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삶고 있다.' 무심코 지나치려던 냉장고에 붙어 있던 쪽지.
한참을 그렇게 냉장고 앞에 서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글씨,
코끝이 찡해오더니 어느덧 눈시울이 붉어져갔습니다. 어머니….
젊어서는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들의 노래도 곧잘 따라 부르시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컴퓨터 배우겠다며 우리 책을 떠듬거리며 읽으시던
어머니셨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어머니의 메모가 늘어만 가고
있습니다.
‘가스불 몇 분 뒤에 끈다. 둘째 교복에 떨어진 단추 달아준다.'
“또 까먹었어? 내가 어제 이야기했잖아. 오늘 참고서 사야 한다구!"
마냥 미안한 표정으로 그냥 주머니만 뒤적이시던 어머니 앞에서
이렇게 짜증만 내고 사라져가는 딸의 뒷모습에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요?
또 뭔가 잊으셨는지 “요즘 내가 자꾸 이런다" 하며 쓴웃음 지으시는
어머니 앞에서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가는 아들의 뒷모습에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을까요? 요즘 건망증에 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며
책을 꼭 챙겨 열심히 보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철없는 딸은 이제야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립니다.
추운 겨울에 터서 갈라진 어머니의 손등에 로션 한번
발라드린 적 없는 딸이 어머니 생각에 자꾸만 눈물이 흐릅니다.
‘어머니, 오늘 저녁 설거지는 제가 할게요. 어머니, 이제 방 청소 정도는
제가 할게요. 어머니, 교복 정도는 제가 빨아 입을게요.’