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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으음.. 격렬하게 엄습해오는 두통. 두통뿐만이 아니라 엄청난 고통이 전신의 감각을 자극한다.
"클루서스님.."
"으윽.. 여기는 어디지?"
살짝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둘러본다. 주변은 매우 어두워 잘 보이지 않았지만 나를 걱정스레 바라보고 있는 흑발의 인물을 알아보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지웅 아저씨.."
그의 이름은 차지웅. 어머니의 호위기사였고 나에게는 아버지와 같은 존재다. 나에게는 아버지가 계시고 그분의 사랑이 결코 얕은건 아니지만 내 눈앞의 이 사람은 내가 태어날때부터 나와 어머니를 지켜준 내가 언제나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그런 존재다.
"정신이 드셨군요. 벌써 30분이나 기절해 계셨습니다."
"30분.. 그렇군요.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됬나요?"
"기렬님과 성환군은 주변을 살펴보러 갔습니다. 아무래도 이곳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과거의 동굴인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아마 아까 그 바닥이 무너지면서 추격대와는 거리가 많이 떨어진듯 합니다. 한동안은 여유를 가질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바이펠 제국에 더이상 머무를 수가 없어서 어머니와 지웅 아저씨의 모국인 대한제국으로 피신하려 했지만 제국에서 파견한 다수의 추적자로 인하여 동으로 동으로 도망칠 수 밖에 없었다. 대한제국으로 가려면 서쪽으로 가야하는데 이렇게 동쪽으로 도망만 치다가 언제 대한제국에 도착할 것인가.
"클루서스님 저의 추측입니다만... 아마 이곳으로 오게된 것이 오히려 잘된 일일지도 모릅니다. 바이펠 제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클루서스님은 잘 모르실지 몰라도 대한제국에는 '제국이 위험에 처했을때 광휘를 낳는 여신께 경배하라. 그리하면 너에게 여신의 축복이 임하리라' 라는 말이 전해져 내려옵니다. 이 말은 대중에 퍼진 말은 아니지만 고위급의 귀족이라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말입니다."
"흐음.. '제국이 위험에 처했을때 광휘를 낳는 여신께 경배하라. 그리하면 너에게 여신의 축복이 임하리라.' 인가. 그런데 그 말과 지금의 상황에 무슨 관계라도 있나요?"
"기렬님이 주변을 살펴보러 간 이유도 위의 구절과 관계가 있습니다. 광휘를 낳는 여신이라 하면 아마 태양의 여신 솔리아를 지칭하는 말일텐데 공교롭게도 우리가 있는 이 산은 여러 각도에서 보더라도 일출이 이 산에서부터 시작되어 이름이 솔리아산이 되었고 별명으로는 태양을 낳는 산이지요. 이 주장은 예전부터 있어왔던 주장입니다. 다만 여신께 경배하라는 구문을 풀지 못해서 아직까지 전해져 내려오기만 했던 것입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이런 장소에 오게된 것 아예 전설을 풀어보자는 것일까? 그때 멀리서 달려오는 소리가 들린다. 뛰어 오는데도 시끄럽지 않은걸 보니 기렬님과 성환이 인듯하다.
"클루서스님 아마 기렬님과 성환군이 돌아오는가 봅니다."
"예. 저도 그렇게 느껴지는군요. 지웅 아저씨가 추측하신 결과를 가지고 왔으면 좋겠습니다."
곧 어둠의 장벽 너머에서 두사람의 인영이 나타났고 두 사람은 가볍게 숨을 헐떡거렸다.
"후우 후우.. 아 클루서스님 깨어 나셨군요.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형! 무사해서 다행이야."
"예. 걱정을 끼쳐 드렸군요. 기렬 아저씨. 그리고 성환아. 너에게도 걱정을 하게 만들었구나. 아 그런데 지웅 아저씨께 들었는데 조사해 보신건 어떤가요?"
"그게 아직 그리 오랜시간을 조사한게 아니라서 확답은 못드리겠습니다만.... 아마 전설의 그 장소가 맞는듯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 전설을 오늘에야 듣게 되었는데 그 여신의 축복이 도데체 어떤건지 짐작 하시나요?"
"그건 아마도 AS일겁니다."
AS. 즉 Assault Suit는 약 300년 전부터 등장한 4.5M 이상의 2족 보행형의 유사인간 탑승형의 병기다. 원래는 오거등의 거대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 개발이 시작되었고 초기에는 약 6M 이상이었다고 전해지며 현대 전쟁의 주력 병기다. 한명의 기사가 탑승하면 비슷한 실력의 기사 10명 이상을 제압할 수 있는 궁극의 병기.
"사실 애초에 그 전설이 생기기 시작한 이유도 저희 가문이 소속되어 있는 대한제국 AS생산 가문연합에서만 전해지던 것이 다른 대 귀족들의 귀에 들어가면서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보니 아무래도 좀 자세하게 알 수 밖에 없지요. 그 AS는 200년쯤 전에 마왕이 소환되어 벌어졌던 대마전(大魔戰)에서 마왕과 일전을 벌인 그 기체일겁니다."
"200년이라니.. 그럼 아무리 뛰어나도 그때와 지금의 AS 기술력은 하늘과 땅 차이일텐데... 별 도움이 안될것 같습니다만.."
"자세한 성능에 관한 기록은 남겨져 있지 않으나 움직임이 번개와 같고 출력은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나와 있었으니 객관적인 근거는 없지만 저의 주관적인 평가로는 현재의 AS에 뒤지지는 않을거라 생각합니다."
"흐음.. 우리의 추격자들은 최소 3기 이상의 AS를 투입하고 있고 우리는 1기의 AS뿐이니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군요. 그럼 빨리 출발 하도록 하죠."
"네. 제가 안내하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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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인 권기렬 권성환 두 부자가 라이트 마법을 시전하자 주변이 대낮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히 멀리까지 시야가 확보됐다.
두 부자가 살펴본 장소까지 이동하며 주위를 살핀다. 확실히 이곳은 인공적인 흔적이 매우 뚜렷하다. 바닥에는 보도블록이 깔려있고 벽에는 작은 전구가 박혀있다. 음.. 근데 왜 작동을 안하는거지? 역시 마법 및 공학적 문제는 마법사에게 묻는게 올바른 방법이다.
"저기 기렬 아저씨. 벽에 전구가 박혀있는데 왜 작동을 안하는거죠?"
"아마 그건 어딘가에 전구를 작동하게 하는 장치가 있는데 발견을 못해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와 노후화 혹은 아까의 소란으로 장치가 망가졌을 경우 두가지가 있겠군요. 아마 그당시의 기술력으로 보자면......"
윽 마법사들이란. 옛날부터 기렬 아저씨께 질문을 하면 언제나 친절한 답변을 해주시지만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질문을 했더니 밑도 끝도 없이 계속된 설명이 나온다. 이럴땐 적당히 원하는 대답만 듣고 신경쓰지 않는 것이 방법이다.
그렇게 약 10분쯤 걸어갔을까 저 멀리 통로가 끝나는게 보인다.
"이제 다 왔습니다. 저 앞이 목적지 입니다. 아까 가서 살펴본 바로는 이 동굴에 어울리지 않는 거대한 광장과 거대한 신전이 있더군요. 그 신전은 아마 약 200년쯤 전의 유행을 따르는 솔리아 여신의 신전이었습니다."
어느새 우리는 동굴을 벗어나 신전 앞에 도착했다.
그 신전은 좋게 말해서 매우 고풍스럽고 웅장하며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는데 물론 나쁘게 말하면 구식에 쓸데없이 크고 이상한 분위기라고나 할까. 그래도 신전답게 천박하지 않는 분위기가 좋은쪽 이미지를 많이 부각시켜 주고 있었다.
"매우 인상적인 신전이네요."
"예 그렇죠? 이러한 양식은 대륙력 780년경의 유행인데......"
또 한동안 끊이지 않는 기렬 아저씨의 설명들 다행히도 이번에는 구원자가 나타났다.
"저.. 기렬님 죄송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조금 서두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저도 내부까지는 들어가 보지 못했으니 조심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무언가 당연히 있어야 할것이 하나 없는 것 같다. 나는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묻는다.
"뭔가 하나 없는 것 같은데 뭐가 없는지 모르겠네요."
"아 그건 780년경의 솔리아 신전은 신전의 내.외부에 문이 없지요. 그것은 그때 당시의 신관들의 타락을......"
아아 괜히 물어봤군. 이번에도 끊이지 않는 설명들. 그런데 정말 문이 없었구나. 나는 신기해서 새삼 주변을 둘러본다.
팟
안으로 두발작 정도 들어가자 갑자기 엄청난 빛이 나며 주변이 밝아졌다.
"이건.."
다른곳 헤매지 말고 그냥 오라는듯 한 10M정도 앞에 있는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그냥 일로 오라는거 같은데 지하부터 먼저 조사하는게 어떨까요?"
"뭐 던젼도 아니고 신전에서 함정은 없을 것 같으니 그러도록 할까요."
그래도 일단은 모르는 지역이다보니 주의하며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계단을 따라 내려가자 보이는건 약 5M정도의 크기를 가진 강철의 거인. 자세한 성능까지는 모르겠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마치... 예술품을 보는 듯한 외형이군요..."
"그러게요. 많은 AS들을 봐왔지만 이런 멋진 외형은 처음입니다."
"이정도라면 라이더가 아니라도 단순 장식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습니다."
우웅
우리가 감탄하며 눈을 떼지 못하고 있을때 앞에 있는 AS의 흉부가 9조각으로 나뉘며 라이더가 탑승 할 수 있게 되었다.
"흐음... 등록 수속을 해야 할텐데 저와 성환이는 마법사이니 쓸모가 없으니 클루서스님과 지웅님 두분중에 한분이 빨리 등록 수속을 하시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미 백호를 가지고 있으니 클루서스님이 수속을 하시는 것이.. 어차피 AS 라이드 자격도 있으시니 자신의 AS를 이 기회에 가지시는 것도 좋겠지요."
왠지 지웅 아저씨가 양보하는 이유는 성능 검증이 안된 녀석과 백호를 비교할 수 없어서 라는 느낌이 없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만의 AS라는건 매력적이니 등록 수속을 해볼까.
"알겠습니다. 성능은 모르지만 개인 AS라는건 매력적이니.."
나는 눈 앞의 AS로 다가가서 조심스레 탑승했다. 타인의 AS에는 몇번 타본적 있는데 그 AS들과는 비교가 안될만큼 쾌적한 조종석이로군. 그런데 조종석의 구조가 보통의 AS와는 다른데? 이거 등록 수속을 어떻게 하는거지? 내부를 살펴보니 초록색으로 반짝이는 단추가 있었다.
"이녀석을 누르면 되려나."
나는 초록색 단추를 눌렀다.
위잉
가벼운 기동음과 함께 나뉘어 있던 흉부가 닫혔다. 내부는 완전한 어둠이 되었고 나는 당황했다.
"어이~~ 이거 어떻게 된거지?"
당황해서 버벅이고 있는데 전면부가 환해지며 한글과 알수없는 문자 몇가지가 섞여 화면에 나타났다.
통일 대한민국 우주군 시험 제작기
GNT-001
Code Name : 광휘
기동중입니다.
Loding -47%
이러한 화면이지만 한글 외에 다른 문자를 알 수 없는 나는 그냥 무시해 버렸다. 밑에 써 있는 숫자는 점점 커지더니 100%에 도달하고는 화면이 바뀌었는데 바뀐 화면에는 그 미인이 많다는 황궁에서 자란 나조차도 본적이 없는 엄청난 미인이 등장했다. 그녀는 금발과 분홍색이 묘하게 조화된 머리색과 약간은 도도해 보이는 외모 기본적으로는 하얀 피부지만 햇볕에 약간 탄듯한 이미지의 건강한 피부.
-어머나 새로운 주인님인가?
목소리마저 나를 매혹시키는 듯한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응? 주인? 너는 누구지?"
-아 제 소개가 없었군요. 미안하군요. 나는 GNT-001 광휘를 통제하는 OS로 설계된 A.I 셰릴 이라고 해요.
"OS는 뭐고 A.I는 뭐야?"
-이번 주인님은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지수씨가 인수인계를 제대로 안했나보네.
투덜거리는 셰릴의 말에 나는 당황한다. 다른 AS를 탔을때는 이런 상황 겪어본적 없다. 내가 당황해 하고 있는 도중에도 셰릴의 설명은 계속된다.
-OS라는건 오퍼레이팅 시스템의 약자. 음 그러니까 새 주인님은 노일 대륙인이지? 알기 쉽게 이야기 하자면 AS의 제어 마법진이라고 하면 가장 비슷하려나. 그리고 A.I라는건 인공지능. 그러니까 가끔 있죠? 물건에 담겨있는 에고(Ego)라고 생각하면 될거에요.
"AS에 담긴 에고라니 그런 것 들어본적 없어.."
-당연하지요. 이곳의 기술력으로는 앞으로 1천년이 지나도 나와 광휘를 만드는건 불가능해요.
"1천년? 이 AS는 과거의 물건인데?"
-당신이 알고 있는 세계가 전부라고 생각하면 곤란해요. 나를 만든 세계는 저 밤하늘의 별들을 가지고 전쟁을 하는 곳이니까.
"별을 가지고 전쟁을 하다니... 말도 안돼."
-안믿는건 자유지만 일단 나를 탔으니 사용자 등록을 할거죠?
"아.. 그래 해야지."
-그 전에 이름을 알려주지 않았잖아요. 남자가 되서 매너가 부족해.
그러고보니 상대방의 이름은 듣고 내 이름을 알려주질 않았군. 실제로 이런 경우 상당한 결례다.
"미안. 내 이름은 클루서스. 뒤의 성은 버렸다."
-성을 버리다니 뭔가 사연이 있나보네요? 나중에 차차 말해 주겠죠?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알았어요. 그럼 지금부터 사용자 등록을 시작합니다.
눈앞의 화면에서 셰릴이 사라지고 화면은 검게 빛을 내기 시작했다.
-사용자 등록을 시작합니다. 시스템 링크 체크중... 사용자와의 링크 구축... 미세 조정중...
한 3분정도의 시간이 흘렀을까. 검게 빛나던 화면에서 주변을 비추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앞에 있는 화면만이 아니라 뒤와 옆 심지어는 머리위와 발 및의 화면까지 전부 주변이 보였다. 그리고 정면의 화면에 셰릴이 나왔다.
-등록이 끝났어요. 현재의 사용자 등급은 1레벨이고 사용 가능한 무기는 기본무장인 근거리 장비 뿐이에요.
"사용자 등급이 뭐야?"
-사용자 등급은 사용자의 역량 혹은 기체 탑승시간 등을 기준으로 나뉘는 등급이고 1에서 3등급까지 있으며 3등급이 최고에요.
"등급이 높으면 달라지는게 있어?"
-당연히 있지요. 기체의 출력, 추가적 기능 그리고 사용 가능한 장비 등의 제한이 풀리죠.
"그렇다면 등급을 올리려면 어떻게 해야하지?"
-일단 사용자의 역량을 키우고 기체와 오랜시간을 함께하는게 기본 조건이지만 가장 중요한건.
"중요한건?"
-이 셰릴님의 판단이에요. 오호호호.
결국 셰릴한테 잘보여야 한다는건가? 그럼 출력은 어떻게 되는지 그것도 알아봐야겠군.
"그럼 현재의 성능은 어느정도지?"
-그건 예전. 그러니까 약 200년 전에 사용자 등급 2레벨을 기준으로는 약 300FG 정도로군요. 아 1레벨을 기준으로 하면 240FG정도에요. 현재의 기준을 알 수 있다면 더욱 좋겠는데 말이죠.
200년전 240FG면.. 지금은 약 160FG정도 되는건가.
"그리고 아까 사용 가능한 장비라고 했는데 그건 또 무슨 말이야?"
-기본 장비는 초진동 나이프 및 몇가지 근접 무기가 있고 장비 등급이 올라가면 라이플이나 빔 샤벨, 빔 라이플등의 장비가 사용 가능해요. 아 그러고보니 이 시대는 검과 마법이 전부인 시대였지...
들어본적 없는 이름이 계속 나열되는군. 모르는건 일단 넘어가도록 하고 아직 우리를 찾지는 못했지만 밖에는 바이펠의 추격자들이 있으니 바로 실전에 들어가야 할지도 모르겠군. 그럼 연습삼아 조금 움직여 봐야할것이고 그러려면 밖의 일행과 이야기를 해봐야겠는데.
"밖에 일행이 있는데 그들과 대화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하지?"
-그거라면 제가 도와 드리죠. 지금부터는 말하면 외부에 전달이 될거에요.
"고마워 셰릴."
-호호 뭘요.
"수속을 끝냈어요. 조금 시험 기동을 해보고 싶으니 좀 물러나 주세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다들 한 20여 미터를 물러난다. 이 신전의 지하는 매우 넓어서 AS가 날뛰어도 걱정이 없는 넓이인 것이다. 그럼 잠시 움직여 볼까. 우선 한발 한발 걷기부터.
우웅..
가벼운 기동음이 들려오고 생각 이상으로 부드럽게 움직이는 기체.
"이 가벼운 움직임 대단하지? 역시 내 재능은 하늘을 찌르는 것 같아."
-후훗. 이번 주인님은 콧대가 하늘을 찌르는데요? 이 셰릴의 배려가 아니라면 이렇게 부드럽게 움직일 수 없다구요.
"배려? 무슨 배려를 했다는거야? 모두 이몸의 뛰어난 능력때문이라구."
-이렇게 부드럽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광휘에 처음 탑승했기 때문에 연습모드로 조절해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과거의 주인이었던 지수씨의 자료를 기초로 특별히 셋팅해 뒀죠. 광휘가 얼마나 섬세한 컨트롤을 요구하는데.
"연습모드라니. 그런거 없어도 나는 충분히 움직일 수 있다구."
-감히 이 셰릴의 배려를 무시하다니. 나중에 후회하며 부탁해도 난 모르는 일이에요!
초보자 모드라니 나도 자존심이 있다구! 내 개인 AS를 갖는것이 처음인거지 AS 탑승이 처음인건 아니란 말이지.
-시스템 설정 MAS(Motion Assist System) Disenable
-PCS(Power Control System) Disenable
-PSS(Posture Support System) Disenable
-BCS(Balance Control System) Disenable
-자 원하는대로 서포트 시스템을 모두 정지 시켰으니 원하는대로 움직여 보시죠. 흥!
이렇게 말하고는 화면에서 사라졌다.이거 삐진건가.. 뭐 일단 한번 움직여 보자. 별 차이 없겠지. 일단 오른발부터 한걸음... 움직이려고 살짝 조종한 순간!
우웅~ 쿠당탕!
가볍게 한걸음 앞으로 간다는게 위로 3M는 떠올라서 뒤로 한바퀴나 회전한 다음 뒷통수부터 바닥에 떨어졌다.
"클루서스님!! 괜찮으십니까?"
"우와 정말 꼴사나운걸."
"윽 전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으윽 정말 예상치 못했던 상황에 낙하의 충격으로 머리가 울리는군. 그리고 머리가 울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건 정말 매우 엄청 민망하다는 것이다. 정말 만만치가 않은데? 아까 셰릴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었구나. 다시 도와달라고 하기엔 자존심이 상하는데. 일단 연습을 계속 해보자.
-어때요 할만 한가요?
5분정도 지났을까 처음과 같이 뒤로 넘어질 정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여기저기 뒹굴러 다니고 있는데 셰릴이 다시 나타나며 말을 건다.
"미안. 내가 너무 얕봤어. 나좀 도와주지 않을래?"
이미 자존심따위는 오래전에 사라졌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라는 더 좋은 것이 있다면 자존심따위는 길가던 개에게도 줄 수 있는 바이펠제국. 더군다나 나는 그 정점인 황궁 출신인 것이다. 그리고 지난 5분간 땅바닥을 구른 횟수가 태어나서부터 땅바닥을 굴러본 횟수보다도 더 많이 구른 것 같다.
-어머나. 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인가요? 아직 고생을 덜 했군요?
다시 사라지려는 셰릴.
"죄송합니다. 아름다우신 셰릴님 도와주세요."
나는 엄청 비굴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다급하게 외쳤다. 후우.. 나 이래뵈도 고귀한 신분인데 말이지...
-오호호. 생각보다 센스가 넘치는 주인님이네요. 서포트 시스템 없이 움직이는 연습이 언젠가는 필요 하겠지만 조금 미루기로 할까요?
-시스템 설정 MAS(Motion Assist System) Enable
-PCS(Power Control System) Enable
-PSS(Posture Support System) Enable
-BCS(Balance Control System) Enable
-자 다시 움직여 보도록 하세요.
"고마워 셰릴."
셰릴의 보조로 다시 부드러워진 움직임. 확실히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군. 5분정도 연습을 했을까 이제는 거의 완벽하게 내 몸과 같이 움직일 수 있게 됬다. 그럼 슬슬 대련이라도 해볼까. 아 그러고보니 무장은 어디에 있지?
"그런데 셰릴. 무기는 어디에 있어?"
-현재의 사용 가능한 장비중에는 200년 전에 지수씨가 사용하던 바스타드 소드와 스커트 양쪽에 장비된 나이프 2자루가 전부에요.
"바스타드 소드 같은건 안보이는데?"
-아까 최초에 광휘가 위치해 있던 곳 그 옆에 놓아져 있어요.
"고마워 셰릴."
나는 셰릴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처음 있던 위치로 돌아가 바스타드 소드를 찾아서 장비했다.
"저 지웅 아저씨. 어느정도 적응이 된 것 같은데 가볍게 대련이라도 하는게 어떨까요?"
AS를 타고서는 처음이지만 종종 대련을 하기도 했었고 예전 대한제국의 최 고수급 실력이셨던 지웅 아저씨라면 내가 미숙한 공격을 하더라도 무리 없이 막으실 수 있으시겠지. 나는 가볍게 대련신청을 했고 지웅 아저씨는 호탕하게 웃으며 받아주셨다.
"하하 클루서스님. 자신감이 넘치시는군요.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지웅 아저씨의 등 뒤로 공간이 벌어지며 5M가량 되는 그림자가 생기더니 순식간에 광휘와 비슷한 크기의 웅장한 AS가 나타났다. 순백색의 기체에 검은색으로 줄무늬가 들어간 패기 넘치는 용맹함. 저것이 바로 대한제국의 제식 AS중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백호급의 AS. 더구나 지웅 아저씨의 전용 기체로 지급되면서 최고의 AS 기술자중 한명으로 꼽히는 기렬 아저씨가 개조해주신 기체로 상대를 회오리 바람에 가둔 것 같은 움직임을 보인다는 뜻에서 와호(渦虎)라는 별명이 붙어있는 무시무시한 기체다. 자주 봐오던 기체지만 오늘은 눈높이가 달라서 인지 평소와는 다른 멋이 느껴진다. 와호의 자태를 감상하고 있는데 셰릴이 말을건다.
-흐음... 조그마한 녀석이네요. 예전에는 한 6M 이하는 거의 볼 수 없었는데.
"모르는 소리 하지마. 그때의 녀석들은 덩치만 컸지 출력이 부족했잖아. 그때 당시의 100FG가 지금의 80FG밖에 되지 않는다구. 그리고 백호급의 AS는 기본적으로 180FG의 출력을 지니고 있고 저 와호는 지웅 아저씨 전용으로 개조되어 약 190FG 정도의 출력을 자랑하는 세계 최강의 AS중 하나구."
-180FG라면 확실히 많은 발전이 있기는 했지만. AS간 전투에서 출력만 높다고 전부는 아니라는거 모르시나요? 물론 광휘의 출력이 뒤쳐진다는 말은 아니에요. 아마 지금 160FG의 출력이지만 200FG의 녀석과 붙어도 출력으로 전혀 밀리지 않을거라 장담해요.
"출력이 40FG나 차이가 나는데 그걸 어떻게 극복한다는거야?"
-그건 조금 있다가 경험 해보시는게 빠를 것 같은데요. 상대는 준비가 끝난 것 같아요.
"클루서스님 준비 끝났습니다. 기다리시게 만들었군요."
"아 준비가 끝나셨으면 제가 먼저 시작하도록 할께요."
호흡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의 찌르기. 그야말로 번개같이 지웅 아저씨의 복부를 찔렀지만 역시 지웅 아저씨는 나의 공격 궤도를 읽고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회피했고 몇번 더 공격을 시도했지만 지웅 아저씨는 모조리 피하셨다.
"자 이제 어느정도 몸이 풀리신 것 같으니 저도 공격을 시작하겠습니다."
말이 끝나게 무섭게 엄청난 속도로 공격을 하시는군. 막아내기 급급하며 연신 뒤로 물러서기를 수차례. 한참 집중하고 있는데 셰릴이 참견한다.
-엄청 밀리네. 광휘에 탑승하고 이렇게 밀리다니 부끄러운줄 아세요.
"윽.. 기본적인 역량 차이가 있으니 어쩔 수 없잖아. 정신 없으니 도와주지 않을거라면 조용히 해줘."
-흐음.. 그럼 가볍게 2레벨의 맛만 살짝 보여드릴께요.
-User Level 제한적 상승.
-명령 접수. 승인. 일시적 User Level 2로 조정.
-Booster System Enable
-사용 가능한 무장 증가.
알 수 없는 말들이 조금 더 나오더니 주변을 비추던 화면에 지웅 아저씨의 와호가 휘두르는 검의 궤적이나 예상 회피 위치 그리고 화면 여기저기에 알 수 없는 언어들과 숫자들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주인님의 실력이 몇수 더 앞을 보기 시작하면 쓸모 없는 기능이지만 어때요? 조금 도움이 되나요?
"괴.. 굉장한걸!"
-더 굉장한걸 보여드리죠. 아까 200FG의 출력까지도 밀리지 않는다고 했죠? 그 이유는 알려드릴께요.
방금전까지는 내가 일방적으로 밀리고 있었는데 셰릴이 돕기 시작하면서 대등한 수준까지는 안되지만 내가 공격하는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 지웅 아저씨도 전부 피할 수는 없었는지 간간히 방어를 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파악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볼때 몇몇 공격은 검속이 조금만 더 빠르고 강력하다면 아주 치명적인 일격이 될 거에요. 바로 지금과 같은 공격!
셰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무릎 아래에서부터 올려베는 공격을 하던 도중 광휘의 팔이 살짝 변하더니 잠깐 불꽃이 일어났다. 그러자 올려베는 속도가 제어 할 수 없을만큼 빠르고 강해졌고 지웅 아저씨는 갑자기 빨라진 검속에 당황하며 내 검을 황급히 막았다.
"어엇!!"
챙!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지웅 아저씨의 검이 하늘로 튕겨져 올라간다.
-어때요? 이정도면 아까 한 200FG의 출력도 문제 없다고 한 이유를 알겠죠?
난 잠시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몰라 어리둥절해 있다가 황급히 정신을 차린다. 이런 기능이라니. 이건 대박이잖아.
"엄청난걸! 사전에 정보가 없다면 큰 낭패를 보겠어. 그나마 지웅 아저씨 정도 되니까 막은거지 보통은 당황하다가 끝난다고!"
광휘의 엄청난 능력에 감탄하고 있는데 지웅 아저씨가 말을 걸어온다.
"대단하군요 클루서스님. 언제 이렇게 실력이 느셨는지... 마지막 공격은 정말 최고였습니다. 아마 막을 수 있는 기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을 것 같군요."
"이건 제 실력이 아니라 광휘 그러니까 이 AS가 뛰어난 기체라서 그래요. 다음번에도 통한다는 보장이 없잖아요."
"그래도 대단한 실력이셨습니다."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아 이제 연습도 어느정도 끝났으니 밖으로 나갈 방법을 찾아보죠."
"알겠습니다. 클루서스님도 준비 하시죠."
"예. 잠시만요."
이제 슬슬 밖으로 빠져 나갈 길을 찾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