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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3장, 김연자는 그런 맏사위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처음과 전혀 변함이 없는 박기정의 마음은 김연자를 크나큰 위안을 주고 믿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아들이 있었지만 언제나 집안의 모든 일들을 해결해주고 기둥이 되어주는 박기정의 모습은 든든한 버팀목이라 생각하고 있는 김연자의 사위에 대한 사랑은 남다른 것이다. 이번에 지수의 일만해도 박기정이 뛰어다니면서 해결을 했던 것이다. 노정민은 두 손을 모아 잘못을 빌면서도 지수와 결혼하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었다. 박기정은 그런 노정민에게 호된 질책과 함께 노정민을 동거중인 가족들에게 돌려보낸 것이다. 노정민은 지수를 위해서 어떠한 보상이라도 하고 싶다고 알려왔으나 그 어떤 것도 지수에게 마음의 상처가 더 클 것 같다는 생각에서 아무 것도 요구하지도 받지도 않았다. 그저 조용히 일이 마무리가 되도록 결말을 지은 것이다. 또한 지수의 앞날을 위해서 번역 일을 생각해서 가져다 준 박기정의 속 깊은 마음을 김연자는 너무나 다행스럽고 믿음직하게 생각한다. 그런 맏사위의 모습에 김연자는 많은 힘을 얻고 있었다. 이제 지수의 생활은 거의 정상적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지수는 규칙적으로 생활을 한다. 새벽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가벼운 샤워를 끝내고 번역을 시작한다. 두 어 시간 일에 매달리고 나서 그리 늦지 않은 아침을 스스로 준비를 하면서 집안일을 매달린다. 혼자서 살기에는 제법 커다란 집이다. 청소를 하려고 마음을 먹으면 서너 시간은 족히 걸리는 집안인 것이다. 지수는 오전 시간을 거의 집안을 치우고 가꾸는데 보낸다. 그것은 별로 운동을 하지 않는 자신의 체력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집안의 분위기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가 정한 일이다. 그렇게 몸을 움직이고 나면 배가 고파진다는 것을 느낀다. 이제 지수는 아무런 마음의 통증이 없어졌다는 것을 느끼면서 집안일에 재미를 붙이도 있었다. 가벼운 음악이 집안 전체에 울려 퍼진다. 지수는 스스로 작품 세계에 빠져든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작가가 되기도 한다. 주인공의 마음을 작가는 잘 간파하면서 그에 함몰되어간다. 이제 지수에게 원고의 청탁이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을 아직은 박기정이 다 처리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박기정은 힘에 겹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여러 군데서 들어오는 원고청탁을 자신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기에는 지수의 이름이 너무나 커져 있었던 것이다. 더구나 이제는 지수 스스로가 알아서 처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면서 박기정은 일산으로 향한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향긋한 차향의 냄새가 집안 가득하다. "어? 너무나 향이 좋은데...." "형부! 마침 잘 오셨어요. 어때요? 허브향의 차를 함께 마셔 줄 사람이 필요했는데." 지수의 기분은 상당히 좋아 보인다. "허브차를 이렇게 아름다운 미인과 마주 할 수가 있으니 이 얼마나 큰 영광입니까?" 두 사람은 차 한 잔을 하면서 기분이 좋다. "처제! 이제는 원고 청탁을 내가 마음대로 처리한다는 것이 주제 넘는 일이라 생각하는데......" "형부! 그런 말씀이 어디 있어요? 지금 내가 이 번역 일을 하는 것이 모두 형부 덕인데요." "그렇긴 하지만 나도 내 사업이 있으니...." "아! 그렇군요. 내가 너무나 내 생각만 하고 있었어요. 그럼 내 일은 이제 내가 알아서 할게요." "그렇다고 내가 아주 모른 체하고 있겠다는 것이 아니고 원고 청탁이 들어오면 어느 것을 가려야 할지 잘 모르고해서." "형부! 그 동안 너무나 고마웠어요. 형부가 안 계셨더라면 지금도 난 제대로 사람노릇도 하지 못하고 헤매고 있을 거예요. 이제는 내가 알아서 일을 할게요." 지수는 비로소 자신이 얼마나 형부에게 많은 일을 감당하게 하고 있었는지 깨닫는다. "정말 할 수 있겠지?" "그럼요! 이제는 아무렇지도 않아요. 그리고 언제까지 형부에게 의존해서야 되겠어요? 홀로 사는 방법을 생각하고 이제는 홀로서기를 해야지요." "이제야 내 처제의 모습이 보이는군!" 박기정은 비로소 마음에 안도의 한숨을 쉰다. 지수는 이제 직접 출판사들과 연락을 주고받는다. 그러나 지수는 일을 욕심내지 않으면서 시간에 쫓기지 않게 그리고 성실하게 최선을 다해서 번역을 한다. 지수는 서서히 혼자서 살아가는데 익숙해진다. 번역을 하고 집안을 꾸미고 음악을 들으면서 음식을 만들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었다. 점차로 집안은 지수의 손길로 윤이 나기 시작한다. 지수는 집안일도 하기에 따라서는 매우 중요하고 재미있는 일임을 깨닫게 된다. 지수는 가까운 슈퍼나 백화점을 나가게 된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고 서서히 많은 인파들 속에 자신을 맡겨보기도 한다. 지수는 모처럼만에 출판사를 찾아간다. 몇 번을 만나기를 간청해오던 출판사였다. 수 없이 망설이다가 지수는 약속을 정한다. 이미 완성된 원고를 가지고 출판사를 찾아가는 지수의 마음은 불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마음과는 달리 출판사를 쉽게 찾아간다. "아이고! 우리 작가 선생님의 모습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네요." "죄송스럽습니다." "이렇게 미인이신 줄을 몰랐습니다." "부끄럽습니다." 출판사의 대단한 호의를 받으면서 지수는 새삼 출판사와의 계약을 체결한다. 처음에 자신의 능력을 알지도 못하고 일을 선뜻 내어주던 형부의 친구인 최사장은 파격적인 호의로 지수와의 계약을 체결한다. 지수는 기분이 상당히 좋아있었다. 그동안 써왔던 원고료를 받고 새로운 계약을 체결하고 나니 마음은 날아 갈 듯이 가벼워졌다. 지수는 출판사에서 나와 자신의 승용차에 올라가서 차의 시동을 걸려다 말고 문득 인영이 생각이 났다. 벌써 오년이라는 세월을 넘겨 뛰어 버린 것이다. 인영이 갑자기 보고 싶어진다. 지수는 차를 인영의 회사 쪽으로 운전을 해 나간다. 인영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마 결혼을 했으리라 생각을 하면서 지수는 인영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져온다. 서울의 도심지는 너무나 차가 많이 밀린다. 생각보다 차는 서서히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인영의 회사 앞에 당도한 것은 거의 퇴근 무렵이 가까워서였다. 지수는 차를 주차시키고는 공중전화를 찾는다. 다행히 공중전화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하나하나 정성들여서 전화번호를 누른다. 신호음이 울리자 이내 전화기 저편에서 인영의 음성이 들린다. "네! 영 건축 입니다." 인영의 음성을 다시 확인을 한 지수는 가슴이 떨려 옴을 느낀다. "여보세요! 영 건축입니다." 저쪽의 수화기 너머에서 다시 들리는 음성이다. "나....... 지수야!" "뭐? 지수? 정말 지수가 맞니?" 인영의 음성도 떨리고 있다고 지수는 생각한다. "인영아!" "지수야! 지금... 너 지금 어디 있니?" "여기 바로 네 회사 앞에 있는 공중전화....." 지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는 끊어진다. 지수는 전화기의 수화기를 그대로 들고 인영의 회사 정문을 바라다본다. 인영이 뛰어나오고 있음을 지수는 보고 있었다. 그들은 근처의 찻집에 마주 앉자 있었다. "지수야! 그동안 어떻게 지냈니?" '잘 지냈어!" "헌데, 너 어디가 아픈 거니? 왜 그렇게 말라보이니?........"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아....." "지금은?...... 너 무슨 일이 있었니?" "인영아! 결혼했지?" 지수는 인영의 물음에 대답을 하지 않고 묻는다. "응!" "그랬구나! 내가 아무 것도 알지 못하고 살았구나!" "아냐! 너한테 아무런 연락을 하지 않았어! 그때 네 결혼식에 난 가지를 못했어! 아무리 노력을 해도 난 갈 수가 없더구나!" "그랬니?........." "내 결혼을 너에게 굳이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 나도 육 개월인가 있다가 곧 결혼을 했거든! 한창 신혼의 단꿈에 빠져있는 너한테 굳이 알려서 무엇을 하나 싶은 생각을 했지!" "아마 알았다 하더라도 가지 못했을 거야!" 지수는 가벼운 한숨을 내 쉰다. "지수야! 네 모습이 너무나 많이 변한 거 같다. 왜 이렇게 네 모습이 낯설게 느껴지는지........" "그동안 많은 세월이 지나서 그런 거겠지..... 헌데, 사업은 잘 되가니?" "응! 이제는 자리를 제법 잡았지. 일도 생각보다 많이 들어오고......." "그럼 이제는 아무런 걱정이 없겠구나! 정말 잘 된 일이지...." "지수야! 그동안 그렇게도 연락을 하지 않았던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그냥! 참, 너의 어머니는 건강하시지?" "우리 어머니...... 병원에 입원중이시다." "왜? 어디가 편찮으신데?" "노인이시니까........" 인영의 대답은 우물쭈물한다. "그래도 병명은 있는 거 아니니?" "벌써 한 삼년이 거의 다 되어 가는데....." "무슨 소리니? 병원에 입원하신지가 삼년이 다 되어간다는 말이니?" "응!" "어떻게 그런 일이....." "지수야! 오랜만에 만나서 그런 얘기 말고 우리 어디 가서 맛있는 저녁이나 먹으면서 지난 얘기나 하자!" 인영은 지수를 데리고 밖으로 나간다. 이제 인영은 마음 놓고 지수에게 비싼 음식도 사 줄 수가 있었다. 그동안 인영의 사업은 번창을 했던 것이다. 인영은 고급스런 음식점으로 지수를 데리고 간다. 식사를 하면서 그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그동안의 그리움을 표현한다. "애기는 있지?" 지수가 묻는다. "응! 딸이 하나 있어! 너는?" 지수는 가볍게 머리를 가로 흔든다. "아직 애기가 없다니? 그럼 너는 어디가 좋지 않았니?" "그냥 건강이 좋지를 못했어!" "그래? 그래서 네 얼굴이 핏기가 하나도 없고 기운이 없어 보인거니?" "지금은 괜찮아!" "아냐! 너무나 안 좋아보여서 내 마음이 아프다. 어서 많이 먹어!" 인영은 이것저것을 집어서 지수의 수저에 얹어준다. "어머니 병원은 어디니?" "오늘은 그런 것을 생각하지 말자!" 인영은 말을 하려하지 않는다. "그래! 그럼 다음번에는 함께 병문안을 가도되지?" 인영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은 서로 아쉬워하면서 각자의 집으로 돌아간다. 인영은 지수의 모습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린다. 인영은 혼자서 오피스텔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딸을 데리고 이미 캐나다로 이민을 가버린 상태였던 것이다. 결혼을 하자마자 친정식구들이 캐나다 이민을 준비하고 있는 그의 아내는 함께 이민을 가자고 졸라댄다. 그러나 인영은 이민을 생각해 보지도 않았고 갈 마음도 없었던 것이다. 그의 아내는 군대에서 함께 만난 군 동기의 여동생인 것이다. 그의 모든 것을 잘 알고 있는 동기생이 자신의 동생을 소개를 하면서 결혼을 원했던 것이다. 인영의 마음은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 나가기에는 이미 너무나 깊은 상처를 안고 있었다. 평생을 지수를 잊지 못할 것 같은 인영은 사랑 없는 결혼생활을 할 것임을 알면서도 결혼을 감행한다. 그것은 지수에 대한 그리움을 잊고자 하는 마음과 어머니의 외로움을 달래려는 마음이 복합된 것이었다. 그러나 아내는 결혼을 하자 어머니를 모시기를 거부를 한다. 사사건건 어머니로 인해서 그들 부부는 마음이 편할 날이 없었다. 아내는 부산의 본가에 계신 부모님에게만 성의를 보인다. 어머니는 며느리의 눈치를 보면서 매일을 숨죽이면서 날을 보내시다가 결국 누나네 집으로 내려가셨던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건강은 점차 나빠져 가고 있었다. 인영은 어머니를 방치할 수가 없었다. 인영의 어머니 한예옥은 완전한 독거노인으로 나라에서 운영하고 있는 시립병원에 입원을 하신다. 인영이 시설이 좋은 병원으로 모시려고 하였으나 한예옥은 한사코 거절을 한다. 병원에 입원하신 어머니를 아내는 단 한 번도 찾지를 않는다. 인영은 아내를 달래보고 사정도 해 보았으나 단 한 번도 시어머니를 찾아보지를 않고 오히려 이민을 갈 것을 요구하고 나선다. 인영의 마음에는 그나마 노력을 해 보려던 아내와의 관계를 식어버리게 만들고 만다. 딸을 낳은 아내는 더욱 성화를 부린다. 인영이 끝내 거절을 하자 아내는 이혼을 요구한다. 그러나 딸에게 상처를 주기가 싫은 인영이 아내의 요구를 거절한다. 그러나 아내는 이혼 청구소송을 내고 만 것이다. 인영은 딸을 위해서 아내의 요구대로 모든 것을 들어주고 이혼을 해 준다. 이미 육 개월 전에 아내는 딸아이를 데리고 카나다로 떠나버린 것이다. 어머니를 퇴원을 시키려고 했어도 마땅히 모시고 들어 갈 곳이 없어서 아직까지 퇴원을 시켜드리지 못하고 있었던 인영의 마음은 어머니에 대한 죄스러움으로 편하지가 않았다. 아직 어머니께는 자신의 이혼소식을 알리지 못하고 있는 인영이었다. 인영은 이제 아파트라도 마련을 해서 어머니를 모시리라 생각을 하면서 책상위에 놓여있는 해맑은 웃음을 웃고 있는 딸의 사진을 보면서 딸을 그리워한다. 어머닌 아직 당신의 손녀를 보시지도 못하신 것이다. 아마 평생을 이 아이는 할머니의 얼굴을 볼 수도 없으리라 생각을 하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아픈 통증이 밀려 올라온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