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영화 ‘델마와 루이스(1991)’ (오른쪽)드라마 ‘커맨더 인 치프(2005)’ |
글=김준술 기자
IQ 상위 2% … 매달 논리·관찰력 문제로 가입 테스트
‘허본좌’로 불리며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허경영씨는 IQ 430을 자처해 논란이 됐다. 얼마 전부턴 IQ 180으로 알려진 가수 타블로를 두고도 네티즌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있었다. 이렇듯 유명인의 지능지수가 잇따라 입방아에 오르며 IQ 높은 사람들의 모임인 ‘멘사’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그러나 아직은 멘사에 대해 알려지지 않은 게 더 많다.
멘사는 변호사 롤랜드 버릴과 법률가·과학자인 랜스 웨어 박사가 1946년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설립했다. 그들은 인구의 상위 2% 안에 드는 높은 IQ를 가진, 영리한 사람들이 모여서 토론하고 교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멘사는 라틴어로 ‘탁자(Table)’라는 뜻이다. 또 ‘지성’을 뜻하는 라틴어(Mens)도 철자가 비슷하다. 두 라틴어를 더해 ‘지성인들이 모이는 둥근 탁자’라는 취지의 이름이 탄생했다. 둥근 탁자는 국가와 인종·학력을 가리지 않는다는 멘사의 ‘평등정신’을 상징한다.
한국에 첫선을 보인 건 1996년이었다. 멘사국제협회와 회원인 안효진씨의 협의로 이때 첫 시험을 치렀다. 멘사코리아의 이민구 홍보분과장은 “국내 회원은 현재 1500여 명”이라며 “멘사 회원끼리는 서로 ‘멘산(Mensan)’이라고 부른다”고 말했다. 국내 회원의 특이한 점은 정보기술(IT) 종사자들과 교수·교사가 많다는 점이다. 20대가 많은 것도 특징이다. 국제적으론 100여 개국에 11만 명이 회원으로 있다. 나이는 2세부터 100세 넘는 노인까지 다양하지만, 20~60대가 대부분이다. 세계에서 회원이 가장 많은 나라는 미국으로 5만7000여 명에 이른다.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게 어떻게 회원을 뽑느냐는 것이다. 달마다 치러지는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합격하면 회원증도 나온다. 20분간 45문제를 맞혀야 한다. 1문제당 30초꼴이다. 응시자의 IQ 점수는 절대수치로 나오는 게 아니라 상위 1%(IQ 156), 상위 2%(IQ 148) 이런 식으로 제공된다.
공부 많이 한 사람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기존 IQ 측정과 달리 시험 문제도 교육 수준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신경을 쓴다. 언어·숫자 학습에 따라 성적이 차이 나는 문제는 배제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논리력과 관찰력을 가늠할 수 있게 주로 도형 퍼즐 등으로 이뤄져 있다. 시험정보는 홈페이지(www.mensakorea.org)에서 볼 수 있다. IQ 높은 사람의 모임으로 멘사만 있는 건 아니다. 예컨대 ‘기가 소사이어티’라는 단체는 인구의 상위 0.0000001%에 드는(IQ 190) 사람이 회원이다. 멘사와 달리 폐쇄성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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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성 대통령 연기한 멘사 회원, 지나 데이비스
“IQ 148은 신의 축복 … 열정·신념은 인간의 축복이다”
지나 데이비스의 IQ는 148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교 시절 스웨덴 산드비켄에 교환학생으로 가서 현지어를 마스터하고, 명문 보스턴대에선 드라마를 공부했다. 멘사 인터내셔널이 홈페이지 맨 앞에 소개한 간판 인물이다. 그는 30대 시절 충동적으로 멘사 시험에 응했고 합격했다. 당시 “무슨 일이든 잘해낼 수 있는 자신감 같은 게 필요했다”고 한다.
●지적인 배우로 유명합니다. 멘사 덕인가요.
“음, 사실은 잘 모르겠어요. 그러나 머리 좋은 배우로 알려졌다는 게 손해는 아니라고 확신해요.”
●미국 최초의 ‘마담 프레지던트(Madam President·여성 대통령)’를 연기한 것도 그 연장선입니까.
“사람들은 드라마 속의 매켄지 앨런 대통령을 좋아했죠. 그녀가 ‘스마트한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에요. 그게 사람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줬죠. 다만 훌륭한 배우라면 (IQ와 상관없이) 스마트하게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배역이 어떤 이미지건 말이죠. 저도 한때 야구선수 연기를 했잖아요. 실제 실력은 형편없는데도요. 제가 사회적으로 반향이 컸던 여성 역을 맡아 연기한 것은 행운이었어요. 미국의 첫 여성 리더를 맡아달라는 제안이 들어왔을 때 거리낌없이 낚아챘죠.”
※ 그는 2005년 드라마 ‘커맨더 인 치프(Commander in Chief)’에서 야물 찬 대통령 매켄지 앨런을 연기해 호평받았다. 여성 지도자의 이미지가 좋아지면서 힐러리 클린턴이 반사이익을 봤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특출 난 머리, 똑똑한 이미지로만 이룬 성공이 아니란 말인가요.
“사람이 뭔가 특출 나게 해내길 원한다면, 그래서 정말로 큰 상(賞)을 받고 싶다면 ‘공포와 통념(fears and conventional wisdom)’의 한계를 뛰어넘어 진군해야 합니다.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하죠. ‘이건 다른 사람들이 시도하기엔 나쁜 아이디어일 수 있어. 그러나 나는 그걸 가능하게 만들 수 있어’. 사람들이 받은 축복인 이같은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머릿속에 넣는 게 중요합니다. 제가 간직한 모토가 있어요. ‘남이 할 수 있다면, 나도 할 수 있다(If a person can do it, I can do it)’는 거죠.”
●IQ를 능가하는 뚝심과 열정이 당신 안에 있다는 얘깁니까.
“제가 델마 역을 했던 영화 ‘델마와 루이스’ 얘기를 해보죠. 대본을 접하고 읽어봤을 때였어요. 영화에 꼭 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죠. 그때 제작진은 다른 여배우들을 기용하려다 실패했어요. 제 매니저는 리들리 스콧 감독에게 1년간 매주 전화해 만나 달라고 했죠. 마침내 그와 마주할 기회가 주어졌어요. 1년 동안 대본과 배역에 대해 가다듬은 생각을 풀어 놓았죠. 45분간의 치열한 대화에서 ‘왜 내가 루이스 역을 맡아야 하는가’ 설득했고요. 그런데 갑자기 감독이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당신은 델마 역을 맡기 싫다는 거군요’. 저는 잠깐 숨을 멈추고 얘기했어요. ‘우리가 대화하는 동안 제가 델마를 연기해야 한다는 사실도 깨달았어요’. 그리고 델마에 대해 연구한 것을 또 30분간 줄줄이 풀어놨죠. 듣고 있던 감독이 마침내 말했죠. ‘당신처럼 헌신적인 사람들은 맡은 일을 훌륭히 해낼 수 있다’고요.”
●양궁도 그런 노력 덕택에 미국 국가대표급으로 갈고 닦았나 봅니다.
“영화 ‘그들만의 리그’에서 야구선수를 연기한 뒤로 다른 영화를 찍을 때마다 다양한 스포츠를 배웠지요. 승마와 펜싱부터 태권도까지요. 그러다 제 생활에서도 진짜 스포츠를 즐기고 싶어서 41세에 양궁을 배웠죠. 열심히 했더니 2년 반이 지나 올림픽 대표선수 선발전까지 나가게 되더라고요.”
●IQ가 좋은 건 어찌 보면 ‘신의 축복’입니다. 그런 재능을 타인과 나누면 더 의미 있지 않습니까.
“맞습니다. 앨런 대통령을 연기하면서 백악관의 마리 윌슨이란 사람을 만났어요. 여성 리더십 고취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었는데, 의미심장한 말을 하더군요. ‘당신이 그리거나 눈으로 볼 수 있는 대상이 없다면, 실제 그런 사람이 될 수 없다(You can’t be what you can’t see)’고요.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 설문조사가 이뤄졌죠. ‘여성 대통령 후보가 나오면 실제로 표를 던지겠냐’고요. 드라마를 봤던 사람들 중에 ‘그렇다’고 답한 이들이 더 많았어요. 제 드라마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 거죠. 그땐 ‘드라마가 더 오래가야 할 텐데’ 하고 바랐어요.”
●최근 행보를 보면 실제로 공직에 진출했던데요.
“7월 말 캘리포니아주의 ‘여성지위위원회’ 위원이 됐어요. 영화배우 출신의 아널드 슈워제네거 주지사가 임명했죠. 여성과 소녀들의 평등이나 권익을 도모하는 일을 하게 될 겁니다. 9월 중순엔 유엔 새천년 개발목표 회의에 참석해 여성권한 증진 등을 논의할 거고요.”
●‘미디어 성평등’ 운동을 벌이는 것도 비슷한 배경입니까.
“5년 전 딸 알리제가 두 살 때였어요. TV로 함께 아동물을 보고 있었죠. 그런데 뭔가 눈에 잡히더라고요. 남성 캐릭터가 여성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이었어요. 이런 문제가 도처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스튜디오 간부들을 만나 화두로 끄집어냈죠. 모든 사람이 ‘그건 문제가 안 된다’며 만화 영화 ‘미녀와 야수’에서 여주인공 벨르가 돋보이게 등장하는 것처럼 이미 해결됐다고 하더군요.”
●그때도 특유의 뚝심이 발동됐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실제 통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서던캘리포니아대(USC)의 스테이시 슈미트 박사에게 의뢰해 콘텐트 조사를 했더니 기절할 정도였어요. 영화에서 남성 3명이 나올 때 여성은 1명이 나와요. 1946년 이후로 그런 불균형은 시정되지 않았더라고요. 여성들은 극도로 섹시하게 그려졌죠. 어린이들이 보는 프로그램에서도 몸을 드러내는 옷을 입고 나왔어요. 11세 이하의 어린이들이 보는 프로그램에서 여성 주인공의 비율을 높이는 게 우리 목표예요.”
●원래 멘사 사람들은 자주 교류한다는데 모임엔 나갑니까.
“따로 회원들과 만나거나 그러진 않아요. 제가 IQ를 그리 많이 강조하진 않기 때문이에요.”
※ 데비이스는 15세 연하의 성형외과 의사인 이란계 미국인 남편, 세 아이 등 가족과 여름휴가를 보내는 와중에 e-메일로 인터뷰 답변을 보내왔다. 대부분 질문에 성심껏 응했지만 IQ 쪽으론 되도록 언급을 피하려 했다. ‘커맨더 인 치프’가 히트한 뒤 이뤄진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라와의 인터뷰 때도 비슷했다.
●세 아이의 엄마인데, 아이를 키울 때 IQ와 EQ(감성지수)·SQ(사회성지수) 중에서 어떤 걸 강조합니까.
“쌍둥이 아들이 저를 보면서 건강한 ‘자기 존중감’을 만들어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딸 알리제처럼 말이죠. 자식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미디어를 새로운 눈으로 보면서 어떤 영향을 미칠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거죠. 저는 특히 세 아이 모두가 여성의 가치를 존중하면서 자라길 원해요. 사람은 보는 것에 따라 그렇게 변하게 마련이죠.”
지나 데이비스
‘보스턴대 졸업→패션업체 윈도 마네킹→모델→영화배우’. 사회생활 바닥부터 올라온 지나 데이비스의 이력이다. 키 1m83㎝의 그는 더스틴 호프먼과 출연한 영화 ‘투씨(1982)’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엑시덴탈 투어리스트(82)’에서 괴짜 견공(犬) 훈련사로 나와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조연상을 탔다. 여성 해방을 그린 로드무비 ‘델마와 루이스(91)’로 명성을 굳혔다. 이후 남편이었던 레니 할린 감독과 팀을 이뤄 ‘컷쓰로트 아일랜드’ ‘롱 키스 굿나잇’에서 해적과 스파이를 연기했다.
IQ 156 넘는 프리랜서 아나운서 전혜원씨
“아나운서 시험 낙방하며 IQ가 다가 아니구나 느꼈어요”
“아나운서 공채 시험을 보면서 ‘IQ가 다가 아니구나’ 절감했어요.”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전혜원(32·사진)씨의 IQ는 156을 넘는다. 올봄에 멘사 시험을 봐서 ‘상위 1%’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그룹방송센터(SBC)와 케이블TV 등에서 리포터·진행자로 일하는 그에게서 IQ와 엮인 칠전팔기 인생담을 들어봤다.
●머리 좋은 걸 언제 알았나요.
“중학교 때 전교생이 860명이었죠. IQ 시험에서 140 넘는 학생이 7명이었는데 제가 3, 4등 정도라는 얘길 처음 들었어요. 사실 어릴 때부터 꿈은 ‘가수’였습니다. 그러나 오디션 보러 가고 이럴 용기가 없었어요.”
●어릴 때부터 ‘똑순이’ 소리를 들었군요.
“부산에서 중·고교 6년간 반장을 했어요. 성적도 고교 1학년 때까진 거의 반에서 수위권이었죠. 하지만 가수 꿈을 버리진 못했어요. 선생님들은 ‘머리 좋은데 왜 노래 대회 나가려 하느냐’고 다그쳤죠. 공부에 대한 아쉬움은 있지만 후회는 없어요. 부산대에 들어가 아동주거학을 전공했을 땐 ‘썰물’이라는 오래된 노래 동아리에 들어가 지역 가요제에서 상도 받았고요.”
●결국 마이크 잡는 일을 직업으로 택했습니다.
“가수 꿈을 접고 대학 졸업한 이듬해 2003년부터 케이블TV에서 리포팅 일을 시작했죠. 경력이 없었는데 ‘운’이 좋아서 뽑혔고, 일을 제대로 배울 기회가 많았어요.”
●그럼 그 뒤론 일이 술술 풀린 건가요.
“아니요. 간간이 지상파TV 등의 아나운서 시험을 봤어요. 그런데 최종에서 자꾸 떨어지는 거예요. 가슴이 쓰려 몇 달간 아무것도 못하고 그랬어요. 머리만 믿었던 거죠. 무조건 노력하고 열심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느꼈어요. 그전까진 시험에 떨어져 본 적이 없어요. 공부는 많이 안 했지만 대학도 지역에서 명문에 들어갔고, 방송 아카데미 나와서, 아나운서 공채 보면 당연히 되는 줄 알았죠. 아픈 시절을 거치면서 성숙해지고 둥글둥글해졌어요.”
●멘사엔 늦게 가입했습니다.
“친구가 권유했어요. 최근 1, 2년간 멘사 연예인과 아나운서 등이 화제가 되면서 시험을 봐야겠다고 마음먹었어요. 45문제 중 대부분은 쉽게 풀었는데 1분쯤 남기고 3문제가 어렵더라고요.”
●그렇게 IQ가 높아서 편한 점은 뭔가요.
“사람마다 다를 텐데, 제 경우엔 방송을 하면서 대본을 잘 외운다고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줘요. 감사하죠.”
●불편한 때도 있습니까.
“머리 좋다고 하면 뭔가를 해내도 당연하게 평가해요. IQ라는 게 자신감을 높이는 덴 도움이 돼도, 직접적으로 득이 됐던 적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사람들과의 동화는 어떻습니까.
“본인에 대한 자부심이 있는데도, 소심하게 나서지 못하는 멘사 회원들이 있다고 해요. 저도 어릴 때 그랬던 것 같아요. 반장 하면서 친구들과 원만하게 지내려면 ‘튀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살았죠. 많이 억눌렀어요. 소개팅 하러 갈 때 ‘멘사라고 얘기하지 말라’는 소릴 자주 들어요. 머리 좋은 여자를 부담스러워한다는 뜻일 겁니다. 그래도 짝은 있겠죠.”
●가족들 IQ가 모두 높습니까.
“다른 가족들 지능지수는 저도 몰라요. 서울에서 저와 같이 사는 동생은 경기도에서 여경으로 일해요. 부산의 부모님은 모두 금융권에서 일하시고, 외가 쪽이 수리에 밝아요.”
●높은 IQ를 보람된 일에 쓰면 좋지 않을까요.
“외국어 두려움이 있어요. 이걸 ‘극복’하고 싶어요. 그래서 5년, 10년 뒤엔 3개국 말로 동시에 국제회의 사회를 보는 일꾼이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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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능자 국가적 관리 필요”
멘사 회원 원성두씨
“고지능자에 대한 국가적 차원의 관리가 부족해요.” 멘사 회원이자 언론사에서 조사기자로 일하는 원성두(37) 차장의 말이다.
그는 “미국에선 연방 헌법에 ‘영재를 발굴해 키워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중국과 대만·이스라엘도 정책적으로 영재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적자원으로 밥 먹고 산다는 한국에선 평준화 정책의 물결 속에서 정작 영재정책은 더딥니다.” 원 차장은 “영재만 키우자는 게 아니다. 영재교육을 통해 터득한 지능개발 방법론과 교수법은 일반 학생들 수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IQ에 대해서도 오해가 많다고 했다. 원 차장은 IQ를 ‘문제 핵심 파악→결과 추론→논리적 판단’을 잘하는 것에 다름아니라고 정의했다. 이런 걸 타고난 사람들이 멘사 회원이라는 것이다. ‘학습된 똑똑함’과는 다르다는 소리다. 그러나 이를 오해하는 학부모가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우리 아이는 학원에선 IQ 200으로 나왔는데 왜 멘사 시험에선 140이 안 되느냐”고 항의한다는 것이다. 원 차장은 “영재 학원에서 200이 나올 때까지 반복해서 학습한 결과일 뿐”이라며 “이 같은 IQ 사교육 바람을 걱정해 멘사 시험문제를 공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에선 초등학생들은 멘사 시험을 치를 수 없다.
그는 ‘외로운 멘사의 세계’도 얘기했다. “저도 처음엔 멘사 자격증을 숨겼어요.” 멘사라면서 왜 그것도 못하느냐는 소리를 들을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천재라면 당연히 멘사 자격증을 딸 수 있겠지만, 모든 멘사 회원이 천재는 아니다”라고 했다. 머리가 다른 사람보단 좋지만 천재성이 없는 이도 많다는 소리다. 원 차장은 “멘사 회원들을 보면 성공의 뒷면엔 ‘IQ’가 토대가 되고 그 위에 ‘인성’이라는 것이 중요한 몫을 하는 것 같다”며 “그래서 멘사 코리아도 멘토링 활동을 통해 회원들의 사회성을 높이는 데 애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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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칵테일 >>
박지성은 운동지능
모차르트는 음악지능 뛰어나
고지능자의 대명사인 ‘하버드대의 공붓벌레들’. 이들은 모두 행복했을까. 미국 하버드 의대 정신과의 조지 베일런트 교수가 내린 답은 ‘아니다(No)’였다. 평균 IQ 135 수준인 하버드 졸업생 268명의 삶을 72년간 추적한 결과다. 변호사였지만 알코올 중독으로 폐허 같은 생을 보냈던 빌 로먼, 고급 주택에 억대 연봉을 누렸지만 가족·친구와 떨어진 메마른 삶의 브래드퍼드 배빗까지. 베일런트 교수는 머리와 재산, 학벌로 삶이 행복해지진 않는다고 결론지었다.
그는 『행복의 조건』(프런티어)이란 책에서 그 연구 결과를 자세히 밝혔다. 고난에 맞서는 자세와 그것을 가능케 할 인간관계, 그리고 평생교육·안정적 결혼생활·비흡연·음주 조절·규칙적 운동·적당한 체중을 행복의 7대 조건으로 꼽았다. ‘고지능→학벌→좋은 일자리→부자→행복’이란 단순 공식이 횡행하는 한국 사회에서 곱씹어 볼 대목이다.
최근엔 ‘다중지능 이론’이 주목받고 있다. 사람의 지능은 IQ 1개가 아닌 ‘언어·논리수학·음악·공간·운동·인간친화·자기성찰·자연친화’의 8가지로 나뉜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수가 1983년 주창했다. 축구선수 박지성은 운동지능, 모차르트는 음악지능이 뛰어나 성공했다는 식이다.
국내에 다중지능 이론을 소개한 서울대 문용린(교육학·전 교육부 장관) 교수는 “기존의 IQ 검사는 기억력·계산력·추리력 같은 ‘싱킹 프로세싱(Thinking processing)’을 재지만 창의력 같은 건 잴 수 없다. 사람에겐 주의력·몰입력·호기심 같은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IQ는 인간 지능의 3분의 1만 나타낸다”는 것이다. 그는 “예컨대 스포츠 선수들은 운동과 관련된 기억력이 뛰어날 수 있다. 다른 기억력이 부족하다고 이들의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쉽게 말해 다중지능이론이란 기억력도 영역에 따라 나눌 수 있다고 본다는 소리다. 그러나 IQ만으론 이런 걸 설명할 수 없어 1950년대 들면서 그 한계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는 것이다. 문제는 다중지능을 어떻게 재느냐다. 문 교수는 “요즘 시중에서 지문(指紋)으로 아이의 다중지능을 재는 게 유행”이라며 “그러나 고정된 생물학적 형태(지문·체격 등)가 정신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