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연휴를 잘 보내고 계십니까?
필자는 추석날 살고 있는 집 근처 성당에 가서 우리보다 먼저 저 세상으로 가신 조상 님들을 기억하는 위령 미사에 참석했습니다. 미사를 집전하신 신부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추석 명절에 집안 젊은이들을 만날 경우 불화의 원인이 될 말을 함부로 하지 말라고 일러주셨습니다. 예를 들면 “돈은 그동안 많이 모았느냐”, “시집은 언제 가느냐”, “학생의 의무는 공부이다. 열심히 공부하여 높은 성적을 내어라” 등의 언사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으니 가급적 삼가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해 주셨습니다.
이준석 국민의 힘 전대표와 여당의 중진들이 “양두구육”, “삼성가노”, “지록위마”, “호가호위”, “망월폐견”등 사자성어를 섞어서 주고받으며 한치의 양보없이 언쟁을 벌이는 추한 모습이 추석연휴 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감정싸움이 신문과 방송을 통하여 여과없이 거의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습니다.
십목십수(十目十手)는 대학(大學)에 나오는 십목소시(十目所視)와 십수소지(十手所指)의 약자로 “많은 사람의 눈이 우리를 보고 있고, 많은 사람들의 손이 우리를 가리키고 있다(그러므로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의 줄인 말입니다. 십목십수(十目十手)와 관련된 표현의 전후 문맥을 파악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 전체를 대학(大學)에서 인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자기자신을 성실히 할 줄 모르는 소인은 남이 보지 않는 곳에서는 온갖 나쁜 짓을 다한다. 그러다가 군자를 만나기라도 하면 슬쩍 자기의 잘못은 덮어두고 자기의 잘한 것만 드러내려고 한다. 이것은 소인에게도 본연의 선이 내재하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을 성실히 할 줄 모르는 소인은 자기를 감추려 해도 소용이 없다. 남들이 그의 속을 들여다보기를 마치 몸 안의 폐나 간까지 뚫어보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것은 마음속이 정성 되고 안됨이 밖으로 나타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군자는 언제나 그의 내재적인 본연의 자아를 성실히 추구하는 것이다.
증자께서 이런 말씀을 했다. ‘많은 사람들의 눈이 우리를 보고 있고, 많은 사람들의 손이 우리를 가리키고 있으니 정말로 삼가하여 조심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부함은 집을 윤택하게 하지만 덕은 사람의 몸을 윤택하게 하여, 마음이 넓고 크면 몸이 편안해 진다. 그러므로 군자는 덕을 닦기 위하여 그의 내재적인 본연의 자아를 성실히 추구하는 것이다.”
법원에서 주호영 전 국민의 힘 비대 위원장의 직무정지 결정을 내린 후 13일만에 국민의 힘이 지난 8일 전국위원회를 열어 새로운 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하고 위원장에 정진석의원을 임명하는 안을 의결했다. 이에 이준석 전대표는 새 비대위원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며 법원에 또 가처분을 신청했다. 따라서 ‘정진석 비대위’체제를 두고도 법적 다툼이 반복될 전망이다.
이 전대표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문구가 적힌 시바견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조롱정치’’를 이어 가고 있다.
이준석 전대표는 법원을 끌어들여 주호영 전비대 위원장의 직무정지결정을 법원으로부터 받아 냄으로서 국민의 힘에게 씻지 못할 상궁지조(傷弓之鳥)의 운명을 강요했다.
비록 근소한 표차이긴 하지만 지난 3월 9일 대통령선거에서 국민의 힘 후보인 윤석열 대통령이 승리하게 된 요인은 지난 5년간 집권 세력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문재인 대통령의 무능과 실정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 아닌가 싶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전대통령이 탄핵을 받아 헌납한 대통령 자리를 아무런 수고 없이 어부지리(漁父之利)로 차지하는 복을 누렸다.
요행으로 대통령이 된 후 문재인 대통령은 전정권의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임기 초 정부 각부처에 적폐청산위원회를 만들어 구정권 인사들의 비리를 들추어 내어 정치적 보복에 가까운 무리한 단죄를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중앙정보부를 허물고 또 기무사를 허물었습니다. 평화가 곧 경제 라면서 대북 유화 정책을 펼치는 과정에서 국군의 사기를 허물었고 투철한 군인정신에 균열을 자초했습니다. 또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급격한 최저 임금인상 등 현실에 맞지 않은 노동정책도입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생존 기반을 허물었습니다. 빈익빈, 부익부의 불균형을 해소한다면서 기업가 정신을 허물었습니다. 청정 에너지를 핑계로 원자력을 허물었고 수요공급을 무시한 부동산 규제정책으로 집값을 천정부지로 올려 민생을 파탄 시켰습니다. 그나마 임기 후반에 터진 코로나 19 유행으로 인한 국민들이 불안과 공포심리속에서 정부정책에 적극협조 함으로서 문재인 정권이 임기를 대과 없이 마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대선에서 이준석 전 대표가 젊은이들의 표를 끌어와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에 당선시키는데 일정한 역할을 한 것은 어느정도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양고기를 내걸고 개고기를 팔았다”는 양심선언은 여론의 동정을 사기위한 동기에서 나왔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길이 막연합니다. 국민들은 윤석열 후보가 좋아서 뽑았다기 보다 상대적으로 덜 싫어서 뽑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견해가 아닌가 싶습니다.
윤석열대통령이 당선된 후 여론 조사를 보면 기관마다 조금씩 편차가 있습니다. 대략 약산 해보면 “국정수행 잘하고 있다”가 30% 내외이고 “국정수행 잘못하고 있다”가 평균적으로 60%를 상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윤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선출된 지 6개월이 막 지난 지금시점에서 이정도 성적은 솔직히 유권자들이 표출하는 실망의 목소리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권자들이 실망한 부분 중 가장 큰 것은 인사 문제입니다.
문재인 정권은 코로나 방역을 빼고는 대체로 보수정권의 업적을 허물고 파헤치는 정책이었습니다. 사실 허물고 파헤치는 일을 집행하는 대는 그리 전문적인 고급 인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가 허물고 파헤친 부분을 윤석열정부가 다시 재건하고 복원하는 데는 고급전문인력의 세심하고 정교한 노력이 필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는 자기가 아는 사람위주로 하다 보니 인재 풀이 매우 좁고 능력면에서 보아도 담대한 발탁인사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윤대통령의 인사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교육부장관, 보건복지부 장관후보의 연속적인 낙마는 최고의 전문가 위주로 인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윤대통령의 발언을 무색하게 할 지경이었습니다.
김건희 여사 부분은 청와대 제2 부속실을 두어 공식적으로 일정을 관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제2부속실을 두지 않겠다는 윤대통령의 공약에도 불구하고 공식기구를 통하여 김건희 여사의 일정을 관리하는 것이 영부인의 신상에 관련된 국민의 높은 관심에 비추어 볼 때 구설수를 줄이는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와대 특별 감찰관의 임명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라도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 팀을 원활하게 돌아 가게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모자라는 한사람이라도 나쁜 마음만 먹으면 한 사람이 팀의 진로를 방해하고 팀의 내분을 조장하는 불 쏘시게 역할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어이든지 허물고 망치는 일은 쉽습니다.
주호영 비대 위원장의 직무집행 가처분 신청 후 법원에서 가처분이 인용되었을 때 이준석 전대표가 사필귀정에 만족하고 당을 떠났으면 이 대표의 의도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취한 순수한 조치라고 생각하여 여론의 동정을 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대표는 내친 김에 법원의 힘을 빌려 국민의 힘에 계속 재를 뿌리겠다는 언행을 보이면서 여론이 싸늘하게 식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무튼 이준석 대표는 자신과 뜻이 맞지 않은 국민의 힘을 탈당해서 신당을 만들 의사는 없어 보입니다. 지금 임기를 막 시작한 윤석열 대통령 그리고 그를 지지하는 소위 말하는 윤핵관과 싸워서 이기는 것을 최대의 목표로 여기는 이 준석 전대표의 정치적 정체성을 참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당에 남아서 허발법(虛發法)으로 자기가 몸담은 정당 조직이 바른길을 가도록 법원의 개입을 촉구하겠다는 이준석 대표의 심보를 국민의 힘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중국고사에 유래한 허발법(虛發法)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허발법(虛發法)이란 화살을 명중시키지 않고 헛방을 쏘는 것을 말합니다. 허발법의 고사가 탄생한 이야기의 시작과 끝은 이렇습니다.
중국 전국시대에 경영이라는 위나라 신하가 위왕과 함께 궁궐의 높은 누각 아래에서 활쏘기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동쪽 하늘로부터 기러기 한 마리가 느리게 날아오면서, 끼륵끼륵 울음을 울었습니다. 그 울음은 어딘지 모르게 처량하게 들렸습니다. 경영이 위왕에게 제안을 하였습니다.
“제가 화살을 헛방으로 쏘아 저 기러기를 떨어뜨려 볼까요?
위왕은 그런 기술도 있나 싶어 호기심이 가득 담긴 얼굴로 경영을 주목하였습니다. 경영은 여유 있게 미소 짓더니 활 시위를 당겨 기러기가 날아 가고 있는 근방을 향해 되는 대로 활을 쏘았습니다. 물론 화살은 기러기를 맞추지 못하고 엉뚱한 곳으로 빗겨 날아 갔습니다. 기러기는 화살이 날아오는 낌새를 느꼈는지 위쪽으로 치고 올라 갔습니다. ‘보시오 기러기가 떨어 지기는 커녕 저렇게 더 높이 날아오르지 않소.’
위왕이 고개를 갸웃 그렸습니다.
‘아닙니다. 더 두고 보십시오. 기러기가 곧 떨어 질 것입니다.
’
아닌게 아니라 경영이 말을 마치자 마자 기러기가 저 높은 하늘에서 곤두박질을 치더니 땅으로 떨어져 내렸습니다. 위왕이 놀란 표정으로 경영을 바라보자 경영이 그 원리를 설명하였습니다.
‘그것은 간단 합니다. 저는 기러기가 날아올 때 그 울음소리를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처량한 울음을 우는 것은 기러기가 무리 들로부터 떨어져 혼자 된 지 오래 되었다는 증거입니다. 무리로부터 떨어져 혼자가 되었기 때문에 마음이 안정되지 못하고 초조와 불안 가운데 있었습니다. 또한 기러기가 느리게 난다는 것은 몸에 상처가 있다는 것을 말 합니다. 기러기는 어디선가 다쳐 상처가 났기 때문에 잘 날지 못하여 무리로부터 떨어지게 된 것입니다. 그 기러기는 초조와 불안에 젖은 마음과 상처 난 몸으로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그러기에 조금만 자극을 주어도 깜짝 놀라게 되어 있습니다. 지금 제가 화살을 엉뚱한 방향으로 쏘았는데 도 기러기는 화살 바람 가르는 소리만 듣고도 깜짝 놀라 위로 솟구쳤습니다. 그 바람에 몸에 상처가 파열되어 그만 떨어지고 만 것입니다. 이것이 화살을 헛방으로 쏘아 새를 떨어뜨리는 허발법(虛發法)의 비결입니다.
마치 우리 속담에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비유와 유사한 트라우마입니다.
위이야기의 출전은 전국책(戰國策) 초책(楚策)에 나온 것으로 소설가 조성기씨가 각색한 것을 필자가 인용했습니다.
아무튼 이준석 전 국민의 힘 대표는 주호영 비대 위원장의 집행 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출하였고 법원이 이 전대표의 신청을 인용하여 이후 유사 사건 발생이 재발하면 국민의 힘에게 심각한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혔습니다.
가처분 신청에 대한 법원의 인용은 이준석 전 대표 개인으로 봐서는 잘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만 국민의 힘이라는 정당 조직으로 봐서는 정당 내부의 분쟁을 법원에게 판단을 의뢰한 나쁜 선례로 기록될것 같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이준석 전 대표는 계속해서 윤핵관과 윤대통령을 직접 겨냥하여 비난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이준석 전대표의 공격은 어느 기준으로 봐도 지나친 면이 있습니다. 특히 논어 제5편 공야장(公冶長) 제 5절에 비추어보면 이준석 전대표의 구변은 국민의 힘 구성원과 그 지지자들에게 적의를 일으킬 소지가 다분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늦어 치명적인 상처를 입기전에 국민의 힘은 이준석 전 대표와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현란한 말재주로 상대의 말문을 막으면 주위사람으로부터 원성을 산다는 논어(論語) 구절입니다:
“어떤 사람이 ‘옹(雍)은 인자 하지만 구변이 없다’고 하자, 공자께서 말씀 하셨다. ‘구변은 무엇에 쓰겠는가? 남을 구변으로 막아 내면 남에게 자주 미움을 산다. 그가 인자 한지는 모르지만 구변은 무엇에 쓰겠는가?’”
예기 곡례편에 보면 예(禮)의 네가지 성격에 대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그 네 가지는 불유절(不踰節), 불침모(不侵侮), 불호압(不好押) 그리고 불사비(不辭費) 입니다.
뷸유절은 모든 일에 분수를 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불침모는 남의 마음을 거슬러 모욕을 주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불호압은 필요이상으로 친해지는 것을 삼간다는 뜻입니다.
불사비는 말을 함부로 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 네 가지만 잘 지켜졌더라면 국민의 힘 내분사태가 달라졌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침묵을 주제로 하는 도서 중 고전에 속하는 “침묵의 기술”에서도 상책은 침묵하는 것이고, 중책은 말을 적당히 적게 하는 것이며, 불필요하거나 잘못된 말이 아니더라도 말을 많이 하는 것은 하책이다 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침묵으로만 일관할 수 없습니다. 말하기와 듣기를 적당히 조화시켜 상대방과 가능한 범위내에서 합일 점을 찾아 내는 것이 정치의 기술이 아닌가 싶습니다.
“침묵의 기술”에 언급된 열 가지 침묵: 신중한 침묵, 교활한 침묵, 아부형 침묵, 조롱형 침묵, 감각적인 침묵, 아둔한 침묵, 동조적 침묵, 무시의 침묵, 신경질적인 침묵, 정치적 침묵.
열 가지 침묵 중 “정치적 침묵”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입니다.
성격이 신중하고 스스로를 절제하며 처신이 용의주도 할 뿐 더러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그래서 생각을 말로 옮기는 법이 없고 자신의 행위와 의향을 일일이 설명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종종 목격할 수 있다. 이런 사람은 진실을 배반하지 않지만, 자신의 입장이 노출될 만큼 명확하게 대답하는 법이 없다. 예언자 이사야 가 한 말 “나의 비밀은 나의 것(Secretum meum mihi)”을 좌우명으로 삼을 만한 사람이다.
국민의 힘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소속 국회의원에 이르기까지 하루속히 볼썽사나운 권력 투쟁을 넘어서 국민을 섬기는 종으로 거듭날 때 비로소 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와 정국현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에 정당의 수신제가(修身齊家)가 먼저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