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탑과 다보탑에 숨은 비밀 - 석가탑(空 상징)과 다보탑(色 상징)
불국사 대웅전 앞뜰에는 탑이 둘 있습니다. 하나는 석가탑, 또 하나는 다보탑입니다. 석가탑은 무척 단조롭고, 다보탑은 아주 화려합니다. 인도의 영축산은 부처님이 꽃을 들자 제자 가섭만 빙긋이 웃었다는 ‘염화미소’ 일화의 현장입니다.
부처님은 거기서 《묘법연화경》(법화경)을 설했습니다. 그러자 맞은편에서 땅을 뚫고 탑이 올라왔다고 합니다. 불교에서는 석가모니 부처를 ‘석가여래’라고 부르고, 땅에서 올라온 탑을 ‘다보여래’라고 부릅니다. 이게 석가탑과 다보탑에 얽힌 불교적 전승입니다. 그런데 석가탑에는 또 하나의 가슴 아픈 설화가 담겨 있습니다.
때는 신라시대 아사달과 아사녀는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백제의 후손인 아사달은 당대 최고의 석공이었습니다. 아사녀는 남편 아사달이 석가탑을 완성하는 날만 기다립니다. 한 해가 가고, 두 해가 가고 소식이 없자, 기다리다 못한 아사녀는 불국사로 찾아갔습니다. 그러나 탑이 완성되기 전에는 여자를 들일 수 없다는 금기 때문에 남편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대신 탑이 완성되면 불국사 근처의 못에 탑의 그림자가 비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날부터 아사녀는 못에 탑 그림자가 비치기만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못에는 탑 그림자가 비치지 않았습니다. 지친 아사녀는 결국 못에 몸을 던져 죽고 말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탑을 완성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석가탑에는 그림자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일명 ‘무영탑(無影塔)’으로도 불립니다. ‘그림자가 없는 탑’이란 뜻입니다.
석가탑은 다름 아닌 ‘공空’을 의미합니다. ‘공(空)’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림자가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석가탑은 붓다의 자리, 진리의 자리, 깨달음의 자리를 상징합니다. 그처럼 공(空)의 자리에서 색(色)이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 공(空)은 텅 비어서 아무것도 없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렇게 허무한 자리가 아닙니다. 오히려 무한창조의 가능성으로 충만한 자리입니다. 세상 만물이 창조되는 바탕 없는 바탕입니다. 불국사 대웅전의 붓다가 설합니다.
“석가탑(空 상징)과 다보탑(色 상징), 둘을 동시에 보라. 거기에 불국토가 있다.”
<백성호의 국수가게(칼럼)>中에서
[출처] 석가탑과 다보탑에 숨은 비밀|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