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셋톱박스 운영 SW개발 '알티캐스트'
"윈도가 컴퓨터 구동시키듯 우리 SW가 디지털TV 돌려"
R&D에 올인… 특허 264개 "인터넷을 TV로 구현하겠다"
지난 8일 낮 12시30분쯤, 서울 강남역 나라종합금융빌딩 15층. 디지털 셋톱박스의 운영 프로그램(미들웨어) 개발 전문 업체인 알티캐스트의 연구개발(R&D)센터 안은 점심 때인데도 연구원들로 절반 이상이 가득했다. 솔루션개발본부의 안상근(31) 연구원은 점심도 거른 채 프로그램 개발에 몰두하고 있었다. 2년 전 한림대 컴퓨터학과를 졸업한 안씨는 "내가 만든 소프트웨어로 우리나라 TV가 돌아간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이 회사가 만드는 제품은 디지털TV용 셋톱박스 운영 프로그램이다. PC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 프로그램처럼 셋톱박스 구동에 꼭 필요한 장치이다. 셋톱박스란 케이블TV를 수신하기 위해 필요한 하드웨어로 TV에서 홈쇼핑이나 게임 등 양방향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쓰인다.
10년 전 12명의 연구원으로 시작한 알티캐스트는 지금 세계 셋톱박스 운영 프로그램 시장의 강자가 됐다. 국내와 대만에서 시장 점유율은 각각 90%, 100%다. 대만 케이블 방송협회는 알티캐스트 운영 프로그램을 아예 표준으로 채택했다. 미국 시장 점유율은 현재 20%대이지만, 최근 대형 케이블 업체와의 계약 성사로 올해 안에 50%로 오를 전망이다. 이탈리아 시장에서 점유율은 70%대이다.
◆임직원의 80%가 연구원
알티캐스트의 가장 큰 힘은 연구개발(R&D)이다. 회사 임직원 350여명의 80%인 280여명이 연구인력이다. 석·박사 학위 소지자만 60여명. 지난해 매출액 364억원 중 R&D에 투자한 금액은 20%에 이른다. 현재 출원·등록한 특허는 국내 168개, 해외 96개 등 모두 264개다.
- ▲ 지승림 대표이사(가운데 흰 와이셔츠와 넥타이 옷차림)를 비롯한 알티캐스트 임직원이 8일 서울 서초구 본사에서 자사의 소프트웨어를 적용해 만든 디지털 기기들을 들고 함께 모였다./이진한 기자 magnum91@chosun.com
지승림 부회장은 "셋톱박스 시장에서 MS처럼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소프트웨어(SW)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 알티캐스트는 지난해 매출액의 절반을 SW 로열티 수입으로 올렸다.
경영 실적도 상승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 364억원에 영업이익 52억원을 올렸는데 올해는 매출액 500억원에 영업이익 114억원을 예상한다. 회사측은 "영업 호조로 올 들어 매월 10여명의 연구인력을 새로 뽑고 있다"고 밝혔다.
◆응용SW 개발로 미래 돌파
알티캐스트의 향후 성장 카드는 인터넷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TV에서 구현하는 소프트웨어(SW) 개발이다. 이 SW를 이용한 노래방, 게임, 홈비디오(영화관), 신문, 쇼핑, 전자결제, 은행, 증권, 검색정보 전용 셋톱박스 등 응용 가능한 프로그램은 무궁무진하다. 지난해 9월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CJ헬로비전은 알티캐스트의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셋톱박스를 가입자에게 나눠줘 TV를 활용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알티캐스트는 최근 와이브로 모바일 IPTV 프로그램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를 이용하면 와이브로에 연결된 컴퓨터에서 IPTV를 시청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다음 달 초 제주도에서 열리는 한·아세안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와이브로 모바일 IPTV를 시연할 업체로 KT·삼성전자와 함께 알티캐스트를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