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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장, 지수는 잠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조민희를 바라본다. “네가 어떻게?........” “이렇게 밖에 세워 둘 거니?” 아! 어서 들어와!“ 그제야 지수는 조민희를 집안으로 안내를 한다. 지수가 차를 준비하는 동안 조민희는 집안을 둘러본다. “앉아! 참으로 오랜만이구나!“ 지수는 차를 조민의 앞에 놓으면서 새삼스럽게 그녀를 바라본다. “지수야! 너를 보니 참으로 행복해 보인다.“ “그래! 난 너무나 행복하다.“ “인영씨도 잘 있고?” “그럼! 우린 너무나 행복하게 살고 있어!“ “정말 다행이다. 귀국을 하고나서 진즉에 너를 만나고 싶었지만......“ 조민희는 차를 한 모금 마신다. “민희야! 네가 귀국했다는 소식은 들었어! 헌데, 이혼을 했다며?“ “응! 너에게는 너무나 미안한 일이지만 결국에는 이혼을 해야만 했어!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역시 그 사람의 마음 어느 곳에도 내가 들어 갈 자리가 없더군!“ “이제 와서 그것이 무슨 소리니?” “그 사람! 서호천 이라는 남자의 마음에는 오직 민지수 한 여인뿐이더구나! 나도 상당한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을 했지만 어쩔 수가 없더구나!“ “민희야! 난 이미 예전에 그 사람을 잊었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내게 그 사람에 대해서 어떤 말을 해 보았자 아무런 소용이 없단다.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도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고.....“ 조민희는 지수의 얼굴을 한참을 응시한다. 자신이 불행했던 결혼생활은 지금 앞에 앉아 있는 민지수 때문이라는 것을 생각을 하면서 지수를 바라본다. “지수야! 난 그때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어!“ “이제 모두 지난 일이야! 그리고 난 이미 그 일을 잊은 지 오래고.“ 지수는 더 이상 들을 말도 없다는 듯이 잘라서 말을 한다. 조민희가 귀국했다는 사실을 안 것도 오래 되었다. 그러나 지수는 그런 조민희를 그다지 마음에 두고 있지를 않았던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조민희는 이혼을 하고서 그곳에서 음악학교를 다니면서 성악가로서 명성을 얻었던 것이다. 조민희의 귀국은 화려한 귀국이었다. 비록 결혼생활은 실패를 했지만 자신이 꿈을 꾸었던 성악가로서 성공을 거둔 것이다. 많은 연주회를 다니면서 잠시 귀국을 했을 뿐이다. 그녀의 귀국이 신문에 발표되면서 그녀가 얼마나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는지 지수도 잘 알고 있었다. 서호천은 이혼을 하면서도 조민희를 위해서 모든 것을 아낌없이 뒤를 돌봐주고 있었다. 조민희가 낳은 딸을 키우면서 그녀를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아낌없이 해 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조민희는 그러한 서호천을 사랑하고 있었다. 이혼을 하지 않으려는 조민희의 마음을 서호천도 알고 있었으나 이미 그는 아내를 사랑할 수가 없음을 시인하고 있었다. 차디찬 그의 냉대는 더 이상 조민희를 견딜 수가 없게 만든다. 낯선 외국인들 사이에서 남편의 사랑과 관심이 없는 생활이란 견디기가 너무나 어려운 생활이었다. 서호천은 한 달이면 이십일 이상을 미국에서 보내고 있었다. 집엘 돌아와도 자신을 찾는 일이 거의 없이 언제나 자신을 혼자서 버려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생활을 견디다 못한 조민희는 마침내 스스로 이혼을 요구하면서 그곳에 남아서 공부할 수 있도록 모든 선처를 호소를 했던 것이다. 서호천은 아내의 모든 조건을 받아들인다. “민희야! 바쁜 중에 나를 찾아온 이유가 이런 것은 아니지?“ “그래! 네가 어떻게 사는지 보고 싶어서 왔어! 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니라 바로 그 사람이 알고 싶어 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왜 내가 사는 모습을 그 사람이나 너한테 보여야 하지?” “그야 그 사람과 나는 너에게 죄인이니까! 항상 너를 생각하면서 죄책감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그 사람의 마음을 난 알고 있거든!“ “민희야! 난 그런 것을 원하지 않아! 난 어느 누구의 관심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싫어! 그건 젊은 날 한 때의 지나가는 바람이었던 거야! 진정 내가 사랑하고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지금의 내 남편이고 내 아이들의 아버지인 인영씨외엔 아무도 없어! 그러니 이제는 그런 마음과 관심을 갖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지수는 민희의 그런 관심이 싫었다. “그래! 이렇게 너를 만나고 보니 내 마음도 참 편안해진다. 이럴 줄 알았다면 진즉에 너를 찾아왔어야 했는데...“ “앞으로 또 다시 우리가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때는 너와 내가 친구 이상의 다른 감정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만일 그럴 자신이 없으면 우린 서로 만나지 않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 “지수야! 네가 하는 말을 알겠어! 더 이상 너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을게! 그리고 이렇게 행복하게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 조민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돌아간다. 조민희가 돌아가고 나자 지수의 마음은 마치 더러운 오물을 뒤집어 쓴 것처럼 불쾌한 생각이 든다. 이미 아주 오래전에 모두 잊혀 진 일들이다. 지금은 그 사람의 모습조차 남아있지 않다. 이제 와서 새삼스럽게 그 사람을 기억할 이유도 없거니와 그 사람의 가슴속에 아직도 자신이 남아 있다는 것 또한 기분 좋은 일이 아니다. 지수는 생각을 털어내려는 듯이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음악 속으로 빠져들려고 노력한다. 그날 저녁 식사를 끝내고 아이들이 제 각각의 방으로 돌아가고 난 뒤에 지수는 인영과 나란히 차를 마신다. “여보! 오늘 조민희가 다녀갔어요.“ “조민희?” “아마 그 옛날의 일들이 아직도 가슴에 남아서 죄스러운 생각이 드는 모양이더라고요.” “왜? 뭐라고 합디까?“ “내가 사는 모습을 보려고 왔다는군요. 행복한 모습을 보아서 이제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하더라고요.“ “조민희로서야 당연한 마음이겠지!” “그런데 기분이 영 엉망이더라고요. 아직도 그들이 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싫더군요.“ “그냥 가볍게 받아들이구려! 당신은 모든 것을 다 털어버리고 살아가고 있지만 그들에게는 아마 마음의 빚으로 남겨져 있을 테니까!“ “그래도 왠지 정말 싫더라고요.” 지수는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말을 한다. “참, 당신 약을 먹어야 할 시간이 되었어요.“ 지수는 주방으로 가서 약을 가져와서 인영에게 준다. “어때요? 약의 효험이 있는 거 같아요?“ “그야 당신의 성의가 어떤 것인데 효험이 없겠소? 그래서 그런지 요즘 피곤함을 잘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그래만 준다면 얼마나 고마운 일이겠어요. 뭐니 뭐니 해도 당신의 건강이 최우선이니까요.“ “고맙소! 이런 당신이 곁에서 지켜주고 있는데 무슨 걱정이오?“ 인영은 지수를 끌어안는다. 살아가면 살아갈수록 너무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아내였다. 어느 한군데 나무랄 곳도 없는 사람이다. 가족들을 위한 아내의 마음은 인영을 항상 감격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인영은 지수와 사랑의 행위를 나눈 뒤에야 곤한 잠에 깊이 빠져든다. 세희는 대학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를 한다. 남들이 힘이 든다고 모두 기피를 하는 내과의를 전공으로 선택을 한 세희는 집에 들어오는 날이 거의 없다시피 병원에서 생활을 해야만 했던 것이다. 남자들도 수술을 기피하는 상황에서 세희는 수술실로 들어가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세희의 성격이 수술실도 마다하지 않고 들어가는 것을 보는 사람들은 세희를 이해하지를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희는 누가 무어라하든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에는 최고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다. 세희는 주말을 맞아서 모처럼 집에 가는 날이다. 토요일 오후에 겨우 시간을 내어서 집으로 향한다. 내일까지는 가족들과 함께 보낼 수가 있다고 생각을 하니 마음이 벌써 행복해져 옴을 느낀다. 세희가 집으로 들어서니 집안에서는 맛있는 냄새가 풍겨나고 있었다. “와! 맛있는 냄새가 나네요.“ “어머? 우리 세희가 오는구나!“ 지수는 주방에서 뛰어나오면서 세희를 반긴다. “엄마!” 세희는 지수의 품에 안긴다. “에구! 다 자란 처녀가 엄마 품에 안기다니....“ 말로는 그러면서도 지수도 세희를 꼭 끌어안는다. “고생이 많지?” “고생은 나만 하나요?” “그러기에 내과 보다 좀 더 쉬운 과를 선택을 했으면 좋았잖니?” “엄마! 난 그런 안이한 삶을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해 할 수가 없어요. 무엇이든 아무리 힘이 들어도 내 손으로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고 이룰 수가 있어야 진정한 삶의 가치를 알 수가 있는 것이 아닌가요?“ 세희의 대답은 당당하다. “그래! 엄마도 우리 세희의 생각에 찬성이다. 허나, 여자의 몸으로 너무나 무리한 것이 아닐지 걱정스럽다.“ “엄마! 난 얼마든지 해낼 수 있어요.“ 그들 모녀간은 서로의 걱정을 하면서 다정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어? 누나 왔어?“ 세빈이 들어서면서 반색을 한다. “세빈아!” 세희 역시 세빈을 반기면서 오누이는 서로의 손을 잡는다. “누나! 힘들지 않아?“ “의사가 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이 아니지! 그러나 누나는 그런 것은 얼마든지 이겨낼 수가 있으니 너무 걱정할 것 없다. 그나저나 우리 세빈이는 대학 진학에 이상이 없지?“ “에이! 누나, 그야 당연하지! 나도 누나에게 지지 않는 그런 사람이다.“ “호호호............” “하하하...........” 집안은 웃음꽃이 피어난다. 인영도 다른 날보다 일찍 집으로 들어온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세희가 집으로 돌아오는 날은 인영은 일찍 집으로 돌아오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너무나 의젓하고 아름답게 자라준 딸이 무엇보다 고맙고 든든했던 것이다. 온 가족이 오랜만에 식탁에 둘러앉아서 모처럼의 즐거운 식사를 한다. 인영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아내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행복한 자신의 가정을 감사한 마음으로 둘러본다. 그러나 인영은 식사를 얼마 하지 못하고 수저를 놓는다. “여보! 왜 벌써 수저를 놓으세요?“ “응! 요즘 소화가 잘 안 되네!“ “아빠! 제가 가져다 드린 약을 계속 잡수시고 계시는 거예요?“ “그래! 아주 잘 먹고 있단다.“ “그래도 소화가 되시지 않으시면 저랑 한번 병원에 가 보셔야 되겠어요.” 세희는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가 봐야겠다고 말을 한다. “이까짓 소화가 안 되는 것을 가지고 무슨 병원엘 가냐? 차츰 좋아지겠지!“ 인영은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가볍게 말을 한다. “아니에요! 소화가 안 되는 것이 왜 그러는지 원인을 알아야지요.“ “그래! 세희야! 아버지를 한번 검사를 받게 해 드려야겠다. 벌써부터 그렇게 소화가 되지 않으셔서 식사를 잘 못하고 계시는구나!“ 지수는 이참에 인영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게 해야겠다고 세희와 말을 한다. 남편의 건강이 전과 같지가 않다. 병원에 가는 것을 지극히 싫어하는 남편이다. 그런 남편의 성격을 아는 지수는 남편을 위해서 여러차례 보약을 준비해서 먹이곤 했지만 이제는 별 소용이 없다고 생각을 한다. “여보! 세희가 내과 전문이에요. 그런 딸이 있는데 아빠가 소화도 시키지 못하고 맨날 약만을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나 되나요? 이번에 아주 검사라도 받아 볼 생각을 하세요.“ “허허허....... 모녀가 아주 날 환자로 만들려고 하는구먼! 세빈아! 넌 이 아빠의 편이 되지 않을래?“ “아빠! 저도 엄마나 누나의 말이 옳다고 생각해요. 벌써 아빠가 소화가 되지 않는다고 하신 것이 언제인데요? 이번에 확실하게 검사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세빈이도 거들고 나선다. “허허허...... 이제 이 아빠편이 아무도 없구나!“ 말과는 달리 인영의 표정은 행복감으로 가득 피어오른다. 결국 인영은 가족들의 요청으로 검사를 받기로 하고 병원엘 가고 만다. 세희는 자신의 담당 교수님께 아버지를 부탁을 한다. 세희의 담당 교수인 이 박사님의 진찰실로 인영이 들어간다. “언제부터 소화가 되지 않았습니까?” “한 사오년 전부터 소화가 잘 안 되고 있습니다.” “간혹 어지럼증 같은 것은 없었습니까?” “이따금씩 어지럼증이 있었습니다.” “그것이 언제부터지요?” “글쎄요?........ 한 일 년 정도?..........“ 이박사의 진찰은 세밀했다. “우선 검사를 받아보도록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꼭 검사를 받아야만 합니까?” 인영은 마음이 불안해지면서 묻는다. “일단은 그렇게 하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아빠! 그렇게 하세요.“ 세희 역시 이 박사님의 뜻에 동조를 한다. 인영도 거역을 할 수가 없다고 생각을 하고 검사를 받는다. 그러나 무언가 모를 불안함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여보! 내 마음이 왜 이렇게 불안하지?“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무슨 큰일이야 있으려고요?“ 지수는 남편의 마음을 안심을 시킨다 |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
즐독입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