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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가테 스토리도 안하고 숙제처럼 하다가 협동 원정대 업데이트 되어서 강제로 시나리오 시청하다가 꽃혀서 썼습니다.
가능하면 게임속 내용을 위주로 엮으려 했지만 도저히 안되어 그냥 마음대로 설정이 되어버렸네요.
가테가 건강하게 오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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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지라 던져!”
“이번 판은 반드시 먹는다.”
방안 곳곳을 채우는 소리 누군가의 환희가 누군가의 절망이 교차하는 곳. 그곳에 막 발을 디딘 기사는 고개를 두리번거리며 한 인물을 찾았다.
“흠, 분명 이곳에 있을 텐데.”
눈을 지그시 감고 소리에 집중하던 기사는 곧 원하던 목소리를 찾을 수 있었다.
“이번 판 제 목숨을 건 베팅입니다.”
양 머리에 하얀 꽃을 단 여자가 힘차게 주사위 두 개를 집어 던진다. 어찌나 힘을 주면서 던졌는지 그녀의 배에 단 방울에서 짤랑거리는 소리가 났고, 두 주사위는 접시 위에서 화려하게 춤을 춘 후 6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리며 멈췄다. 그 모습을 본 모두가 시간이 멈춘 듯 잠깐의 적막이 깔렸다.
“됐다!”
여자가 침묵을 깨자, 모두가 그녀를 따라 소리를 지른다.
“이야 여기서 쌍 육이 뜨다니.”
“아가씨 대단한데.”
여자는 몇 번 더 소리를 지른 후 다시 주사위를 집어 들었다.
“여기서 포기할 순 없죠. 묻고 떠블로….”
“미야 씨, 여기서 그만. 또 다 잃고 싶어요?”
기사는 한 번만 더 던지고 싶다고 애원하는 마야의미야의 목덜미를 잡고 그대로 가게 밖으로 끌고 갔다.
“분명 한 번 더 나오는 흐름이었는데….”기사와 함께 식당으로 온 미야는 풀이 죽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뇨, 제가 지금까지 봤던 경험에 따르면 백 퍼센트 잃는 흐름이었어요.”
단호한 기사의 말에 미야는 입을 삐죽 내밀고 나온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먹은 후 기사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무슨 일이에요?”
기사는 미아에게서 온 편지를 건넸다. 편지에는 ‘도움이 필요하니 부유성으로 와 줄 수 있나요?’라고 적혀있었다. 편지를 본 미야는 그제야 기억났다는 듯 양 손뼉을 부딪쳤다.
“아니 설마 잊은 거예요?”
미야는 겸연쩍은 듯 뒤통수를 긁었다.
“미안해요, 기사를 기다리면서 잠시 시간 보낸다는 게 깜빡했네요. 다른 게 아니라 저와 함께 제 본가에 함께 가주실 수 있나요?”
기사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본가에요?”
“네, 갑자기 본가에서 전보를 보냈거든요. ‘중요한 일이 생겼으니, 전보를 받는 즉시 본가로 돌아오라’라고요.”
“본가에 함께 가는 건 어렵지 않지만, 본가에 가는 게 특별한 일도 아닌데 왜 그런 거죠? 애인 대행 같은 거라면 거절할게요.”
기사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을 하자 미약하여미야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런 거 아니에요! 다만 이상한 게 있어서요. 저는 사정상 본가를 떠난 상황이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오라고 하니 조금 불안해서요.”
진지한 표정의 미야를 본 기사는 진지한 얼굴을 했다.
“미야 씨 표정을 보니 뭔가 불안한 게 있군요. 그렇다면 어렵지 않죠. 내일 날 밝는 대로 바로 출발하죠.”
“더 묻지 않는 건가요?”
기사는 묻고 싶다는 표정을 했지만, 곧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말할 수 있는 거라면 미야 씨가 먼저 이유를 말해줬겠죠. 그런데 그렇지 않다는 건 말하기 힘들다는 거고요.”
“고마워요.”
“대신에 다른 거 물어봐도 될까요?”
“다른 거요?”
“네, 미야 씨가 왜 그렇게 축제랑 도박을 좋아하는지 이유를 알고 싶어요.”
“그거라면 말해드릴 수 있어요. 제가 왜 그렇게 축제랑 도박을 좋아하는지. 우선 그러려면 저희 마을과 언니에 대해서 말씀드려야겠군요. 저희 집안은 대대로 퇴마를 업으로 하는 집안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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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선풍!”
미야의 손에서 던져진 불붙은 부채는 3갈래로 펼쳐져 표적을 맞춘 후 표적을 하늘 위를 던져버린 후 미야의 손으로 돌아왔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가 손뼉을 치며 즐거워했다.
“천재야 천재!”
“아직 열 살밖에 안 된 아인데 말이야.”
사람들의 감탄처럼 퇴마를 업으로 하는 집안에서도 미야의 재능이 특출났다. 세상을 인식한 순간부터 식신을 부리며 잡귀를 달랬던 그녀는 집안의 기대대로 성장했고 모두 그녀가 다음 분 가주가 되는 것에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그런 기대는 아직 어린 미아에게는 부담스러웠다.
‘왜 나는 평범하게 친구들과 보낼 수 없지?’
미야는 특별했기에 남들과 다른 대우를 받았다. 그렇기에 그녀는 또래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뛰어놀 수 없었다. 언제나 어른들과 함께하며 혹독한 훈련을 받았다.
‘나도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놀고 싶어. 이런 건 내가 원하는 게 아니야.’
속으로 자신의 상황을 부정해도 현실은 바뀌는 게 없었다. 그렇게 언제나 같은 일상이 반복되었고 더욱 지쳐갈 때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나 옆 동네 축제 데려가 줘.”
“이번에 폭죽도 터뜨리고 맛난 간식도 많데.”
축제에 데려가달라며 칭얼대는 아이들의 목소리 그 목소리를 들었을 때 미야는 부러움을 넘어 분노를 느꼈다.
‘왜 쟤네들은 저렇게 하루하루를 즐기는 거지? 도대체 내 능력이 뭐라고 왜 나는 이렇게 고통받아야 하는 거야? 이딴 능력 차라리 없어져 버렸으면.’
“미야 나와.”
절망에 잠식되어 가던 미야를 깨운 것은 미야의 언니 사야였다. 압도적 재능을 타고난 미야와 달리 영적 재능을 하나도 받지 못한 채 태어난 사야. 그러나 육체적 능력만큼은 마을 누구보다 뛰어나서 물리적 힘만 가지고도 요괴를 퇴치하는 능력은 누구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그런 사야를 반기는 이는 마을에 아무도 없었다. 그렇기에 사야는 철저하게 무시당하며 마을에 없는 사람 취급을 받았다. 단 한 명 사야의 동생인 미야를 제외하고는.
“언니 미쳤어? 저번에도 나 데리고 나갔다고 엄청나게 혼났잖아. 안돼 언니가 힘든 거 또 보고 싶지 않다고.”
맹렬히 거부하는 미야를 한 손으로 너무도 가뿐하게 들어올린 사야는 그대로 미야를 끌고 나왔다.
“괜찮아, 힘든 거 하루 이틀도 아니고. 너 요즘 표정이 너무 안 좋아. 그리고 약속했잖아 내가 올해 축제에는 데려다준다고.”
“축제….”잠시 생각에 빠진 미야는 그대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작년 이맘때 마을 아이들이 다 함께 축제가 는 것을 보고 어머니에게 자기도 데려가 달라고 떼를 썼지만 역시나 들어주지 않았고 그날 미야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온종일 눈물만 흘렸다. 그렇게 한참을 울고 있을 때 몰래 미야를 만나러 온 사야가 내년 축제 때는 반드시 데려가 주겠다고 이야기하며 미야를 달랬었다.
미야는 놀라며 사야를 바라보았다.
“언니 그걸 기억하고 있던 거야?”
울먹이는 미야를 쓰다듬으며 사야가 웃었다.
“당연하지, 사랑하는 동생과의 약속인걸.”
그렇게 축제는 미야에게 말 그대로 신세계였다. 어두운 밤을 밝히는 등불들, 평소 보지 못한 각양각색의 음식들 그리고 특히나 그녀의 눈길을 끈게 있었다.
“이것봐 미야.”
사야가 가리킨 곳은 컵을 세 개 두고 그중 한 컵에 구슬을 집어넣고 구슬이 들어간 컵을 찾는 게임이었다. 주인의 현란한 손놀림에 구슬이 들어갔다 사라졌다. 다시 나왔다고 하는 그 모습은 미야에게 엄청난 자극이었다.
“언니 이거 너무 재밌어!”
완전히 빠져든 모습에 사야는 미소를 지으며 미야를 바라봤다. 그렇게 한참 시간을 보낸 뒤 사야는 막 구워낸 따끈한 다코야키를 미야에게 건넨 후 하늘을 가리켰다.
파앙! 파앙!
폭죽이 하늘을 수놓으며 빛을 뿜어댔다. 미야는 그 모습들을 말 그대로 눈에 담았다.
“언니 봤어? 봤어? 불꽃이 막 하늘을 수놓고 있어. 너무 예뻐.”
마을에서 억제된 체 감정조차 죽인 모습과 달리 자신의 나이에 맞게 기뻐하는 미야의 모습을 보며 사야는 웃음지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마을로 돌아올 때도 미야는 계속해서 축제에서 봤던 모든 것을 이야기했고 사야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야의 말에 집중했다. 이윽고 미야의 방에 도착한 후 사야가 미야를 보며 말했다.
“잘자.”
사야가 인사와 함께 돌아가려 할 때 미야기 사야의 옷을 잡았다.
“언니, 다음에도 나 축제에 데려가 줄 거지?”
옷깃을 붙잡은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사야가 대답했다.
“당연하지. 다음에 축제가 열리면 또 같이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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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때가 우리가 함께한 마지막 축제였어요. 며칠 지나지 않아 마을에 일이 생겼고 언니와 저는 마을에서 추방됐죠.”
이야기를 다 들은 기사는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 추방된 이유는 지금 말해줄 수 없는 거고요.”
“네, 미안해요.”
“그 이후로 언니분은 만나셨나요?”
기사의 질문에 미야는 잠시 멈칫한 후 대답했다.
“아니요, 언니는 그날 이후로 저한테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어요. 언니의 흔적을 쫓아 몇 번 만날 뻔했지만, 그때마다 의도적으로 절 피해 갔죠.”
“그렇군요.”
“그래서 더 집착하게 되었어요. 축제랑 도박에.”
“네?”
당황한 기사를 보며 미야가 옅게 미소 지었다.
“언니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그날의 축제는 제 인생에서 잊을 수 없는 일이었죠. 그렇기에 축제에 참여하고 도박을 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어요. 그날처럼 다시 언니와 즐거운 나날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헛된 희망인 걸 알면서도 그 희망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요.”
미야를 바라보며 기사는 나직히 입을 열었다.
“언젠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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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가 그렇게 말했어? 그날의 축제가 잊을 수 없는 기쁜 날이었다고?”
기사의 말을 들은 사야는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야의 얼굴에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미야가 날 원망하지는 않았어?”
“아뇨, 미야씨는 당신을 그리워하고 있어요.”
“그 착해빠진 아이는 원망해야 할 날 그리워하네. 말해줄 게 나와 그 아이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야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입을 열었다.
“아시다시피 우리 가문은 대대로 퇴마를 업으로 하는 가문이야. 그렇기에 모두가 영력을 가지고 태어나고 영력의 크기에 따라 기대가 달라지지. 그렇게 봤을 때 아무런 영력 없이 태어난 내가 찬밥 취급 받은 건 어찌 보면 당연했지. 하지만 난 그런 대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을 싫어한 적은 한 번도 없어. 오히려 내가 마을 사람들을 싫어했던 이유는 바로 지독한 요괴에 대한 혐오였어.”
“요괴에 대한 혐오요?”
“응, 요괴들을 죽이고서 하는 대화를 들어봤어? 정말 끔찍해. ‘오늘은 몇 마리를 죽였어?’ ‘나는 아빠를 살려달라고 하는 아이들 앞에서 아빠의 목을 뽑아 버린 후에 아이들도 똑같이 뽑아 버렸지.’ ‘역시 그 녀석들의 얼굴로 만든 술잔에다가 마시는 술맛이 최고야.’ ‘우리와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게 너무 끔찍해.’ ‘나는 그 녀석들 가족을 죽인 뒤 그 손가락을 하나씩 잘라서 기념품으로 걸고 다녀.’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을 사람들이 너무 싫었어. 도대체 요괴들이 뭘 잘못 했기에 죽어야 하는 걸까? 아니 애초에 우리가 그들을 죽일 권리 따위가 있는 걸까? 누군가는 그들을 죽이는 게 우리의 업이라 이야기하지만 정말 그들은 죽임당해야 하는 존재들일까?”
사야의 말을 들으며 기사는 표정을 구겼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인간들하고만 소통하고 사는 게 아니잖아. 티탄, 용족, 요정, 수인, 그리고 심지어 마족까지. 물론 일부는 서로를 혐오하고 차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렇게 서로를 죽이지 않나. 오히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가 발전할 기회로 삼곤 하지. 그렇기에 혼자서라면 이룩하지 못할 여러 발전을 이룩했고. 그런데 왜 나와 마을 사람들은 그들을 요괴라는 이름하에 우리와 소통할 수 없고 우리가 죽여야 할 괴물이라고 한정 짓고 그들을 죽이는 걸 자랑스러워할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기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사야의 말을 기다리고 있었고 사야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다.
“물론 나 역시 처음부터 이런 생각을 가진 것은 아니야. 비록 영력은 없었지만 특유의 강력한 신체 덕분에 나는 요괴들을 퇴치할 수 있었어. 그거 알아? 내가 맨 처음에 요괴를 죽였을 때 나이가 일곱 살이야. 밖에서 뛰어놀고 지쳐서 부모 품에 잠들 나이에 요괴들의 피로 몸을 적셨지. 그런데 그때 처음으로 마을 사람들이 나에게 말했지. ‘잘했다’라고.”
사야의 서글픈 미소를 본 기사는 점점 구역질이 날 것 같았다.
“기뻤어. 처음으로 인정받았다고 생각했거든. 그때부터 난 미친 듯이 요괴 사냥에 나섰지. 그리고 내가 열 살에 됐을 때 나는 마을 누구보다 더 많은 요괴의 피를 내 손에 묻혔어. 그럴 때 사람들의 반응이 어땠을 거 같아?”
“좋게 보진 않았겠죠.”
“맞아. 그들 입장에서는 나는 존재하면 안 될 거였어. 영력을 가지고 요괴를 퇴치하는 기존의 방식을 완전히 부정하는 거였으니까. 하지만 능력이 워낙 뛰어났기에 마을 사람들은 한 마리 사냥개를 기른다는 방식으로 나를 이용했고 나 역시 그것밖에 할 수 없었지. 그런데 그런 내 삶을 바꿔놓은 게 미야야.”
“미야 씨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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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야 언니 맞지?”
사야는 자신을 올려다보는 한 소녀를 바라봤다. 갈색빛이 들어간 붉은 머리를 한 아이. 한 번도 제대로 이야기할 수 없었던 동생 미야였다.
“어떻게 일로 온 거야? 어서 가. 혼나.”
사야가 미야를 쫓아내려 했지만 미야는 격하게 고개를 저었다.
“싫어 싫어. 나도 다른 애들처럼 언니랑 놀고 이야기하고 싶어.”
미야가 그 나이 때 아이들이 할 수 있는 뾰로통한 얼굴을 했을 때 사야는 놀랐다. 미야를 멀리서 몰래 바라볼 때 한 번도 볼 수 없는 표정이었기 때문이다.
“안돼, 네가 여기 온 거 알면 부모님이 나한테 뭐라고 할 거야. 너도 혼날 거고, 어서가.”
미야와의 첫 만남은 사야가 억지로 미야를 쫓아내며 끝나버렸다. 그러나 미야는 그 이후로도 틈만 날 때마다 사야를 만나러 왔다. 처음에는 그런 미야를 계속해서 쫓아냈지만, 그녀에게 엉겨 붙는 미야를 보며 사야도 점차 마음이 쏠렸다. 결국 사야는 몰래몰래 미야와 시간을 보냈고 그때가 사야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때였다.
“미야 너는 내가 무섭거나 한심하지 않니? 마을 사람들은 영력이 하나도 없는 나를 한심하게 생각하거나 아니면 내 힘 때문에 나를 무서워하는데.”
사야의 질문을 들은 미야는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아니, 언니는 내가 할 수 없는 일들을 하잖아. 한 손으로 무거운 통나무도 집어 던지고, 거대한 바위도 주먹으로 부수고. 난 나와 다른 언니가 멋있어!”
미야의 말을 들은 사야는 망치에 맞은 듯 놀란 표정을 지으며 미야를 바라보았다.
“다른 내가 멋있다고?”
“응. 언니가 할 수 없는 건 내가 해줄 거고 내가 하지 못하는 건 언니가 해줄 거잖아. 우린 다르니까 함께야.”
미야의 말을 들은 사야의 마음속에서 여러 감정과 생각이 뒤섞였다. 특히 그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부끄러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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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이의 말을 듣는 순간 나는 그동안의 내가 너무도 부끄러웠어. 이 아이는 다르다는 것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줄 아는구나. 아니 오히려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해야 한다고 말하는구나. 그러자 요괴를 바라보는 내 시선도 달라졌어. 과연 우리는 그들과 대화를 해볼 생각을 했을까? 어쩌면 우리는 우리를 발전시켜 줄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때부터 난 찾아다녔어.”
“사야씨와 같은 생각을 하는 요괴를요?”
“응, 물론 쉽지는 않았지. 우리가 그들을 원수로 여기듯 그들도 우리를 원수로 여겼으니까. 그렇게 시간이 흘렀을 때 나는 드디어 만난 거야. 처음으로 대화가 통한 요괴를. 나는 너무 기뻤어. 요괴 중에도 나와 같은 생각하는 요괴가 있었다는 것에. 그렇게 우리는 계속해서 만나며 서로의 증오를 푸는 방법에 관해서 이야기했고 방법을 찾았어.”
“방법이라면?”
“그 요괴가 이야기했어. 인간과 요괴가 싸우는 것은 예전 요괴의 왕이라 불린 대요괴 흑선의 봉인 때문이라고.”
“흑선의 봉인이요?”
“먼 옛날 흑선이라고 하는 대요괴가 있었고 선조들이 흑선을 봉인하는 데 성공했어. 선조들은 흑선의 봉인을 당시 가장 강했던 3개의 가문이 나눠 보관하기로 했어. 그 가문 중 하나가 우리였고. 그리고 그 요괴는 나한테 이야기 한 거야 ‘그 봉인이 있으니, 서로가 싸울 수밖에 없는 거다. 요괴들은 그들의 선조를 찾으려 하고 인간들은 그런 우리를 죽이려 한다. 결국 우리는 선조들의 업으로 인해 싸우는 거라고. 그렇기에 우리가 힘을 합쳐 봉인을 없애버리면 인간과 요괴는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다.’고.”
“그래서 사야씨는…”
사야는 그 날을 후회한다는 듯 아려한 표정을 지었다.
“응, 나는 그 봉인 중 하나가 어딨는지 알고 있다고 대답했어. 요괴는 너무 기뻐하며 자기에게 가져다주면 그 봉인을 없애준다고 했어. 지금 생각하면 이상한 것투성이였지만, 그때는 나를 이해해 주고 함께 하는 요괴가 있다는 것에 너무 기뻤어. 요괴와 인간이 화해한다면 더 이상 그 아이도 업이라는 것에 묶여서 살 필요가 없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집안에 들어가 흑선의 봉인을 훔쳐서 가지고 갔어. 요괴는 기뻐하며 봉인을 당장 부수겠다고 했어.”
“하지만 그게 아니었군요. 그 요괴의 목적은.”
“응, 요괴가 한 일은 봉인을 푸는 거였어. 놈은 내게서 봉인을 받자마자 그대로 봉인을 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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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봉인이 풀린다.”
사야는 자신의 앞에서 웃고 있는 푸른색 요괴를 보았다. 요괴의 얼굴은 그동안 사야가 알고있는 것과는 전혀 달랐다. 항상 슬픔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사야의 생각을 함께하며 진정 평화를 바라던 선한 얼굴이 아닌 광기 어린 얼굴이었다.
“다 거짓이었어?”
사야의 분노와 허무가 섞인 말을 들은 요괴는 사야를 놀리듯 대답했다.
“당연하지, 요괴와 인간의 평화?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모든 건 다 멍청한 네년을 속이고 흑선님을 부활시키기 위해서였다. 이제 봉인이 풀리니 네년도 더 이상 필요 없지.”
요괴는 사야를 향해 천천히 다가갔다. 요괴는 흑선의 봉인이 풀리기 전 잠시 즐길 거리를 위해 사야를 농락할 생각이었다.
“멍청한 것. 덕분에 손쉽게 일을 처리하게 됐군.”
요괴가 웃으며 사야를 향해 오른발을 들었다가 강하게 찍었다.
콱!
요괴가 생각한 것과 다른 소리에 요괴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분명 어린 인간 아이에 불과한데 사야의 팔은 요괴의 발을 너무도 가볍게 받아냈다. 요괴는 좀 더 힘을 주려 했지만 사야의 힘에 밀리고 있었다.
“뭐야?”
“죽어!”
사야는 그대로 일어나 요괴를 넘어뜨렸고 요괴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당황한 요괴가 막기 위해 팔을 들어 올렸지만 사야는 요괴의 팔을 뽑아버린 후 다시 주먹질을 시작했다.
“하아, 하아.”
사야에게 맞은 요괴는 양팔이 뽑힌 채 죽어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요괴의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요괴를 맨주먹으로 죽이는 소녀가 있다는 이야기를 소문으로만 들었지 이 정도일 줄이야. 흑선님의 부활을 못 보고 가는 건 아쉽지만 바뀌는 건 없어. 어차피 영력도 없는 네가 봉인을 다시 할 수는 없을 테니까. 크하하 먼저 지옥에서 기다리고 있으마.”
그 말을 끝으로 요괴는 죽었다. 사야는 분노했지만 요괴의 말이 맞았다. 그녀는 요괴를 죽일 수 있지만 요괴의 봉인을 다시 할 영력이 없다. 그렇기에 봉인이 풀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사야는 절망에 빠진 얼굴로 울기 시작했다.
“아아…. 아아.”
그 순간 빛을 내며 흑선의 봉인이 다시 작동하기 시작했다. 사야는 놀라며 빛이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 발견한 익숙한 얼굴을 보며 사야는 놀라 비명을 질렀다.
“괜찮아 언니, 내가 할 수 있어.”
미야는 웃으며 사야를 바라보았고 얼마 뒤 빛이 폭발하며 흑선의 봉인은 닫혔다. 그리고 미야의 배에는 열쇠의 증표인 문양이 생겼다. 그리고 미야는 그대로 쓰러졌다.
“미야, 미야!”
사야는 울부짖으며 동생에게 다가가 동생을 안았다. 그런 사야를 보며 미야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괜찮아 언니. 아무 일도 없었던 거야. 돌아가자, 마을로.”
*
“그렇게 된 거야. 결국 미야가 자신을 희생해서 내 과오를 해결해 준 거야.”
“그 이후에는요?”
사야는 기사를 보며 슬픈 미소를 지었다.
“나는 기절한 미야를 데리고 마을로 돌아갔고 모든 것을 이야기했어. 마을에서는 나를 추방하기로 했어.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 나는 바로 마을을 나갔지. 그리고 그날부터 내 삶의 목적은 오직 한가지 요괴들을 죽이는 거로 바뀌었어.”
“그 선택이 슬프시지 않았나요?”
“슬펐지. 요괴를 죽이며 그 비명이 들릴 때 몇 번을 속으로 울부짖었는지 몰라. 특히 아이들에게 도망가라고 하며 나에게 매달리는 요괴들을 볼 때면 몇 번이고 멈추고 싶었어.”
기사는 사야를 향해 슬픈 표정을 지었다.
“멈추실 수는 없었나요?”
“그럴 수 없어. 나는 모든 요괴를 죽일 거야.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미야에 대한 속죄니까.”
“미야 씨를 보고 싶진 않으신가요?”
거침없이 대답을 이어 나가던 사야는 그 질문에는 잠시 머뭇거렸다.
“보고 싶지. 지금이라도 그 아이 앞에 서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어.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뭘 하면 즐거운지. 그리고 내가 밉지는 않은지. 그러나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 애 앞에 서겠어. 이번에도 미야 만 구한 이후에 사라질 거야. 가능하면 모습도 보이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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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가 사야씨가 저한테 들려준 이야기예요. 사야씨가 그러더라고요. 미안하다고 못난 언니를 용서해 달라고.”
기사의 말을 다 들은 미야는 화를 내었다.
“바보같이, 내가 괜찮다고 했는데, 몇 번을 더 만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도망만 가고 이번에도.”
미야의 눈에서 눈물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바보같이, 다 알아요. 언니가 그렇게 무리해서라도 요괴와 인간을 화해시키고 싶었던 이유는 나라는걸. 요괴와의 싸움을 업으로 하는 그 숙명에서 벗어날 수 없는 나를 자유롭게 해주기 위해서 더욱 요괴와의 화해를 바랐던 것을.”
미야는 잠시 하늘을 바라본 뒤 말을 이었다.
“혹시라도 다음에 언니를 만나게 되면 전해줘요. 아무것도 필요치 않다고, 더 이상 날 위해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라고. 그냥 언니와 함께 축제에 가는 게 소원이라고. 그날처럼.”
첫댓글 너무 오랜만에 올라왔네요. 단편이니 바로 읽어보겠습니다.
그동안 현생이 바빴고 가테에 대한 애정도 식었었어요 ㅠㅡㅠ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8.04 15: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