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동화책으로 읽었던 기억이 있는 ‘평강공주와 온달’의 이야기는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고구려 역사 이야기입니다. 그 스토리가 최근 한 공영방송에 의해 각색되어 ‘달이 뜨는 강’이라는 타이틀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로 자리매김을 할 무렵 방송사와 제작진이 갑작스러운 난관에 봉착하게 됩니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온달’역을 맡고 있는 남자 배우가 요즘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소환 당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사실무근임을 주장하다가 피해자들이 여기저기서 속출하면서 가해자로 지목을 받은 남자배우는 결국 공개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게 됩니다. 이미 드라마의 90% 이상의 촬영이 끝난 상황에서 제작 측은 여론의 비난과 싸늘한 외면을 의식하여 엄청난 경제적 손실과 이미지 타격을 감수하고 새로운 배우를 전격 투입하여 전 과정을 전면 다시 촬영하는 고육책을 쓰기에 이릅니다.
승승가도를 달리던 한 젊은 배우는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운을 맛보게 됩니다.
금년 들어 여자 프로 배구계로부터 촉발된 ‘학교폭력’ 폭로전이 불붙듯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걷잡을 수없이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습니다. 중학교 시절 동기들을 때리고 흉기로 위협하는 등의 난폭한 행동을 했다는 폭로가 연이어져 논란의 중심에 있던 쌍둥이 배구 선수는 마지못해 사실을 인정하게 되고 이내 출전 정지를 받고 무기한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당하는 등 불명예와 불이익을 당하게 됩니다. 이들은 대중의 인기와 사랑을 받던 스포츠 스타여서 국민들로부터 심한 배신감과 함께 비난의 화살과 싸늘한 외면을 받아 그들의 남은 인생에 커다란 타격이 되었습니다.
대개의 경우, 미성년 시절에 발생한 일이고 오랜 시간이 흘러 공소시효가 지난 사건들이 대부분이라 특별한 처벌이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무엇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유명인들이고 공인이 된 상황이라 그들의 절대적 생명인 인기와 명성이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되어 회복하기가 전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과거 학교폭력 폭로전은 배구계로부터 촉발되어 빙상, 축구 등 스포츠계로 확산되더니 이어 연예계로 급속히 번져 가기 시작합니다. 공들여 쌓아온 선수와 배우로서의 생명이 끝나버린 듯합니다. 어린 시절 철모르고 저지른 ‘학교폭력’이란 치기 어린 비행이 ‘다 된 밥에 재 뿌리듯’이 성인이 되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연예인들을 하루아침에 바닥으로 끌어내려 물거품이 되게 합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린 시절의 착한 인성 함양과 바른 행동이 그들이 걸어가야 하는 인생길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지 시사하는 교훈적인 대목입니다.
이와는 달리, 얼마 전 모 일간지에 훈훈한 미담을 담은 뉴스 기사 하나가 소개되어 코로나로 힘든 세상에서 모처럼 미소 짓게 만들었습니다. 화제가 되었던 미담의 기사 타이틀은 ‘배고픈 형제에게 치킨을 대접한 점주, “돈쭐 내주자”였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궁금하여 자초지종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기사에 담긴 내용은 대충 이런 이야기였습니다.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를 운영하는 어떤 착한 점주가 형편이 어려운 형제에게 온정을 베풀어 주어 이를 알게 된 네티즌들이 대거 찬사를 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실은 ‘철인 7호’라는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 앞으로 날라온 익명의 고등학교 학생이 쓴 편지를 통하여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전해진 편지에 따르면 편지를 쓴 주인공은 부모님께서 돌아가신 후 편찮으신 할머니를 모시고 동생을 책임지는 가장 역할을 하며 코로나로 더욱 어려워진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동생이 치킨을 먹고 싶다고 조르는 바람에 단돈 5000원을 가지고 거리로 나섰고, 치킨 가게 앞에서 서성거리는 모습을 보고 이를 알아차린 치킨 가게 주인이 형제들을 가게 안으로 들여 치킨 2만 원어치를 대접하고 돈을 받지 않고 보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후에도 어린 동생이 이 가게 앞을 서성거릴 때마다 착한 가게 점주는 동생을 안으로 불러 치킨을 대접하고 때로는 이발소로 데리고 가서 동생의 머리를 깎아주었다는 선행이 고등학생의 편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이 미담을 접한 인터넷 누리 꾼들이 크게 감동하여 이런 착한 가게는 ‘돈쭐(돈으로 혼쭐)을 내줘야 한다’고 하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인터넷으로 치킨을 주문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 가게는 한때 폭주하는 주문량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일은 자신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면 다 그랬을 것입니다.’라며 이런 폭발적인 돈쭐 운동에 다소 부담스러워하는 착한 치킨 집 점주의 겸손한 이야기에 오히려 두 배의 감동이 됩니다.
어려운 세상에서 착한 인성이 만드는 가슴 훈훈한 선행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종의 마중 물과도 같은 순기능 역할을 합니다.
일본 나라 현에 있는 ‘겐키카레’라는 식당에서는 흥미로운 착한 선행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손님이 식사를 하고 다른 누군가를 위해 ‘미래 티켓’이란 이름이 붙은 식권을 사서 벽에 붙여두면 배고픈 아이들이 그 후원을 받아 카레를 사 먹는다고 합니다.
한편, 이탈리아에도 ‘카페 소스 페소(Caffe Sospeso)’라는 소박한 나눔 관행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이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신 후 커피 한잔 값을 더 치러서 누구라도 돈 없는 이가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하는 아름다운 관습입니다. 이탈리아어인 ‘소스 페소(Sospeso)’란 말은 ‘예비된, 미뤄둔 것’이란 뜻입니다. 다른 표현으로 ‘Suspended Coffee’라고 하여 ‘유보 커피’라고도 부릅니다. 이러한 선행 나눔 운동은 날로 확산되어 전 세계적으로 약 150개의 Suspended Café가 운영 중이라고 합니다. 아마도 지금은 그 수가 더 많아졌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착한 인성이 짓는 아름다운 세상의 모습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와 유사한 선행 나눔 운동으로 ‘미리내 운동’이 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 경연이 끝난 한 트롯 경연 대회에서는 중도에 탈락한 참가자가 천신만고 끝에 구제되어 극적인 반전의 드라마로 최고 영예인 우승을 차지하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유명 트롯 경연 프로그램이 되었습니다. 이 대회를 통하여 배출된 많은 트롯가수들은 감성 짙은 노래로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을 위로하고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미 제1회 대회를 통해 ‘송가인’과 ‘임영웅’이라는 보석 같은 국보급 가수를 비롯하여 많은 훌륭한 가수들이 탄생했습니다.
기존의 두 대회를 통하여 트롯 진(眞)의 탄생은 예선을 통하여 어느 정도 예상이 되었던 인물들이라 그들의 진의 탄생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기존과 달리 극적인 반전이 있어서 더욱 놀라웠던 대회였습니다. 이번 대회에서 진에 등극한 ‘양지은’이란 가수는 총 14명으로 좁혀지는 준결승 고비에서 아쉽게 탈락의 고배를 마시게 됩니다. 그런데 준결승에 오른 14명의 참가자 중 한 참가자가 요즘 사회적인 논란이 되고 있는 학교폭력의 가해자로 낙인찍히게 되면서 자진 하차하게 되자 탈락했던 이 참가자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는 행운을 얻게 됩니다. 우여곡절 끝에 연습 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그녀의 숨겨진 인생 스토리가 재조명되기 시작합니다. 시한부 환자였던 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신장을 이식해 준 스토리며 예선 과정에서 참가자들에게 베푼 선행, 학창 시절의 미담 등에 얹어서 그녀의 탄탄한 노래 실력 등이 재평가되기 시작하면서 국민들로부터 지대한 사랑을 받게 됩니다. 짧은 시간 형성된 폭발적인 팬덤의 놀라운 힘은 마침내 그녀를 트롯 여제의 자리에 앉게 만들었습니다.
숨길 수 없는 그녀의 노래 실력도 흠잡을 수 없지만 무엇보다 경연 과정에서 드러난 진정성에 바탕을 둔 후보자의 착한 인성에 많은 사람들이 감동하면서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극적인 드라마가 연출된 이번 대회입니다. 이 참가자가 가진 절대적인 착한 인성이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이번 경연 대회의 승리의 결정적인 원동력은 착한 인성의 바탕 위에 형성된 탄탄한 노래 실력이라는 평입니다.
코로나19로 정말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정말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희망이 사라진 듯한 이 사회에 간간이 작은 희망의 빛줄기처럼 착한 인성이 바탕이 된 선행들이 발견되어 깊은 감동을 받게 됩니다.
뉴스에서 간간이 들리는 착한 임대인, 착한 가게, 착한 가격, 착한 이자, 착한 방송 이야기 등…
착한 인성에 목마른 사회적 갈증의 강한 반증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인성이 경쟁력이 되는 세상을 꿈꿉니다.
<늘푸른언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