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다음메일을 확인하러 들어와 100여개의 스팸메일들을 신고하고 나니
카페의 메일이 하나 남아있다. 도란도란 카페지기께서 관두신다 는 내용의 메일.
나야 뭐 10년넘게 카페에 글을 남겨본적도 없는것 같고 아는 분들도 몇명없어서 존재감없는 카페회원이지만,
이게 무슨일인가 하고 오랜만에 카페를 들러본다.
몇몇 결혼식 사진들과 공지사항과 게시판 글들을 보면서 시간이 꽤 흘렀구나 라는 생각에 잠겨 글을 적어볼 용기를 내어본다.
그때가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한여름 우이동 계곡에는 비가 솔찬히 내렸고, 저녁때부터 마셔서 적잖이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었다. 나는 그때 처음으로 구리구리 누나(그날 내 얼굴을 본 분들은 누나라고 부르는 내 노안에 경악했지만)를 보았고,
결혼식 사진의 남편분도 처음 보았다. 공대생의 공학적인 뇌리속에 가득 아로새겨진 문학소년소녀들의 모습들은
새롭고 놀라운 풍경이었고, 약간은 어울리지 않은 자리에 초대받은 양 쭈뼛쭈뼛 앉아있었던가?
그래도 그날 느꼈던 내 벅찬 감동을 요약하자면 서울한복판에서 저 전라도 산골 마을 동무를 만난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어느덧 그날 보았던, 그리고 그후에 잠시나마 스쳐갔던, 때로는 카페에서 가끔 글을 읽어 알고 있던 사람들이
이제는 서른을 훌쩍넘어 누군가의 아비가 되고, 반려자를 만나 결혼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게 느껴진다.
윤대녕 작가를 좋아한다는 단 하나의 이유만으로 오랜시간동안 위로받고 있는 사람으로
구리구리 누나의 결혼을 축하하러 못간게 너무 아쉽고 미안하고, 신나는 결혼식 피로연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한이 있더라도
'서해에서'나 '촛불'을 걸걸하게 불러주고픈 마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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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나마 임기가 얼마 안남은 카페지기 님의 결혼을 축하하고 카페지기 하시느라 고생하셨다는 말씀드립니다.
우리 가카와는 차원이 다르게 전혀~레임덕은 없는 훌륭한 지기였음을 강조 하며.......
첫댓글 뭉클하네요, 마침 가을햇볕도 온화하기만 하고. 저마다 사연이 별들의 수만큼.
글 잘 읽었습니다. 구리구리님이 십 수년간 끌어오신 덕에 아직도 문학의 끈 하나 붙잡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드네요. 선물 하나 드려야 할 텐데...
글 읽고 저도 한동안 가만히, 멈춰있게 되네요.
병기 님, 글 너무 반갑네요!
병기 님이 처음 등장하던 날, 빙고랑 저랑 어색하던 때였는데 ㅎㅎ 시간이 이렇게 지났군요!
제가 운영자를 그만둔다고 이곳을 떠나는 것도 아닌데, 카페 식구들이 따뜻한 말 한 마디씩 전해주시니 짠하고 그러네요.
모두들 감사합니다. ^^
글 좋네요 ㅅ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