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예외없이 일찍 눈이 떠진다. 간밤의 약간의 우울함은 어느정도 해소된 상태. 오늘의 또 즐거운 하루를 위해서 기분을 서둘러 전환해야한다.
우선 금일은 스쿰윗으로 이동, 킹앤아이에 들러 서비스드 아파트먼트 하루나 이틀 분 예약하고 점심은 한정식먹고 대충 조금 쉬어갈 예정이었으므로, 비교적 여유있게 움직이기로 했다.
라자타를 체크아웃 할 때 어제 저녁 백화점에서 와인살 때 같이 받은 와인글래스를 카운터 아무 아가씨(-_-;)에게 야~ 이거 네 선물이다~ 가져라~하구 주니, 이 아가씨 정말로 나를 위해 주는 선물이냐며 짠~해 한다. ^^;;;
하긴 내가봐두 의아한 상황이니.. -_-;
그렇게 기분좋은 생색을 내고 난 후, 스쿰윗 지역에 도착해서 타고온 아시아나 항공편 리턴을 변경하기 위해 펀칫센터에 잠깐 들렀는데(아시아나 사무소 있는 곳) 본인이 이용한 항공편은 태극회 게시판에 등장한 트래블 게릴라에서 공구가 20만(택스별도)로 구입하여 현지에서 리턴차지 10만원 지불하고 일정을 보름짜리로 변경할 수 있는 조건의 항공권이었다.
펀짓센터 아시아나에 들어가니 도대체 누가 한국인인지 여자 세 분이 앉아계신데 나는 그중에 중간에 앉은 분이 가장 한국스럽게 생겨 거기 앉았더니, 좌측에서 들려오는 약간 도도한 음성, "이쪽으로 오세요"
-_-;
내 후배놈은 벌써 중간에 앉아계신 태국여성분과 눈짓 교환하고 난리났다..으읔..-_-;
항공권 리턴차지를 물고 조건을 변경하면서 나는 아무 생각이 없는 척하고 고도로 위장된 작업용 멘트를 그 한국여성분에게 날려보았다.
나: "여기서 혼자 한국분이세요?"
그녀: "네~"(약간 도도하고 사무적인 말투)
나: (신경안쓴다는듯이) "근데 전혀 한국사람 같이 안생겼넹"
그녀: (아주잠깐 미간에 힘이들어감) "그래요?"
나: (능청맞게)"난 중간에 저분이 한국분인줄 알았어요. 딱 내 스타일이라"
그녀; (어이없다는 듯이 잠깐 미소를 지음) "태국사람이예요, 그런데 배낭여행 오신 거예요?"
나: "반반요"
그녀: (잠깐 고개들 들고 나를 잠시 쳐다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음) "반반이 뭐예요?'
나: (약간 당황하는 척하며) "그..그런게 이써요..흐흠. 씨이이익"
그녀: (아까보다는 많이 풀어진 얼굴로 미소를 흘리며 살짝 웃음)
나: (속으로 크크크크) -_-;
그렇게 잠시 대화를 나누다 별일 없이-_-; 그곳을 나와 우리는 우리는 스쿰윗 소이 10에 있는 킹앤아이 여행사에 도착했다.
유이사님과 인사를 교환하니 유이사님 나보고 태극회 회원이냐며 물어오신다. 사실 필자와는 연배적으로 조금 차이가 나는 분이시기에 어째 좀 개기기가(-_-) 쉽지않지만 다소 근엄해 보이시는 인상과는 달리 태극회 회원들에겐 친절하게 이것저것 잘 챙겨주시는 것 같다.
후배놈 탓도 있고, 또 굳이 각방을 쓰려면 호텔도 무리가 없고 서비스드 아파트의 메릿을 최대한 이용하기 위해 2베드룸이 있는 스쿰윗지역의 다른 아파트를 문의드렸다. 이 2 베드룸의 단점은 방이 서로 편차가 심하다는 것인데 즉, 방 하나는 더블베드며 큰데 나머지 방이 다른 방에 비해 협소하고 침대도 싱글인 경우(더블베드 교체 가능한 곳은 바꿔주기도 한다)가 많기 때문에 나는 방크기도 비교적 똑같고 편차도 심하지 않은 다른 곳은 없냐고 문의드렸더니, 그런 방 단호히 없다고 말씀하신다. -_-;;
허나, 유이사님 이 지면을 통해 말씀드리자면 필자가 묵었던 그랜드 프레지던트(소이 11)의 다이아몬드 2베드룸은 서로 방크기에 큰 차이가 없고 구조도 거의 동일하며 침대도 하나는 더블베드, 다른 방은 트윈 베드랍니다.(이건 붙이면 더블이 되니까 상관없다) 저처럼 요런 2베드룸 원하시는 분은 참고하시라고 요 부분 특별히 강조해서 적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길..
그래서 그날은 마침 또 그랜드프레지던트에 2베드룸 방도 없고 해서 그냥 비슷한 조건의 다른 곳을 알아보니 로열 플레지던트도 비슷한 위치에 2베드룸(코트윙)짜리가 있길래 그걸 일단 하루 예약하고 일정상 엑스텐션을 세임 컨디션으로 하는 확답을 받은 후 바우처를 받았다.
킹앤아이에 근무하는 태국청년의 인상이 너무나 좋아서 이상하게 자꾸 그분의 인상이 머리 속에 아른거리는데 이거 혹 내가 변탠가? -_-;;
킹앤아이를 나와 숙소로 이동하기 전에 우선 들른김에 속을 달래기 위해 장원인가 두레인가(나는 항상 이 둘의 위치가 헷갈린다. 하여간 킹앤아이 바로 옆에 있는 집보다 고 옆에 옆에 안경집인가 뭔가 그 옆 거기를 더 추천한다. 이유는..말하면 한인상인조합에서 매장당할 거 같아 그냥 생략한다-_-;) 음식맛은 둘 다 비슷하다.
점심을 맛있게 먹고 숙소로 이동하기 위해 짐을 들고 소이 15로 향했다. 근데 정말 여기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생기고야 만 것.
그냥 처음부터 소이 15로 진입했더라면 아무 무리없이 로열플레지던트를 찾을 수 있었을텐데, 괜히 소이 11로 착각해서 들어간 후 뒤로 뱅뱅 돌아들어가는 바람에 로열 플레지던트 코 앞까지 와서 그걸 못찾고 다시 뒤로 돌아갔다 왔다를 반복하다보니 벌써 시간이 2시간이나 허망하게 소비되어 있었다.
더구나 그 더운날 짐을 들쳐메고 바로 코앞에 있는 로열플레지던트 위치를 혼동하여 쓸데없이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니니 어찌 괴롭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귀중한 정력은 이미 고갈댈대로 고갈되어 가고 있었고, 그냥 맘편하게 택시를 타고 찾아가면 될터인데 이놈의 쓸데없는 오기는 '그래 씨바 내가 찾나 못찾나 어디한번 두고보자'하는 심정으로 바뀌어있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후배놈은 연신 뒤에서 그냥 나 쫒아다니기 바쁜데 나중엔 그 짜증이 극대화되어 나는 아무에게나 마구 신경질을 내는 위험수위에 도달해 있었다.
즉, 제값을 팔고 음료수를 팔던 아줌마에게 잠깐 동전의 금액을 착각하여 그 절반의 금액만 내어놓고 뻔뻔하게 왜 돈을 더달라고 손을 내미는 거냐며 그 아줌마를 째려보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고(정말 죄송하게 생각한다 쩝-_-) 길 물어보다가도 짜증내고, 여튼 그러다 보니 그 주위를 약 2시간동안 다람쥐 쳇바퀴 돌듯 뱅뱅돌았는데, 알고보니 내가 공항에서 챙겨왔던 방콕 지도상의 표기위치에 조금 문제가 있던 것이었다. -_-;;;
그러니 다들 지도를 보여주며 여길 보여줘봐두 쓸데없는 곳만 가르키기 일쑤지..제기랄!!
겨우겨우 로열플레지던트를 찾아 체크인 수속을 밟고 방에 들어가니 온몸이 천근만근, 저절로 오늘 오후의 일정은 그냥 지금부터 저녁까지 그냥 쭉 휴식모드로 바뀐다.
-_-;
로열플레지던트의 2베드룸은 별도의 코트윙 건물에 있는데, 어짜피 서비스드 아파트 시스템 자체가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차원에서 특별히 게스트 차지를 먹이거나 하지는 않고 단순히 아이디체크 정도만 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별 걱정은 없지만, 이곳은 건물이 독립되다 보니 오히려 그런 수순에서 더욱 자유로워 보인다.
코트윙 입구를 통과할 때 입구에 경비가 계속 보초를 서고 있긴 하지만 여자 달고 데리고 들어갈 때 그냥 씩 웃어주면 지도 씩 웃고 그냥 제재없이 통과한다(나의 경우, 그러나 간혹 붙잡는 경우가 있는데 호텔처럼 심각하게 붙잡지 않고 웃으면서 아이디카드 내놓으라고 한다)
나는 그래도 혹시라도 생겨날 지 모르는 그런 불상사를 막을 차원에서 미리 박카스 한병을 그의 손에다 꼭 쥐어주는 '와이로=뇌물작전'을 잊지않았다.
^^;;
로열플레지던트의 코트윙 2베드룸은 구조가 매우 안락하다. 방 하나는 너무 작고 침대도 싱글베드지만(근데 이거 정말 더블로 교체안되나?? -_-;; 이해가 가질 않는데..안된다고 함)
다른 방 하나는 이쁘고 거실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내가 이용해 본 센터포인트 보다 더 안락하게 느껴진다.
가격도 1박 3200밧(킹앤아이 바우처가격)이라 다른 곳보다 저렴하고, 특별히 따로 조식쿠폰을 주지는 않는데 이건 그냥 아침에 레스토랑 가서 몇호실이라고 말하면 특별히 사람 숫자 세보지 않고 대충 다 아침먹게 해주더군. ^^;(이틀 중 한번만 이용. -_-)
단점은 세탁기가 없다는 점..그리고 본 건물과 떨어져 있어 편의점 갈 때 조금 걸어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고것마저 귀찮은 분들에겐 코트윙은 권하지 않는당.
어쨋건 아주 만족해하는 후배놈과 잠시 샤워하고 방에 좀 자빠져있다가 빨래감 정리해서 근처 빨래방에 맡기고 난 후, 우리는 본격적인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즉, 그 계획이란 다름아닌, 내 이번 태국여행의 가장 큰 목적이었던 [그녀]와의 조우와 또 그녀와 내 후배놈과 새로운 파트너를 엮은 후 함께 내일이나 모레 경 파타야 남부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는 그 [선셋빌리지]로의 짧은 휴양을 다녀올 요량으로...
그러나 그건 나만의 계획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었다. 후배놈의 초이스는 아주 성공적이었지만, 문제는 내가 거의 100프로 계획이 성사되기에 아무 무리가 없을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녀]에게 배신당하는(당시로써 그건 나에게 충분히 충격적인 배신행위였다. 물론 지금 제정신이 돌아온 마당에야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결과로 인해 거의 3일동안을 홀로 독수공방하며 눈물로 지새게 될 줄은 내 어찌 짐작이나 할 수 있었을까.
어쨌건 그 당시에 나는 후배놈과 이리저리 작전 구상을 하며 우선 후배놈 파트너 맞춰주고 나서 나의 [그녀]와 방콕에서 하루 이틀을 보내고 난 뒤(그녀의 스케줄을 아주 조금은 감안을 해야했기 때문에..일부러 미리 계획을 완전히 정하지는 않았다) 파타야로 고고고~
-_-;
저녁시간이 가까워오자 다시 동물적인 본능이 꿈틀거리며 고개를 쳐들기 시작한다. 작업용복장(-_-)으로 갈아입고 저녁을 먹기 위해 식당을 찾다가 마땅한 곳이 없길래 그냥 로열플레지던트 레스토랑에 가서 150밧짜리인가 하는 스테이크(제법 훌륭했다) 시켜놓고 밥을 먹는데 이놈의 직원들 역시 우리가 일본인인 줄 아는모양. 티비채널을 일본방송으로 고정시켜놓고-_-; 주문을 받을 때도 일본어를 조금씩 섞는다. 그냥 까올리라고 말하기 귀찮아서 대충 주문한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시간이 약 7시가 조금 넘어있다.
다른 데 갈 생각없이 바로 바카라로 직행, 후배놈 초이스 마치면 4명이서 함께 나이트가서 분위기 좀 업시켜 놓은 뒤 호텔 데리고 와서 좀 놀다가 본게임(-_-)하고 나는 그동안의 해후에 대한 보상을 좀 받아내고(-_-) 뭐 여튼 그런 작전을 졸라 짜치는 머리속으로 계산하고 난 뒤 도착하니 나의 [그녀]는 8시가 가까운 시간인데도 아직 도착하고 있지 않는 것이었다.
-_-;;
아마 내가 찍은 [그녀-전반부에 등장했던 '까이'를 말하는 것임-]는 이 바에서는 대표급?에 해당하는 선수인가. 괜히 마마상이 처음갔을 땐 말하지도 않던 새로운 조건을 붙이고 그러는데 거 참 황당하기 이를데 없더구만..하여간 그렇게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사이 내 후배놈은 역시나 쉽게 마음의 결정을 내리지 못하길래 내가 옆에서 이것저것 주의사항도 전달하고 어제 봤던 그 아가씨 착하고 예뻐보이는데 그 아가씨 어떠냐..라고 물어보니 자신도 그 아가씨를 떠올려보더니 그 정도면 자기도 괜찮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조금 더 기다려보라고 말한 뒤, 약간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는데, 어제 본 그 '40대 면상'의 여인이 다가와서 알아서-_-; 지 드링크 시켜먹고 앉아있다.. -_-;;
그러면서 그 여인이 줄곧 나보고 왜그렇게 우울하게 앉아있냐고..기분 풀고 즐겨라.. 뭐 그런 말을 계속하던데, 그 당시 우울해서 그런게 아니라 괜히 이곳저곳 둘러보고 실실 쪼개고 앉아있다간 또 맘에도 없는 푸잉들 곁에와서 들러붙을 거 뻔한 이치고 해서 그런건데, 내 속을 알리없는 그 '40대 면상'의 여인은 어쨌든 손님의 기분을 최대한 맞춰주려고 나름대로 노력은 하는 이 바닥의 프로선수임이 분명하다.
그렇게 앉아있다가..드디어 어제 본 그 괜찮은 아가씨 (이름: 얌->사정상 가명이니 실제로 이 이름을 찾는 분은 없길 바랍니다. 가명을 쓰는 이유는..정말로 밝히고 싶지 않은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양해 바랍니다 꾸벅-_-)가 나타난다.
바로 손짓으로 이곳으로 오라고 하니 기쁜 얼굴로 다가오는데, 우선 말이 전혀안되는 후배놈을 대신해 내가 대충 말을 전달하고 뭐 중간에서 가끔 통역도 해주고 하니 그 때부터 이 아가씨가 내 후배의 전담 파트너가 된다. 졸지에 그 '40대 면상'의 여인은 어느새 총총히 홀로 두잔의 드링크를 시켜먹은 뒤 다른 곳에 사라지고 없었고.. -_-;;
그러다가 약 또 20여분이 경과한 후 드디어 내가 기다리고 있는 [그녀]가 어느새 나타나서 나를 살며시 끌어안아 준다. 근데 어라? 얘가 댄서복장으로 갈아입고 왔길래 너 왜 옷갈아 입고 나왔냐? 그랬더니 지금 방금 도착했기 때문에 2시간은 여기서 일해야 된단다.
허걱. 이게 무슨 소리야. 고고바에서..
그래서 더 묻지는 않고 그냥 섭섭한 표정으로 빨리 옷갈아 입구 오라고 한 뒤, 바파인을 계산하기 위해 마마상에게로 가니, 어라라? 마마상 역시 10시까지는 보내줄 수 없다고 버튕기는데 이거 뭔가가 이상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다시 자리로 돌아와서 좀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는데, [그녀]가 다시 다가와서 정말 미안하다며 조금만 기다려달라고 한다. 이해가 잘 가지않는 상황이라 나도 모르게 내 표정이 어두운 걸 보자 [그녀]는 정말로 어찌할 지 몰라 잠시 망서리더니 다시 내 손을 잡고 마마상에게로 향한다.
다시 마마상에게 다가가, [그녀]와 나는 오래전에 알던 사이이며 내가 내일 일찍 돌아가야하기 때문에 지금 시간이 없으니 사정을 좀 봐달라..뭐 그런 얘기를 하며 내키지도 않는 애교를 부리고 잠시 쇼를 벌이는데, 주변에서 그 광경을 쳐다보고 있던 푸잉들 뒤로 넘어가고 난리가 아니다. 이런 제길.
옆에서 나의 [그녀]도 조금 안타까운 표정으로 마마상에게 무언가 설명하기 시작하는데..마마상이란 이 여자, 무슨 큰 선심쓰듯 좋아 그렇다면 1시간 내가 양보하마(-_-) 뭐 그러더니 9시까지는 여기서 기달리란다. -_-;
그래서 할 수 없이 적당히 양보하고 다시 돌아와 자리에 앉았다. [그녀]는 정말로 미안한 듯 자꾸 나에게 다가와서 "화났니? 화내지 않기로 약속해줘"하며 나의 기분을 풀어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눈 마주칠 때 마다 그냥 씨익 웃어주고 뭐 그냥 그렇게 혼자 폼잡고 맥주먹고 담배 피우고 하고 있는데..사태가 점점 심각하게 악화될 줄은 그때까지만 해도 정말로, 정말이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생기고야 만 것이다.
문득 한무리의 손님들이 바로 들어왔는데 일행은 총 3명, 일본인인 듯 보인다. 구석진 곳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무심히 그런 모습을 쳐다보는 내 뒤로 나의 [그녀]가 잠시 다가오더니 무언가 망서리던 끝에 뭐라고 나에게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잘 뜻이 전달되지 않는 듯 그녀는 답답해하고 옆에 있던 영어를 조금 구사하던 다른 친구가 그 통역을 전달한 바, 방금 들어온 손님이 나의 [그녀]에게는 오래된 중요한 커스토머(고객)이라 잠깐 그 자리에 갖다와야 하니 나에게 잠시 양해를 구한다는 뜻..
이런..사태가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다. 어쩐지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든다.
그녀에게 나 말고 다른 [고객]이 있으리란 걸 내 역시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어째 하필이면 오늘 동시에, 같은 시간에 그녀에게는 제법 중요한 고객축에 속하는(내가 그녀에게 어떤 의미인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사실) 나와 그 일본인이 동시에 그녀를 지명하는 사태가 일어날 줄을 나나, 그녀나, 또 그 일본놈이나 어떻게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더우기 사스의 여파로 평소보다 관광객 수가 엄청나게 급감한데다가 또한 태국여행의 비수기에 해당하는 시기적 특성은 아무 상관도 없이 밀이다.
내 후배놈은 잔뜩 찌푸린 인상으로 그 일본인 손님들을 향해 불쾌한 표정과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혹시라도 나보다 이녀석이 더 흥분할까 싶어 그녀석을 좀 자제시키고(-_-) 나는 내 우울하고도 혼란스러운 기분을 일부러 떨쳐버리기 위해 그곳을 계속 쳐다보지 않았다.
'그녀가 어제 시간을 내지 못한 것은 혹시 저 일본손님 때문일까...'
'아닐꺼야...그녀는 정말로 어제 자신이 말한대로 동생 생일때문에 다른 바쁜 볼 일이 있었을꺼야..그 때 일본녀석과 결혼해서 산다는 그 어린 동생..'
그런 상념의 편린들과 싸우며 나는 어느새 또 술을 주문하고 있었다. 서둘러 약속한 시간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저 놈이 오늘 나의 [그녀]를 선택하기 전에 나는 이미 마마상에게 나의 의사를 전달하였고, 아무리 이런 곳이 경우가 없을지언정 먼저 선택한 손님에게 그 권리가 주어짐이 당연한 일일텐데..
그리고 민족적 자존심(?)을 이런곳까지 가져다 붙이는 내 자신이 한심하지만 적어도 그 쪽바리에게 오늘 나의 [그녀]를 양보할 수는 없었다.
자세한 전후사정도 모르고, 또 어디까지나 상당부분은 나의 추측으로 이루어진 사실일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내가 너무나 내 위주대로만 해석을 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어도 그 당시 그녀가 나와 일본인 사이에서 나를 먼저 선택하였고, 마마상에게 바파인을 지불하면서 나는 예정에 없게 2틀분의 요금을 지불하면서 그녀가 행여라도 그 손님에게 가야하는 상황을 미리 차단하려고 하였다.
9시가 되자 나는 마치 자명종처럼 벌떡 일어나 마마상에게 가서 '약속지키슈'라며 당당하게 바파인을 계산하였다. 마마상은 순순히 2틀분 영수증을 써주고 그걸 또 나에게 확인시켜 준다. [그녀]는 너무나 미안한 표정으로 다시 나에게 다가와서 연신 '화내지 않기로 약속해줘..'라며 나의 기분을 풀기위해 애쓴다. 그녀 앞에서 공허하게 피식 웃어줘야 했지만, 아직도 완전히 기분이 풀리지는 않는다.
[그녀]를 데리고 나와 내 후배놈과 그리고 후배놈 파트너 '얌'은 어딜갈까 잠시 상의한 후 계획대로 나이트를 가기로 했다. '얌'에게 니가 선택해보라고 선택권을 줬더니 [헐리웃]을 선택한다. 그래 뭐 그리로 가자고 했다. 가는 중에 뒷자리에 앉아있던 [그녀]에게 내가 이틀분의 바파인을 지불한 계약으로 널 데리고 나왔다고 얘길하니 [그녀] 깜짝놀란다. 으읔..
아마, 오늘은 나와 나가기로 하고, 내일은 그 손님을 만나는 걸로 아마 그렇게 잠정 합의했나보다. 나는 미리 그러한 사태를 양보할 수 없었기에(지나친 욕심이다) 이틀분의 바파인을 마마상에게 지불하였고, 아직 사태전달이 마마상의 귀에까지는 전달되지 않은 모양인지 계산시 마마상은 지가 먼저 당연히 "이틀분이냐?"고 물어보길래 나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그렇다"라고 대답한 것이었으므로..
[헐리웃]에 도착했다. 음..근데 왜이리 검문이 심한지. 조그만 백 입구에서 디포짓당하고 함께 동행한 푸잉들 아이디체크까지 한다. 허걱 얘들이 왜이래, 여기가 무슨 호텔도 아니고. 약간 빈정상해서 체크하는 놈 붙잡고 항의한다. '얘네들 나가요 아니다. 내 친구들이다'라고 말했는데도 꿈쩍않고 하던 일 계속한다. 인상구기고 있으니 매니저인 듯 보이는 놈이 다가와서 그냥 절차일 뿐이니 안심하라고 이야기한다. 괜히 옆에 서서 아이디카드를 뺏기는 [그녀]가 안쓰러워 보인다. 들어갈 때 손을 꼭 잡아줬다. 자기도 내 손을 꼭 잡아준다.
방콕의 [헐리웃]이나 파타야의 [헐리웃]이나 내부적인 시설이나 규모는 그리 큰 차이가 느껴지지는 않는데, 태국여행이 처음인 우리의 후배놈은 태국식 나이트클럽의 분위기에 압도 당한 듯이 보인다.
입구에서 700밧짜리 조니워커레드라벨(물론 가짜양주일테지)을 믹싱하여 테이블에 올리고, 그렇게 앉아있는데, 이상하게 내 기분도 그녀의 기분도 영 우울하긴 마찬가지다. 그녀는 그 당시 무슨 생각을 머리속에서 하고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 나와 그 일본손님 사이에서 심각한 갈등을 겪고있었던 듯이 보인다. 어떻게 보면 나는 그녀에게 반강제적으로 선택권을 주지않고 내 맘대로 일방적으로 결정지어 버린 것이 실수라면 실수였겠지만..
우울해 보이는 [그녀]에게 춤을 제안해보지만, [그녀]는 힘없는 표정으로 도리질을 칠 뿐, 그나마 나까지 우울해하니 앞에 있던 후배놈과 '얌'은 적극적인 애정행각(-_-)을 되려 자제하는 분위기다. 그냥 건전하게 서로 껴안고 있다(-_-;; 이게 건전한건가.-_-)
그러다가 [그녀]도 나의 우울함을 눈치챈 것인지, 나의 앞으로 다가와서 지가 내 무릎에 앉는 자세로 그렇게 자신을 안아달라고 한다. 뒤에서 부드럽게 그녀를 그렇게 안고있었다.
약간 기분이 풀린다. 근데 솔직히 별 재미없다. 그렇게 조금 앉아있다 약 한시간 가량 지나서 그냥 나가기로 했다.
[헐리웃]을 나와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하는 중, [그녀]의 핸드폰은 시종 부산스럽게 울어댔다. 나는 일부러 그런 것들을 듣지 않으려고 애썼지만, 저절로 귀가 가는 것을 어찌할까. 내가 앞에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어떻게 말할지는 사실 뻔한 문제겠지만, 그녀에게 그 시간에 전화질을 해대는 놈은 아까 그 일본인 손님이 분명했고, 시종 그녀는 '캔 낫..' '오늘 정말 안돼요..' '몸이 아파서..'어쩌고 저쩌고 둘러댈 변명을 하기에 급급했다.
중간에 통역이 잘 안되면 '얌'이 대신 전화를 받아 그 내용을 되돌려주고..
나는 앞자리에 앉아 아무말 없이 그런 상황을 무시하고저 애썼는데..
잠시 후 또 2번의 전화가 오더니, 이번엔 태국말로 뭐라고 뭐라고 하는 폼이 아마 업소에서 온 전화인가? 아님 친구인가 여튼 이건 내가 내용을 전혀 짐작할 수 없으니 차후에 짐작하기로는 업소 마마상에게 온 전화인 것 같았다. 이유인 즉슨, 그 일본놈이 마마상에게 그녀를 오늘 데리고 오는 조건으로 엄청난 돈질을 했다거나, 머 어떤 다른 짓을 했다거나..해서 그녀에게 그런 사정을 설명하는 과정일테지..
점점 불안한 예감이 내 심장을 흔들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녀가..정말 오늘 이대로 나를 버리고 가버릴 것만 같은 불안함.. 입으로야 "네가 오늘 정말 그렇게 곤란하다면 나는 어찌되어도 상관없으니, 제발 그놈의 핑계 그만대고 사실을 말해다오..그럼 충분히 이해하도록 노력하마.."라는 의사표현을 몇 번이나 했음에도 불구하고..마음은 전혀 정반대로 향하고 있었던 것을.
택시가 숙소에 도착하고, 들어가려고 할 찰나에 [그녀]가 갑자기 날 잠깐 불러세우더니 잠깐 이야기 하자고 한다. 그래서 둘이 먼저 올려보내고 나는 갑자기 업습해오는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며 애써 담담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나: "무슨 일이니 또?"(약간 짜증난 음성으로)
그녀: "저..정말 미안한데 바로 잠깐 다시 가면 안될까?"
나: "왜?"(어쩔 수 없이 인상찡그리며)
그녀: "가방을 두고왔는데..그거 가지러...우물쭈물"
나: "이 씨바~ 너 거짓말 할 생각말어~"
그녀: (찔끔하며) "거..거짓말 아닌데.."
나: "아까도 말했듯이..만약 니가 오늘 진짜 안된다면 사실을 말해, 그럼 내가 충분히 이해하도록 노력할께. 그리고 니 맘대로 해도 좋아."(아 씨바..나라는 놈은 왜이리 잔인한 것일까? 그 이유를 이미 알고있으면서 굳이 그녀에게 확인하려 드는 이 근성은 도대체 뭐란 말일까?)
그녀: "..."
해서 할 수 없이 다시 택시를 잡고 바카라로 향했다. 그녀는 몹시 부산한 표정으로 나를 잠깐 밖에서 기다리라고 말한 뒤 바로 들어갔다. 점점 불안한 예감은 현실로 이만큼이나 다가와 있었다. 약 45분을(-_-) 그렇게 멍청하게 혼자 앉아있는데, 마마상이랑 그녀가 함께 나온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볼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이미 결과를 알고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그건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아마 그녀도 나를 쳐다보지 못하였으리라..
마마상이 정말로 가증스러운 얼굴을 하고(-_-) 내게 바파인을 돌려주며 정말 미안한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그녀가 오늘 나랑 가지 못하게 됨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뭐 어쩌고 저쩌구 변명을 한다.
그러면서 바파인을 내미는데, 그깟 돈쪼가리가 눈에 들어올 상황인가? 나는 한없이 처량하고 슬픈 표정으로 마마상을 쳐다보며, 그러지 마라..다 알고있다. 왜 자꾸 내게 거짓말을 하느냐..부디 사실을 말해다오..그럼 나도 충분히 이해하고 그냥 오늘은 혼자 돌아갈테니 제발 사실을 말해다오..
그랬더니, 마마상 강하게 도리질을 치며 "무슨소리냐"며 뭐 하여간 말도 안되는 핑계를 지어내는데 그런 핑계가 내 귀에 들어올 리 없다.
아마 그 일본놈이 여기 다시와서 엄청난 돈질을 해댄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이런 상황이 생겨날 이유를 전혀 다르게 생각할 수 없었으므로..
순간, 오기가 발동하기 시작한다. '씨바 그래? 그 깟 돈이 결국 중요한 거였나? 그렇다면 나도 돈질하면 되겠군? 그래 씨바 얼마면 되는데?(읔..이런 명대사를..여기에..)'라는 말을 하기 위해 마마상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는데 그냥 헛웃음만 나온다. 그리고 무엇보다도..그런 말을 내뱉어서 나의 [그녀]가 혹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받을 지도 모른다는, 불현듯 내 들리는 내 의식의 목소리..
최대한 이성을 갖추려고 마음을 다스리고 있는데, 마마상 길게 한숨을 쉬더니 내 바짓주머니에다 억지로 바파인을 돌려주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냉큼 들어가버린다.
절벽끝까지 몰린 듯한 절망감에 나는 한참동안을 돌이 되어버린 듯 꿈쩍않고 그 자리에 그렇게 앉아있었다. 이게 방콕까지 와서 웬 닭쫒던 강아지 신세람? 머리 속에 온통 자조섞인 비웃음만이 맴돌고, 또 그건 나중에 나의 [그녀]에 대한 비하로까지 이어지고 있었다.
'그래 씨바 제년이 아무리 그래봤자, 선수의 규율을 벗어날 수 없는 선수에 지나지 않지..'
'씨바, 선수인 걸 알면서도 그녀에게 진심을 기대한 내가 바보같은 놈이지..'
'제길, 이게 뭐야? 태국 여행올 때마다 왜 자꾸 이런 황당한 일을 겪는거람?"
'망할, 이놈의 태국 사람 정떨어지게 하는 거 벌써 두번째군 씨발, 내가 이딴 곳에 다시는 오나봐라..'
머리 속의 상념이 온통 그렇게 번지어가고 아직도 그 자리를 꿈쩍앉고 지키고 있던 내게 아까 그 '40대 면상(-_-)'의 여인이 다가와 상황을 알고있었던 건지 어떤건지 여튼 나를 위로하려고 애를 쓴다.
그러면서 오늘 자기가 걷어들인 부수입(레이디드링크)의 영수증들을 이리저리 세어보며 약간 탄식섞인 말들을 태국어로 주변 푸잉들에게 흘리는데, 순간 그녀가 이제는 한낱 퇴물 취급받는 어느 늙은창녀의 쓸쓸한 말로를 보여주고 있는 것 같아 가뜩이나 서글픈 판국에 오히려 그녀의 그런 모습이 더욱 나의 다친 감수성을 아프게 후벼파고 들어온다.
더 이상 거기 앉아있을 수 없었다. 잘있으라고 인사한 후 비틀거리며 거길 나왔다. 시간이 얼마나 지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택시를 잡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 거리다 나는 다시 가슴아픈 장면을 보고야 말았다. 그건 어느 새인가 내곁으로 스치듯 지나가버린 그녀의 쓸쓸한 뒷모습이었기 때문에...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그녀를 부르려고 했으나 순간 의식이 그런 나를 말렸다.
더 비참해지지 말라고, 그리고 [그녀]를 더 힘들게 만들지 말라고..
그녀는 한낱 선수일 뿐인데..어쩌면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지를 처음부터 알고있는 능수능란한 연기를 펼쳐보였을 뿐일지도 모르는데...
혼자 숙소로 돌아오니 후배놈이랑 '얌'이 라디오를 가지고 둘이 끙끙거리고 있는데, 내가 혼자 돌아오자 둘 다 놀란 표정으로 내 얼굴을 살핀다. 왜 혼자왔냐고..
표정관리를 해야함이 둘에게 실례가 되지 않는 일임이 마땅하였으나..도저히..표정관리가 되지않았다.
그냥 뭐 아무 일 없었던 것 처럼 '그녀가 좀 바쁘대'라고 둘러대놓고 그 둘을 방으로 집어넣었다. '얌'은 오히려 자기가 더 미안해한다. 나보고 괜찮냐고..자꾸만 눈치 살피면서..
긴 한숨을 도저히 숨길 수가 없었지만, 어쨋든 그녀와 친구를 방으로 돌려보내고 나는 소파에 다시 앉았다. 눈 앞에 아까 먹다남은 조그만 위스키가 보였다. 평소엔 거의 술을 못하는 체질이지만 이상하게 술을 먹을 수록 머리가 맑아져오는 것만 같다.
어느새 새벽이 밝아오고 있었고, 나는 5달 전 태국여행시에 느꼈던 이틀 째의 참혹한 기억과는 완전히 질적으로 다른 정신적 패닉상태에 빠져 그렇게 아침 8시까지를 돌처럼 굳어 그 자리에 앉아있어야만 했다.
그녀는, 이유가 어찌되었건, 오늘 나를 버리고 그 일본손님에게 향한 것이었다.
그 부인할 수 없는 사실만으로도, 어쩌면 나는 이미 그녀가 사실을 말했다고 하더라도, 그녀를 용서하지 않으리라 작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이 그녀의 직업의 일부이며, 또 자신에게 선택권이 없이 마마상이 설사 강요한 일이라고 할지라도, 나는 오늘 밤 만큼은 그녀를 진정으로 원하고 있었고 또 그 누구에게도 보내고 싶지가 않았다.
어쩌면 나 역시 그녀를 책임질 수도 없는 처지인 주제에 그녀에게 품어서는 안되는 지나친 욕심을 그동안 품고 살았음이 이번 기회를 통해 여실히 증명된 마당에, 괜히 혼자 로맨티스트인양 마치 연인이랑 실연당한 듯한 정신적 충격을 느끼고 있는 자신의 어처구니 없는 싸구려 감수성에 한편으론 적대감을 가지면서도, 또 한없이 그 감수성의 나락에 빠져들어 끝없는 공허함과 서글픔을 느끼는 정서적 딜레마에 빠져들어 새벽 내내 괴로운 상념의 몸부림을 그렇게 견뎌
내야만 했다.
'난 그녀에게 있어 도대체 무슨 존재인가'
'그녀가 말하길, 다른 고객보다 약간 더 중요한, 그래서 우선권(?)을 가질 수 있는 그런 약간 중요한 하나의 고객에 불과한 것일까'
'내가 느끼는 그녀의 많은 모습들이 정말 고도로 위장된 가식에 지나지 않았던 건가,,'
'어쩌면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나는 혹시 나혼자 지금 온갖 김치국을 들이키며 스스로를 괴롭히려 드는 묘한 자학을 즐기고 있는 건 아닐까..'
혹시라도, 새벽에 그녀가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만약 그녀가 다시 돌아온다면 그래, 다 이해하고 용서해야지..하는 생각에 줄곧 초조함을 가지고 그녀를 기다렸지만, 결국 그녀는 날이 새고 동이 트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내 스스로 부여한 마지막 용서와 화해의 기회를 그녀는, 나의 [그녀]는 그렇게 외면한 채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