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유씨미1을 봤다.
오는 7월에 2가 개봉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아니 벌써 2까지 개봉하는 영화를, 게다가 제시 아이젠버그가 나오는 영화를 나는 왜 입때껏 몰랐지?? 약간의 충격+혼란스러움을 느끼며 부랴부랴 영화를 찾아서 봤다.
영화 자체는 큰 감흥이 없었다. 어차피 제시 보려고 본 거라~
거기다가 네이버영화에서 검색해 보다가 무방비상태로 결말을 스포당해 버려서 -_- 정말 영화 보는 내내 김빠진 콜라를 들이켜는 기분이었다. 동영상 예고편 덧글이랑 리뷰에 스포 천지다 ㅋㅋㅋ 으휴~ 할 일 없는 새퀴들
그래도 역시 제시 아이젠버그는 좋았다.
그는 얼핏 보면 흔남 같은데 뜯어보면 결코 흔하지 않다. 어쩜 저리 높을까 싶은 오똑한 콧날과 순해 보이는 처진 눈, 얇고 새빨간 앵두 입술이 매력 포인트. 얼마 전 배대슈 때문에 삭발했을 때도 결코 굴욕 따윈 없었더랬지. 얄미울 정도로 빠른 말투는 그 특유의 괴짜스런 사랑스러움을 증폭시킨다 > < 곧 개봉할 2도 기대할게영 ♡
그나저나. 이게 벌써 3년 전인 2013년 7월 개봉작이며 관객수는 200만을 훌쩍 넘게 찍었던데. 나는 왜 이 영화의 개봉 사실을 몰랐는가.
당시에 뭘 하고 있었길래?????
그렇다.
그때 당시 나는 훼인이었다 -_-
인생에 다시 없을(없어야만 하는) 무차별 폭격을 당한 상태였다.
사정은 이러했다.
1. 같이 일하던 선생한테 사기 비슷한 걸 당했다.
2. 10년 넘은 친구에게 통수를 맞았다.
3. 남친이랑 헤어졌다.
이 모든 게 그해 상반기에 일어났고 특히 3번은 6월 언저리에 일어나 그 당시 나는 완전 걸어다니는 좀비 모드... 살은 쭉쭉 빠져 마치 해골의 형상과 같았다.
그런 상황인데 뭔 영화가 언제 개봉하는지 파악할 경황 따위 있었을 리 없지.
기억 난다. 남친과 헤어지고 얼마 동안 출근길 지하철 기다리면서 울고 멀쩡히 일하다 갑자기 모니터 앞에서 눈물 뚝뚝 흘리고. 근무 시간에 갑자기 북받치면 인적 없는 주차장에 가서 으엉ㅇ어어어ㅓㅇ끄ㅇ어어ㅓㅇ 대성통곡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사무실로 복귀하고. 그랬었지.
헤어진 바로 다음 날 갑자기 회식이 잡혔었다. 정말이지 도무지 웃으면서 밥 먹을 자신이 없어서 몸이 안 좋아 빠지겠다고 하자
“밥만 먹고 가지?”
라는 팀장님 말에 .....네 이러곤 결국 회식엘 가서 사람들 틈에 웃으면서 앉아있었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가슴에 얼마나 서늘한 바람이 불었던지.
가을에 떠날 여행만을 기다리며 그렇게 혼자서 인생의 사막을 건너던 시절.
그게 벌써 3년 전이라는 거네. 역시 시간이 약 ㅋ
사람이 망각의 동물인 것이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없는 것이다.
인간에게 망각이란 건 신비한 생존 기술이요 강력한 삶의 의지에 대한 증거라는 생각이 살아갈수록 확실해진다.
사소한 걸 자꾸 깜빡하는 친구를 나무라지 말자. 대신에 요새 뭐 힘든 일 있어?? 하고 물어봐 주자.
이 다음에 과학이 더더 발전해서 기억을 선택적으로 삭제할 수 있는 기술이 발명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 세상은 카오스가 되겠ㅈ. 나쁜놈들 예를 들어 비현실적 공약 걸어서 당선되고->내가 그런 공약을? 아몰랑ㅋ 이런 놈들이 면죄부로 막 악용하겠지.
그래서 일부 사람들한테만 서비스를 제공했으면 좋겠다. 힘든 기억의 후유증으로 1급 장애 판정 받은 환자한테만. 그럼 나도 살짝 번호표를 받아서 대기할 거다. 아직도 삶을 힘들게 하는 지우고 싶은 기억들이 꽤 많이 남아 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