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신자 대부·병사 대자’로 전국 교구가 군 영세자 관리에 함께 협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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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교회 20대 남성 영세자 중 군종교구 영세자 비율은 90%에 이른다. ‘민간인 신자 대부· 병사 대자’는 군에서 세례를 받은 병사들의 신앙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사진은 논산 훈련소 성당에서 세례를 받는 병사들 모습. 평화신문 자료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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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본당에서 세례를 받는 병사들의 대부를 병사들이 전역 후 소속될 본당의 신자들이 담당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민간인 신자 대부’가 교리지식이 부족한 병사 대자의 신앙생활을 군 복무 기간 동안 지속적으로 이끌어 전역 후 교회 구성원으로 당당히 설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다.
‘10년차 군종 신부’ 오정형(군종교구 무열대본당) 신부가 제안한 ‘민간인 신자 대부(代父)·병사 대자(代子)’ 는 해묵은 과제였던 군 영세자 냉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01년부터 2013년까지 군종교구에서 세례를 받은 20대 남성은 31만 명에 이른다(주교회의 교세통계 기준). 한 해 평균 2만 4000여 명이 하느님 자녀로 태어났다. 같은 기간 한국 교회 전체 20대 남성 영세자는 35만여 명으로, 군종교구 영세자가 87.7%를 차지하고 있다. 20대 남성 영세자 10명 중 9명은 군인이다. 군이 ‘젊은이 선교의 황금어장’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신병교육대(신교대)에서 4주 동안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은 젊은이들이 자대 배치 후 꾸준히 신앙생활을 이어나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단기간에 이뤄지는 군인 세례를 부정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다.
오 신부의 제안은 군종교구가 안고 있는 오랜 고민을 덜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동안 병사 사목은 군종교구가 전적으로 책임져왔다. 부족한 인력과 재정으로 매달 2000여 명씩 쏟아지는 영세자를 돌보는 일이 힘에 부친 게 사실이다. 오 신부의 제안은 한국 교회 전체가 군 사목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역병으로 입대해 신교대에서 세례를 받은 젊은이들은 짧게는 21개월(육군)에서 길게는 24개월(공군) 복무 후 전역한다. 전역 후에는 각자 소속 교구에서 신앙생활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신교대에서 세례를 받은 후 더 이상 신앙생활을 하지 않던 젊은이들이 전역 후 성당을 찾아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 신교대 본당에서는 대개 간부나 동기 훈련병이 세례를 받는 훈련병들의 대부가 된다. 신교대에서 복무하는 간부 신자들은 대자가 수십 명에서 수백 명에 이르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영적 부자 관계’가 되어야 할 대부, 대자가 세례식 때 얼굴 한 번 보고 평생 못 만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부, 대자가 서로 이름도 알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오 신부는 ‘민간인 신자 대부·병사 대자’가 군인 영세자들의 냉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부는 대자가 군 복무를 하는 동안 편지, 면회 등으로 교류하고 휴가를 나오면 함께 미사에 참례하는 등 친분을 이어가며 든든한 후견인 역할도 하게 된다.
오 신부의 제안은 군 본당과 군종교구 그리고 전국 교구와 신자들의 긴밀한 협조가 있어야 실현될 수 있다. 세례식을 하는 군 본당은 예비신자 병사의 숫자와 집과 가까운 본당을 파악해 군종교구에 보고하고, 군종교구는 이를 각 교구에 통보하게 된다. 각 교구는 병사가 사는 지역 본당에 영세자 숫자를 알리고, 본당은 대부를 설 신자를 선발하게 된다.
‘민간인 신자 대부, 병사 대자’ 실현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병사들의 신앙생활을 꾸준히 이끌어 줄 수 있는 ‘좋은 대부님’을 구하는 것이다. 교구와 본당에서 신자들에게 취지를 잘 설명해 남성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야 한다. 8만 명에 이르는 전국 교구 남성 레지오마리애 단원들과 10만 명이 넘는 남성 꾸르실리스따들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군종교구에서 영세자가 가장 많은 본당은 한 달에 새 영세자를 1000여 명을 배출하는 논산 육군훈련소 연무대본당이다. 매주 세례식을 하는 연무대본당은 민간인 출입이 쉽지 않다. 연무대본당 외에도 ‘민간인 대부’의 출입이 어려운 군 본당이 적지 않다. 오 신부는 “연무대본당을 비롯해 민간인 출입이 허용되지 않는 본당은 영세자가 소속될 본당 신자를 서류상 대부로 올리고, 세례식 때는 대리인들이 참석해 대부 역할을 대신하는 방법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 교회는 청년 복음화, 냉담 청년 신자 회두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좀처럼 결실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군 복무 중 세례를 받은 청년 신자들이 전역 후에도 신앙생활을 이어가며 교회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한다면 한국 교회 전체에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민간인 신자 대부·병사 대자’는 청년 신앙 활성화의 불씨를 당기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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