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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K리그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스플릿 라운드에 접어든 K리그 클래식은 각 팀별로 3라운드만을 남기고 있고, 점입가경 우승 싸움과 만약의 가능성을 놓고 벌어지는 4위 싸움이 있는 K리그 챌린지도 많게는 3라운드, 적게는 2라운드를 남겨놓은 상태다. 10월의 마지막날인 내일(10월 31일), FA컵도 FC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인 더비를 끝으로 마무리 될 것이다. 추운 날씨가 변수겠지만, 매 경기가 중요성을 갖는 시즌 막판의 경기는 프로야구의 플레이오프처럼 평소보다 더 짜릿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직접 관람을 한다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소개한다. 내 멋대로 정리한 K리그 '직관(직접 관람)' 사용 설명서!
사실 축구를 즐기는 방법이 어디 한두가지이겠는가. 대표적으로 집에서 배달 음식을 잔뜩 시켜놓고 맥주 마시면서 TV로 중계되는 유럽 축구 경기를 연달아 보는 것도 분명 관람의 한 방법이다. 축구 경기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본인의 상황에 맞게 즐길 수 있다. M모 햄버거 집에서 가장 미국적인 빅맥이 맛있긴 하지만,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불고기버거 역시 꾸준한 인기 메뉴다. 텔레비전을 통해 보는, 혹은 훌쩍 여행을 떠나 잠깐 만나는 '본토의 축구'인 유럽 축구와는 다른 'K리그 직관'의 맛이 있다. 유럽의 축구가 본토의 맛이라면, 우리 K리그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맛도 있는 법!
(△ 첼시 전 동점골 허용 후 곧바로 다시 앞서는 골을 터뜨리는 박지성에게 쏟아진 함성 소리를 들어보시라. 환호 만으로 감동이다. 관중 규모는 작아도 K리그 경기장에선 언제나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지금 컴퓨터 스피커로 터지는 소리보다는 훨씬 우렁차다.)
1. 경기장 전체를 넓게 즐기자.
축구장을 직접 찾으면 뭔가 다르냐는 말을 들은 적이 여러 번 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달라도 확실히 다르다. 아무리 훌륭한 중계라도 경기장 전체를 보여줄 순 없다. 경기장 전체를 조망하는 것 자체야 가능하겠지만,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보는 시야를 따라 올리는 없다. 경기장에서 경기를 관람하면 탁 트인 시야에 경기장 전체가 들어온다. 빠르고 역동적인 중계를 위해 카메라를 줌인해서 중계하는 EPL의 경우 반대 측면에서 움직이는 선수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하지만 경기장에 있으면 공을 잡지 않은 선수들까지도 어떻게 움직이는지 지켜볼 수 있다.
모나리자는 인터넷 검색만 하면 수도 없는 사진과 설명이 나오지만, 루브르 박물관 앞 모나리자 앞엔 언제나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이유는 실물이 주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다. 축구장 역시 다르지 않다. 축구장에서 팬들은 가장 감동시키는 것은 바로 ‘골’이다. 바로 ‘골’이 들어가는 장면이 중계방송과 현장 ‘직관’의 차이가 가장 크다. 측면에서 잡는 중계의 한계 때문인지, 골포스트와 크로스바로 만들어진 ‘골문’과 그물 사이의 공간감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다. 골이 들어갈 땐 슛의 궤적부터가 뭔가 특별하다. ‘어, 어, 공이 좀 이상하네.’하다가 공은 골문으로 빨려 들어간다. 집에 돌아와 하이라이트로 골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비교해보는 것은 필수 코스이다. 그러면 경기장에서 골이 지켜보는 것이 얼마나 짜릿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 중계로는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공기와 소리는 전달하지 못한다. 경기장에 울리는 팬들의 소리는 현장감을 극대화시킨다. 유럽 경기장에서 부러웠던 것은 거의 가득찬 경기장이었다. 함께하는 관중이 많으면 많을수록 즐겁다. 선수들의 움직임 하나에 웃고 울는 그 '공기'와 지축을 울리는 듯한 함성이 경기장에 있는 우리를 더욱 흥분시킨다. 박지성이 첼시를 상대로 득점을 올릴 때 경기장에서만 나는 소리만 입혀진 영상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우레와 같은 소리에 다들 소름이 돋는다고 하는데 K리그 경기장에 가면 그와 비슷한(그렇지만 조금... 작은) 소리를 매경기 들을 수 있다. K리그의 관중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텔레비전 앞에서 나홀로 혹은 가족이나 친구와 볼 때와 비교하자면 훨씬 많다. 아무리 관람하는 경기가 프리미어리그고 분데스리가라도 혼자 보면 축구는 재미없다.
물론 축구를 보러 갔다고는 하지만 경기장 주변의 하늘과 관중석, 스타디움, 피치까지 탁 트인 시야와 함께 경기를 지켜보는 것은 또다른 즐거움이다. 내가 즐겨찾는 부천FC1995의 홈구장인 헤르메스캐슬은 나지막한 ‘원미산’과의 조화로 매우 전망이 아름답다. K리그의 많은 구장들이 공원을 끼고 있고 시내에서 조금 벗어나 한적한 곳에 위치하고 있다. 답답한 주말엔 실내보다 탁 트인 축구장이 하나의 대안이다.
(△ 관중석에 여유가 있는(?) 부천FC1995의 홈경기. 이동하면서 경기 관람을 할 여유가 있다.... 씁쓸하지만 팬으로선 좋은 점이다. 참고로 경기장 밖에 핀 진달래가 무척 아름답다.)
2. 자리를 옮기자.
K리그 구장들은 사실 찾는 관중 규모에 비해 매우 크다. 2002년 월드컵 때 개장한 구장들은 대략 4만석 이상으로, 그 중 가장 규모가 큰 대구와 서울의 경우 각각 7만과 6만을 넘는 관중이 경기 관람이 가능하다. 올해 K리그 클래식의 경기당 평균 관중은 8천명 정도 수준이다. 가장 많은 관중수를 기록 중인 FC서울과 전북의 경우도 평균 관중이 2만을 넘지 않는다. 챌린지의 경우는 2천명 정도로 경기장엔 언제나 여유가 넘친다.
피치와 가까운 좌석과 먼 좌석이 주는 관람 상의 차이가 있다. 대구월드컵경기장처럼 육상트랙이 있는 경우는 정도가 덜하겠지만, 포항의 스틸야드를 비롯한 축구 전용구장의 경우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다. 가까운 좌석에선 선수들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반면 먼 좌석에선 여유롭게 경기 전체를 조망할 수 있다. 경기를 좀더 넓게 보고 싶다면 경기장이 잘 보이는 높은 위치를 추천한다. 선수들을 가까이서 보고 싶다면 피치와 가까운 쪽을 추천한다. 그리고 관중석엔 또 하나의 특별한 공간이 있다. 바로 서포터들이 주로 앉는 골대 뒤이다. 골대 뒤에선 홈팀 혹은 소수의 원정팀 서포터들과 함께 경기를 볼 수 있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몇 번 듣다보면 자연스레 따라하게 되는 응원 구호와 응원가들이 함께 한다. 골대 뒤엔 경기 자체를 관람하기엔 시야가 조금 안 좋다는 단점이 있다. 각각의 특성에 맞게 자리를 잡으면 되고, 때론 입맛에 맞게 경기 중에 이동해도 된다. 좌석에 여유가 있기에 전반은 경기장과 가까운 곳에서 선수들을 지켜보고, 승부가 중요해지는 후반엔 높은 위치에서 경기 전체를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사실 경기장이 빈다는 이야기는 속상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 때문에 K리그 팬들에게 생기는 즐거움도 있다. 과도하게 긍정적인가?
다만 경기장에 따라 구역 별로 입구가 정해진 경우도 있고, 가변석이 설치된 경우 티켓 가격에 차이가 있어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그런 경우엔 앞뒤로 이동하며 경기를 즐기시고 다음 경기에서 골대 뒤 좌석에 도전해보면 된다. K리그 경기장은 매진이 되지 않기 때문에 원하는 자리에서 경기 관람이 가능하다. 관중이 적은 건 서글프지만 직관을 즐기는 K리그 팬들 입장에선 나쁜 일이 아니다. 아, 10월 31일 벌어질 FA컵은 구름 관중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니 다른 경기에서 해보시길 바란다.
(△ 팬들로 가득찬 올드트래포드. 3층 쯤 되면 경기는 잘 보이지만 선수들이 작게 보여서 박진감은 떨어진다.)
(△ 피치와 가까운 위치에서 관람할 수 있었던 FC포르투의 경기. 월드컵 경기장의 경우 안전을 위해 이보다 관중석이 조금 높긴 하다. 포항의 스틸야드 같은 경우는 이 사진과 다를 바가 없이 피치의 선수들과 가까운 좌석도 있다.)
3. 나만의 팀과 선수가 생긴다.
소수만 아는 선수, 소수만 아는 팀을 응원한다고 우월감을 느낄 일은 아니다. 그렇지만 남들이 모르는 잘하는 선수를 응원하고 그 선수 그리고 팀이 성장하는 것을 보는 것은 즐거움이다. K리그 팀들은 전국에 비교적 고르게 분포해있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높지만 주로 대도시를 연고로 하고 있다. 축구는 성남, 부천, 안양, 고양 등 수도권 도시들은 물론, 서귀포, 충주, 상주, 강릉 등 지방의 도시들에서도 경기가 열려, 상대적으로 여러 지역의 분들이 편하게 경기장을 찾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직관'을 가다보면 선수들도 하나하나 익히게 되고 경기를 보는 맛이 생긴다. 경기를 지켜보다보면 공을 위주로 따라다니는 중계 카메라로는 볼 수 없는, 선수들 버릇이나 특기도 슬슬 눈에 들어오는데 그걸 알아가는 게 또한 즐거움이다.
선수 뿐인가. 팀도 발전한다. 점점 나아지는 팀 성적을 보면서 마음이 뿌듯한 것은 하위권 팀을 응원하는 이들만이 즐길 수 있다. 부천FC는 지난 2014시즌 꼴찌에 이어 2015년 초반에도 하위권을 맴돌았다. 그런 부천FC가 어느새 5위로 승강플레이오프 싸움을 하고 있다. 어려운 길이 남아있지만 그래도 꼴찌였던 지난 시즌을 생각하면 즐거울 뿐이다. 평균 관중 2000명에 불과하지만 그래도 정이 붙으니 이제는 자랑스러운 '내 팀'이다.
부천FC의 경우 경기에서 승리하면 서포터석 앞에 선수들이 어깨동무를 하고서 다함께 '승리의 랄랄라'를 부르며 함께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전통이 있다. 부천FC 팬이라서 함께 할 수 있는 승리의 랄랄라는 다른 K리그 팬들은 모르고 '나'를 비롯한 부천의 팬들만 아는 것 같아서 묘한 감동을 느낀다. 그 뿐 아니라 부천FC의 응원가 역시 경기장을 찾아야만 따라할 수 있다. 중계로 전달되는 응원가는 해설에 묻혀 잘 들리지 않는다. 유럽 빅클럽 경기장은 우리가 자주 찾을 수 없다. 내게만 특별한 팀을 만들어보고 싶다면 경기장을 찾아보시라.(물론 이미 경기장엔 수많은 팬들이 있긴 하겠지만.) 불과 몇 경기만 지켜보면 팀의 주전 선수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내 팀'이 K리그 클래식의 강팀일 필요는 없다. 경기장을 자주 갈 수 있는 팀을 추천한다.
(△ 선수와 팬이 함께할 수 있는 K리그. 스타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출처:부천FC1995 페이스북페이지)
4. 맘껏 소리 지르자.
내 팀이 생겼으니 이젠 맘껏 소리지르면 된다. 많은 국내 팬들이 유럽의 축구장, 특히 빅클럽 경기장에 대해 갖는 선입견이 하나 있다. 경기장 분위기가 열정적이고 용광로 같은 분위기를 보일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실제로 대다수의 경기는 그런 뜨거움을 찾긴 쉽지 않다. 빅클럽 경기일수록 우리처럼 타지에서 날아온 ‘관광객’들이 많기 때문이다. 골대 뒤에 앉는 현지 팬들은 경기장 분위기를 주도할 정도로 뜨거움을 뽐내지만 다른 구역에선 그런 분위기를 찾기 쉽진 않다. 단체 행동에 익숙하지 않은 유럽 사람들인 만큼 붉은 악마나 K리그의 서포터들처럼 조직적인 응원을 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조용히 축구를 즐기고 골에 환호하다가 집에 가는 경우도 많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골대 뒤에 앉으면 소리를 맘껏 지를 수 있을까? AS로마의 홈 구장인 올림피코에서 골대 뒤에 앉아 경기를 볼 기회가 있었다. 나도 K리그 경기장에 가면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편인데 그 곳은 차원이 달랐다. 다들 담배를 ‘꼬나물고’ 경기를 지켜보다가 상대의 거친 플레이나 심판의 애매한 판정이 나오면 온갖 욕설이 터져나온다. 이탈리아어를 몰라도 욕인걸 느낄 수 있다. 동양에서 온 남자 홀로 맘껏 소리 지르기엔 어려운 분위기다. 게다가 처음 찾아온 경기장이니 어색해서 맘 편히 경기를 지켜보기도 어렵거니와 그들이 부르는 응원가를 따라 부를 수조차 없는데, 맘껏 소리를 지르는 것이 가능할 리가 없다. 현지 팬들의 눈에 나는 ‘관광객’일 뿐이다. 홈 팀의 득점에 내가 좋아하는 모습도 옆 사람에겐 어색해 보일 것만 같다.
하지만 한국 경기장에선 우리가 ‘주인’이다. 경기장에는 한국 사람들만 있고, 말도 잘 통하니 어색해 할 필요도 없다. 마음껏 소리 질러도 되고 심판 판정이 맘에 들지 않으면 불만을 표출할 수도 있고 거친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에게 야유를 퍼붓는 것도 가능하다. 텔레비전을 통해 중계를 지켜보는 게 익숙하기 때문인지, 언제나 소리를 지르고 있는 서포터들이 있기 때문인지, 경기를 볼 때 조용하게 경기 관람하는 '일반 팬(=서포터를 제외한 팬)'들을 많이 볼 수 있다. 하지만 경기장은 맘껏 소리를 있는 공간이다. 유럽의 뜨거운 경기장에 대한 동경이 있다면 우리가 맘껏 뜨거워지자. 유럽보다 더 뜨거운 경기장을 만드는 건 우리 팬들에게 달렸다.
(△ 짧은 유럽 축구 경험 중에서 가장 열정적인 응원을 보였던 AS로마의 팬들. 어떤 때는 이탈리아어를 못하는 나도 옆에서 욕을 하고 있단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뜨거운 분위기를 더 많은 K리그 경기장에서 만나게 되기를.)
5. 맛있는 것을 먹자. 원한다면 음주도 하자.
2011년 이탈리아 로마의 올림피코 경기장에서 열렸던 AS로마 홈경기를 찾았을 때 일이다. 당시 로마에만 1주일 정도 머무르며 웬만한 관광지는 다 돌아다닌 상태라 그 날의 스케줄은 축구 경기 관람 뿐이었다. 그래서 시내에서 올림피코 스타디움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9월이라 날이 뜨거운 정도는 아니었지만 움직이니 충분히 더웠기 때문에 생수를 하나 사서 마시면서 돌아다녔다. 네 시쯤에 일찌감치 도착해서 로마 올림픽 때 조성된 공원도 구경하고 입장하려고 보니, 구단 직원이 생수를다 먹고 들어오라고 한다. 이는 경기장 내 안전을 위해서란다. 뚜껑을 닫을 수 있는 생수병을 던지면, 중력에 의해 가속된 물병에 다른 사람이 맞고 다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경기장에서 물이나 음료를 팔 땐 꼭 뚜껑이 없는 큰 컵에 따라서 판매했다. 훌리건으로 알려진 영국의 경우도 경기장 입장 전엔 꼭 가방 검사를 한다.
유럽의 여러 경기장은 대부분 외부에서 맥주 같은 주류를 반입은 허용되어 있지 않다. 경기장 내 음주에 관해서는 나라 별로 규정이 상이한데, 독일의 경우는 음주에 대한 제한이 없지만, 영국의 경우 복도에서만 음주가 가능하고, 스페인에선 무알콜 맥주만 파는 등 자유로운 분위기는 아니다. 하지만 K리그는 음주에 있어 매우 관대하다.(!) ‘훌리건’이 등장해서 폭력 사태를 일으킨 역사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가방에 시원한 맥주, 막걸리, 소주 등 원하는 주류를 반입하는 것이 가능하다. 과음하는 것은 문제가 되겠지만 과음은 어디서 하더라도 문제인 것이다. 원하는 술과 음식을 즐기면서 축구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게다가 경기장에 빼곡히 앉아서 경기를 관람하지 않아도 되기에 맛있는 음식, 냄새가 강한 음식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다. 평균관중이 15000명이 넘는 클럽들의 경기라고 해도 조금만 움직이면 두 사람 사이에 의자 하나는 두고 앉을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다. 월드컵 경기장이라 2층은 개방을 하지 않은 상태인데도 경기장은 여유가 있으니 팬들이 많이 찾아서 빼곡히 앉을까봐 걱정할 필요도 없다. 여유 있게 앉아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가 있다. 물론 쓰레기 뒷처리는 매너이자 필수다.
다만, 야구장과는 달리 본격적인 음식 준비를 추천하진 않는다. 휴식시간이 많고 매회 수비 교대가 있어 경기 관람이 여유가 있는 야구와 달리, 끊임없이 집중해야 하는 축구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음식을 먹다보면 경기에서 중요 장면들을 쉽게 놓친다. 그래서 시원한 맥주와 그에 어울리는 간단한 음식 정도면 경기장에 잘 어울리는 선택이 될 것이다. 다만, 서포터와 함께 골대 뒤에서 관람할거라면 음식은 경기 후에 먹는 것도 괜찮겠다.
(△ 마드리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앞에서의 친구들과 나. 레알마드리드 경기 관람은 소중한 '추억'이지만, 주말 부천FC의 경기를 보러 가는 것은 내겐 삶의 일부이다.)
나는 ‘축덕’이다. 축구팬답게 대학 시절 유럽으로의 배낭여행 일정은 유럽 축구 일정에 따라 결정되었다. 계획했던 모든 경기를 지켜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여러 나라에서 유명 클럽을 포함해 여러 경기장을 찾았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 아스날, AS로마, 레알마드리드 같은 빅클럽의 홈부터 벤피카, FC포르투 같은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클럽의 홈, 볼튼 같은 중소클럽의 홈까지 돌아다녔다. 단순한 경기장 투어가 아니라 직접 경기를 볼 수 있을 때만 경기장에 찾았다.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은 있었다. 그리고 나서 아주 간단한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생각했던 '축구장'은 내 고향 부천에 있었구나. 파랑새를 집에 두고 오래도록 찾아다녔다는 동화처럼, 나는 '나를 뜨겁게 만들어줄 축구장'을 옆에 두고 유럽의 축구장을 동경하고 있었던 거다.(물론 유럽 축구 직관도 매력은 있다!) 축구는 역시 '직관'이고 직관이라면 매 경기 찾을 수 있는 K리그가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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