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최초의 우주인 탄생 한달을 앞두고 탑승 우주인이 전격적으로 교체됐다.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특별한 언급없이 “한국 우주인 후보인 고산씨가 가가린 우주센터의 관련 규정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며 “이번 결정은 한국정부의 책임 하에 있다”고 밝혔다. 예비우주인 이소연씨의 탑승 결정으로 한국인 우주비행에는 변화가 없지만 국내 우주항공 역사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무슨 일이 있었나=교육과학기술부 이상목 국장은 탑승우주인 교체의 결정적 사유가 된 고산씨의 규정위반에 대해 “처음에는 부주의였고, 두번째는 과욕이 부른 실수였다”고 표현했다.
그러나 사소한 실수로 넘기기에는 대가가 너무 컸다. 민감한 기술정보 분야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고씨는 지난해 9월 러시아 가가린 우주센터에서 사용하던 훈련교재를 밖으로 유출했다고 한다.
한국으로 보내는 개인 짐에 교재가 포함됐다. 러시아 연방우주청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 공식 항의했고 한국에서 이 교재를 다시 러시아로 돌려보내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1차 경고를 받았음에도 고씨는 지난달 다시 규정을 위반했다. 이번에는 ‘고의성’이 있었다는 게 러시아 연방우주청의 판단이다. 고씨는 자신의 임무인 ‘우주 과학실험’과 관련없는 조종사 훈련교재를 허가없이 빌려 보다 적발됐다. ‘반복된 규정위반’은 우주인 자격에 치명적이라는 게 러시아 측의 판단이었다고 한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한국 측도 러시아의 교체 권고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 국장은 “우리 측에서는 사안이 경미하다고 봤지만 러시아측 입장은 달랐고 이를 수용했다”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한 관계자는 “고산씨가 공부 욕심이 많고 개성이 너무 강했다”고 말했다.
◇향후 우주 일정은=한국 최초 우주인 탄생이란 프로젝트는 차질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이상목 국장은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뀌었을 뿐 임무 수행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예비 우주인 이소연씨는 ‘예비팀’에서 고씨와 똑같은 훈련을 소화해 왔으며 이미 지난 7일 ‘탑승팀’으로 임무를 교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씨는 이씨가 수행하던 ‘예비 우주인’의 임무를 그대로 물려 받았다.
이 국장은 “탑승 우주인이 다시 바뀌게 될 확률은 앞으로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혹시라도 이씨가 고씨와 같은 실수를 한다면 러시아 연방우주청과 재협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탑승 우주인 교체로 일단락됐지만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유출된 정보가 어느 수준인지, 어느 선까지 유출됐는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국제 과학계에서 한국의 신인도 하락과 위상 추락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상의 문제가 아닌 이유로 우주인을 교체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때문에 우주인 선발과정에 자질 검증이 미흡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 최초 우주인은 다음달 8일 오후 5시16분(현지시간)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소유스호를 타고 우주로 향한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머물며 과학실험 등 우주임무를 수행한 뒤 같은달 19일 귀환선을 타고 카자흐스탄 초원지대로 돌아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