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이가 둘이 있다 큰누이는 외국살고 둘째 누이는 연극쟁이다 둘째 매형도 연극쟁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연극쟁이는 언제나 가난하다 (외국두 글타더라..아르바이트6개월해서 돈 벌구, 나머지루 연극한다) 전성기때는 (?) 1년에 300만원 번적도 있다고 들었다..(둘이 합쳐서..) 그래서 내가 붙여준 그 부부의 별명이 "합300"이다..-_-
그들이 결혼한다 할때.. 거의 반년동안 우리집에서 곡소리가 났었더랬다 연극에 빠져.. 학교도 졸업 못하고.."수료"로 끝낸 나의 둘째 누이.. 그걸로도 복창터지고 기억날때마다 한대씩 쥐어 박던 부모님인데.. 이번엔 거지 저고리 같은 놈 (당시 우리 엄마가 지금의 매형을 부르던 말이다)을 데려와서 결혼을 한다고 하니.. 아..씨바.. 내가 우리 부모라도 돌지..안도냐?
내 둘째 누이.. 진짜 착하다.. 하지만.. 한번 맘 먹으면 아무도 못말린다.. 다리몽뎅이를 분지르면 포복으로 겨 나가고 (분지른 적은 없다) 머리를 깎아놓으면 모자쓰고 나가는..(깎은적도 없다) 진짜 불굴의 의지를 가진 여자다
하지만 그 거지 저고리 같은 놈과의 결혼 문제는 쫌 달랐다 부모님의 기세가... 절대 물러날수 없는 결연함이 엿보였으니.. 중간에 낑긴 막쉬.. 몇달을 얼마나 후달리게 살았는지..-_-a
그러나.. 역시 둘째 누이는.. 초강력 울트라 황소고집이였다.. 당할수 없는 둘째 누이의 그 고집에.. 거의 전쟁을 하는 심정으로 반대하던 우리 부모.. 6개월만에 손을 들었다..
"그래..이 죽일년아..너 시집가서 쌔가 빠지게 고생해봐라..돈없이 연극이나 하구 살어" 피맺히게 내뱉고는 우시는 엄마에게 누이가 던진 한마디.. "아유~엄마도 참..우리 잘 산다니까.." ioi
옆에서 그 과정을 지켜보던 나.. 누이의 낙천적 대응과 그 불굴의 믿음에 기가찬 웃음만 나왔다..
연극쟁이 답게.. 결혼식도 극장에서 한단다.. 덕수궁 뒤편의 마당 세실 극장인가? 아마 맞을꺼다.. 울 부모는 그것두 불만이셨다.. "이년아..아버지 아는분들 잔뜩 오시는데..그지 발싸개같은 극장이 다 뭐냐.." "아유~엄마는..우리한테 맡겨.." ioioioioi 징한 누이..징한 매형..-_-a 울 부모..또 졌다..
결혼식 날이 밝았다.. 우리 식구는 (당사자 빼고..) 송충이 비벼 먹은 얼굴을 하고 세실 극장으루 갔다.. 우리 아버지.. 당신 체면에 기스가실까봐..안절부절 하시는 느낌..역력하다..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시는 엄마의 심기또한 편할리 없었고..
웨딩드레스 하나만 빌리고.. 신부화장? --> 연극하는 동료들이 해준단다 결혼식 무대? ---> 무대장치 해주는 동료들이 해준단다 주례? ---> 턱수염 기르고 넥타이도 안맨 극단 대표란 분이 해준단다 음악? ---> 연극 음향 담당자가 한단다.. 거기에 하나더.. 뭔가 비장의 퍼포먼스가 있으니 기대하란다.. 아..씨바..
어른들 입장에선 불안하고..초조할수 밖에.. 저..비정상적인 인생 마인드를 가진 화상들이..(우리 부모 생각) 무슨 짓을 할지가..불안할 밖에..
극성맞은 걸루 따지면.. 아시아권에서 최고봉들인 6명의 고모들.. 극장 앞에서부터 입방아를 찧는다.. "아유..언니.(울 엄마) 어쩔려구 재들한테 다 맡겼어요..정말 걱정이네..어쩌구 저쩌구.." 그런 소릴 들을때마다 우리 엄마..거의 울것 같다..-_-;;
드뎌 예식이 시작되었다.. 깜깜한 무대.. 한참을 그상태로 있다.. 벌써 하객들 웅성 웅성.. "뭐야.뭐야.."하는 분들.. 거의 혼절 직전인 우리 부모.. 덩달아 불안한 큰누나 부부..나..동생...
그때였다.. 갑자기 무대 한켠에 불이 들어온다.. 한 남자가 서 있다..초를 들고 서 있다.. 나즈막히 노래를 부른다.. 무지 잘한다..
한 소절을 부르니.. 또 저쪽 한켠에서 여자 하나가 나오더니 다음 소절을 같이 부른다.. 또 다음 남자.. 또 다음 여자.. 결국 노래가 끝날때쯤엔.. 십수명의 누나..매형 연극 동료들이 무대를 채우고 합창을 한다.. 하객석에도 이미 초가 나누어져 같이 흔들며 호응을 해준다..
나는 보고 들었다.. 하객석 여기저기서 훌쩍거리는 광경과 하는 얘기들.. "아..너무 멋있다" "이런 결혼식 첨 봐" 심지어 우리 6명의 고모들 역시 찔찔 짜고있었다.. 울 부모는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합창단이 무대에서 빠져나가고.. 또 하나의 막이 올라가자.. 누이와 매형..주례가 서 있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역시 모두들 감동을 받고...
피로연에서.. 우리 아버지..엄마는 스타가 되었다.. 단순히 결혼식이 멋졌다는 것 때문이였을까? 아니면 그 내면에 그들의 정성과 마음을 읽어서였을까? 어쨋든 그때 참석한 모든 분들은 울 부모 손을 잡고.. 너무 너무 잘 살것같으니..걱정 말라고..용기를 주고들 가셨다..
단순한 것이 또한 사람의 마음.. 그 결혼식을 보시곤.. 주위 분들에게 찬사를 받으시곤.. 울 부모님.. 얼굴이 너무 밝아지셨다..ㅎㅎㅎ
결국 그렇게.. 그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결혼식은 무사히 끝이 나고..
두사람? 여전히 가난하다..-_-a 하지만.. 그들은 누가봐도 졸라 행복해한다..(우낀다니까..가끔..) 의정부에 17평 짜리 아파트를 얼마전에 장만했는데.. 밤새 울었다는 얘기를 지금도 맨날 한다..너무 좋아서..-_-;;
딸이 하나 있는데.. 갸는 공부 스트레스 안받는다.. 완전 프리 스타일루 키운다.. "너 하구 싶은거 하며 살아도 인생은 짧다.."가 그 부부의 교육 철학이란다..-_-;;
울 부모? 씨바.. 하나있는 아들은 개뿡이다.. 내가 가면.. 울 아버지 꼭 이렇게 말씀하신다..
"야..니 매형이나 오라 그래라..갸가 있어야 고스톱을 쳐두 재미있지..너랑 치면 재미 없어..-_-;;" "야..니 매형한테 전화해서..낚시가자구 그래라..너랑 가면 재미 없어..-_-;;" "야..니 매형한테 전화해서 오리고기 먹으러 가자 해라..너두 가든가..-_-;;"
그부부는 지금도 참 재미있게 산다.. 가끔 눈 맞으면 밤에 똥차 끌구 해돋이 본다구 강원도 뎅겨오고.. 내년쯤엔 초등학교 3학년 아이 휴학시켜서 히말라야 간단다...ioi 진짜..졸라 독특하게 산다..이뿌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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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너무 재밋습니다 그리구 멋있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