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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장 : 검(劒) 대 도(刀) - 04
그의 도가 불현듯 멈추었고, 세상 또한 정지한 것 같았다.
호흡이 거칠지 않았으며, 자세 또한 흐트러짐이 없었다. 그의 도에
대한 공부는 이미 극상이라는 말로 표현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었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들렸다.
"정말 대단합니다."
사공운이 박수를 치며 경탄해 말하였다. 누군가 둘을 보면 아주 친한
벗이 어울려 서로의 재주를 선보이며 담론이라도 하는 줄 알겠다.
"하체는 단단하게 몸을 지탱해 주면서도, 그 움직임이 부드러우니 능
히 지(地)의 조화라 할 수 있고, 도(刀)는 의(意)가 가는 대로 내기를
품으니 이는 천(天)의 도리요. 마음은 검과 하나가 되어 흐트러짐이 없
으니, 이는 인(人)의 중용으로 천과 지를 이끌어 가는 자세라, 삼재가
완벽하다 하겠습니다. 도 하나에 천지인이 하나로 움직임은 능히 천인
조화의 경지라 칭해도 되겠습니다."
풍백은 수많은 경탄의 소리를 들었지만, 사공운의 칭찬만큼 기분 좋
았던 적은 없었다. 알고 말했는지 모르고 말했는지 모르지만 금강쾌도
는 바로 천지인(天地人) 삼재의 도리를 두고 만들어진 도법이었다.
발은 중심을 잡아주고 뿌리가 되니 지(地)요. 마음은 사람의 뜻을 헤
아려 도를 다스리니 인(人)이요. 도는 내기를 품고 의(意)로 행하며, 하
늘의 도(導)를 행하니 천(天)이라 풀이하고, 그 도리에 도법을 운용한
것이 바로 금강쾌도였다. 또한 이것은 다리는 아래에 있고, 마음은 가
슴에 있으며, 의는 머리, 즉 위에 있다라는 의미로도 해석하여 풀이했
었다.
사공운의 풀이 해석은 나름대로 정확했고, 그 느낌 그대로 마음에 우
러난 칭찬임을 느꼈으니 풍백이 어찌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풍백은 기분 좋은 웃음을 머금고 자신의 도를 들어 보였다.
사공운 역시 한번 웃어 보이고 검을 든 채, 평지의 중앙으로 걸어갔
다. 둘은 약 1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 섰다.
풍백은 도를 허리에 찼고, 사공운 역시 검을 허리에 걸었다.
둘은 손을 늘어트리고 약간 다리를 벌린 자세였는데, 그 모습이 이상
할 정도로 닮아 있었다.
발검이나 발도의 원리가 비슷함은 거기서 알 수 알 수 있었으며, 둘
이 자신의 무기를 빼어 공격하는 원리가 비슷할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또한 둘은 바람이 불어오는 쪽을 옆으로 놓고 있었다. 이는 서로 공평
하게 바람을 맞이하여 어느 한쪽이 크게 불리함을 지니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결투가 시작되면 서로 유리한 방향을 차지하기 위
해 치열한 암투를 벌일 것이 뻔했다.
바람을 등지면 세찬 빗줄기조차 자신의 편이 될 것이다.
풍백은 일단 서로 마주서고 보자 더욱 사공운의 실력이 만만치 않음
을 알 수 있었다. 풍백의 가슴에 큰 의기가 솟구쳤다.
"조심하게, 일단 결투가 시작되면 난 반드시 자네를 죽여야 하네, 그
리고 자네가 호위하는 여자 역시 내 칼에 죽을 걸세. 이야말로 목숨을
걸고 하는 최고의 결투가 아닌가?"
사공운은 가볍게 웃었다.
"이 결투는 내가 이길 것이요."
풍백이 놀라서 그를 본다.
"나는 반드시 지켜야 할 사람이 있으니, 그 의지가 당신이 이기고자
하는 의지보다 강하기 때문이요."
풍백의 손이 떨렸고, 용설아의 손엔 힘이 들어갔다.
"쉽지 않을 것이네."
사공운은 대답대신 자신의 검을 툭 쳐 보였다.
용설아는 긴장이 지나쳐 숨이 가빠지는 것을 가까스로 다스리며 둘
을 지켜보았다.
조금 더 굵어진 빗줄기와 약간 잔잔한 바람은 언덕 아래 갈대와 어
울려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주었다.
풍백은 온몸의 신경 하나하나가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이야말로 자신
이 원했던 완벽한 결투였다.
단순히 실력의 고하를 알아보는 것과는 달랐다. 지면 죽는다. 이것이
야말로 자신의 마지막 힘까지 다 짜내야 하며, 한번의 실수는 곧 죽임
인 진짜 실력 대결이라 할 수 있었다.
단순한 기술의 대결이 아니라, 경험과 재치 임기웅변, 검과 도의 운
용, 하물며 주변의 지형지물과 날씨까지 응용한 진정한 결투라 할 수
있었다. 그는 이런 결투를 하고 싶었었다. 더군다나 쏟아지는 빗줄기와
세찬 바람, 사방을 에워 싼 갈대밭은 그가 원하던 모든 것을 다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도 상대가 자신과 같은 10대 고수 중 하나였다.
그의 사부가 그에게 한 말이 떠오른다.
"이놈아 도는 풍류가 아니니라."
뭐 어떠랴, 지금 그는 너무 신이 나 있었다.
사공운, 역시 호위무사라는 직분을 떠나 크게 고무돼 있었다. 그에게
는 진정한 강자와의 첫 결투라 할 수 있었다. 그 전에 상대한 고수들은
살수행으로 죽였다.
암습으로 상대를 죽이며 그의 가슴속엔 언제나 무인답게 한번은 멋
진 결투를 해, 자신의 진정한 실력을 알고 싶다는 욕망이 크게 자리잡
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순간이 왔다. 가슴이 세차게 두근거렸다. 설레고 또
설레었다. 세상의 주인공이 된 기분마저 들었다.
두 사람은 어찌 보면 비슷한 면이 있었다.
사공운은 살수로서 어울리지 않는 성정을 지녔고, 한때 10기 천마대
의 대주였던 풍백은, 마인(魔人)으로선 너무 호탕한 가슴을 가진 남자
라 하겠다. 그래서인지 결국 한사람은 살수가 아니라 호위무사가 되었
고, 한 명은 낭인 무사가 되어 있었다.
둘은 말하지 않았어도 서로의 눈에 떠오른 비슷한 감정을 읽고 있었
다. 그러나 그 누구도 말로 그것을 들어내지 않았다.
사내란 느끼고 알면 그만이다. 그것을 확인할 필요는 없다.
사공운의 머릿속에 수많은 초식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러나 그 어
느 것도 함부로 펼치지 못했다.
자신의 검이 상대를 공격하는 순간 상대의 도가 자신의 심장을 노릴
것 같았다. 그것은 풍백 또한 마찬가지였다. 긴장으로 창자가 꼬이는
기분이었지만 한발도 움직이지 못했다.
누구든지 움직이는 순간 결투는 시작이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둘의
실력으로 보았을 때 결투는 단 일초로 끝 날수도 있었다.
둘 사이에 작은 회오리가 생겼다가 사라진다. 둘의 몸에서 뿜어지는
내기의 힘으로 인해, 그들 중간에 떨어지는 빗물이 묘한 형상으로 비틀
어져 내렸으며, 그들의 머리 세치 위에선 무형의 기에 퉁겨 나갔다.
바람은 그들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둘의 주위에 회오리를 만들다 사
라지곤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은 세상 속에서 분리되고 있었다.
나를 잊고 세상을 잊었다. 그들의 가슴과 머리는 자신이 베어야 할,
그리고 찔러야 할 하나의 점만 남아 있었다. 그 점을 먼저 베면 이긴
다.
또 다시 작은 회오리가 그들 사이에 생겼다가 사라지려는 찰라였다.
마치 유령처럼 두 개의 그림자가 움직였다. 번쩍 하는 두 개의 청색 서
기가 엇갈렸다가 사려졌다. 그리고 둘의 신형은 약 오척 정도의 거리를
두고 멈추었다.
오척의 거리면 바로 지척지간이었다. 첫 겨룸에서는 둘 다 득실이 없
는 듯 했다. 그리고 둘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싶은 순간 사공운의 검 끝
이 빙글 돌아가며 섬광일형(閃光一形)의 초식으로 재차 풍백의 가
슴을 찔러갔다.
풍백의 도가 아주 작은 타원을 그리며 사공운의 검을 쳐내는가 하더
니 금강추혼(金剛追魂)의 초식으로 사공운의 심장을 치고 들어갔다. 그
러나 사공운의 검은 벌써 거두어지며, 칠점만형(七點瞞形)의 초식으
로 변환했다.
유령검에서 뿜어져 나온 일곱가닥의 검기 중 다섯가닥은 교묘
하게 풍백의 도를 옭아매어 옆으로 밀어내었고, 두 가닥의 검기는
풍백의 인중과 심장을 노리고 밀려왔다.
풍백은 금강허리보(金剛虛理步)로 발을 교차하며 금강섬월(金剛殘月)
의 살수로 도를 변화하시키며 맹공을 가했다.
마치 흔들리는 등불처럼 풍백의 몸이 잔상을 남기며, 두 가닥의 검기
를 헤집어 피하는가 하더니, 그의 도가 허공에서 대각선으로 내리쳐 오
는데, 그 힘과 빠르기는 사공운을 질식시킬 것만 같았다.
사공운의 신형이 유령보의 움직임으로 회피하며 전광연환격(電光連
環格)으로 풍백의 몸을 노렸다.
둘의 사이가 워낙 가깝다 보니 아예 크고 강한 초식은 처음부터 사
용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무려 30여초식이 지날 때까지 둘은 자신의
자리에서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는데, 그 동안 둘은 단 한번의 호흡도
조절하지 않았다.
실제 그들에게 초식은 허울이라 하겠다. 이미 뜻하면 검과 도는 움직
이고 있었으며, 한 초식을 3분의 1이상 펼친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초
식이 변화하는데 그 변화의 마디가 보이지 않으니, 30초를 겨루었다 함
에도 어찌 보면 아직 1초식이 다 끝나지 않았다. 할 수도 있었다.
둘의 사이는 푸른색의 맑은 기운이 섬광처럼 왔다갔다할 뿐 한마디
기합도 큰 움직임도 없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두 사람의 몸은 보법
으로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바람과 비는 그 들의 사이에 접근을 못하고 사방으로 퉁겨져 나갔다.
용설아는 아무리 눈을 크게 뜨고 보아도 누가 이기고 지는지 알 수
가 없었다.
실제 보법에선 사공운이 내공에선 풍백이 앞서 있었고, 그 외에 나머
지는 서로 누가 위다 할 수 없었다.
'길어지면 내가 불리하다.'
내공이 상대에 비해 딸리는 사공운은 결단을 내려야했다. 마침 풍백
의 도가 직선으로 찔러왔다.
팟 하는 소리와 함께 금강도는 사공운의 심장을 치고 가는 듯 했다.
그러나 그 순간 풍백의 안색이 급변했다. 손에 느낌이 없었다. 그렇다
면 상대가 무슨 초식을 썼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게 조심한다고 했는
데 정말 코앞에서 펼쳐진 사공운의 신법은 유령이라 할만했다.
이미 위험을 감지한 풍백은 전 힘을 다해 몸을 틀며 금강도를 휘둘
렀다. 유령이환공(幽靈二幻空)의 신법으로 풍백의 배후에 나타난 사공
운의 검이, 유령무혼(幽靈無魂)의 초식으로 공격을 해 왔는데, 정
말 그의 검이 공격을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기척이나 기
세가 없었다.
풍백은 금강허리보로 피하고 금강도로 막아보려 했지만, "서걱"하는
소리와 함께 옆구리에 작지 않은 검상을 입고 말았다.
미리 알고도 상처를 입었으니, 만약 유령이환공(幽靈二幻空)을 알지
못했으면 살아 남지 못했으리라.
풍백은 가슴이 서늘했다. 그래도 피했다 싶었는데, 위험은 그것으로
끝이 난 것이 아니었다.
사공운의 검이 청기종횡단점(淸氣縱橫斷點)의 절초로 바뀌어 재
차 밀려왔다.
청색의 검기가 종횡으로 누비며 풍백의 사혈을 노리고 있었다.
'피하기엔 늦었다.'
풍백은 이를 악물고 추혼금강쾌도의 절초인 금강파랑의 초식을 펼치
며 정면으로 맞 대응했다. 이미 선기를 잡고 공격해오는 사공운의 검에
비해 늦은 감이 있었지만 그것이 최선이었다.
"파", "파팍"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땅"하는 쇳소리가 들리며 사공운
은 서너발자국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그러나 풍백은 무려 10여보
나 뒤로 물러섰는데 세 군데나 검상을 입고 있었다.
둘이 결투를 하고 나서 처음으로 검과 도가 충돌했다. 그런데 내공이
강한 풍백이 그 기세에 밀린 것은 그의 도에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았
었다는 증거였다.
또한 사공운의 유령이환공(幽靈二幻空)이 어느 정도 성공하며 풍백
에게 상처를 준 때문이기도 했다.
우세를 점한 사공운은 지체하지 않고 재차 몸을 날려 다시 한번 청기종
횡단점(淸氣縱橫斷點)의 초식으로 공격해 갔다. 보통 고수에게 같
은 초식을 두 번 펼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아는 강호인은
다 안다. 하지만 그것도 사공운이나 풍백 쯤 되면 통하지 않는 말
이었다.
같은 청기종횡단점(淸氣縱橫斷點)이지만, 조금 전과 같지 않았
다. 위력은 비슷했지만 초식의 변화는 다른 초식인 듯 큰 차이가
있었다.
그들은 같은 검초을 백번 펼쳐도 백번 다 다르게, 그 초식을 전
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이미 뒤로 몰리며 사공운의 공격을 염두에 두었던 풍백은 다
급했다.
자신이 불리하다 해서 다시 피하면 수세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는 것을 느끼자, 그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힘을 도에 끌어 모으고
위로 치켜올렸다. 그의 도에 밝은 광체가 희미하게 어렸다.
그 것을 본 사공운이 기겁을 하며 뒤로 퉁겨 나가려 하였다. 그러나
풍백의 도가 그것을 그냥 두고 보지 않았다. "펑"하는 소리와 함께 사
공운의 신형이 뒤로 일장이나 주루룩 밀려 나갔다.
"도...도강"
사공운이 힘없이 중얼거렸다. 만약 유령신법이 아니면 더 큰 낭패를
당할 뻔했다. 가슴을 타고 목줄로 넘어오는 피를, 가까스로 내리 삼킨
사공운은 검을 다시 고쳐 잡으며 풍백을 보았다.
이미 적잖은 검상을 입고 약간의 내상을 입은 풍백은, 급하게 도강
(刀 )을 펼치며 많은 힘을 손상당한 듯 했다.
"야합"
하는 기합과 함께 사공운의 신형이 다시 앞으로 돌진했다.
한번 잡은 우세를 놓치지 않겠다는 사공운의 유령검엔 밝은 광채가
어려 있었다. 풍백은 그것이 검강임을 알고 바싹 긴장했다.
도강(刀 )엔 검강(劒 )으로 상대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공운의
생각이었다.
소천대검식의 후2식 중 제1식인 천기의형참(天氣意形斬)의 검강은
허공을 가르고 풍백을 향해 번개처럼 꽂혀 갔다.
풍백 또한 기다렸다는 듯, 추혼금강쾌도의 도강을 재차 펼치며
마주 공격해 왔다. 둘 다 수비는 아예 염두에 두지도 않았다.
"꽝"하는 소리와 함께 땅바닥이 흙과 빗물을 대동하고 하늘로 솟구
쳤으며, 사방 십여 장이 그 여파에 갈라지고 파였다.
흙탕물과 흙더미가 용설아를 향해 날아오자 기겁을 한 그녀는 자리
에서 일어서며, 그나마 알고 있는 신법으로 피해 내었다.
사공운과 풍백은 약 10여 장의 거리를 두고 마주해 있었다. 그들의
앞에는 두 개의 홈이 약 3장 정도씩 패어져 있었다. 뿐이랴 둘의 발은
거의 무릎까지 땅에 들어가 박혀 있었다.
둘 다 엉망으로 산발이 된 머리카락과 입에 조금씩 고여 나오는 핏
물로 보아, 서로 약간의 손해를 본 것 같았다.
둘은 미동도 하지 않고 서로를 쏘아보았다.
용설아는 안절부절 못 하며 사공운의 상태를 살펴보았다. 그녀로서는
누가 이기고 누가 졌는지 아직도 알 수 없었다.
"크하하, 통쾌하다. 통쾌해..."
갑자기 풍백이 큰 소리로 웃었다.
사공운 역시 가볍게 미소를 짓고 웃었다.
풍백은 사공운을 보면서 감탄 어린 투로 말했다.
"대단하구나, 사공운. 그러나 이제부터다."
"기대하겠소, 선배."
"그래, 그럼 간다."
풍백의 신형이 그 자리에서 뛰쳐나왔다.
사공운 역시 땅을 박차고 퉁겨 나왔다. 무릎까지 박혀 있던 발이 가
볍게 뽑히며 그들의 거리는 삽시간에 좁혀 졌다.
"따다다당"
하는 소리와 함께 검과 도가 부디 치며 불꽃을 튀었다.
결투의 양상이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는 힘을 아끼고 검 끝과 도 끝
에 내기를 모아 한 점만을 찌르고 베던 양상으로 검과 도가 서로 충돌
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거의 힘과 힘의 대결로 바뀌어
버렸다.
도강이 날아오면 보법으로 피하려 들지 같이 검강으로 공격했고, 검
과 도가 서로 충돌하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이 내 뿜는 기세에
사방 10여 장은 완전히 지진이 난 것처럼 바뀌었으며, 언덕 일부가 무
너지고 패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치고 받으며 한 시진을 넘겼지만, 여전히 둘은 한 치도 물러
서지 않았다.
용설아는 넋을 읽고 그들의 결투를 지켜보는데, 무공의 세계가 얼마
나 험하고 넓고 깊은지 새삼 깨우치는 중이었다.
"창", "차창"하는 소리와 함께 둘은 다시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이젠
둘 두 거의 기진 맥진이었다. 각자 무기를 들고 있기조차 힘이 들었지
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사공운이 풍백을 보면 검을 치켜들었다.
"이제 끝을 봅시다."
"나도 바라던 바다. 제발 좀 죽어다오."
"선배가 죽으면 한 목숨이고, 내가 죽으면 두 목숨이요. 그러니 선배
가 양보하시오."
"내 도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는구나."
"역시 나이로 따져도 선배가 먼저 죽는 것이 옳을 것 같소."
"둘을 죽으면 외롭진 않겠지."
"그건 어느 나라 계산이요?"
"나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우린 적인데 너무 말이 많은 것 같소."
"음, 그렇군 그럼."
"이야압"
"야아압"
고함과 함께 둘의 신형이 다시 엉켜들었다. 그들의 검에는 희미하게
밝은 광채가 어려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힘까지 전부 쥐어짠 그들의
강기가 정면으로 충돌하였다.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둘은 각자 3장 정도씩 뒤로 퉁겨져 나갔다.
사공운은 자신의 몸이 밀리는 것을 느끼는 순간 몸을 틀면서 마지막
힘을 다해 자신의 검을 던졌다. 설마 뒤로 퉁겨져 가면서 예비 동작 없
이 검을 던지리라고는 풍백인들 생각했겠는가?
사공운은 이 한 수에 모든 것을 걸었다. 한데 세상의 운명이란 참으
로 기구했다. 처음부터 사공운에 비해 상처가 심했던 풍백은 전 힘이
거의 다 빠져 있었던 상황이고, 뒤로 퉁기는 순간 미끄러지며 파여진
구덩이에 다리가 걸려 버렸다.
보통, 사람이 힘이 없으면 다리가 풀리게 마련이다.
풍백도 지금이 그 상황이었는데, 미끄러지고 다리가 걸렸으니, 온전
하게 견딜 재간이 없었다.
풍백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고, 그 바람에 날아온 유령검은 풍백
의 어깨를 스치고 옷을 찢으며 빛나가고 말았다.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상황이라 풍백은 사공운이 던진 검을 보지도
못했었다. 그야말로 가슴이 철렁한 순간이었다.
땅에 주저앉고 검이 어깨에 작은 상처를 만들면서 정신이 번쩍 든
풍백이 사공운을 보았다.
사공운 역시 마지막 힘을 다 쓰고 나서 견디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
었다. 그는 자신의 마지막 공격이 빗나가자 아연한 표정이었다.
"큭큭"
풍백이 웃었다. 그는 자신의 도를 들어 정확하게 사공운을 노렸다.
"사공운, 이제 끝이다. 너는 참으로 운이 없구나. 너에게 탄기로 검을
날리는 비술이 있듯이, 나에게도 그 한 수가 남아 있다. 너는 이미 다
썼고, 나는 아직 남았으니 참으로 안 됐구나."
사공운은 희미하게 웃었다. 정신이 가물거리고 있었지만 절대 약세를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말을 해서 대꾸할 기력은 없었다.
용설아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자신이 뛰어들어 도와 줄 시간이면 도는 날아가 사공운의 가슴에 박
혀 있을 것이다.
그녀는 앉은자리에서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 상황에서도 그녀는 사
공운이 어떻게 하던 이기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녀의 생각
일 뿐이었다. 이미 사공운의 몸은 기름이 다한 등불이었다. 풍백도 사
공운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잘 가게나."
풍백의 손을 떠난 도가 사공운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갔다.
첫댓글 즐감~!
ㅎㅎㅎ
잘읽었습니다
도기
ㅈㄷㄱ~~~~~`````````````````
즐독!!!!!!!!!!
잘보고있습니다감사합니다
감사해요~~~^~
ㅈㄷ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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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항상 건강 하고 행복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