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특집] <난, 죽><별거 아니야> - 오영미 ♣ 월간 《문예마루》 제10호(202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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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죽 외 1편
오영미
난 죽이었다
너무나 꼿꼿해서 부러질 차례가 와도 굽히지 않았다
쩍쩍 갈라져 살 베이고 마는 아찔함이 있어도
빈 마디 주춧돌 삼아 텅텅 소리를 냈다
죽 난 그랬다
너무도 낭창대서 줏대 없다 싶다가도
제자리로 돌아와 은근히 도도하게 꼿꼿하다
콕콕 찌를 것 같은 난향
꽃대 올려 피워낸 자존감이다
별의 노래
당신은 누각樓閣으로 나를 유혹한다
오늘도 난 죽 쑨다
앞으로도 죽,
난 문장으로 꽃을 피워낼 것이다
별거 아니야
허기가 닿아도 마음뿐
혼자 식당 문을 열지 못한다
지나며 힐끗 곁눈질
아무런 걱정 없는 표정으로
소주 한 병 국밥 한 그릇
수저를 놓으면
소주잔이 허공에 매달리고
소주잔이 내려오면
수저가 국밥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런 풍경 보며 두어 발짝 떼다
들어가 볼까 망설이는데
그 남자와 눈이 마주친다
세상 슬프지 않군
저잣거리 군중들이야 자기 소관이고
소주 한 병으로 허기를 달래는 데 문제없으니
너도 한번 해보라는 듯
몽롱하고 편안해 보이는 얼굴로 유혹한다
혼술 혼밥이라는 것
처음이 어렵지 별거 아니야!
배고프면 들어와 섞여 봐
대중 식사가 대충 식사는 아니거든
소머리국밥 김치찌개 된장찌개
차림표만으로 창자까지 도달한 비애를 안고
대중 속 출입문을 벌컥 열었다
오영미 시인
오영미 시인
충남 공주 출생, 한남대학교 문예창작학 석사 수료. 2002 월간≪문예사조≫시 등단. 2015 계간≪시와정신≫시 부문 신인상. 2021 격월간≪아동문예≫동시 등단. 시집 『굴포운하』 외 10권. 시선집 『에스프레소』『서서 오줌 누는 女子』. 에세이집 『그리운 날은 서해로 간다 1, 2』.충남문학상 대상, 한남문인상 젊은 작가상, 전국계간지 우수작품상 이메일 : sukha21@hanmail.net
시인의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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