생각을 읽을순 없지만, 이거 또한 어린 나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수도 있지만, 하지만 최근에도, 꽤 커서도 그런것들을 느꼈던걸 보면...
지가 잘났다고 우쭐해 하는 꼴좀 보라지. 약간 이런 느낌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내가 좀 많은 사람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자라서 우쭐해하는 구석은 있긴 있었다.
하지만 어린애인걸..어린애에게 그걸 그렇게 '본격적'으로 질투할 필요가 있나 싶다.
친척 언니만 해도 어렸을적에 내가 그렇게 우쭐댈때 '어이구~이 여수깽이'하면서 웃어 넘겼는데.
...
그냥 되게 서럽고 슬픈 기분이 느껴졌다. 별로 그러고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났다.
되게 외롭고 쓸쓸했다.
우리 엄마가 좀 더 감정을 표현할 줄 아는 사람이었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는데 너무 슬펐다.
그리고 왜인지 사건의 전말(?)이 빠른 시간 내로 훑어지기 시작했다.
아, 이래서 그랬구나, 저래서 그랬구나...
내가 그러고 싶었던 거구나...
참 이 기분은 희한하다.
잠이나 꿈이 무의식에 가까워진다는 것은 참말인거같다. 이런 기분은 내가 깨어서 의식적으로 활동할 때는 잠들어있는 기분이거든.
의식과 무의식이 서로 활동시간을 교대하는 것, 그게 바로 잠인거 같다.ㅎㅎ
그래서 잠에서 깨어나는 그 순간 많은 것들을 느낄때가 많다. 그리고 많은 것들을 보게 될 때가 많고.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은 참..
왜 그 사람이 임사체험을 하거나 혹은 죽거나 했을 때..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면서 과거, 현재, 미래를 동시에 볼 수 있게 되고 그냥 모든 사건의 전말을 알 수 있게 되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아침에 든 느낌이 참 그랬다.
내가 죽었던 건 아니었겠지만, 뭐랄까, 꿈도 별게 없었던것 같은데 그냥 내가 그동안 느꼈던 마음의 빈 구석과 어떻게 해도 채워지지 않았던 구멍, 외로움, 쓸쓸함 등등이 왜 그랬던건지를 순식간에 알아버린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다른 여러가지 요인도 있었겠지만, 난 엄마와의 정서적인 유대감이 참 약했던 거 같다. 어렸을 적에도, 지금도.
그런 유대감을 아빠가 어릴때는 채워주다가, 그러면서 엄마의 자리가 둘 사이에 없어져버리고..
갑자기 아빠가 배신(?)했다는 기분을 느끼면서 난 혼자가 됐다는 느낌으로, 혼자만의 세계로 빠져버린것 같다.
엄마가 좀 더 나와 정서적으로 교감을 했더라면..교류를 했더라면..
내가 이렇게까지 심하게 내적 갈등이 있지는 않았을것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그런 생각도 같이 들었다.
내가 엄마한테 안기고 싶었구나, 내가 엄마한테 어리광 부리고 싶었구나, 엄마한테 기분이 상하면 하소연도 하고싶고 그랬구나..하는 생각이 들면서 그렇게 할 수 없었던 스스로가 짠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는 엄마가 짠하기도 했다.
화가 난다는 느낌보다, 그런 표현들을 '할 수 없는' 엄마가 짠하고 안쓰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엄마라는 사람을 바꿀수는 없으니, 이제 그냥 내가 그렇게 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나는 생각보다 그렇게 쌀쌀맞은 사람이 아닐수도 있겠다..하는 생각도..
다만 어떻게 표현하는지 배우질 못했고, 매번 그러고 싶을 때마다 벽을 치고 있거나 거부하는 엄마때문에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했으니...
너무 쉽게 오해하고 사람이 말하는 뜻을 잘 알아듣지 못하는 엄마...
그래서 쉽게 성질을 내고 사람을 밀쳐내는 엄마...
하지만 또 그렇지만 소박한 사람이라서, 그 점때문에 그래도 내가 좋은 면들을 가질 수 있었기도 했다는 것...
그냥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 짧은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갔다가 돌아온 그 짧은 시간에 동시다발적으로 뭔가 넓은 시야가 되어 돌아보고 깨달은 것 같은 느낌...
그 기분은 참 서글프고 슬프긴 했지만 마음이 안정되는 기분이기도 했다.
삶은 참 힘든거같다.
이번 생의 나의 과제는 내 복잡한 마음을 푸는 것인가보다.
나의 심리적인 갭을 없애는 것, 좋은 나와 나쁜 나를 통합해내는것, 균형을 이루는것, 진짜 내가 누구인지 알아내는것...
지난 생의 나는 대체 어떤 삶을 살았길래 이다지도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가지고 태어난걸까?ㅎㅎㅎ....
나는 이 마음의 방황때문에 너무 많은 댓가를 치러야 했다.
너무 많은 시간들을 잃었고...
너무 많은 좋은 기회들을 잃었다.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할지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만회를 할 수 있을지, 아니면 그럭저럭 지금의 상태에 적응을 하면서 소담하게 살아가련지.
만회라는 단어는 여기에 어울리지 않는걸까?
이미 서른 둘의 6월이 흘러가고 있는데, 내 인생에 정말 좋은 날이 올까?
겉으로 봤을 땐 니가 제일 좋았지 뭘그래 하고 이야기할수도 있겠지만, 내 속은 썩어 문드러지고 있었거든.
남들, 사회, 사람들의 속도에 맞추려고 하면 초조해지고 불안해지기만 한다.
각자에게는 각자의 속도와 인생과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편해진다.
나의 속도대로 살자..
올해를 기점으로 많은 것들이 변할것이다.
그럴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