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 혹한의 추위속에서 100미터 상공의 굴뚝에서 농성을 벌이다 한달만에 구속된 이영도 당원이
현재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재판이 계속 길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영도 당원이 최후진술을 위해 써놓은 글을 보내 왔습니다. 글이 많이 길어서 단락으로 나누어 하루에 한단락씩 글을 올리겠습니다.
이영도 당원은 이 글에서 왜 굴뚝 농성에 들어갔는지, 우리의 주장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자세히 기록했습니다. 여러 당원들이 함께 읽어봤으면 하는 이영도 당원의 바램을 듣고 글을 올립니다.
이영도 당원은 현재 울산구치소에 수감중이며, 수감번호는 35번입니다.
면회를 하실 분들은 민주노총울산본부(052-265-6395 이승근)에 연락을 하고 일정을 잡아서 가면 됩니다. 또 편지를 하실 분은 울산구치소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법무부 전자민원 서신으로 이동해 인터넷서신을 보내면 됩니다.
http://ulsan.corrections.go.kr/Index.do(법무부 전자민원 서신)
2) 우리가 한 요구와 그 요구의 정당성
(1) 현대미포조선에 대하여 수용을 촉구한 요구들
우리는
① 회사는 이홍우 조합원이 투신을 할 수밖에 없도록 한 사건에 대하여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
② 용인기업 해고자를 조속히 복직시킬 것
③ 김순진 조합원에게 한 징계를 철회할 것
④ 부당한 현장탄압을 중단할 것
등의 요구를 채택하고 회사에 수용을 촉구했습니다.
우리의 요구는 모두 회사의 탄압에 기초한 것이었고, 잘못에 대하여 사과하고 발생시킨 피해에 대하여는 그 책임을 다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위와 같은 것들이 우리의 요구가 되게 된 배경과 각 요구마다에 숨겨진 정당성에 대하여는 아래에서 상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2)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라는 요구에 대하여
이홍우 조합원은 노조 민주화 및 그 활동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하는 노조 현장조직(현장의 소리)의 회원이었습니다. 그와 현장의 소리 회원들은 회사의 부당한 조치에 항의 또는 시정을 요구하고 노조 활동방향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제시하는 홍보지를 발행하고, 조합원들에게 노조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것을 직접 호소하는 등의 방식으로 활동했습니다.
회사는 그의 위와 같은 활동을 혐오하여, 그 활동을 탄압할 목적으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왔습니다. 회사는 근로복지공단에 ‘고의 산재 신청자’라는 왜곡된 의견을 붙인 서면을 제출하는 등으로 이홍우 조합원에 대한 공단의 산재 승인을 방해했습니다.
작년 11월에는 그가 작업 도중 발생한 부상으로 통증을 호소하며 진료를 요구하자 회사 관리자는 “니 좋아하는 투쟁이나 열심히 해라”고 비아냥거리며 사내진료소를 이용하는 것조차 불허했습니다. 김순진 조합원에 대한 징계는 이즈음 개최된 재심에서도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현대미포조선노조 집행부를 찾아 도움을 청했으나 그들은 호의적인 태도를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이홍우 조합원은 이렇게 자신과 동료가 회사로부터 당하는 억울함과 수모를 해결하기 위하여 의지할 곳이 한 군데도 없게 되자, 회사에 대한 항의로 하나밖에 없는 자신의 목숨을 걸기로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그는 작년 11월 14일 이른 아침에 자신이 이용하던 휴게실이 있는 공장건물 4층 난간에 밧줄을 묶고 그 밧줄 끝에 자신의 목을 매었습니다.
어떻게 상황을 알게 된 회사 관리자들은 4층 난간에 서 있던 그에게로 달려와 몹시도 격앙되어 있던 그에게 안정을 주며 투신을 만류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건물 아래에서 주시하던 회사의 박모 상무는 출근시간이 가까워져 출근하던 노동자들이 하나 둘 모여들기 시작하자 부담을 느꼈던지 자신이 통제하고 있던 하이랜더(장비)를 4층 난간에 서 있던 이홍우 조합원에게로 작동시켰습니다. 이에 위협을 느낀 그는 하이랜더를 피해 건물 아래로 뛰어 내리게 된 것입니다.
우리가 당시 상황을 지휘하던 박상무의 행위를 강제진압이라고 보았던 이유는 이홍우 조합원과 대화하여 투신을 만류하고 있던 회사 관리자들이 박모 상무에게 진압(구조)장비를 작동해서는 안된다고 거듭 주의를 주었고, 이홍우 조합원도 그럴 경우 바로 투신하겠다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럼에도 회사의 박모 상무께서는 하이랜더를 이홍우 조합원을 향해 작동시키는 지시를 하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홍우 조합원 투신에 직접 원인을 제공한 회사에 대하여 책임을 인정하라고 요구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입니다.
(3) 용인기업 해고자 조속복직과 김순진 조합원에 대한 징계철회 요구에 대하여
울산노동지청은 2003년 우리 민주노총이 제기한 미포조선-용인기업 불법파견 진정사건에 대하여 도급으로 위장한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회사에 이의 시정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회사는 노동부의 위 같은 요구에 미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한 발 더 나아가 불법파견에 해당성이 없다며 무혐의 처리하여 회사에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소송으로 옮겨졌습니다. 하급심 재판부도 모두 원고(노동자)들의 주장에 수긍이 가는 점이 제법 있다면서도 피고(회사)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렇게 용인기업 해고 노동자들은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했습니다.
비교적 이 사안을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법원의 판결을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용인기업 노동자들은 대법원에 상고하였고 대법원은 진실을 밝혀주었습니다. 그리하여 현대미포조선은 용인기업 해고노동자들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피신청인으로서의 적격성이 없다는 이유로 각하당했던 부당해고구제신청사건도 행정소송에서 바로 잡을 수 있었습니다.
회사는 대법원 파기 환송판결은 확정판결이 아니므로 따를 의무가 없으며, 이 판결을 이유로 자신을 비난할 경우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회사는 바로 위 같은 논리로 김순진 조합원 등을 징계(정직)했습니다. 그러나 회사의 이같은 주장과 행태는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부당했습니다.
첫째, “(회사는) 징계처분을 받은 조합원이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에 의해 부당징계로 판명되었을 시 징계를 무효처분하고 출근조치 해야 한다.(단체협약 제46호)“고 정한 노사합의에 위배되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하여 용인기업 노동자들은 미포조선 노조원이 아니어서 적절한 주장이 못된다고 할 수 있는데, 현대미포조선 노사는 노동조합 강제가입 제도인 유니온숍 제도를 협약으로 정하고 있고(단체협약 제11조), 이들이 미포조선 종업원의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법원에서 확인한 이상 이들에게 단체협약 적용을 배제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회사는 그 전에도 노동위와 법원에서 부당해고와 해고무효가 거듭 확인되었던 김중희, 김석진 조합원의 해고사건에 대하여도 같은 내용의 협약을 적용하여 노동위의 결정과 법원의 판결에 따르지 않았었다는 점에서 더욱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할 것입니다.
둘째, 백번을 양보하여 설사 도급계약 해지에 의한 업체(용인기업) 폐업이라는 형태의 해고가 법적으로 정당했다고 평가되었더라도 도덕적으로 비난 받아야 할 이유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할 것입니다. 그리고 노조활동의 목적은 법이 정한 최소 근로조건보다 더 나은 조건을 확보하는데 있다는 점에 비추어도 위법하지 않은 회사의 조치(행위)를 시정하라고 촉구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수용되기 어렵다 할 것입니다.
용인기업 노동자들은 저임금․장시간 위험노동 체제에서 십수년간씩 일해 왔습니다. 그들의 회사발전에의 기여도를 생각하면, 또 당시 회사가 직간접 고용인원(정규직과 사내하청노동자들)을 계속 확대하는 것이 요구되는 상당할 정도의 호황국면에 있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회사는 그들에게 최소한 용인기업에 근무할 때 제공되었던 수준의 임금과 고용조건을 제시하면서 동종 또는 유사직무에 배치하여 계속 일 할 수 있게 했어야 했습니다.
따라서 회사는 용인기업 노동자들을 그렇게 매정하게 쫓아낼 정당성을 갖고 있지 못했다 할 것이어서 용인기업 해고 노동자들에 대한 조속한 복직과 김순진 조합원에 대하여 취해진 징계철회 요구에 무슨 무리가 있었다고 볼 수 없을 것입니다.
(4) 현장탄압 중단 요구에 대하여
대부분의 생산직 노동자들이 그렇듯이 미포조선 또한 기본급이 임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시급제로 일하고 있기 때문에 연장․휴일근로를 못하게 될 경우 수령임금이 상당히 줄어들게 됩니다.
회사는 노동자들이 연장․휴일근로에서 배제될 경우 임금의 하락으로 인하여 생활상의 불편이 크게 초래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회사는 이 점을 이용하여 자신들이 가진 근로 수령권을 노조활동에 적극적인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수단으로 악용했습니다.
조합원들의 활동을 탄압하고 징계할 꼬투리를 잡으려고 활동 조합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고, 단체협약 상 보장된 홍보물 배포를 방해했습니다. 함부로 징계하기도 했으며 이홍우 조합원에 대하여는 업무 중 사고로 인해 통증을 호소하며 진료 받고자 했지만 그것마저 거부당하는 수모를 겪도록 했습니다.
현장탄압을 중단하라는 요구는 위와 같이 부당한 행위를 더 이상 반복하지 말라는 요구였습니다. 이처럼 비열한 탄압은 노조민주화와 그 활동력 훼손을 목적으로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자행되어 왔습니다. 지난 겨울 그토록 홍역을 치루었음에도 지금도 여전하다고 합니다.
회사는 지난 3월 30일, 작년 겨울에 있었던 분쟁 과정의 행위를 문제삼아 무려 15명에 달하는 조합원들에게 정직 등의 중징계를 하였습니다. 노조의 일상활동으로 어느 사업장에서나 보장되는 홍보물 배포를 물리력을 동원하여 가로막음으로써 ‘현장탄압을 중단하고, 징계를 최소화하며 중징계는 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손바닥 뒤집 듯 깨어 버렸습니다. 회사와 노동자들간의 신의가 어째서 싹틀 수 없는 것인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입니다.
(이영도 동지와 함께 굴뚝투쟁으로 구속된 김순진 동지는 이후 보석으로 석방되었으며, 또 다시 회사측에 의해 정직 2개월의 중징계를 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