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스무 번째
부부란
유대인들의 신화에 최초의 부부 아담과 릴리트 Lilith가 등장합니다. 릴리트는 잠자리 불만으로 남편과 싸운 후 아담을 떠납니다. 최초의 부부싸움이자 최초의 이혼입니다. 어쩌면 부부관계란 그만큼 어려운 관계라는 걸 보여주는 주는 사례인지도 모릅니다. 단테의 <신곡神曲>에서 두루미는 지옥에서 욕정을 위해 음란한 춤을 춘다고 하여 벌을 받습니다. 그런데 두루미에 대한 우리네 전통적 인식은 암수가 위아래로 날며 사랑을 구하는 동물이라며 순결의 상징으로 여겼습니다. 실제로 두루미가 백 년 해로를 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천년을 산다고 하여 불로장수를 상징하기도 하니 두루미에 대한 우리네 선조들의 평가는 매우 넉넉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천년을 산다면 백 년 해로가 맞을 것 같지만, 백 년도 긴 세월인데 천년이라니, 끔찍하지요. 두루미에서 보았듯이 서양인과 동양인이 두루미를 보는 시선도 다릅니다. 한쪽은 구애의 춤으로, 다른 쪽은 음란한 춤으로 보니 말입니다. 그러니 부부관계에 대해서도 생각이 다를 겁니다. 서양인들은 평등을, 동양인들은 순종을 최선의 관계로 보았지요. 과거 나라를 잃고 우리 민족이 만주 땅을 헤맬 때 “선창가 고동 소리 옛님이 그리워도 나그네 흐를 길은 한이 없어라.”라고 남편을 나그네로 불렀습니다. 여기서도 여인들은 나그네인 남편을 마냥 기다리며 인고의 세월을 참아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젊은이들은 결혼은 싫지만, 동거는 좋다고 하고, 나이 든 사람들도 졸혼卒婚을 외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갈수록 부부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하게 됩니다. 왜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지를 잊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마지막 동반자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는 듯해서 마음이 놓입니다. 올 부부의 날에는 여행이라도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